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문제의 제기
공유물관리에 관한 특약이 특정승계인에게 승계된다는 판례의 입장은 어떤 법리에 기초한 것일까 궁금하여 이를 생각해본다.
2. 판례의 요지
공유자는 공유물 전부를 지분의 비율로 사용·수익할 수 있으며( 민법 제263조), 공유물의 관리에 관한 사항은 공유자의 지분의 과반수로써 결정된다( 민법 제265조). 그리고 공유물의 사용·수익·관리에 관한 공유자 사이의 특약은 유효하며 그 특정승계인에 대하여도 승계되지만, 그 특약이 지분권자로서의 사용·수익권을 사실상 포기하는 등으로 공유지분권의 본질적 부분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특정승계인이 그러한 사실을 알고도 공유지분권을 취득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특정승계인에게 당연히 승계된다고 볼 수 없다.
(출처 : 대법원 2013. 3. 14. 선고 2011다58701 판결)
이 판례를 요약하면, 공유물의 관리에 관한 특약은 그 특정승계인에게도 승계되지만, 공유지분권의 본질적 부분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특정승계인에게 당연히 승계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공유지분권은 물권이고 공유물관리특약은 채권일 터인데, 어째서 물권을 이전받은 특정승계인에 대하여 공유물관리특약상의 의무와 같은 채권적 의무가 그 특약에 관하여 제3자에 불과한 특정승계인에 대하여 미치는 것인가.하는 의문이 든다.
이러한 판례의 입장을 옹호하려면 공유지분권은 물권이지만 그 물권을 이전하는 계약(예, 지분매매계약)속에는 특정승계인이 전공유자의 공유물관리특약상의 의무를 승계하겠다는 묵시적 합의가 포함되어 있었다고 해석해야만 가능하지 않을까.
3. 유사한 사례
건축회사가 상가를 건축하여 각 점포별로 업종을 지정하여 분양한 경우 그 수분양자나 점포에 관한 수분양자의 지위를 양수한 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상가의 점포 입주자들에 대한 관계에서 상호간에 명시적이거나 또는 묵시적으로 분양계약에서 약정한 업종제한 등의 의무를 수인하기로 동의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상호간의 업종제한에 관한 약정을 준수할 의무가 있고, 따라서 점포 수분양자나 그 지위를 양수한 자 등이 분양계약에서 정한 업종제한약정을 위반할 경우, 이로 인하여 영업상의 이익을 침해당할 처지에 있는 자는 침해 배제를 위하여 동종 업종의 영업금지를 청구할 권리가 있으며, 일단 위와 같은 동의를 한 이후 나중에 이와 다른 명시적 의사표시나 행위를 하는 것은 신의칙에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다.
(출처 : 대법원 2002. 12. 27. 선고 2002다45284 판결)
이 판례에 보면, 상호간의 업종제한에 관한 약정 역시 채권적 계약일텐데, 특별승계인(양수인)은 그러한 업종제한약정에 묵시적으로 수인하기로 동의하였다고 보는 것이다.
이러한 묵시적 동의에 관한 해석은 법률행위의 해석방법으로서 다른 판례에서 설파되고 있다.
4. 법률행위의 해석과 묵시적 동의의 인정
법률행위의 해석은 당사자가 그 표시행위에 부여한 객관적인 의미를 명백하게 확정하는 것으로서, 당사자가 표시한 문언에 의하여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에는 그 문언의 내용과 법률행위가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법률행위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9. 10. 29. 선고 2007다6024, 6031 판결 등 참조).
또한 건축회사가 상가를 건축하여 각 점포별로 업종을 지정하여 분양한 경우 그 수분양자나 수분양자의 지위를 양수한 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상가의 점포 입주자들에 대한 관계에서 상호간에 명시적이거나 또는 묵시적으로 분양계약에서 약정한 업종제한 등의 의무를 수인하기로 동의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상호간의 업종제한에 관한 약정을 준수할 의무가 있다( 대법원 2002. 12. 27. 선고 2002다45284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이때 전체 점포 중 일부 점포에 대해서만 업종이 지정된 경우라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적어도 업종이 지정된 점포의 수분양자나 그 지위를 양수한 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같은 법리가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출처 : 대법원 2010. 5. 27. 선고 2007다8044 판결)
이 판례를 보면 법률행위의 해석방법을 설시하고 연이어서 업종제한약정 준수의무를 수인하기로 묵시적으로 동의하였다고 해석하는 데로 나아간 것 같다.
5. 결론
이와 같이 물권이 이전되는 경우에도 각 물권자들 사이에서 그 물건을 관리하기 위한 채권적 계약을 체결할 수 있고 그 계약상의 채권적 권리와 의무가 묵시적 동의(법률행위를 합리적으로 해석하면 그렇게 볼 수 있다는 것)의 방법으로 특정승계인에게 승계된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 아닌가한다. 그런데 그 묵시적 동의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그 물권 자체의 본질적 부분을 훼손시키는 경우에까지 그러한 묵시적 동의가 존재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한다면 물권의 이전에 왜 채권적 의무가 붙어다닐 수 있는지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