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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승비분다리경 제7권
23. 안시품(眼施品)
선남자여, 그때 대비 대사문이 목숨을 마치고 본원으로 남방에 태어나니, 이 불국토에서 십천 불국토를 지나면 집예(集穢)라는 세계가 있는데,
그 세계의 사람들의 수명은 80세이고, 불선근(不善根)을 쌓아서 손에 피를 묻히는 흉악한 일로 해치고, 즐거이 여러 가지 나쁜 일을 하며, 중생들을 가엾게 여기는 마음이 없고, 아비도 없고 어미도 없어서 후세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대사문이 본원 때문에 집예라는 세계의 전타라(旃陀羅) 집안에 태어나니, 몸이 거대하고 키가 커서 매우 큰 힘을 지녔으며, 하는 바가 신속하고 염력(念力)이 매우 크며, 말솜씨와 그 누구도 꺾을 수 없는 견고한 보살행을 다 갖추었다.
그는 강한 힘으로 중생들을 매우 빠르게 이끌어 교화하면서 말하였다.
‘쯧쯧, 너희 중생들 중에 도둑질과 삿된 음행을 끊고, 나아가 삿된 견해[邪見]를 끊는 자들에게는 내가 마땅히 목숨과 몸을 공양할 도구를 주겠지만,
그만두지 않는 자들에게는 목숨을 끊고 그 밖의 다른 곳에 윤회하도록 그냥 놔두겠다.’
그때 중생들이 합장하고 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만약 저희들의 목숨을 구해 주신다면 그대의 가르침을 따라서 살생ㆍ도둑질, 나아가 삿된 견해를 모두 끊겠습니다.’
그때 강한 힘을 지닌 전타라는 왕과 왕자, 여러 대신들과 관리들에게 가서 말하였다.
‘나는 목숨을 보양(保養)할 도구인 마실 것ㆍ먹을 것과 과일ㆍ곡식ㆍ의약품ㆍ의복ㆍ와구(臥具)ㆍ갖가지 바르는 향ㆍ금ㆍ은ㆍ마니ㆍ진주ㆍ유리ㆍ차거(車𤦲)ㆍ마노(馬瑙)ㆍ산호ㆍ호박(琥珀)ㆍ매괴(玫瑰) 등이 필요합니다.
나는 이것들을 중생들에게 주려고 합니다.’
그 때에 왕과 여러 대신들이 목숨을 보양할 도구를 많이 주었다.
그때 강한 힘을 지닌 전타라는 또 왕과 그 권속들에게 몸과 목숨이 다할 때까지 아홉 가지 선업(善業)에 머물도록 하였다.
사람의 수명이 점차 늘어나서 5백 세에 이르렀을 때, 그 국왕이 홀연히 죽었다.
그러자 여러 대신과 관리들은 그 강한 힘을 지닌 전타라를 왕으로 추대하고, 절하고 난 뒤에 복력(福力)이라고 이름하였다.
선남자야, 그때 복력왕은 오래지 않아 한 나라를 교화하였으며, 이와 같이 굳게 정진하여 다시 두 나라를 교화하였다.
복력왕은 오래지 않아 모든 염부제(閻浮提)의 강력한 전륜왕이 되었으며, 그때 복력왕은 모든 염부제를 거느린 대왕이 된 줄을 스스로 알았다.
그런 후에 사람들에게 다른 이의 생명을 빼앗지 말고, 살생하지 말며, 보시하고, 나아가서는 삿된 견해를 끊도록 권하였으며, 중생들을 교화하여 바른 견해[正見]에 머물도록 하였다.
그리고 중생의 뜻을 따라서 삼승(三乘)으로 권하여 그 가운데 머물도록 하였으니, 그때 복력왕은 염부제의 중생들에게 열 가지 착한 업을 닦을 것을 널리 권하여 삼승에 머물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고 나서 염부제의 모든 중생들에게 말하였다.
‘음식, 내지는 여러 가지 보배를 구하는 이들이 나의 처소로 오면 나는 모두에게 다 줄 것이다.’
다른 때에 염부제의 모든 구하는 이들이 오자, 복력왕은 그들이 구하는 갖가지 물건을 다 주었다.
