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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살영락경 제4권
13. 성도품(成道品)
그때에 보살이 있으니 이름이 무외(無畏)였다. 지나간 세상에서 수없는 부처님들께 일찍이 공양하였고, 이미 총지(摠持)를 얻어서 3세(世)의 이루어짐과 무너짐의 나아가는 바를 분별하였다.
그 보살이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팔을 들어내고 합장한 채 꿇어앉아 부처님께 여쭈었다.
“그렇사옵니다, 부처님이시여. 이제 여래ㆍ지진ㆍ등정각께서 설한 네 가지 성현의 있기 어려운 법을 들었사온데, 일찍이 들은 적도 없고 본 적도 없는 것이었습니다.
만일 선남자나 선여인이 4제(諦), 즉 4성제(聖諦)의 이름을 받아 지니고 읊고 외운다면, 문득 남에게 훌륭한 도움의 복전(福田)을 지을 수 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부처님이시여, 이 선남자나 선여인은 큰 서원을 세워서 자기 자신만을 위하지 않고 공제(空際)에서 중생을 제도하여 모두 남음이 없는 열반의 경계에 이르러서 열반에 들게 하고자 하였기 때문입니다.
보살마하살로서 이 4성제를 얻은 이는 중생은 다 있는 바가 없다고 관하니, 공관(空觀)의 보살은 스스로 몸이 있지 않고 또한 중생도 없는지라 큰 서원의 마음을 잡아서 공(空)으로 공(空)을 들어 수없는 겁에서 공(功)을 쌓고 덕을 쌓나이다.
모든 부처님이 세상에 출현하심을 관하여 보니, 온갖 법에 형상과 모양이 없음을 분별하여서 세상의 이익인 이롭고 쇠하는 것, 헐고 기리는 것, 칭찬하고 꾸짖는 것, 괴롭고 즐기는 것에 집착하지 않으시고, 또한 중생ㆍ나[我]ㆍ남[人]ㆍ수명ㆍ오는 세상ㆍ지나간 세상ㆍ지금 세상의 심식(心識)을 알아서 낱낱이 분별하여 능히 성취케 하나이다.”
이때 무외(無畏)보살이 다시 부처님에게 여쭈었다.
“어떠하나이까, 부처님이시여. 중생의 무리는 일컬어 기재할 수 없을 정도로 많으니, 이것은 아라한이나 벽지불이 미칠 바가 아닙니다.
지나간 세상 항하 모래 무앙수의 부처님이 자못 뜻을 발하여 보살도를 구하면서 말하기를
‘나는 아주 오랜 후에 마땅히 바르고 참다운 도를 이룰 것이니, 나는 능히 허공제(虛空際)를 다해서 허공제의 중생의 근본을 알리라.
이미 허공의 중생을 분별할 수 있었다면, 다시 식의 유취(有趣)와 무취(無趣)를 능히 분별할 수 있다’고 해서,
이와 같은 중생을 모조리 하루 안에 능히 도를 이루게 하는 일, 이것이 있을 수 있나이까 또는 없나이까?”
그때 부처님께서 무외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오는 세상ㆍ지나간 세상ㆍ지금 세상의 식은 그대의 경계로서는 분별할 수 있는 바가 아니다.
지금 그대가 한 질문은 모두 부처님의 위신이니라. 왜냐하면 여래ㆍ지진ㆍ등정각이라야 비로소 낱낱이 깊은 법을 선포해 창달할 수 있기 때문이니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족성자여, 지나간 세상의 식은 그대가 물은 바와 같다.
식이 유전(流轉)하는 천상과 인간의 네 갈래에서 8부에 이르기까지를 다 알아서 식이 거치고 나아간 바를 능히 다 분별하느니라.”
무외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여래ㆍ지진ㆍ등정각은 큰 서원의 마음을 발하여서 모두 오는 세상ㆍ지나간 세상ㆍ지금 세상을 능히 빼내어 건져주시나이다.
