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살선계경 제8권
2.3. 정심품(定心品)
1) 중생을 연민하는 일곱 가지
보살마하살이 중생을 연민하는 데에 일곱 가지가 있다.
어떤 것이 이 일곱 가지인가?
첫째는 두려움이 없는 것[無畏]이고,
둘째는 진실(眞實)이고,
셋째는 근심하지 않는 것[不愁]이고,
넷째는 구하지 않는 것[不求]이고,
다섯째는 애욕의 마음을 갖지 않는 것[不愛]이고,
여섯째는 광대(廣大)이고, 일곱째는 평등(平等)이다.
보살마하살이 중생을 연민하여 두려워하는 바가 없기 때문에 세 가지 업의 선(善)을 닦아서 중생의 모든 악업(惡業)을 깨뜨린다. 그래서 이것을 두려움이 없다고 한다.
보살마하살이 중생을 연민하되 번뇌의 사랑이 아니므로, 법주(法住)가 아니고, 비니주(毘尼住)가 아니며, 망어(妄語)가 아니고, 비처(非處)를 교화하지 않는다. 이것을 진실이라 한다.
보살마하살은 연민하기 때문에 모든 중생을 위하여 열심히 고행(苦行)을 닦지만 마음에 근심이나 후회가 없다. 이것을 근심하지 않는 것이라 한다.
모든 중생들이 보살에게 구하지 않는 데도 모든 보살은 스스로 자심(慈心)을 닦는다. 이것을 구하지 않는 것이라 한다.
보살마하살이 연민을 닦을 때에 모든 중생들에 대하여 탐심(貪心)을 가지지 않는다. 탐심이 없다는 것은 은혜의 보답을 바라지 않으며 자심의 과보를 바라지 않는 것이다. 이것을 애욕의 마음을 갖지 않는 것이라 한다.
보살이 자심을 닦음에 있어 설사 중생이 때리고 욕하고 괴롭히고 해치더라도 끝내 자비를 닦는 마음을 버리지 않는다. 이것을 광대라 한다.
보살이 자심을 닦는 것은 한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널리 한량없고 가없는 중생을 위하고 한량이 없는 법계를 위하는 것이다. 이것을 평등이라 한다.
이것이 일곱 가지의 방법이다.
2) 마음의 청정
보살이 이와 같은 일곱 가지의 방법을 구족하는 것을 보살의 지극한 마음의 청정이라 한다.
심청정(心淸淨)에 열다섯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무상정(無上淨)이고, 둘째는 여법정(如法淨)이며, 셋째는 바라밀정이고, 넷째는 진실의정(眞實義淨)이며, 다섯째는 불가사의정이고, 여섯째는 안온정(安隱淨)이며, 일곱째는 낙정(樂淨)이고, 여덟째는 불방정(不放淨)이며, 아홉째는 견고정(堅固淨)이고, 열째는 불방정(不放淨)이고, 열한째는 부정정(不淨淨)이고, 열두째는 정정(淨淨)이고, 열셋째는 선정(善淨)이고, 열넷째는 조복정(調伏淨)이고, 열다섯째는 성정(性淨)이다.
보살마하살은 지극한 마음으로 오로지 불보(佛寶)ㆍ법보(法寶)ㆍ승보(僧寶)를 염한다. 이것을 무상정이라 한다.
보살이 보살의 금계를 받으면 지극한 마음으로 이를 옹호하여 훼범(毁犯)하지 않도록 한다. 이것을 여법정이라 한다.
보살마하살은 지극한 마음으로 다섯 가지 바라밀을 구족한다. 이것을 바라밀정이라 한다.
보살은 지극한 마음으로 법계가 나[我]가 없으며 나의 것[我所]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유포(流布)하기 때문에 사부(士夫)라 한다는 것을 알며, 십이부경(十二部經)의 깊고 심오한 뜻을 분명하게 통달하여 안다. 깊고 심오한 뜻이란 곧 제일의(第一義: 불교의 근본 원리)이다. 이 첫째의 이치를 진실의정이라 한다.
모든 불ㆍ보살은 처음 세상에 태어날 때부터 열반에 이르기까지 불가사의하다. 이것을 불가사의정이라 한다.