그때 토명(土鳴)이라는 사명외도(邪命外道)가 복력왕 앞으로 나아가 서서 말하였다.
‘그대 대왕이여, 갖가지로 매우 크게 베푸는 것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하기 위해서이다.
대왕이여, 그대는 나의 뜻을 만족히 할 수 있는 자이니, 반드시 세상에서 등명존(燈明尊)이 될 것이다.’
왕이 말하였다.
‘무엇을 구하고자 하는가?’
토명이라는 사명외도가 말하였다.
‘대왕이여, 나는 주술사(呪術師)인데 천주(天呪:하늘의 주문)를 항복시키기 위하여 그대에게 와서 말하는 것이니,
나는 지금 사람의 육안(肉眼)을 얻고자 합니다.’
선남자야, 그때 복력왕은 사유(思惟)하고 속으로 말하였다.
‘나는 이미 강력한 전륜왕이 되어서 수많은 중생들을 권유하고 교화하여 열 가지 착한 업에 머무르고, 따라 삼승에 머물게 하였으며, 한량없이 보시하였다.
이 사람이 바로 나의 선지식이라서 나의 위태하고 연약한 몸을 견고히 할 것을 권유하는 것이다.’
왕이 말하였다.
‘그대는 기뻐하라.
내가 마땅히 그대에게 이 범부의 육안을 줄 것이니, 나로 하여금 무상혜안(無上慧眼)을 얻도록 하고, 기뻐하는 마음으로 그대에게 살가죽을 줄 것이니, 나로 하여금 부처님의 무상보리(無上菩提)를 얻게 하라.’
선남자야, 그때 복력왕은 오른손으로 자신의 두 눈을 빼내어 사명외도에게 주고, 얼굴에 피를 흥건히 흘리면서 말하였다.
나의 수많은 하늘ㆍ야차ㆍ
긴나라ㆍ아수라ㆍ모든 선신(善神)은 들어라.
허공이나 땅 위에 사는 이들은
나의 이 보시가 보살을 위한 것임을 밝히라.
가장 뛰어나고 미묘하며 적정한 도(道)를 체득하여
4폭류(暴流)에서 중생들을 건네주고
열반으로 옮겨가 저 언덕에 이르기를 원하노라.
다시 말하였다.
‘만약 내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체득한다면, 나의 목숨 줄[命根]이 며칠 동안 끊어지지 않게 하여, 생각[意念]이 어지럽지 않으며 후회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도록 해서 저 사명외도의 주술을 성취하게 하리라.’
그리고는 다시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의 살가죽을 가져가라.’
그때 토명이라는 사명외도가 예리한 칼로 복력왕의 살가죽을 벗기어 가져서 7일 안에 주술을 성취하였다.
그때 복력왕도 7일 동안 목숨 줄이 끊어지지 않고 의념(意念)이 흔들리지 않아, 이와 같은 고통을 받으면서도 한 생각도 후회하는 마음을 내지 않았다.
선남자야, 그 때의 대비 보장여래(大悲寶藏如來)의 아버지가 어찌 다른 사람이겠느냐? 다르다는 생각을 하지 말지니, 내 몸이 바로 보장여래의 아버지였느니라.
이것이 내가 이전에 처음으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발(發)한 것이고, 내가 처음으로 발심하였을 때 무수한 중생들에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내도록 권하였으니, 이것이 나의 첫 번째 용기 있고 씩씩한 행동[勇健行]이었다.
나는 본원(本願)을 따랐기 때문에 그곳에서 목숨을 마친 뒤에는 집예(集穢)라는 불국토의 전타라 집안에 태어났으니, 이것이 나의 두 번째 용기 있고 씩씩한 행동이었다.
그리고 전타라 종족 가운데서 중생들에게 권유하여 선(善)에 머물게 한 뒤에는, 스스로 힘써 정진하였으며,
나아가 강력한 전륜왕이 되어서 모든 염부제의 투쟁ㆍ원망ㆍ질투와 모든 더럽고 혼탁한 것을 없앴으며, 수명을 더욱 늘렸고,
스스로 눈과 살가죽을 보시한 것이 바로 나의 첫 번째 보시였다.
