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비터루트밸리가 완전히 독립된 두 가지 시스템으로 물을 공급받는 현실을 감안하면
건조한 서부 지역과 마찬가지로 몬태나가 겪고 있는 골치 아픈 물 문제를 이해하는 데
약간은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된다.
비터루트밸리에서는 냇물, 호수, 비터루트 강의 물을 이용한 관개 수로로 농지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반면에,
가정용수는 지하 대수층(帶水層)까지 파내려간 우물에서 공급된다.
이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큰 마을들은 자체의 상수원을 가지고 있지만
마을 밖의 가정은 개별 우물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농업용수와 가정용수 모두가 똑같은 딜레마에 빠져 있다.
즉 사용자는 늘어나는데, 수량을 줄어들고 있다는 문제이다.
비터루트밸리의 용수 관리자, 번 울시(Vern Woolsy)는 내게 이런 딜레마에 대해 이렇게 요약해주었다.
"수원(水源)은 하나인데, 그것을 사용하겠다는 사람이 둘 이상일 때는 언제나 문제가 있는 법입니다.
하지만 왜 물 때문에 싸웁니까? 싸운다고 물이 더 생기는 것도 아니잖습니까!"
수량이 줄어드는 근본적인 이유는 기후 변화이다.
몬태나는 점점 더워지고 건조해지고 있다.
전 지구적으로 보면 지구 온난화로 이익을 보는 지역이 있고 손해을 보는 지역이 있지만
몬태나는 그렇잖아도 농업을 하기에 강우량이 부족한 편이었기 때문에 큰 손해를 보는 지역에 속한다
실제로 동부 지역 캐나다의 앨버티와 서스캐치원과 인접한 지역에서는 상당한 농지가 가뭄으로 농사를 포기한 실정이다.
내가 여름을 보내는 몬태나 서쪽에서도 지구 온난화에 따른 영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만년설을 최정상에서만 볼 수 있을 뿐이다.
게다가 내가 1953년 처음 찾았던 빅홀베이슨을 둘러싼 산들에서는
만년설이 거의 사라져 여름에는 그 자취를 찾기 힘들 지경이다.
몬태나에서, 어쩌면 세계 전체에서 지구 온난화의 가장 뚜렷한 영향은 글레이셔 국립공원에서 찾아진다.
킬로 만자로 산, 안데스 산맥과 알프스 산맥, 뉴기니의 산악지대, 에베레스트 산 부근 등
세계 곳곳에서 빙하가 사라지고 있지만
그 현상은 몬태나에서 가장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다.
기후학자나 관광객이 접근하기 쉬운 곳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1800년 말 글레이셔 국립공원 일대에는 150개의 빙하가 있었지만 지금은 35개 정도밖에 남지 않앗다.
그것도 처음에 기록된 규모에 비하면 아주 작아진 크기이다.
현재와 같은 속도로 빙하가 녹는다면
글레이셔 국립공원에는 2030년경에 하나의 빙하도 남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산악지대에 빙하나 만년설이 줄어들면,
여름이면 만년설이 녹은 물로 채워지는 관개 시설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고,
최근에 계속된 가뭄으로 수량이 줄어든 비터루트 강의 대수층에 의존하는 가정용수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미국 서부의 다른 건조 지역과 마찬가지로 비터루트밸리에서도
연간 강우량이 330밀리미터에 불과하기 때문에 관개 시설이 없으면 농사가 불가능하다.
관개시설이 사라진다면 비터루트밸리에는 산쑥밖에 남지 않을 것이다.
루이스와 클라크 원정대는 1805~1806년 이곳을 처음 찾았을 때 산쑥밖에 없다고 기록했고,
지금도 밸리의 동쪽으로 마지막 수로를 건너면 곧바로 눈에 띄는 것이 산쑥이다.
밸리 서쪽의 높은 산들에 쌓인 눈이 녹아 흘러내리는 물을 이용한 관개 시설의 건설은
1800년대 말부터 시작해서 1908~1910년에 절정을 이루었다.
그리고 각 관계시설 내의 지주들은 일정한 수량의 물을 공급받을 권리를 얻었다.
그러나 이제는 대부분의 관개 지역에서 물이 과다하게 할당되어 있다.
나와 같이 순진한 외부인에게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 일이다.
달리 말하면 지주들에게 할당된 수량의 합이 물의 유입량을 초과한다.
눈이 녹은 물의 양이 줄어드는 여름에는 특히 그렇다.
물의 유입량이 일정하리하는 가정하에서 물을 할당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후에 따라 유입량이 달라지는 것을 감안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비가 많앗던 해를 기준으로 유입량을 계산했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해결책을 마련했다.
농지를 근거로 용수권을 요구한 시기를 기준으로 지주들에게 우선권을 부여하는 식이다.
따라서 수량이 부족하면 나중에 용수권을 얻은 지주들에게 물 공급을 중단한다.
그렇게 역순으로 물 공급을 중단해간다.
이런 해결책은 이미 갈등의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가장 먼저 용수권을 얻는 농지는 대부분 저지대에 위치하지만
나중에 용수권을 얻는 농부들의 땅은 고지대에 위치하고 있어
그들의 땅을 지나 아래로 흘러가는 물을 그냥 구경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그렇다고 물길을 막을 수도 없잖은가!
물길을 막으면 저지대 농부들이 당장에 고소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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