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에 이어서-
천방지축 버찌는 지 운명이 어떻게 바뀔지 까맣게 모르고서 장난질에 삼매경이다.
높은곳을 좋아하는데 젤 잘 가는곳이 서재 책장 맨 꼭대기 층. 느긋하게 안아서 아래를 처다보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어릴 적 나를 상기해 보곤했다.
어릴 적 나는 식당방 (부엌으로 문이 통하는 방을 식당방이라 불렀다)에 다락이 있었는데 이블도 얹어놓고 먹을것도 있는 그 다락방을 무척 좋아했다.
버찌를 보고 있으면서 "요녀석이 나를 닮았나? 높은곳을 좋아 하는걸 보면 분명해" 하면서 피시식 혼자 웃는다.
그 다락방은 나의 피난처고 휴식처이며 나만의 공간이었다.
채곡이 쟁겨진 이블에 파 묻혀 숨어 있으면 그 세계는 내가 상상한 대로 펼쳐진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였다.
상상의 세계에서 주인공이 된 나는 밖에서 엄마가 부르는 소리도 외면한채 숨어 있다 잠이 들곤 했다.
버찌처럼 높은 곳을 좋아하다 보니 드디어 큰 사고도 내게 되는데...
동네 어귀에 400년 이상 된 늙은 팽나무가 대대로 마을 수호신 역할을 하면서 늠름히 서 있었다.
정월이면 당산제를 모셨는데 새끼줄에 흰 창호지를 잘라서 메달아 당산나무 몸둥에다 몇겹씩 둘둘 말아놓고 마을 대표를 뽑아 제주로 삼았다.
제주가 될 자격은 집안에 불화가 없고 몇달전까지 조문하지 않는 가장 모범적인 가장을 추천해서 다수결로 뽑았다.
그 행사는 보름동안 치뤄졌는데 사물놀이로'지신밟기'를 했고 '진돌이'라고 동그렇게 생긴 커다란 바위돌을 빼꼽위까지 들어 올릴 수 있는 장사를 뽑는거다. 그해 천하장사는 아니고 동네장사가 되는거다. ㅎㅎ
장사로 뽑힌 아저씨는 상금을 받고 한해동안 일할때 품삯도 다른 사람보다 더 넉넉히 받았다.
마을 사람들의 화합 장소였고 놀이문화의 최대 공간이었다.
어린 우리들은 그 나무아래서 모든 추억을 만들었고 어른들은 심신의 고단을 잠시라도 풀수 있는 휴식처였다.
나는 이 팽나무를 정말정말 좋아했다.
지금 저 버찌처럼 시간만 나면 나무 맨 꼭대기까지 올라가서 까치처럼 앉아 있곤 했다. 물론 팽도 따 먹기도 했지만 그냥 높은곳에 올라 앉아 있는것만으로도 행복했으니까.
가을 추수가 끝나고 까만 팽들이 주렁주렁 익어 가을 햇살에 반짝일때 난 방과 후 책 가방을 던져놓고 나무위로 기어 올랐다. ㅎㅎㅎ 달콤한 팽들이 어찌나 튼실하던지 정신없이 따서 주머니에 가득 채우고 머리위 나뭇가지를 잡는순간,
앗차! 가지가 꺾이면서 어린 나는 땅바닥 돌무덤에 냅따 떨어진 모양. 놀란 새떼들과 함께 나는 하늘을 날았던거다. 믿을지 모르지만 지금도 그때 떨어지는 느낌을 잊을 수가 없다.
떨어져도 떨어져도 땅에 닿지 않았다. 내가 날고 있다고 생각했다. 한참을 떨어져 내리다 보니 땅에 닿았을 뿐!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보니 사람들이 시체처럼 널부러진 나를 둘러싸고 있었고 내 여동새은 엉엉 울고 있었다.
그일로 두달을 허리 깁스을 했고 팽나무를 먼 발치에서만 바라볼수밖에 없는 신세가 되었다.
버찌는 나를 닮아있다.
틈만 나면 사고를 쳤고 높은곳을 찾아 올랐다. ㅎㅎㅎ
- 오늘은 이쯤으로...-
손님이 오셔서 나를 편히 안두네. ㅎㅎ
시간 나면 금장 또 올릴게. 읽을거리 없으면 카페 심심 할까봐 급히 몇줄 조잘됨. ㅎㅎ
첫댓글 ㅎㅎ 명숙이도 앤간히 재장궂었구나 토요일 간단히 등산다녀오니 명숙이의 글이 또 올라와 있어서 너무 반갑네
인숙이랑 평택 애분이네 갔다왔다. 버찌도 제석 모델로 되어있고...ㅎㅎ 정성이 갸륵하네 맹수기~~~ㅋㅋ
ㅎㅎ 예븐이 전라도 맛집 정답지? 손맛이 장난아녀. 나중에 꼬막파티하자.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