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도시 빈(Wien)을 벗어나는 것이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아침을 차분히 먹고 아이들은 좀 더 자게 놔두었다. 아침을 준비해 놨으니 이동하면서 먹으면 되니 말이다. 여행 선물로 오스트리아 모차르트 초코릿을 조금 사고 싶어 캠핑장에서 조금 벗어나 SPAR 마트를 찾았다.(SPAR 마트에서 저렴하게 파는 모차르트 초코릿이 있어 그것을 찾아 어제 밤에 헤매였지만 찾지 못했기에 빈을 떠나기 전에 초코릿도 사고 필요한 물품도 조금 사야했다.)
그런데 동네 마트이라 넓은 주차장이 없다.....길거리 주차를 해놓고 와이프와 민서만 마트에 가고, 나랑 건우는 차를 지키기로 했다. 그렇게 한 것이 천만 다행이였다.....
한번 마트에 가면 함흥차사라는 것을 알지만.......이번에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물품 몇 개 사는 것이 이리도 오래 걸리는지.....빈과 부다페스트 이동 거리가 상당하고, 중간에 아울렛도 들려 아이들 옷도 좀 사야하는데......
잠깐 밀린 일기를 쓰고 있는데.....경찰이 나타나 주차위반 스티커를 작성하고 있다....급하게 빵빵 신호를 주고, 신발도 신지 않고 창문을 열고 뛰어 나갔다.
아이가 급해서 화장실에 갔다. 2~3분에 떠날 수 있을 것 같은데.....잠깐만 더 주차를 허락해주면 안되겠냐고 사정을 했다. 착한 경찰(?)인지 알겠다고 한다. 그래도....혹시 불안한 마음에 나에게 주차위반 스티커를 발부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다시 말했다....오케이 괜찮다고 한다. 오스트리아는 주차위반 범칙금이 굉장히 크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다행이다. 호주에서도 주차위반 범칙금이 부과되어 여행 기분을 망치고, 이를 처리하기 위해 시간을 할애해야만 했던 기억이 난다.....
이 착한 경찰(?)의 오케이 말을 믿어보고 싶다. 아무일이 없기를.....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도 쇼핑을 했다. 물, 음료수, 초코릿만 산다고 하더니....하리봉을 다양하게도 샀다......아이들을 위한 것이니......그런데 맛이 좋다~!
그래도 당분간 마실 물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니 마음이 푸근해진다~!
빈의 외곽지역에 위치하고 부다페스트로 가는 길에 있는 판도르프 아울렛을 갔다.
호주의 아울렛은 기대에 비해 크게 얻은 것은 없었기에........별 기대는 하지 않고 혹시 아이들 스쿠터가 있나하는 마음에 갔던 것인데......스쿠터는 없다.
도심 지역에서 아이들 이동이 걱정이 된다......휴대용 유모차를 이용하기에는 아이들이 크고, 도심의 관광 일정대로 스스로 걸어다니기에는 상당한 걷는 양이니.....어떤 형태이든 이동 보조 수단이 있으면 좋으련만......이를 찾는 것이 쉽지 않다.....
미국, 호주처럼 월마트가 있으면 쉽게 무엇인가를 구해볼 수 있을텐데......월마트와 같은 큰 유통체인이 보이지 않는다.....이곳도 사람 사는 곳인데 우리가 못 찾고 있겠지.....
혹시 하는 마음에 건우에게 필요한 옷을 찾아보기로 했다. 추운 겨울인데.....교복 안에 입으면 좋을 패딩이 하나 있으면 좋겠기에......그리고 와이프의 등산신발이 오래되어 앞부분 접착이 떨어져서 새 신발이 하나 필요했다.
생각한 것보다 큰 규모의 쇼핑 아울렛은 아니였다. 그리고 미국에서처럼 파격적인 세일을 하는 것도 아닌 것 같다. 그래도 한국에 비하면 조금 더 저렴한 것 같다.
가장 먼저 산 것은 아이들 간식거리였다. 오스트리아의 초코릿을 사고, 우리나라 웨야스랑 비슷한 과자도 샀다. 외국에 나와서 사먹는 초코릿은 왜 이리 맛있는지......오스트리아의 웨야스(?)도 맛이 좋다. 여행하는 국가의 간식거리를 즐기는 것도 여행의 작은 즐거움이고, 아이들에게 색다른 여행의 즐거움을 선물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인 것 같다.
이번에는 건우 물품을 중심으로 쇼핑을 했다.
