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유식론 제2권
2.1. 초능변식의 체상(4), 종자의 개념 여섯 가지
[종자의 개념 여섯 가지]
그런데 종자의 개념에 대략 여섯 가지가 있다.
첫째, 찰나에 생멸한다[刹那滅]. 종자의 자체가 일어나자마자 바로 다음 순간에 반드시 멸함으로써 뛰어난 세력이 있는 것이 비로소 종자가 된다.
이것은 상주불변의 법162)을 부정한다. 상주불변해서 전변이 없는 것은 능히 생겨나게 하는 작용이 있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둘째, 결과와 함께 존재한다[果俱有].
일어난 현행의 결과법과 함께 현현하여 화합하는 것이 비로소 종자가 된다.
이것은 (원인ㆍ결과가) 앞과 뒤로 시간을 달리한다는 주장163)과 반드시 별개로 존재한다[相離]는 주장164)을 부정한다.
현행과 종자는 다른 종류이므로 서로 위배되지 않는다.165) 한 몸에 함께할 때 능히 생겨나게 하는 작용이 있기 때문이다.
종자가 자기 부류를 서로 생겨나게 해서, 전법과 후법이 서로 달라 반드시 함께 존재하지 않는 것과는 다르다.166) 원인과 결과는 함께하는 것과 함께하지 않는 것이 있지만, 167) 현행할 때에 원인의 작용이 있을 수 있으며, 아직 생겨나지 않은 것(미래)과 이미 멸한 것(과거)은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의 결과를 일으키는 데서 종자라는 명칭을 붙임에 의하는 것이지, 자기 부류를 이끌어 내는 것을 종자라고 이름함에 의하지 않는다.168) 그러므로 다만 결과와 함께 있다고 말해야 한다.
셋째, 항상 따라서 유전한다[恒隨轉].
반드시 오래도록 한 종류로 상속해서 구경위에 이르는 것169)이 비로소 종자가 된다.
이것은 종자가 전식(轉識)이 아니라는 뜻이다. (전식은 三性이) 바뀌고[轉易]170) 잠시 중단됨이 있어서, 종자의 법과 상응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은 종자가 자기 부류를 서로 생겨나게 하는 것[自類相生]을 나타낸다.
넷째, 성품이 결정적이다[性決定].
원인의 세력에 따라 선과 악 등을 일으키는 능력이 결정되는 것이 비로소 종자가 된다.
이것은 다른 부파(설일체유부 등)에서 다른 성질의 원인이 다른 성질의 결과를 일으키는 데 인연의 뜻이 있다고 국집하는 견해를 부정한다.
다섯째, 여러 가지 연(緣)을 기다린다[待衆緣].
반드시 자기의 여러 연(緣)의 화합을 기다려서 작용의 능력이 뛰어나게 되는 것이 비로소 종자가 된다.
이것은 외도가 집착하듯이, 자연히 존재하는 원인[自然因]이 여러 연(緣)을 기다리지 않고 항상 단박에 결과를 일으킨다는 주장을 부정한다.
또한 다른 부파에서 연(緣)이 항상 존재한다고 말하는 것을 부정하고, 필요로 하는 연이 자성이 있는 것이 아님을 나타낸다.171) 따라서 종자는 결과에 대해서 항상 단박에 생겨나게 하는 것이 아니다.
여섯째, 자신의 결과를 이끌어 낸다[引自果].
갖가지 색법ㆍ심법 등의 결과를 각각 이끌어 내는 것이 비로소 종자가 된다.
이것은 외도가 오직 하나의 원인(대자재천)이 모든 결과를 일으킨다고 국집하는 견해를 부정한다.
또한 다른 부파172)가 색법과 심법이 서로 인연이 된다고 국집하는 견해를 부정한다.
오직 근본식 중의 공능차별(功能差別)이 이 여섯 가지 뜻을 갖추어 종자를 이룬다.173)
이외에 다른 것이 아니다.
외부세계의 곡식ㆍ보리 등은 식이 전변한 것이기 때문에 종자라는 이름을 가립하지만, 174) 참다운 의미의 종자는 아니다.
