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3.11(토요일)
전라민국 나주시 노안면 장림 35길
몽피네 배 과수원의 아침.
몽피 말처럼 인간이라면 도구와 연장을 구분할줄 알아야 되고
해뜨기 전 일어나고 해 지면 노동을 접으라는 교지에 따라 해 뜨기 전 몽피집에 도착.
2000평이나 되는 앞 과수원으로 모두 집합했다.
몽피 노예(노동하는 예술가)들 모두. 연서. 정훈. 찬혁. 그리고 본인.
아마 이번 노역에 결석하는 노예들은 응분의 조치가 따를것이다.
몽피는 항상 그랬으니까.

몽피는 그림을 가르쳐 준다더니 과수원으로 불렀다.
이상한 낌새를 느꼈지만 곧 바로 배나무 절지 작업을 해야 되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긴~한 숨을 쉬며 장갑을 끼고 가위로 몽피가 톱으로 잘라놓은 가지들을 일일이 다 잘라냈다.
배 과수원이기 때문에 나무 위쪽엔 철사가 가로 세로로 서로 엉켜져 있어 가지를 지탱을 해주는 역할을 한다.
나뭇가지와 철사가 끈으로 서로 묶여져 있어 몽피가 톱으로 자르면 허공에 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매달려 있는 나뭇가지를 땅으로 떨어드리는 역할을 맡은 셈이다.
몽피는 이것이 참 그림이라는데...힘들다.

사실 그 전 날부터 몽피가 집으로 불러 절지 작업을 하게 했기 때문에 능숙했었다.
검정고시 공부를 너무 열심히 하고 있었던지라 머리가 아닌 몸을 써야해서 좀 어색했었다.
4시간의 노동 끝에 내가 배운 것은 그림이 아니라 허공에 대롱대롱 메달려 있는 나무의 끈을 능숙하게 자르는 것 뿐이었다^^...
그래도 언제 절지 작업을 해보겠냐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위로하며 끈을 잘라냈다.
검정고시가 내일 모래인데. 몽피는 알고나 있는지...
전 날의 노동으로 배운 절지 기술로 미친 듯이 앞으로 나아가며 한 줄 한 줄을 정성스럽게 끝냈다.
나 뿐만 아니라 또 다른 몽피 노예(노동예술가) 오빠들도 열심히 작업을 했다.
가위가 나보다 훨씬 좋아보였지만 기분 탓이라 생각하고 작업에 임했다.
연서 오빠가 쓰는 절지 가위는 독일제인데 몽피가 농기계은행에서 임대했는데(하루 12.000원)
무려 400만원이 넘는다고 한다. 폼이 났다.
작년에도 올해도 그 기계를 만질 수 있는 사람은 몽피와 연서 오빠 뿐이다.

몽피 가족 중 한 분이신 '작은 손위 동서'분께서도 오셔서 톱을 들고 모든 나무들 싹을 없애버릴 것처럼 잘라내셨다.
내가 한 나무를 끝낼 쯤이었으면 나무 3그루 정도가 잘라져 있을 정도 였다.
따라갈 수가 없었다....
동서되신 분은 몽피에게 전동톱으로 나무를 자르는 법을 배움에도 불구하고
엉성하게 나무를 자르면서 내 일을 불편하게 했다.
하지만 몽피는 전통톱으로 큰 가지를 절지 할때도 예술이다.
이쁘게 하고 내가 해야 할 일까지 생각한다.
역시 고수다. 일을 시키는데 있어서는...
점심시간이 되서야 겨우 멈췄다.
역시 일을 한 다음에는 고기가 답인 것 같다.
매일 고기를 먹지만 그 날마다 먹는 고기의 맛은 어떤 일을 했나에 따라 다른 것 같다.
나는 그 날 고기가 없으면 밥을 먹지 못하는 병에 걸릴 정도다.
햇볕이 강하게 내리 쬐는 무더운 봄 날씨에 손가락이 저리도록 가위질을 하고..
매달려 있는 나뭇가지에 머리를 부딪쳐 가며 사투를 벌이면서 일을 하고 고기를 먹으니 얼마나 맛있나!
이 고기 역시 나주 한전 본부에 다니시면서 몽피에게 동양화와 서각을 배우시는 이광희라는 몽피노예께서 일을 못 도와주신 댔가로 사온 고기다.
일을 안시키면 물품 후원까지...
몽피는 몽유갤러리 곳간지기 신희지 선생님보다는 약하지만. 탁발의 귀재다

