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산행후기
0629, 오늘 코스는 서울둘레길 18코스(북한산 생태공원~형제봉 입구) 일명 ‘계곡과 산이 만난 도심길’ 이다. 요즈음 낮기온이 올라가 불볕더위가 계속 되던터라 오늘 산행은 사뭇 걱정이 되었다.
그러던 차에 오늘 오후 늦게부터 비소식이 있다. 그렇다면 기온이 다소 누그러질테니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침에 등산배낭을 꾸리고 있었는데 한상진 시몬 형님의 전화를 받았다. “오늘 몇 명이나 올 것 같냐고 물으신다.” 예상치 못한 갑작스러운 질문에 “잘은 모르겠습니다.”라고 얼버무렸다. 참가인원에 개의치 않고 산행만을 꾸준히 해보겠다는 평소 생각이기도 했고, 날이 더워 인원이 적을 것 같아서이기도 했다.
만남의 방에 6명이 모였다. 대략 오실 분들은 다 오신 것 같다. 그래도 일전에 출발 당일, 카톡이나 전화로 직접 오겠다는 전화를 몇 번 받은 적이 있어서 혹시나 했지만 오늘은 역시나다. ‘장마다 꼴뚜기 날까?’ 성모상앞에서 주모경을 바치고 출발했다.
오늘 출발점은 불광역 2번 출구에서 900m정도 떨어져 있다. 걸어도 되고 마을버스를 타도 된다. 타고 갈까요? 했더니 모두 걷자고 하신다.
지난달에 이어 연결된 코스라 시작점까지 이동하는 길이 눈에 익어 더 가깝게 느껴진다.
18코스는 계단을 오르면서 시작된다. 그래도 처음이라 씩씩하게 성큼성큼 오른다. 계단이 다소 길게 이어진다. 처음부터 무리하지 않으려고 잠시 쉬면서 숨을 고른다. 올라온 길을 돌아보니 불광동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오른만큼 보상 받는 느낌이다. 오르다보니 산 중턱쯤에 너른바위가 나온다. 코끝을 스치는 시원한 솔바람이 마중나와 기다리고 있다.
족두리봉이 보인다. 계단이 끝날즈음 산길이 시작되고 조금 걷다보니 사각정자 쉼터가 나온다. 이런 좋은 쉼터를 안쉬고 지나치면 정자를 만드신 분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모두 정자마루에 앉아 파란하늘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남겼다. 피부만 보면 영락없는 해맑은 소년소녀들이다. 쉴틈도 없이 산행객들이 속속 도착한다. 우리가 일어나야 그분들도 쉴수 있으니 곧바로 방을 빼고 일어선다.
바로 이어 ‘서울시 선정 우수조망명소’ 전망대다.
좌에서 우로 족두리봉, 향로봉, 비봉, 사모바위, 승가봉, 나한봉, 문수봉, 보현봉을 사진위에 번호를 매겨 알기 쉽게 표시되어 있다. 다만 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라나 일부 전망을 가리고 있다. ‘사계청소?’가 필요하다. 이런 경우 ‘시계청소’가 맞을 것 같은데.. 일반적으로 잘 안쓰는 것 같다.
바로 옆에 헬기장, 나무 숲그늘이 있어 잠시 쉬어가기로 한다. 왕형님께서 센스있게 ‘안동 버버리 찹살떡’을 꺼내 놓으신다. 아침에 내게 전화해서 오늘 몇이나 올 것 같냐고 물으시더니 바로 이 찹쌀떡 때문이었던거다. 대충 10개를 가져오셨는데 여자 2개, 남자 1개로 배분하니 합이 딱 10이다. 소시적에 수학을 잘하셨던 듯하다.
잠시 쉬었으니 쉬엄쉬엄 내려가기로 했다. 맨발로 워킹을 하시는 두분이 지나간다. 좀전 사각정자밑에 놓여진 신발 두켤레의 주인같다. 나름 산을 즐길 줄 아는 분들이다.
비닐봉투와 집게를 들고 올라오시는 분들도 있다. 둘렛길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는다. 참으로 고마운 분들이다.
내리막길이 장마철에 개울물 불어나듯 갑자기 사람들이 많아진 느낌이다. 꼬이지 않으려고 잠시 서서 기다리며 살펴보니 진행방향 앞쪽에 돌로 된 성곽이 이어져 있다. 2m정도 남짓 되는 작은 돌문이다. 문이 좁은데다 다들 이곳에서 사진을 찍는다. 이름하여 “탕춘대성 암문”이고 정문은 홍제천에 자리잡은 “홍지문”이다. 탕춘대성이란 본디 조선 숙종 때 한양도성과 당시 행궁이 있었던 북한산성을 이어(5.1km) 유사시 피신을 목적으로 축성 되었단다.
탕춘대성을 지나 길을 내려가다보니 평창마을길 문이 보인다. 문득 산행시작과 함께 왕형님께서 “오늘 구간은 평창마을 구간이 힘들다..” 고 하셨던 말씀이 떠올랐다.