그곳에서 목숨을 마치고는 다시 집예 불국토의 두 천하 가운데 태어나니, 본원 때문에 다시 전타라 집안에 태어났고
……(자세한 내용은 생략함)……
그 가운데서 굳세게 정진하여 선법(善法)으로 중생들에게 권유하였으며,
나아가 강력한 전륜왕이 되어서 그 세계 안의 투쟁ㆍ원망ㆍ질투와 갖가지 더럽고 혼탁함을 없앴고, 수명을 더욱 늘렸으며,
거기서도 또 스스로 혀와 귀를 보시하였다.
나아가 모든 삼천대천의 집예 불국토마다 하나하나의 방소(方所)에서 이와 같은 장부행(丈夫行)을 하였으니,
본원(本願)으로 견고하게 정진하여 용맹스러움이 계속 이어져서,
본원 때문에 항하의 모래알처럼 수많은 5탁의 불국토에서 이와 같은 대장부의 행을 하고, 중생들에게 권유하여 선업(善業)에 머물도록 하며,
삼승 중에서 또다시 투쟁ㆍ원망ㆍ질투와 갖가지 더럽고 추악한 것들을 없앴다.
선남자야, 이 때문에 그 밖의 다른 모든 부처님 세존의 불국토가 청정하고, 저 모든 부처님 세존께서 이전에 무상보리행(無上菩提行)을 행하실 때에
다른 이를 비방하지 않으시고 거친 말로 남에게 덮어씌우지 않으시며,
공포를 나타내지 않으시고, 성문ㆍ벽지불승으로 중생을 교화하지 않으셨다.
그러므로 저 모든 부처님 세존께서는 마음대로 흡족하게 청정한 불국토를 얻으셨으니,
그 불국토에서는 계를 받고 범했다는 말이 없었으며,
또 거친 말과 좋지 않은 소리가 들리지 않았고, 모든 나쁜 소리가 없었으며,
오직 법성(法聲)으로 불국토가 충만하여 그곳의 중생들이 마음에 원하는 대로 들었고, 성문ㆍ벽지불이라는 이름도 없었다.
그러므로 내가 항하의 모래알처럼 수많은 대겁 동안 항하의 모래알처럼 수많은 5탁의 공불국토(空佛國土)에서 두려움과 핍박과 거친 말로 여러 가지 행을 권하되, 중생의 뜻을 잘 따라서 삼승에 머물도록 한 것과는 같지 않다.
그들의 남은 업이 내가 지금 있는 이 불국토에 더럽고 혼탁한 일이 많고, 좋지 못한 일과 나쁜 소리가 꽉 차며, 불선근(不善根)을 쌓은 중생들로 두루 차 있게 하는 것이니,
나는 삼승법(三乘法)을 설하여서 내가 과거세[先世]에 세운 원대로 불국토를 취하여 처소에 따라 중생들을 교화한 것이다.
이와 같이 부지런히 닦아 정진하고 보리행을 행하여 본래 원했던 불국토를 얻었으니, 내가 숙세에 세웠던 원과 같은 것이다.
선남자야, 내가 이제 행했던 단바라밀을 간략히 말할 것이니, 내가 보리행을 행할 때는 보시를 극진히 하였으므로,
이전의 어떤 보살도 이와 같이 보시를 행한 이가 없었고,
이후의 어떤 보살도 보리행을 행할 때에 이와 같은 보시를 행할 이는 없을 것이다.
내가 보리행을 행할 때에 보시한 것처럼 한 이가 없으나 여덟 대장부(大丈夫)는 제외하는데, 지여(持與)보살은 남방의 일체호(一切護)세계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고, 명호를 제예명여래(除穢明如來)라고 하며, 사람의 수명이 백 세인 세상에서 설법을 하고, 7일 뒤에 열반에 들어간다.
또 진각(進覺)보살은 동방의 아사발제(阿闍跋提)세계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고, 사람의 수명이 2천 세인 세상에서 불사를 한다.
