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정원
성동혁
누가 내 꿈을 훼손했는지
하얀 붕대를 풀며 날아가는 새떼, 물을 마실 때마다 새가 날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그림자의 명치를 밟고 함께 주저앉는 일 함께 멸망하고픈 것들
그녀가 나무를 심으러 나갔다 나무가 되었다
가지 굵은 바람이 후드득 머리카락에 숨어 있던 아이들을 흔든다 푸르게 떨어지는 아이들
정적이 무성한 여름 정원, 머무른다고 착각할 법할 지름, 계절들이 간략해진다
나는 이어폰을 끼고 정원에 있다 슬프고 기쁜 걸 청각이 결정하는 일이라니 차라리 눈을 감고도 슬플 수 있는 이유다
정원에 고이 잠든 꿈을 누가 훼손했는지 알 수 없다 눈이 마주친 가을이 담을 넘지도, 돌아가지도 못하고 걸쳐 있다
구름이 굵어지는 소리 당신이 땅을 훑고 가는 소리
우리는 간헐적으로 살아 있는 것 같다
―『세계의 문학』봄호
숨 가쁜 여름 정원의 풍경이 서늘하고 아프다. 젖어드는 이미지들을 따라 가보면 몸이 풀리고 모든 감각기관이 열려 의식이 희미해진다. 행간의 물소리 들려오고 흙으로 흘러내릴 내 몸처럼 아픈 자의 고요한 눈처럼 정적이 무성한 정원을 거느린다. 훼손된 꿈을 잊은 채 너무나 화려하게 과잉으로 포장된 일상 속의 결핍과 공백을 들여다본다. 어쩌면 우리는 간신히 간헐적으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첫댓글 어제 어디선가 뻐꾸기 소리를 들었습니다. 여름정원을 물고 날으는 새 한 마리, 늦봄의 행간으로 날아 오네요...
슬프고 기쁜 걸 청각이 결정하는 일이라니...슬픈 건 왜 몸을 느슨하게 하는가! 간헐적인 이 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