이 종자의 세력이 가까운 결과[近果]와 진정한 결과[正果]를 일으키는 것을 생인(生因)이라 이름하고,
먼 결과[遠果]와 나머지 결과[殘果]를 이끌어 갑자기 단절되지 않게 하는 것을 인인(引因)이라고 한다.175)
내부세계의 종자는 반드시 훈습에 의해 생겨나고[新熏種子] 증장해서[本有種子] 직접 결과를 일으킨다. 이것이 인연의 속성이다.176)
외부세계의 종자에는 훈습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다.
외부세계의 종자는 증상연이 되어 생겨난 결과를 판별한다.
반드시 내부세계의 종자로써 그것[外種]의 인연으로 삼는다.
이것은 공상(共相)의 종자177)가 생겨난 결과이기 때문이다.
162)
무위법 또는 외도의 자성(自性) 등을 말한다. 그들 상주법은 생멸이 없으므로 종자의 속성이 없다. 그 진여로부터 일체법을 연기한다는 주장을 논파한다.
163)
경량부와 상좌부 등의 주장이다. 반드시 원인은 앞에 있고 결과는 뒤에 있어야 한다는 인과이시(因果異時)의 견해이다.
164)
대자재천외도의 견해이다.
165)
현행과 종자는 다른 종류이므로 동시에 병존하여 인과관계를 맺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색법의 현행은 장애[質礙]가 있고, 종자는 장애가 없어서 다른 종류이므로 동시에 병존할 수 있다.
166)
아뢰야식 속에서 종자생종자(種子生種子)의 경우는, 능생(能生)의 종자도 소생(所生)의 종자도 같은 종류이므로 동시에 병존할 수 없다.
이것은 반드시 전후 두 찰나에 인과(因果)가 되므로 진정한 인과라고 말할 수 없고, 다만 의미가 비슷하기 때문에 인과라는 명칭을 부여할 뿐이다.
167)
종자와 현행의 인과는 인과동시(因果同時)이고, 종자와 종자의 인과는 인과이시(因果異時)인 것을 가리킨다.
168)
종자생현행(種子生現行)의 인연에 종자라는 명칭을 부여한다. 한편 종자생종자에도 종자로서의 뜻을 부여할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169)
여기서 구경위(究竟位)는 그 종자에 따라 달라진다. 종자가 초지(初地)에서 견도에 들어갈 때 끊어지면 전도가 구경위가 된다. 또한 금강유정(金剛喩定)에서 끊어질 때는 금강유정이 구경위가 된다.
170)
3수(受)가 바뀌고[轉易], 3성(性)이 바뀐다[改轉].
171)
설일체유부에서 삼세실유(三世實有)ㆍ법체항유설(法體恒有說)을 주장하여, 필요로 하는[所待] 연(緣)이 항상 존재한다는 견해를 논파한다.
172)
유부 등의 견해이다.
173)
위에서 열거한 여섯 가지는 종자의 속성인 동시에 종자가 종자로서 작용하기 위한 조건 자격이다. 모든 종자는 찰나멸(刹那滅)ㆍ과구유(果俱有)ㆍ항수전(恒隨轉)ㆍ성결정(性決定)ㆍ대중연(待衆緣)ㆍ인자과(引自果)의 여섯 가지 속성을 갖추어야 비로소 종자로서의 작용이 가능해진다. 다만 순간순간 반드시 여섯 가지를 구비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여러 순간에 함께 구비한다.
174)
보리 등 곡식은 식소변(識所變)의 현행법으로서 그것에서 다시 보리 등의 싹을 내므로 종변(種變)이지만, 그 현행법은 종자가 아니다.
따라서 증상연으로서 친인연(親因緣)의 뜻은 없지만, 다만 가(假)로 종자라고 이름한다.
175)
쌍(雙)으로 내부의 종자와 외부의 종자인 생인(生因)과 인인(引因)을 판별한다.
176)
이하 종자의 4연(緣)을 분별한다.
177)
종자에 공상종자(共相種子)와 불공상종자(不共相種子)가 있다. 다른 유정과 함께 수용하는 모든 대상의 종자는 공상종자이다. 오직 자기에만 국한되고 다른 것에 통하지 않는 5근(根) 등의 종자는 불공상종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