황홀한 성찬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렸다.
몽피가 매화 풍경, 배 과수원 풍경을 옮기라고 했다.
이때까진 전혀 의도를 몰랐다.
잠깐 와보라더니 작업실 안으로 데려와 이젤 앞에 앉혀 유화 물감을
가지고 스케치를 하라고 했다.
갑자기 일어난 일이라 당황을 했다. 더군다나 이제 까지는 한번도 못해 본 유화였다.
내 옆엔 갈색, 노란색, 흰색이 짜여져 있었고, 붓통과 기름이 담겨져 있는 통이 있었다.
유화 물감이라 기름에 붓을 적셔서 그림을 그린다.
내가 진정으로 저걸 할 수 있을까하고 의문이 들었다.
하얀 캔버스를 바라보는 시간만 10분이 지났다.
두려움과 불안함에 우선 기름을 적신 붓을 가지고 흰색과 노란색을 섞었다.
물감이 묻은 붓은 캔버스를 간지럽히며 흐릿하게나마 그림이 그려졌다.
나무를 중심으로 왼쪽부터 시작해 산, 길, 돌 담, 돌계단 마지막으로 집을 그려냈다.
스케치를 다하고 몽피에게로 가 상황 보고를 했다.
혼날까 하는 불안함과 잘했다고 할까 하는 기쁨 반으로 과수원에서 작업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몽피는 유화는 농담을 흰색으로하고 어두운 곳부터 밝은 쪽으로 그려야 된다고 했다.
수채화는 물로 농담을 조절하지만 불투명인 유화는 흰색 물감을 적절하게 잘 사용해야 된다고 하였다.
더불어서 나중에 뭉게드라도 우선 섬세하게 그리라고 했다.
일반 사람들이 볼수 없는 것을 보라고 했다.
나뭇가지, 집 지붕, 돌 담에 박혀있는 돌 등을 약간 진한 색으로 그려야 했다.
그렇게 두 번째 시련이 다가왔다.
한참 그림을 그리는 도중에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돼지 막사 일을 도와 줄 수 있느냐고 내게 물었다.
어젯밤 돼지막사에서 주사를 줬던 일을 오늘도 해야 했다.
돼지 막 2동 전체가 감기를 걸리는 바람에 나는 나무판으로 돼지가 도망가지 못하게 막는 역할을 했고,
부모님은 제일 중요한 주사를 놨다.
한 번 놓으면 3일을 놔야 했기 때문에 엄마가 오늘도 할 수 있냐고 물어봤던 것이다.
몽피에게 사정을 말하고 그림을 그린지 몇 시간이 지나지 않고 바로 집으로 갔다.
일을 도와주면서 역시 돼지 일보다 전지 작업이 더 나았구나 하고 반성했다....하하!
날마다 일이다.
몽피는 그것이 참 그림이라는데...이 꽃다운 나이에 ...
나도 이원규시인 말씀처럼. 매화. 벗꽃. 개나리. 목련. 산수유가 아니라
그들 발밑과 야생에 널려 움추리고 있는 이름 모를 들꽃을 찾아다녀야 되는데...
시가 그림이고 그림이 시인 것은 분명하다.