어떻게 하여 하루 사이에 모두 부처를 이루게 하시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무외보살이여, 질문이 참으로 훌륭하구나. 이제 그대를 위하여 낱낱이 분별하여 나아갈 바와 묻는 바를 알게 하리라.
과거의 식(識)은 과거 속에서 과거의 식으로 하여금 부처를 이루게 하지 못하게 하며,
현재 속에서 현재의 식으로 하여금 부처를 이루게 하지 못하게 하며,
미래 속에서 미래의 식으로 하여금 성불에 이르게 하지 못하게 하느니라.
왜냐하면 과거의 식은 본래 과거의 식이 아니며, 미래의 식은 미래의 식이 아니며, 현재의 식은 현재의 식이 아니기 때문이니라.
[과거의 성불의 세 가지 일의 행]
무외보살이여, 반드시 알아 두어라.
과거의 성불에 세 가지 일의 행이 있으니,
어떤 것이 셋이 되는가?
초심(初心)이 있고, 생심(生心)이 있고, 중생심(衆生心)이 있느니라.
어떤 것이 초심(初心)인가?
무외보살이여, 반드시 알아 두어라.
본래 여래ㆍ지진ㆍ등정각은 없이, 곧 중생들을 교화하여 한 날 한 시에 모두 불도를 이루도록 하니, 이것을 소위 ‘초심’이라고 말하느니라.
어떤 것이 생심(生心)인가?
이른바 ‘생심’이란 이미 티끌과 때[塵垢]를 받았으면 바야흐로 마땅히 마음을 멸하여 때를 없애야 하는 것을 말하느니라.
어떤 것이 중생심(衆生心)인가?
만일 어떤 중생이 겁에서부터 겁에 이르고, 나아가 백천 겁에 이르기까지 다시 무수한 생사(生死) 번뇌를 다하면,
이 보살마하살은 마땅히 저 무수한 번뇌를 멸하고 아울러 무수한 중생을 제도하여야 하느니라.
이것을 무외보살아, 과거 속에서 세 가지 일을 성취하였다고 말하느니라.
[미래의 성불의 세 가지 일의 행]
무외여, 마땅히 알아 두어라.
여래ㆍ지진ㆍ등정각은 미래에서도 또한 세 가지 법을 꼭 갖추어야 하나니,
어떤 것이 셋이 되는가?
가령 미래의 마음은 현재에서는 아직 받지 못하였으니, 이것은 또한 나아가야 하느니라.
다시 무외여, 미래의 마음은 이미 하루가 지나가면 문득 티끌과 때가 있나니, 보살마하살은 마땅히 하루의 티끌과 때를 멸해 없애야 하느니라.
족성자여, 마땅히 알아 두어라.
미래의 이전(移轉)이 한 겁에서부터 백겁에 이르고 나아가 무수 아승기겁에 이를지라도, 여래ㆍ지진ㆍ등정각은 이 신식(身識)과 번뇌를 아시나니,
이것을 미래 속에서 이 세 가지 법을 꼭 갖추어야 한다고 말하느니라.”
[현재의 성불의 세 가지 일의 행]
부처님께서 다시 족성자에게 말씀하셨다.
“여래ㆍ지진ㆍ등정각께서 현재 속에서 다시 세 가지 법을 반드시 갖추시어야 하나니,
어떤 것이 셋이 되는가?
초식(初識)은 현재 아직 번뇌에 물들지 않았으니, 곧 그 식으로 하여금 하루에 멸도케 하며,
하나든 둘이든 문득 번뇌를 낳거든 능히 하나와 둘의 번뇌를 멸해 없애야 하나니, 그리하면 저가 비로소 성불할 수 있느니라.”
부처님께서 다시 족성자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현재에서 한 몸으로부터 백천 몸에 이르기까지 온갖 번뇌를 낳으면,
이것을 보살마하살이 현재 속에서 세 가지 법을 갖추었다고 말하느니라.”
