생경 제3권
23. 불설소흔석경(佛說所欣釋經)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舍衛國)의 기수급고독원에서 유행하시면서 대비구 대중 1,250명과 함께 계셨다.
소흔석자(所欣釋子)는 여러 곳을 유행하시면서 출입에 절제가 없고 드나드는 가문이 수없이 많았다.
혹은 새벽에 혹은 어두울 때 혹은 일찍 들어가고 어두울 때 나가곤 했다.
그때 아난과 우타(優陀)와 박구로(薄拘盧) 등은 한 장소에 모여 소흔석자에게 말했다.
“현자는 어찌하여 오고 가는 일이 많으면서 때를 알지 못하십니까?
어찌하여 시간을 지켜 나가고 시간을 지켜 들어오지도 않고, 가는 장소를 스스로 조절하지 않는 것입니까?”
소흔석자는 즉시 이 현자들을 비난하며 거칠고 사나운 말을 했다.
“스님들은 지혜가 없어서 소란스럽게 굴고 동요되어 스스로 편안하지 못하고, 떠들며 욕을 합니다. 스님들은 게을러서 대중 스님들을 위하여 무엇인가를 하는 것이 없습니다.
제가 지금 출입을 하는 것은 항상 대중 스님들을 위해서 마땅히 해야 할 것을 하는 것입니다.
스님들은 이와 같은 노고를 하고 있습니까?
대중 스님들을 위하여 힘쓰는 것이 있습니까?
제가 일이 많다고 말하지 마십시오. 여러 현자들이 일이 많은 것은 소흔석자인 나보다 더합니다.
스님들은 또한 합당하게 힘쓰는 바가 있습니까?
제가 대중 스님들을 위하여 어떻게 힘쓰는지 알고 있습니까?”
그때 여러 비구들은 똑같은 생각을 하였다.
‘아난 등의 세 분은 그 말이 부드럽고 유순하며 위덕이 뛰어나게 미묘하고 본래의 복덕행[福行]에 의해 얻는 것이 많음이 저 소흔석자보다 뛰어나다.
그런데 소흔석자는 둔하고 어리석은 남자여서 졸렬한 판단으로 못나고 어리석음을 스스로 나타내니, 원하는 바를 강제로 구해도 어떤 다른 하늘[天]이 장자의 집에 가서 큰 발우에 가득히 여러 가지 공양을 얻어오는 것만큼 뜻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현자 아난은 다른 장자의 집에 가서 부드러운 말로써 하고 견고하고 높은 덕으로 설법을 하니, 그 집의 사람들이 뛸 듯이 기뻐하며, 걸식을 하여 공양을 많이 얻어오고 뜻에 따라 베풀며 강제로 구하지를 않는다.’
그때 여러 비구들이 부처님께 가서 전후 사정을 갖추어 말씀드리니,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이 네 사람은 지금 세상에서만 걸식에 대한 공을 다툰 것이 아니고, 한 사람만 얻는 것이 적고 나머지 사람은 얻는 것이 많았던 것이 아니니라. 아난 비구는 여러 사람을 도와서 일체를 편안하게 하였느니라.
옛날 아주 오랜 옛날헤아릴 수 없는 때에 다른 나라에 네 사람이 있었는데 서로 친해서 잘 모이고 한 장소에 함께 머물렀다. 그때 사냥꾼이 있었는데 활을 쏘아서 사슴을 잡아 성으로 들어오려고 하자,
네 사람이 모여 의논하였다.
‘우리들이 꾀를 내서 사냥꾼으로부터 사슴의 고기를 얻어내자. 누가 많이 얻어 내나 보자.’
그리고는 함께 가서 한 사람이 말을 하였는데 사납게 말을 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보시오. 그대가 남자라면 내게 고기를 베푸시오. 내가 그 고기를 얻어서 먹고 싶소.’
두 번째 사람이 말하였다.
‘형님께서 고기를 베푸시어 동생으로 하여금 먹게 해주십시오.’
세 번째 사람이 말하였다.
‘어진 분이시여, 사랑하는 마음으로 고기를 나눠주십시오. 저는 그것을 먹고 싶습니다.’
네 번째 사람이 말했다.
‘친절하게 조금 덜어주시면 어떨까요? 베푸시기를 빌 뿐입니다. 저는 그것을 조금 먹고 싶습니다. 저희는 모두 배가 고픕니다.’
그때 사냥꾼은 네 사람이 한 말을 다 듣고 나서 각각 말한 내용에 따라 게송으로 대답을 달리 하였다.
그대의 말은 몹시 거칠고 사납구려.
어찌 그대에게 고기를 나눠주겠소.
그 말이 사람을 찌르는 것 같으니
뿔이나 주겠소.
다음에는 두 번째 사람에게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이 사람은 잘하는구나.
나를 형이라고 하네.
그 말이 사지[肢體]와 같으니
다리 하나를 주겠소.
다음은 세 번째 사람에게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사랑과 공경으로 나에게 대하니
그 마음에 자애가 가득하네.
그 말이 배와 심장과 같으니
심장과 간을 주겠소.
다음은 네 번째 사람에게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나를 친절하게 대하니
그 몸이 마치 깊이 사귄 것과 같도다.
그 말이 매우 좋으니
고기를 모두 그대에게 주겠소.
이때 그 사냥꾼은 그 뜻하는 바와 말의 거칠고 섬세한 바에 따라 각각 고기를 나누어 주었다.
그때 하늘에서 게송이 들렸다.
모든 남자의 말이란
부드러우면 그 몸으로 돌아가는 법이니
그러므로 거친 말을 쓰지 말라.
훼손하고 날카로우면 몸을 떠나지 않는다.”
이때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첫 번째 거친 말을 쓴 사람은 소흔석자였으며,
두 번째 사람은 발타화리(★陀和梨)이며,
세 번째 사람은 흑우타(黑優陀)며,
네 번째 사람은 아난(阿難)이었느니라.
하늘에서 게송을 말한 것은 나였느니라.
그때의 만남이 지금에도 또한 이와 같으니라.
부처님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니, 기뻐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