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사상사의 현대문학연구총서 21번째 도서인 『산호와 진주-금아 피천득의 문학세계』를 소개합니다. 본 도서는 중앙대 영문학과에 재직 중인 정정호 교수가 우리나라 문학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금아 피천득 선생님의 문학 세계를 엿본 것입니다. 금아 피천득 선생님이 타계한 지 5년이 되는 해인 2012년, 그의 삶과 문학 속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운 ‘산호와 진주’의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본 도서가 귀사의 소개로 많은 독자들과 만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저서의 내용
피천득의 수필은 내가 집필하는 책상에서 팔만 뻗으면 되는 자리에 꽂혀 있다. 글이 안 써져서 심난할 때라든가 뜻대로 안 되는 세상사로 마음이 어지러울 때면 꺼내서 처음부터 읽기도 하고 아무데나 펼쳐보기도 한다. 마음이 가라앉을 뿐 아니라 탁한 마음이 맑아지는 기쁨까지 맛본다.
- 박완서, 「피천득 선생님을 기리며」
올해는 우리나라 문학계의 거장인 금아 피천득 선생이 타계한 지 5년이 되는 해이다. 금아 선생은 우리에게 백여 편의 진주 같은 서정시와 산호 같은 시적 수필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그의 문학작품은 불안한 시대의 궁핍한 시간들을 타고 넘어 영원회귀에 이르는 단련되고 정제된 맑은 구슬들이며, 태양빛 아래 반짝이는 영롱한 아침 이슬과 같다.
그렇다면 금아 선생의 문학 세계를 이야기하는 많은 표현들은 그의 문학적 특색 중 어디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일까? 저자 정정호는 금아 문학에는 시공을 초월하는 “장대한 보편성”이 있다고 말한다. 이 점이 「인연」의 작가 피천득 선생이 아직까지도 친근하게 느껴지는 이유이지 않을까?
한편 저자인 정정호 교수는 대학 시절 은사이기도 한 금아 선생을 떠올릴 때마다 아쉬움을 느낀다고 말한다. 먼저, 우리는 자본주의 시대에 선생이 실천한 삶의 방식을 칭송하지만 과연 우리는 그의 본을 얼마나 실천하며 살아오고 있는가 하는 점이고, 두 번째는 몇 편의 수필로 널리 알려져 있기는 하지만 금아 선생의 문학을 사랑하는 독자들을 위한 문학입문서가 없다는 점이다. 물론 금아 탄생 100주년이었던 지난 2010년 이후 금아의 삶과 문학을 조망하는 일이 많아졌지만 독자들을 위한 단행본이 없다는 것에 부당하다고 여겼다 고백한다. 이러한 굳은 마음이 지난 몇 년간의 집필 원고로 태어나 한 권의 단행본이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일부 학위논문을 제외하고 금아 선생에 대한 학계의 심도 있는 연구 혹은 비평이 나오지 않는다는 데에서 이 책을 집필하게 된 동기를 찾을 수 있다. 저자는 그의 글이 한국 문단이나 평단을 지배해 온 이념성이나 실험성이 없어서, 혹은 별다른 논쟁거리 없이 단순하고, 쉽고, 평범하기 때문인지 자문하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본 도서는 금아 선생의 삶과 문학 세계 전체를 조망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나아가 그것을 논의의 주제로 전경화시키고 있다는 점에 큰 의의를 둘 수 있을 것이다.
혼탁한 시대를 거스르는 구체적 삶 속에서 맑고 꼿꼿하고 순진하게 살다 간 금아 피천득 선생. 그의 단순 청아한 문학 세계의 아름다움을 이 책을 통해 좀 더 많은 독자들이 폭 넓게 접해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추천의 글
피천득의 짧고 평정하고 쉬워 보이는 시와 수필들을 필자가 악의적은 것은 아니더라도 자의적으로 주제별로 분류하기도 하고 생경한 문학이론들을 개입시키기도 하고, 도식화하기도 하고 일부러 복잡하게 만든 이유가 도대체 뭘까? 금아의 문학세계라는 고요하고 평화로운 호수에 함부로 돌멩이를 던진 것일까? 내 자신의 논의 기술 방식에 대해 일종의 “방법적 회의”로서 자문해본다. 그것은 일종의 “낯설게 하기”이다. 너무나 단순하고 친숙하고 용이하여 별다른 문제나 논의거리들이 거의 없어 보이는, 아니 우리가 피천득의 글에 대해 가지는 일종의 거의 자동화된 반응들 - 서정성, 감성, 아름다움, 일상성, 사소함 등등 - 에 대한 의도적인 비평적 문제 제기이고 인식론적 비틀기이다. 무엇 때문에? 나는 금아의 글에 대한 우리의 관숙(慣熟)된 오해와 편견을 깨뜨리고 싶었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