첫댓글 아주멋진 나날이군요 혜경조교님~^^
탁발의귀재라.. 난 과연그게 가능할까?노력한다면?!!
형님은 시주의 귀재신디요..
그대는 영원한 회천사로...ㅎ
아무나 탁발 하는 것은 아닌듯...ㅎㅎ
반장님 몽피가 콩 한쪽도 얻어먹으려면 콩 한 말을 드려야한데요 저도 탁발의 귀재로 살고싶어요..ㅎㅎ😃
와~
글 참 맛깔나게 잘쓰십니다
재밌게읽고 그냥가기아쉬워 댓글남겨요^^
그림은 얼마나 하시는지모르지만 글쟁이하셔도 손색없겠어요ㅋ
마음에 착착 감기는 문장들...예술이군요
사실은 이원규 시인에게 개인지도를 한 번 받은 적이 있어요 그때 제가 쓴 글을 이원규 시인님이 한 번 지도해 주셨는데 그 뒤로 누구한테 보여준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에 실감하고 있습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글 넘 재미지게 읽고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댓글 남겨요
입학식 때 방에서 뵜던 어린 몽피님 제자 맞으시죠?
반가워요
글은 전혀 어리지 않네요. ㅋ
탁발의 귀재에서 빵터짐 ㅋㅋ
탁발은 신희지 선생님을 따라올 사람이 없죠! 탁발에 있어서 저희 사부님 몽피가 아니라 신희지 선생님을 저의 대스승님으로 모시고 있습니다!ㅎㅎ
@강혜경(몽순이) 훌륭한... 아무나 할 수 없는 아주 훌륭한 스승님이 되실겝니다. 한 말 주어야 반쪽 얻을 수 있는 것이 탁발이니만큼 ㅎㅎ
탁발...얻어 먹는다는 것이 얼마나 정성스럽고 어려운 일인지.
내가 죽어봐야 알것이다.
네...김화백님~
세상에 향기를 주는 댓가로 주머니는 항상 비어 있으니
예술가들의 탁발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ㅎ
ㅋㅋㅋㅋㅋㅋ
ㅋㅋ..몽순이 내부자로 찍혀 잘~하믄 쫓겨 나것다야//
詩中有畵요 畵中有詩라~~고 소동파가 그랬다더라^^
소동파 몽피한테 배웠어요. 남종 문인화의 대가이지요 몽피는 남종이아니라 북종 산수화에 관심이 많은지라 아마 우리 미술반도 소동파 스타일이 아니라 곽희. 마린. 장승요 스타일로 수업이 진행 될 거에요 ㅎㅎ
아...그 소문으로만 듣던 노예 구나...ㅎ
근데 글솜씨도 아주 훌륭합니다~그림도 아주 잘~그리실듯..ㅎ
우리 몽피 화가님은 혹시...레슨비를 노역으로...ㅎㅎ
그 또한 깊은 뜻이 있으실것 같습니다~
몽피 노예들은 말씀하신대로 수업료가 없는 대신에 빡시게 일을 해야 합니다 😂주말에는 4시간 일하고 4시간 일을 합니다 저는 오늘도 일하고 이제사 밥을 먹고 그림 공부를 합니다 ㅠㅠ
^-^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두루 삶과 예술의 체험 현장이군요...
몽피 현장은 완전 노가대입니다 ㅋㅋㅋㅋ삶의 현장이 아니에요ㅠㅠ 일 안하고 그림만 그렸으면 좋겠어요...
@강혜경(몽순이) 그렇게나 ㄷㄷ
몽순아 멋지다 이렇게 살아 숨쉬는 글을 쓰다니 소질이 많구나 거기다 금상첨화로 싸부님까지 훌륭한 분을 모시고 있으니 대성하겠구나 옛말에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했는데 넌 돈주고도 못하는 소중한 경험을 하고 그것을 잘 견디는 몽순이가 내눈엔 꽃보다 아름답다 몽순이 화이팅!!!
감사해요 선생님! 선생님하고 같이 그리다 만 몽유 갤러리 벽화를 4월 첫 주에 더 확실하게 완성하고 싶어요 멋쟁이 오의숙 선생님 화이팅!!
ㅎ ㅎ 몽순아 고맙다 그래 그림붓은 처음 들어봤지만 벽화그리기는 솔찮이 재밌더구나 몽순이와 함께하니 더욱더 4월1일에 만나자 검정고시 시험공부도 열심히 하고 아자아자 몽순 힘내라!!!
재밌으셨다니 다행입니다!ㅋㅋ 감사합니다!!! 꼭 합격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