[세 가지 일의 행으로 제도한 이]
부처님께서 다시 무외보살에게 말씀하셨다.
“과거에서 초심(初心)으로 하루에 제도한 이는 바로 과거의 보시(普施) 여래ㆍ지진ㆍ등정각이시다.
과거에서 생심(生心)으로 제도를 받은 이는 바로 무등(無等) 여래ㆍ지진ㆍ등정각이시다.
과거에서 중생심으로 제도를 받은 이는 바로 원본(原本) 여래ㆍ지진ㆍ등정각이시다.
미래에서 처음 마음으로 제도를 받을 이는 바로 공색(空色) 여래ㆍ지진ㆍ등정각이시다.
미래에서 한, 두 몸으로 제도를 받을 이는 바로 공문(空門) 여래ㆍ지진ㆍ등정각이시다.
미래에서 무수한 몸으로 제도를 받을 이는 바로 정의(定意) 여래ㆍ지진ㆍ등정각이시다.
현재에서 처음 마음으로 제도를 받은 이는 바로 무신(無身) 여래ㆍ지진ㆍ등정각이시다.
현재에서 한, 두 몸으로 제도를 받은 이는 바로 선성수(善星宿) 여래ㆍ지진ㆍ등정각이시다.
현재에서 무수한 몸으로 제도를 받는 이는 바로 월광(月光) 여래ㆍ지진ㆍ등정각이시다.
어떠한가, 족성자여. 그대는 아홉 가지 품 가운데서 어느 곳을 지향하는가?
과거의 초심을 좇고자 하느냐, 과거의 생심이냐, 과거의 중생심이냐?
미래의 처음 마음을 좇고자 하느냐? 미래의 한, 두 마음이냐? 미래의 수없는 겁의 마음이냐?
현재의 처음 마음을 좇고자 하느냐? 현재의 한, 두 마음이냐? 현재의 수없는 마음이냐?”
무외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가령 제가 처음에 마음을 발하여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를 구할 때는 능히 어떤 도를 구할지 스스로 알지 못하였는데,
이제 여래께서 아홉 가지 품의 행을 말씀하심을 듣게 되니,
이제 비로소 큰 서원의 큰마음을 발하여서 과거의 초심(初心)으로 티끌과 때를 아직 받지 않은 이를 제도하고자 하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치어라, 그만 그치어라. 족성자여, 그대는 지금 이미 초심에 떨어졌구나.
어떻게 초심에서 위없는 등정각을 이루고자 하는가?
이것은 이룰 수 없는 것이니라.”
무위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제 과거의 초심에 이미 떨어졌사오니,
원하옵건대 과거의 생심(生心)으로 중생을 제도하여 보편적이고 동등한[普同等] 지혜로 위없는 등정각을 이룰 것을 구하고자 하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가 이제 이미 이 경계를 넘어서 아래 경지로 떨어졌다.
중생을 제도하여 위없는 등정각을 이룰 것을 능히 판별하지 못하였느니라.”
[9품의 중생의 서원과 성불]
그때에 무외보살이 다시 부처님에게 여쭈었다.
“어떠합니까, 부처님이시여. 과거의 번뇌의 중생에게 큰 서원의 마음을 발하여 위없는 등정각을 이룰 수 있사옵니까, 안되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안되느니라. 왜냐하면 과거의 수없는 것은 이미 멸하였고 이미 다했으며, 지금 나타난 몸은 저 번뇌를 다하지 못하느니라.
이런 까닭으로 위없는 등정각은 이룰 수 없느니라.”
무외보살이 다시 부처님에게 여쭈었다.
“제가 지금 과거의 세 부분[三分]으로부터 영영 얻은 바가 없나이다.
위에 있었고 아래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위없는 지진 등정각을 얻지 못하나이다.”
