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어린이도서연구회 군포지회 모임에 나갔다. 매년 1회씩 회원들을 위한 교육을 준비하는데 올해들어 책모임엘 거의 나가지 못했기에, 교육에는 꼭 나가야겠다 싶었다. 책친구들이 반갑게 맞이해주어 정말 고마웠다. 일을 시작한 이후 거의 집에서 혼자 모든 걸 다 하다보니 워낙 집에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사람임에도 때로는 외로운 기분이 가끔들었다. 주말에 혼자 시간이 나는 날이면 불러 같이 수다 떨 친구가 하나 없나 싶을 때는 내가 너무 혼자만 지내는 시간을 많이 갖기는 하나보다 싶다. 그랬는데 오늘 한 책친구는 나와 책모임에서 책이야기 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아쉬우니 한달에 한번이라도 좀 나왔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해주었다. 누군가가 나에게 그런 마음씀을 해주고 보고싶다고 해주는게 고마웠다.
오늘 교육 주제는 옛이야기를 읽고 나의 서사 발견하기였다. 강사님이 생각나는 옛이야기가 있는지 회원들에게 하나씩 물으셨는데 다들 하나씩 이야기를 했는데 나는 딱, 떠오르는 옛이야기들이 없어서 없다고 답했다.
정말 그랬다. 어도연(어린이도서연구회)활동 4년차. 다른 지회에나 중앙에서 보면 옛이야기부터 신화 등 우리나라 구전동화들 이외에도 외국의 옛이야기들을 같이 읽고 연구하고 책까지 펴냈다는 소식을 들을때 마다 궁금했다. 그리고 그런가보다 하고 흘려듣곤 했었다. 나에게 아직 옛이야기는 관심밖이었다. 그러면서 옛이야기에 무엇이 매력이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나에게 옛이야기는 어릴적 몇 없었던 옛날이야기 동화책 몇 권이 전부였다. 혹부리영감, 콩쥐팥쥐, 춘향전, 햇남달님 정도??...그리고 우리나라 옛이야기보다도 외국동화가 더 익숙했다. 그건 아마 계몽사에서 펴냈던(일전에 계몽사 월트디즈니의 세계명작동화 복간본 포스팅에서도 썼었듯)세계명작동화 전집의 영향이 컸을거다. 그리고 내가 기억을 못하는 건지 아니면 그 당시 엄마아빠가 사느라 바뻐 그런건지 엄마아빠를 통해 '옛이야기'를 입으로 전해들은 경험은 거의 전무했다. 그런 경험이 기억이 나지 않기에 옛이야기가 주는 감동보다는 교훈을 얻거나, 약간의 재미 그 이상을 벗어나진 않았던 거 같다. 이런 나의 짧은 옛이야기에 대한 별다른 추억이 없이 부모가 된 이후에도 비슷했다. 다행이라면 아이와 전래동화 책들을 같이 읽으면서 우리나라 고전동화외에 외국고전동화를 조금씩 제대로 읽어가며 옛이야기의 폭을 넓혀가는 중이라는 거다. 그런점에서 오늘 강의는 나에게 새로운 눈을 띄게 해주는 고마운 강의였다.
"구스타프 융은 인간의 발달사를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누었는데 전반부를 40세 이전, 후반부를 40세 이후로 보았다. 40대 이전의 삶은 외부로 향해서 지적인 능력과 사회적인 역할 등 사회에서 요구하는 것을 성취한다면 40대 이후의 삶은 내면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한다. 의식과 무의식이 합쳐져야 온전해지고 나이 들어서 균형잡힌 삶을 살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자기 내면을 보고 무의식을 볼 수 있게 돕는 것이 바로 옛이야기다.
-그림형제 옛이야기 읽기 '자기서사 발견하기'- 어린이도서연구회 경기남부지부 강사 신은향
강사님의 강의안에서 이 내용이 내 마음속에 와 닿았다. 왜냐면 요즘 어쩔 수 없이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남편은 바빠서 안 그래도 점점 각자 사는데 바쁜 와중에 내 마음이 왜 자꾸 뾰족해지는가 들여다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내가 이러는 것이 그래도 다행인건가. 그럼 옛이야기를 통해 지금까지 외면하곤 했던, 혹은 몰랐던 나의 상처와 좀 더 깊게 마주할 수 있단 말이지?
그럼 나도 한번 읽어볼까?
그림형제 동화전집 완역본 부터??!
그림형제는 독일 출신이다. 독일에서 전해져 내려오던 구전 옛이야기들을 정리해 여러차례 업그레이드하며 이야기집들을 펴냈는데, 1800년대 200여편을 마지막으로 총정리를 했다고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신데렐라, 백설공주, 라푼젤, 헨젤과 그레텔 등의 유명한 동화들을 비롯해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이야기들이 약 1000여페이지에 걸쳐 원작 그대로 편집없이 완역된 책이 었다. 이런 책이 있는지도 몰랐네. 막대한 분량이라 다 읽을 자신은 없지만 몹시 궁금해졌다. 그래. 신데렐라와 잠자는 숲속의 공주, 빨간모자의 진짜 이야기가.
오늘 강의 해주신 강사님은 지난 코로나 기간 중 100일간 매일 아침 한편씩 골라 읽고는 짧은 글쓰기를 하셨다고 했다. '이게 뭐지?'싶은 결말의 이야기도 많았는데 20일을 넘기면서 내일 아침 택배상자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그림형제의 이야기가 기다려졌다고 했다. 옛이야기를 듣거나 혹은 보다보면 유난히 마음에 걸리는, 불편한 장면들이 있게 마련인데 그건 나의 무의식에 남은 어린아이 내지 상처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작가가 의도했던 안 의도했던 읽는 사람이 어떤 장면을 어떻게 받아들이든 해석하고, 이해하는 건 정답이 없다고도 했다. 그림형제의 이야기 뿐아니라 옛이야기는 우리가 사는 세상사 관습 그 당시 시대상 등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그 어떤 소설이나 동화보다도 상징성이 짙으며 이를 둘러싼 해석도 다 다른 이유도 그 때문인것 같았다.
옛이야기가 줬던 인상, 고루하다 그래서 재미없을 것이라는 나의 낡은 편견이 오늘 강의를 통해 벗겨졌다. 역시 편견은 깨야한다. 그렇게 나는 지생맘 식구들에게 주책맞게 오늘 만난 그림형제의 완역본의 사진을 보내며 넌지시 함께 도전해보고 싶다는 메세지를 날렸다. 좋은 건 함께 하고 싶은 중년 아줌마니까. 인생의 후반부는 정말 잘 맞이해야 뒤탈이 없을 거 같아 걱정인 시기였는데, 옛이야기가 미리 반창고가 되어 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어 기쁜날이다.
#옛이야기
#그림형제완역본
#옛옛이야기동
https://m.blog.naver.com/iluveuni/223251751251
첫댓글 정성스러운 교육 후기 공유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