시간도 12시 가까이 되가니 오늘 점심은 두말할 것도 없이 이곳이다. 마침 돌쉼터가 마련되어 있다. 가운데 돌위에 돗자리를 깔아 식탁을 마련하고 각자 배낭에서 먹을 것을 꺼내어 놓는데 레지나 형님 배낭에서 양푼이 또 나온다. 대박이다. 지난달 ‘냉면’에 이어 이번달에도.. 반칙은 반칙인데 귀여운 반칙이다. 먹음직스러운 강낭콩밥, 인도카레에 달래같이 생긴 갓담근 파김치..다들 이러시면 안된다?면서도 개인접시를 받아 차례를 기다린다.
덕분에 오늘도 대박포식했다. 막걸리를 한잔씩 받아들고 누구랄 것도 없이 “건강을 위하여~” 건배했다. 야채와 과일과 떡등등 없는거 빼놓고 다 있는 뷔페다. 오늘은 막걸리도 3병이다.(왕형님께서 가져오신 막걸리 1병을 포함해서..)
나는 2병 마시고 나니 딱 좋아서 1병을 도로 가져갈까요? 했더니 배낭에 넣어가면 무거울테니 뱃속에 넣어가자고 하신다. 행복한 미소 가득이다.
평창마을길 문을 통과하니 ‘부처님 계신 곳, 불심원’이라는 절을 지나고 있다. “하느님은 어느 곳이나 계시는데..”왕형님이 지나면서 한마디 하신다. 다들 무반응이다. 아재개그가 안 먹힌다.
길을 내려오니 구기동 마을이 나온다. 바로 옆이 구기터널이고 산으로 오르면 이북5도청이다. 이곳 편의점에서 생수도 1병 사고 파출소옆에 화장실도 들렀다. 신영동 3거리 방면으로 도로를 따라 걷다 비비까페앞에서 왼쪽 골목으로 들어선다. 이제 평창동길 시작이다. 초입에 빨간 벽돌집 담벼락에 ‘시간이 쌓여가는 집’ 신주로 만든 동판이 붙어있다. 내용을 읽어보니 2014년에 서울시에서 주는 건축상이라고 쓰여있다.
그렇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이런 노력들이 쌓여서 현재의 서울과 평창동이 존재한다는 생각이 든다.
평창동은 산과 인접해 있는 마을이 아니라 산중턱까지 집들이 지어져 있어 길 오르내림이 심하다. 코트디아브르 대사관을 지난다. 아프리카에서 월드컵에 진출한 축구를 잘하는 나라로 기억된다.
다시 넓은 시멘트 길을 오른다. 뒤에서 “잠깐만요.” 한다. 사진순간 포착을 잘하는 로마나 자매님이 하늘을 배경으로 오르막길 오르는 우리 일행들의 모습을 담으려는거 같다. 걷는 길 오른쪽은 산, 왼쪽은 마을이다.
이제 우리의 종착점까지는 2.8km다. 평창동이 한눈에 들어온다. 검은색 철제 울타리 가운데에 포인트 금칠을 해놓은 집이 눈에 들어와 다가가 살펴보니 ‘Gyum House Gallery’다.
고개를 끄덕이며 걸어나가자 우리 앞에 제법 규모가 큰 ‘청련사’절이 나타났다. ‘삼각산 청련사’는 큰절 답게 범종과 지나가는 행인들을 위하여 식수대와 화장실을 쓰도록 배려해 놓았다. 대자대비하신 부처님의 뜻을 실천하고 계신 주지스님 공덕에 감사하며 청연사에서 목을 축이며 정신을 차린다.
이어서 혜광사 절, ‘The Present Gallery’, ‘風流濟(바람이 머물고 흘러가는길)’, 가우디의 건축물 같이 지붕을 기묘하게 둥글게 만든 집, ‘동덕교육문화원’과 ‘일선사’를 지난다. 내리막 길 중간이 오늘의 종착점 ‘형제봉입구’다.
이로써 끝도 없을 것 같은 평창동 마을 둘렛길이 끝났다.
그래도 감사한다. 서울둘렛길 아니면 언제 우리가 평창동 마을 길을 걸어보겠는가?
마을버스를 탈까? 걸을까? 하다 걷기로 했다. 걷기를 잘했다.
불과 10여분정도 내려오니 버스 정류장과 만난다. 1711번을 타고 세종 문화회관 역에서 내렸다. 여기서 5호선을 타면 둔촌동역으로 한번에 갈수 있기 때문이다.
기왕 이곳에 왔으니 광화문을 배경으로 사진 한 장, 덤으로 남겼다.
오늘 많이 힘드셨을텐데..다들 밝은 모습이다. 특히 왕언니 레지나 자매님이 오늘 함께 해줘서 고맙다고 하신다. 오늘 더운 날씨 힘든 코스에 모두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둘토산과 함께 늘 건강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