“왜냐하면 그대는 본래 큰 서원의 마음은 발하였지마는 저것도 아니고 이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룰 수 없느니라.”
무외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어떠하나이까? 부처님이시여, 제가 이제 미래의 한, 두 몸을 버려서 미래의 번뇌를 버리고자 하나이다.
다시 현재의 처음 마음으로부터 위없는 등정각을 이룰 수 있겠나이까, 못 얻겠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안되느니라. 그대가 본래 뜻을 발한 마음은 매여 있는 데가 있나니,
여래ㆍ지진ㆍ등정각은 그 변화에 따라 국토를 관하여 보아서 매여 있음에 알맞게 응할 뿐이지 그대의 본원(本願)에는 있지 않느니라.”
무외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이시여, 미래 속에서 한마음, 두 마음을 버리고, 다시 미래 속에서 번뇌의 중생을 버리고,
다시 현재에서 현재의 중생을 버리고, 자못 현재에서 한마음, 두 마음의 중생으로 하여금 위없는 등정각을 이루게 할 수 있겠나이까, 없겠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없느니라. 왜냐하면, 그대의 본래 뜻을 발한 마음이 매여 있고, 그대의 본원(本願)에 있지 않기 때문이니라.”
무외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이시여, 또한 한마음, 두 마음을 버리고, 다시 미래의 중생 번뇌를 버리고, 다시 현재의 처음 마음을 버리고, 다시 현재의 한마음 두 마음을 버리고서 이제 현재의 번뇌 중생에게서 서원을 발하고자 하는데 될 수 있겠나이까? 없겠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안 되느니라. 왜냐하면 이 경계는 이미 지나갔느니라.”
[부처님과 9품의 경지]
그때 무외보살이 부처님에게 여쭈었다.
“부처님이시여, 오늘날 부처님께서는 아홉 가지 품 가운데 어느 경지[地]에 계시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과거의 셋과 미래의 셋과 현재의 셋을 다 버렸느니라.”
“다시 미래의 처음 마음에서 등정각을 이루어 미래의 처음 마음의 중생으로 하여금 등정각을 이루게 할 수 있나이까, 없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없느니라. 왜냐하면 그대의 몸이 미래가 아니기 때문이니,
어떻게 등정각을 이루어서 미래의 중생을 제도하고자 하는가?
이 일은 그렇지 못하느니라.”
무외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이시여, 저는 이제 미래의 처음 마음에 떨어졌사오나,
다시 큰 서원을 발하여서 미래의 한, 두 마음에서 등정각을 이루고자 하나이다. 안되겠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러하니라. 그대의 원하는 바를 열매 맺었느니라.
왜냐하면 그대는 본래 무수 아승기겁에 항상 큰 서원과 광대한 마음을 발하였으므로 즉각 이 몸으로 위쪽의 청정세계에 반드시 올라가서 그 가운데 부처를 이룰 것이니라.
이제 그대의 명호는 무외(無畏) 여래ㆍ지진ㆍ등정각이니라.”
무외보살이 수기를 받고 나자 기뻐 날뛰면서 즉시 자기 얼굴로 청정세계를 보니 교화된 중생이 자기와 다름이 없었다. 왜냐하면 모두 부처님의 위신력으로 그들을 모조리 보게 하였기 때문이다.
그때에 무외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이시여, 제가 이제 큰 서원의 마음을 발하여 무수한 항하 모래 수효의 여러 부처님께 공양하겠나이다.
그리고 원하옵건대, 미래의 번뇌 중생을 제도하고 그 가운데서 등정각을 이루고자 하옵는데, 얻을 수 없겠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니다.
그대는 도를 구한 이래로 마음이 중제(中際)가 아니라 둘을 없애서 번뇌 중생 가운데 있으므로
여래ㆍ지진ㆍ등정각ㆍ명행성위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도법어ㆍ천인사를 이루어서 불세존이라고 하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