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천의 史記 24회》
☆세계 초유의 킹메이커 여불위☆
여불위(呂不韋)는 전국시대에 한(韓)나라 거상(巨商)으로 조(趙)나라에 볼모로 잡혀 있는 진(秦)나라 왕자 영이인(瀛異仁)을 왕으로 만든 킹메이커였습니다.
여불위는 물건을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재주를 부려 6국에 지점을 차리고 큰 돈을 벌어 세계적인 갑부가 되었는데 우리로 말하면 현대나 삼성같은 대기업의 총수 정도의 부자였습니다.
어느날 여불위가 조나라 수도 한단(閑旦)의 이름난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데 한쪽 귀퉁이에 쭈그리고 앉아 술잔을 홀짝거리는 사내가 있었습니다.
얼굴은 귀공자 같이 생겼는데 행색이 초라해 보여 그 시내의 옆으로 다가가 술 한병을 더시키고 통성명을 해보니, 그 사내가 다름아닌 그 당시 최대 강국인 진(秦)나라 왕자 영이인(瀛異仁)이었습니다.
여불위는 이 물건을 잘 다듬어 왕재(王材 : 왕이 될 재목)로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여불위가 이튿날 인질로 잡혀 사는 영이인의 동네를 가보니, 다른 인질들(초ㆍ제ㆍ연ㆍ위ㆍ한 등) 집은 번듯한데 이 영이인의 집은 낡아빠져 허름하였습니다.
*전국시대에는 침략전쟁이 잦았기 때문에 7개국 모두가 왕자들을 1명씩 볼모로 파견하고 있었음
이유를 알아보니, 이 영이인은 진나라 태자 안국국의 아들이기는 하나 형편없는 후궁의 아들로 별볼일이 없어 대우가 형편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여불위는 그 자리에서 거금 500금을 주면서 집을 수리하고 살림살이도 새것으로 바꾸고 식모에게도 용돈을 두둑히 주어 잘 모시라고 하였습니다.
영이인은 왜 나에게 이런 호의를 베푸느냐고 놀라는 눈치를 보였습니다.
이에 여불위는 "내가 당신을 왕으로 만들어 주겠소!"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하였습니다.
영이인은 깜짝 놀라며 손바닥으로 여불위의 입을 막았습니다.
이 말이 새어나가는 날에는 영이인은 본국으로 소환되어 극형에 처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여불위도 죽음을 면치 못하게 되는 금기어(禁忌語)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여불위는 영이인을 고가의 상품으로 생각하고 이를 잘 포장하여 큰 돈을 벌어보겠다는 꿈을 안고 영이인을 살뜰이 도왔습니다.
하루는 여불위가 영이인을 자기집으로 초대하여 파티를 열었습니다. 그자리에는 조희(趙姬)라는 미녀가 함께 했는데, 그녀는 여불위의 현지처였습니다. 기생집에서 춤추던 무희(舞姬)를 현지처로 삼은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영이인이 파티가 끝나고 집을 나가면서 조희를 자기에게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속으로는 괘씸하였으나, 조희의 의사를 물어보고 수일 내로 답변을 주겠다 하고 보냈습니다.
여불위는 그날 밤 침실에서 조희에게 "내가 허락하면 영이인에게 시집 갈 수 있겠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런데 깜짝 놀랄 답이 돌아왔습니다. 조희는 서슴없이 "네, 가겠습니다." 하는 것이었습니다. 여불위는 망치로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뒷골이 멍하였습니다.
그 때 여불위는 조희의 배를 만지며 "이 애는 어떻게 하려느냐?"고 물었습니다. (조희는 이 때 여불위의 씨를 잉태하고 있었음)
조희는 또 서슴없이 "낳아야지요."하는 것이었습니다.
여불위는 "그래 잘 생각했다. 내가 너희들 뒤는 봐 줄테니, 즐겁게 살아라."고 하였습니다.
여불위는 크게 배팅을 하고 싶은 욕망이 솟구쳤습니다.
여불위는 마지막 밤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배신과 부푼 희망을 곱씹으며 모든 정력을 조희에게 쏱아붓고 새벽 바람을 맞으여 본국(한나라)으로 말을 달렸습니다.
-여불위 이야기는 다음 회에도 계속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