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님! 저를 도구로 써 주셔서 찬미와 감사를 올리나이다 >
2016년, 저는 카프에서 전례 봉사자를 모집하는 포스터를 보고
깊이 고민하지 않은 채 지원서를 작성했습니 다.
당시에는 미사 중 독서나 해설 정도만 하면 된다고 생각해
중독 병원이라는 장소에 거부감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사무총장 신부님과 면담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신부님께서는 병동의 오랜 냉담자들에게 짧은 교리와 영적 독서를 통해
나눔을 진행해 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하셨습니다.
저는 두려워 “아는 것이 없어서 감히 할 수 없다.”고 말하고 싶었으나,
신부님께서는 “그들은 신앙 면에서 유치원 아이들처럼 순수하니 걱정 말라.”고
격려하셨습니다.
그 순간 주님께서 “내가 곁에 있으니 두려워 말라.”고 위로해 주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봉사의 첫걸음을 내디뎠습니다.
처음 남성과 여성 병동에서 각각 한 시간씩 봉사를 시작했을 때는
낯선 환경과 정신병동 환자에 대한 두려움이 컸습니다.
환자들과 인사를 나누면서도 ‘오늘로 끝내자.’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두려움이 제 얼굴에 드러나자 환자들도 경계심을 보이며
굳은 표정으로 저를 대했습니다.
그러나 주님의 기도를 함께 바치기 시작하면서
환자들의 얼굴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고,
저도 마음을 열자 그들도 마음을 열고 환한 표정으로 저를 맞아주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저는 그들의 아픔과 고통을 이해하게 되었고,
반복되는 알코올 중독으로 인해 가족과 친구들에게서
버림받은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사랑을 갈망하면서도
스스로를 포기하는 그들의 모습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특히 가족의 사랑과 지지를 받지 못한 이들은
봉사자에게라도 작은 지지와 사랑을 받고 싶어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들을 위해 기도하며,
서먹해진 그들의 가족 관계가 회복되기를 기도하고 응원했습니다.
어느 날 한 환자가 “선생님, 이곳에서 오래 봉사하실 거죠?
저는 중독자라 자주 이곳에 오게 됩니다.
다시 왔을 때 저를 지지해 주던 봉사자가 없으면 제 자신이 더욱 미워집니다.
계속 봉사해 주시면 저를 응원해 주는 분이 있다는 걸 알고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말하며 마음을 열었습니다.
이들의 고백을 듣고 저는 중독에 대해 더 공부하며,
주님의 사랑과 자비를 전하려고 노력하게 되었습니다.
돌아보면, 봉사를 통해 제가 주님의 사랑을 전한다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그들을 통해 사랑과 자비를 더 깊이 깨달았음을 고백하게 됩니다.
어느덧 10년째 봉사를 이어오며,
주님께서 저를 도구로 사용하셔서 말씀을 전하고 계심을 느낍니다.
이 봉사는 제가 하는 것이 아니라
주님께서 저를 통해 하시는 일임을 깨닫기에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주님의 사랑을 전하고,
그들의 회복을 돕는 이 봉사를 이어가며 주님의 도구로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권경주 안젤라 | 카프성모병원 자비의성모마리아성당 봉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