저 사제여래(舍提如來)가 무상반열반(無上般涅槃)으로 반열반에 들어간 뒤에, 항하의 모래알처럼 수많은 대겁(大劫)을 지났는데도 저 대비 사리(大悲舍利)가 지금도 여전히 5탁의 공불국토에서 불사를 하고 있다.
도시견화(道是堅華)보살은 서원의 힘으로 보시를 하면서 보살행을 행하여, 뒤에 오는 세상에서 10개의 항하의 모래알처럼 수많은 대겁을 지나 북방에 오탁악세인 인누(因耨)라는 불국토가 있으니,
그 대장부는 그곳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고, 명호를 인제애왕(因除愛王) 여래ㆍ응공ㆍ정변지, 나아가 불세존이라 할 것이다.
저 훌륭한 장부인 혜명무외희(慧明無畏喜)보살은 일 대겁(大劫)을 지나, 서방의 오탁악세인 삼비라파제(三毘羅婆帝)라는 사람의 수명이 백 세인 세상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고, 명호를 일장명무후주왕(日藏明無后主王) 여래ㆍ응공ㆍ정변지, 나아가 불세존이라 할 것이다.
또 이제 여기 등락(等樂)과 희비(喜臂) 둘이 있으니, 수많은 대겁을 지난 후에 위쪽으로 회집곡(灰集曲)이라는 오탁악세가 있는데, 겁의 이름은 대란(大亂)이다.
저 등락보살은 본원력으로 사람의 수명이 50세인 회집곡이라는 세계에서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고, 명호를 불가사의락(不可思議樂) 여래, 나아가 불세존이라 할 것이다.
저 보살은 본원력으로 10년 동안 불사를 갖추어 짓고 난 뒤에 반열반에 들어가는데, 그 날로 정법도 없어져서 그 불국토는 10년 동안 텅 빌 것이다.
또 저 희비보살도 본원력으로 사람의 수명이 30세인 회집곡 불국토에서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고, 명호를 조명복(照明伏) 여래, 나아가 불세존이라 할 것이다.
10년 동안 불사를 갖추어 짓고 난 뒤에 무여열반의 세계에 들어가되, 본원력으로 반열반에 들어간 뒤에 정법이 만 70년 동안 세상에 머물 것이다.
저 두 장부(등락ㆍ희비 보살)는 앞에서도 수기를 얻었고 착하다는 칭찬을 들었는데, 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수기를 얻었으니,
머리를 조아려 세존의 발에 예를 올리고 나서는 환희하는 마음으로 땅에서부터의 거리가 일곱 길[仞]이나 되는 허공으로 올라가 두 손 모아 합장하고 함께 소리내어 게송으로 세존을 찬탄하였다.
부처님은 해처럼 세간을 비추시니
최상의 지혜와 용기도 이 때에 나온다네.
티 없이 청정한 눈, 세간의 길잡이[導師]시니
광명은 모든 외도들을 항복시키네.
수많은 세월 동안 무상(無相)을 닦고
미묘하며 위없는 보리를 구하기 위해
항하의 모래알 같이 많은 부처님께 공양했으나
과거의 부처님은 내게 수기 안 주셨네.
마음이 잘 해탈하여 탐욕이 없으시어
미혹한 세간 사람들 선행을 닦게 하시고
도(道) 잃은 이를 위해 묘법을 설하시어
나고 죽는 강물에서 중생을 건지시네.
우리들은 자연히 부처님 법에 출가하여
세존께서 말씀하신 해탈계(解脫戒)를
이미 배워 삼매에 들었고
세존을 그림자처럼 따르며 모신다네.
법을 즐겨 스스로 살아 의지함이 없고
법을 듣고 부처님을 마음에 떠올리네.
우리가 이제 눈앞에서 맡은 지위를 얻었으니
부처님께서 우리에게 보리를 수기하시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둘은 아직 보리심을 일으키지 않았으나,
선남자야, 이 등락(等樂)ㆍ희비(喜臂)와 저 지여(持與)ㆍ진각(進覺)ㆍ도시견화(道是堅華)ㆍ혜명무외희(慧明無畏喜) 등 여섯 장부는 내가 처음으로 보리로 교화한 이들이다.
그대들은 잘 들어라. 내가 이제 마땅히 말하겠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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