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중허마하제경 제10권
[오로미라 가섭의 두 아우]
그때 오로미라 가섭에게 두 아우가 있었는데 첫째의 이름이 나제 가섭(曩提迦葉)이요, 둘째의 이름은 아야 가섭(誐耶迦葉)이었다.
이 두 가섭은 저마다 250의 제자들을 두었고 모두가 니련하 하류의 언덕 곁에 머무르고 있으면서 저마다 스승의 법에 애써 더욱 닦고 익히며 있었다.
이 두 가섭은 어느 날 니련하 물속에서 갑자기 오로미라 가섭이 불에 제사하는 도구, 호마ㆍ주걱 등과 사슴 가죽과 나무 가죽의 옷과 깨끗한 병ㆍ지팡이ㆍ가죽신 등의 물건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니련하 물을 따라 흘러내려 오는 것을 보고서
놀라고 괴이하게 여기며 생각하기를,
‘우리의 형님 가섭께서 왕의 재난은 없었을까? 도둑의 재난은 없었을까? 물과 불 등의 재난은 없었을까? 이 재난으로 말미암아 수행하는 데에 잘못이 있으리라.
만약 그렇지 않다면 어찌하여 불에 제사하는 도구와 갖가지 물건들이 물속에 버려져서 제멋대로 흘러내려온단 말인가. 자세히 알아보면 오늘 반드시 차이가 난 일을 보게 되리라’하였다.
이에 두 아우는 생각하고 의논하기를 두 번 세 번 하다가 같이 형을 찾아 나갔다.
그 확실한 것을 캐기 위하여 형이 살던 곳에 닿았더니 가섭과 제자들은 보이지 않고 오직 살던 데만 남아서 쓸쓸하고 고요할 따름이었다.
이때에 두 가섭은 갑절이나 더 구슬퍼져서 곧장 이웃 사람에게 나아가서 그 까닭을 물었더니,
이웃 사람은 대답하였다.
“오로미라는 신선의 도를 버리고서 제자들을 데리고 사문에게 귀의하였습니다. 우리 여러 사람들도 그 사실은 모릅니다. 스스로 거기에 나아가서 그 까닭을 물으십시오.”
이때에 두 가섭은 이 말을 듣고 나서 서로가 말하였다.
“나 역시 어떤 사문이 요사이 이곳에 왔었음을 들었습니다. 무릇 모든 거동이 다 보통 사람과는 다르다 하던데, 만약 우리 형님과 제자들이 참으로 그러하였다 하면 매우 희한한 일입니다. 이제 거기에 가서 몸소 거짓인가 참인가를 자세히 살펴야겠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가 따르며 같이 부처님의 처소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그의 형 오로미라와 제자들이 가사를 입고 사문의 형상이 되어 있음을 보았는데 모두가 부처님 앞에 앉아서 우러러보며 법을 듣고 있었다.
이때에 두 가섭은 눈으로 이 일을 직접 보고 그 진실임을 알아차리자, 마음이 놀라고 털이 곤두서서 발이 나아가지를 못하였다.
부처님께서는 나제 가섭이 와서 그의 형을 찾는 것을 보셨다. 또 모임의 앞에 서서 발을 떼지 못함을 보시고서 곧 오로미라 스스로가 일어나서 영접하게 하셨다.
이때에 두 가섭은 그의 형이 자리를 떠서 영접함을 보고 곧 앞으로 달려 나가서 발에 예배하고 문안하면서 두 가섭은 말하였다.
“우리 형님은 나이가 늙으셨고 덕이 있으며 오래부터 이미 닦고 행하여 학문이 넓고 널리 통달하여 세상에서는 같을 이가 없사오며,
마가다의 국왕과 대신이며 일반 평민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우리 형님은 아라한의 도를 증득하셨다 하여 언제나 갖가지의 향과 꽃과 음식과 훌륭한 의복이며 그리고 값진 보배를 가지고 와서 공양을 하며 무릇 말씀이 있으시면 진실로 믿지 않음이 없었사온데,
어찌하여 오늘 갑자기 자기의 도를 버리시고 남의 가르침을 따르셨나이까?
저희들이 본래 닦고 행한 것은 형의 지시에 의지한 것이며 제자들에게 이르기까지 모두가 다른 일은 없사옵니다.
형님이 이제 스스로 본래 닦고 익히던 바를 버리셨는데, 저희들은 어떻게 다시 굳게 나아가겠나이까? 큰 의심 그물에 걸려 있으니, 원컨대 깨우쳐 주옵소서.”
이렇게 말하여 마치고 엄숙히 한쪽에 서 있었다.
이때에 오로미라 가섭은 나제 가섭 등에게 말하였다.