보살이 지극한 마음으로 자비심을 닦는 것은 널리 모든 중생에게 안락을 베풀려는 것이다. 이것을 안온정이라 한다.
보살마하살은 고통받는 중생을 위해 자비심을 닦아서 그들로 하여금 즐거움을 얻게 한다. 이것을 낙정이라 한다.
보살마하살이 모든 중생을 위하여 자비심을 닦되, 무식심(無食心)ㆍ무과심(無果心)ㆍ무은보심(無恩報心)을 구하지 않으며, 또한 중생이 모든 악행을 행하도록 방치하지 않는다. 이것을 불방정이라 한다.
보살마하살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위하므로 그 마음이 견고하여 이를 파괴할 수 없다. 이것을 견고정이라 한다.
보살마하살은 한량이 없는 세간에서 지극한 마음으로 보리의 선행(善行)을 닦는 바, 이와 같은 보리 및 보리의 도는 공허함과 거짓이 없다. 이것을 불광정이라 한다.
보살마하살이 아직 해지(解地)를 얻지 못하였으면 이것을 부정정이라 한다.
보살마하살이 정지(淨地)에서 필경지(畢竟地)에까지 주(住)하면 이것을 정정이라 한다.
보살마하살이 필경지에 주하여 단(檀)바라밀을 닦으면 이를 선정이라 한다.
보살마하살이 정지를 얻음으로 해서 그 마음을 조복하면 이를 조복정이라 한다.
보살마하살이 정지 및 필경지에 주하는 것을 성정이라 한다.
성정은 이를 닦아 쌓은 뒤에 청정해진 것이 아니고 본래의 자성(自性)이 그러하여 몸과 마음이 청정하기 때문에 성정이라 하는 것이다.
보살이 이와 같이 열다섯 가지의 법을 구족하면 능히 다음과 같이 열 가지의 일을 짓는다.
보살이 무상정을 인하여 능히 삼보(三寶)에 공양한다. 삼보에의 공양은 곧 모든 보리의 도의 근본을 장엄하는 것이다.
보살이 수지정(受持淨)을 인하기 때문에 능히 보살의 금계(禁戒)를 받아 지녀 몸과 목숨을 버림에 이르기까지 끝내 이를 훼범(毁犯)하지 않으며, 만일 기억을 잊어버려서 범할 경우, 즉시 참회한다.
보살이 바라밀정을 인하여 언제나 능히 모든 선법을 닦아서 방일(放逸)하지 않음을 성취한다.
보살이 진실의정을 인하므로 비록 번뇌가 있을지라도 중생을 위하여 생사를 유전(流轉)하면서 끝내 열반의 마음을 잃지 않는다.
보살이 불가사의정을 인하여 한량없는 중생으로 하여금 불법에 대하여 크게 믿는 마음을 얻어서 도과(道果)를 닦게 한다.
보살이 안온정ㆍ낙정ㆍ불방정을 인하여 모든 중생을 이익되게 하는 일을 구족하게 성취하되, 마음에 근심하거나 후회하지 않는다.
보살이 견고정을 인하여 열심히 닦아 정진하여 게으름을 깨뜨리고 방일하지 않음을 성취한다.
보살이 불광정을 인하여 곧장 아뇩다라삼먁보리를 얻어서 선법을 증장(增長)하며 무염(無厭)을 수행한다.
보살이 조복정과 성정을 인하여 능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로써 중생을 교화하고, 능히 안온(安隱)으로써 인(人)ㆍ천(天)의 모든 중생에게 베푼다.
보살의 성정은 세 가지 정(淨)을 포섭한다. 이른바 부정정ㆍ정정ㆍ선정이다.
과거와 미래에 현재의 모든 부처와 모든 보살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니 과거에 이미 얻은 것과 미래에 얻은 것과 금생에 얻은 것이니, 어느 것이든 이 열다섯 가지의 정(淨)을 통하지 않고는 얻는 것이 없다.
만일 누가 말하기를
“보살이 이 열다섯 가지의 정법(淨法)을 떠나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는다”고 한다면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