“지나간 세상에는 부처님께서 없어서 마치 어둔 밤과 같았다. 사람이 슬기로운 눈이 없으면 나쁜 데에 빠지는 줄 모르느니라.
나는 이 즈음에 굳은 절개로 수행하며 불 섬기는 것을 공으로 삼아 매양 거룩한 증득을 기원하였고 다시금 이 도로써 더욱 너희들을 가르쳤으며, 딴 사람으로서는 나의 도보다 지나갈 수 있는 이가 없기에 곧 스스로가 아라한을 증득하였다고 여겼었느니라.
큰 사문이 계시는데 바로 부처님ㆍ세존이시다. 몸의 길이는 한 길 여섯 자요, 금빛이 휘황하게 빛나며 상호가 완전히 갖추어지고 거룩한 덕이 특히 높으시니라.
나를 가엾이 여기셔서 일부러 가까이 와서 머무셨는데, 무릇 동정(動靜)에는 하늘이 모두 멀리서 알았나니 4천대왕과 범왕ㆍ제석에 이르기까지 다 함께 와서 법을 들었느니라.
또 신통을 보건대 찰나 동안에 4대주(大洲)와 천상에 이르기까지 오가면서 소타[蘇陀味]를 가져다 모두 다 나에게 보였느니라.
또 다시 나는 진실로 아직은 아라한의 도를 증득하지 못하였음을 알았느니라. 이 일 때문에 나의 도는 그 분보다 못하였고 살펴 깨쳐서는 먼저 진실로 부끄러워하고 뒤에는 뉘우쳐야 되었으며, 이에 제자들과 지성으로 출가하였더니, 우리들을 가엾이 여기셔서 곧 구제하시어 법복을 입게 하며 제도하여 승가를 만드셨느니라.
먼저 너희들에게 알리지 아니한 것이 나의 허물이로다.”
이때에 나제 가섭과 아야 가섭은 근기와 인연이 이미 성숙되었는지라 문득 믿음과 향상(向上)을 일으키며 이 말을 듣고 나서 슬픔과 기쁨이 엇섞이면서 형에게 말하였다.
“우리의 본래 수행은 형님으로 인하여 가르쳐 받았거늘, 형님이 이제 버리신다면 우리 또한 따르기를 원하옵니다.”
또 다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심이 없으면 어떻게 바른 법을 듣겠나이까. 비록 늙어 꼬부라짐에 그친다 하더라도 역시 뛰어나기를 바라겠사옵니다.”
오로미라 가섭은 말하였다.
“장하고 장하도다. 지금이야말로 바로 그 때이니라.”
나제 가섭과 아야 가섭은 곧 부처님께 나아가서 땅에 엎드려 두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서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 형님 오로미라 가섭은 먼저는 바로 본래의 스승이온데, 이제 출가하여 이미 사문이 되었으니 우리도 이제 출가하려 하옵니다. 원하옵나니, 제도하여 주시옵소서.”
부처님께서는 잠자코 허락을 하시면서도 도리어 그의 제자들을 인도하게 하려고 말씀하셨다.
“너희들 제자들은 모두 알고 있느냐?”
두 가섭은 말하였다.
“아직 모르옵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너희들이 알리고 돌아오면 너희들을 제도하리라.”
이때에 두 가섭은 부처님의 분부를 받고 살던 데로 돌아가서 저마다 제자들을 모아 놓고 말하였다.
“마나바가 너희들은 곧 알겠느냐. 큰 사문이 계시는데 그 명호는 부처님이시다.
요사이 우리 스승 가섭이 사시던 데에 오셔서 누차 신통으로써 기이한 형상을 나타내시어 모두 우리의 스승에게 하나하나 눈으로 보게 하셨다.
또 법의 힘으로써 그의 하는 일을 누르셨으므로, 우리의 스승은 살펴 깨달아서 법이 그보다 못한 줄 아셨는지라 여러 제자들을 거느리고 그에게 나아가서 출가하셨다.
나는 그 버려진 수용한 것들이 물을 따라서 흘러내려 온 것을 보고서 스스로 찾아가서 그 까닭을 알아보려고 거기에 이르렀다가 우리의 스승 가섭과 그 4백 제자들을 보았더니, 모두가 가사를 입고 사문의 형상이 되어 모임에 앉아서 그의 법 말씀함을 들었었다.
나는 이 일을 보고 처음에는 크게 놀라고 괴이하게 여기어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었는데, 우리의 스승 가섭께서 자리를 떠나와서 영접하며 자세히 먼저의 일을 말씀하셨다.
나는 자못 훌륭함을 듣고서 역시 출가하기를 원하였다가 이어 너희들을 생각해서 돌아와 알리는 것이다. 나의 뜻은 이와 같으니, 너희들은 생각을 하여 믿음과 진실된 마음으로써 저마다 나에게 알려라.”
그 두 가섭은 이런 말을 하여 마치자, 이때에 마나바가 제자들은 가섭에게 아뢰었다.
“저희들의 닦고 배운 것을 스승으로부터 받은 바입니다. 스승께서 훌륭하고 못함을 가릴 것이요, 제자들이야 어찌 알겠습니까. 스승께서 오히려 거기에 나아가서 출가하신다면 우리들이 어찌 고집하며 지키겠습니까. 만일 결정이 되셨다면 역시 따르기를 원합니다.”
이에 나제 가섭과 아야 가섭은 저마다 제자들을 거느리고 같이 부처님께 나아가 부처님의 모임에 닿은 뒤에 엎드려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서 있었다.
그때 세존께서는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이 왔느냐?”
두 가섭은 대답하였다.
“왔사옵니다.”
또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희들은 저마다 제자들을 데리고 같이 부처님께 왔사옵니다. 바른 법 안에서 출가할 수 있게 하시면 계율을 받들고 맑은 행을 닦아 지니겠사오니, 원하옵건대 부처님께서는 크게 사랑하시고 가엾이 여기셔서 허락하여 주옵소서.”
부처님께서는 곧 거두어 주셔서 제도하여 사문이 되게 하시고, 부처님께서는 또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오늘 아침에야 바로 참된 출가요, 바로 참된 맑은 행이니라.”
이때에 가섭 등은 이 말씀을 듣고서 기뻐 날뛰며 어쩔 줄 모르며 저마다 부처님께 예배하고 돌기를 마친 뒤에 우러러보며 서 있었다.
그때 세존께서는 가섭 등 천 비구를 재도하신 뒤에 곧 알맞고 기쁘셨던 땅을 떠나서 나이 늙은 가섭 등 1천 비구를 데리고 아야산(誐耶山) 꼭대기 탑의 처소를 거니시려고 나아가셨다.
아야산에 닿으신 뒤에, 부처님께서는 여러 비구들을 위하여 세 가지 일을 나타내셨다.
첫째는 신통이요, 둘째는 법을 말씀하심이요, 셋째는 조복(調伏)이었다.
이에 세존께서는 삼마지에 드셔서 신통 변화의 모양을 나타내셨는데, 본래의 자리에서 없어져서 동쪽의 허공 가운데서 가고 서고 앉고 누우시는 네 가지 위의를 나타내시며, 또 몸 위에서 5색의 빛을 내셨나니, 이른바 청색ㆍ황색ㆍ적색ㆍ백색과 그리고 홍색이었다.
또 다시 몸 위로 물을 내고 몸 아래로 불을 내며 몸 위로 불을 내고 몸 아래로 물을 내며, 내지 남쪽ㆍ서쪽ㆍ북쪽에서도 모두 이런 형상을 나투셨는데 신통 변화를 보이신 뒤에는 찰나 동안에 본래의 자리로 돌아오셨다.
그때 세존께서는 또 법을 설하셨다.
“비구들아, 너희들의 마음과 뜻과 의식 등에서의 모든 법 가운데에 의심 있음[有疑]과 의심 없음[無疑]과 생각 있음[有念]과 생각 없음[無念]과 스러지게 됨[可滅]과 스러지지 아니함[不滅]의 이 모든 법을 너희들은 결정코 수행하여라.”
또 다시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알아야 하느니라. 안식(眼識)이 반연이 되어서 모든 빛깔을 탐내며 빛깔에 닿음으로 인하여 속의 마음이 생겨나서 곧 괴로움과 즐거움이 있고 혹은 괴롭지 않기도 하고 즐겁지 않기도 하나니, 귀ㆍ코ㆍ혀ㆍ몸 뜻도 역시 그와 같으니라.
비구들아, 탐냄의 불도 이미 그러하고 성냄과 어리석음 역시 그러하나니, 이로 말미암아 바퀴 돌듯하여 나고 늙고 병들고 죽으며 근심하고 슬퍼하며 괴로워하느니라.
비구들아, 세 가지 불이 왕성함은 나[我]로 말미암아 근본이 되나니, 세 가지 불을 끄려고 하면 마땅히 나의 근본을 끊어야 하느니라. 나의 근본이 만약 끊어지면 세 가지 불이 저절로 꺼지며 이에 삼계의 바퀴돌이와 일체의 괴로움이 저절로 끊어지느니라.”
이때에 세 가섭과 1천의 비구들은 또 세존께서 나타내신 신통 변화의 형상과 말씀하신 바른 법을 받잡고서 모든 번뇌가 다하고 마음의 해탈을 얻었으며 할 일을 다 마치고 여러 무거운 짐을 버리며 바로 자기의 이익을 얻고 바퀴돌이가 끊어지며 모두가 다 아라한 도를 증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