나이키 매장에 들어갔는데 아이들 옷이 싸다......겨울 바지 추리닝, 봄 바지 추리닝, 축구할 때 입을 수 있는 가벼운 티도 하나 샀다. 민서를 위해 봄에 신을 수 있는 운동화도 하나 샀다. 아이들 필요 물품을 사고 나니 마음이 뿌듯하다......
3곳을 더 다녀보고 건우에게 필요한 옷을 샀다. 패딩으로 입을 수 있고, 외투로도 입을 수 있는 옷을 하나 사고, 앞뒤를 바꿔서 입을 수 있는 조키도 하나 샀다. 두꺼운 외투를 자꾸 벗어서 혹시 감기에 걸리지 않을까 걱정했는데......건우와 민서가 이 옷을 하나씩 더 입고 다니면 따뜻할 것 같다.
와이프 신발도 하나 샀다. 우리나라에는 많지 않은 스키용품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Salomon에서 고어텍스 소재로 만든 가벼운 신발을 하나 샀다. 고어텍스 소재로 된 하이킹화를 14만원정도에 샀으니......크게 싸지 않아도 괜찮은 것 같다.
실은 유럽의 겨울에 눈이 와야 하는데.....이상기온 현상으로 우리나라가 춥고 눈이 많이 오고 있고, 이곳 유럽은 주구장창 비만 오고 있다. 덕분에 눈길보다 빗길 운전이 더 수월하기에 더 좋기는 하지만.....여행을 하기에는 빗길보다는 눈길이 더 나은데....
와이프의 신발 상태를 봐서는 하루라도 빨리 교체하는 것이 여행일정을 소화하기에 좋을 것 같으니.....예쁜 신발을 살 수 있어 만족이다.
마지막으로 튼튼해 보이는 여행 가방을 하나 샀다. 장기간 가족 여행을 다니다보니 큰 가방에 대한 needs가 있었는데......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일명 이민가방을 하나 샀는데....짐의 무게때문인지...바퀴가 잘 굴러가지 않고 가방 틀이 잡혀 있지 않아 이동에 상당히 어려웠다.....조금 비싸기도 하지만.....그래도 이곳이 우리나라보다 샀다.
노스페이스에서 75리터 여행자 캐리어를 샀다. 인천에서 출국할 때 짐이 많아 초과비용을 지불했는데......뮌헨에서 출국할 때는 초과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짐을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뮌헨 공항에서 텍스리턴까지 받으면......그래도 합리적인 가격이라 만족한다.
와이프는 내 스키옷을 사고 싶어했다.....Salomon에서 그래도 마음에 드는 것을 발견했지만.....45만원 정도 줘야 한다.....총각시절처럼 매주 스키를 타러 간다면 큰 마음 먹고 새로 장만할 것인데.....건우와 민서에게 스키를 가르쳐 준다고 해도 1년에 한두번 갈 것인데......예전부터 멋있는 스키복이 있으면 했지만......지금은 자주 가지 않으니 그다지 필요한 것 같지도 않다. 단골 스키샵에서 고급의상을 빌려 입는 것이 더 합리적인 선택일 것 같다. 옷에 크게 욕심이 없는지라......그 돈이면 다른 곳에 사용해서 더 큰 효용을 얻는 것이 낫다~!
(스키 장비와 옷을 살펴보니.........확실히 이곳이 싸다. 총각시절처럼 스키를 자주 타러 다닌다면 이곳에서 내게 필요한 장비를 살 것 같다. 이제 내게 필요한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장비를 보는 안목이 생겼으니.....침 한번 꿀꺽 삼키고 참는다.)
확실히 와이프랑 나는 옷이나 쇼핑에 대한 생각이 크게 차이가 난다.
올해부터 학교에 나가기에 출퇴근용으로 입을 수 있는 겨울용 외투를 장만했으니 나는 크게 새로운 외투를 장만하고 싶지 않는데......자꾸만 새로운 외투를 사자고 한다.
옷을 살 때마다 조금은 크게 다투는 것 같다. 난 많은 옷이 있는 것이 좋지 않다. 조금은 마음이 불편하기까지 하다.....패션 감각이 없어서 그런지......패션에 관심이 없어서 그런지.......마음에 드는 옷을 사서 오랫동안 입는 것을 더 선호하는데....그래서 옷 하나를 살 때 기능과 내구성을 보다 더 많이 신경을 쓴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여러 벌의 옷을 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그런데 와이프는 이런 나의 성향을 고려해주지 않는다....쇼핑을 많이 하는 것은 아니지만.....어떤 때는 쇼핑하는 그 자체로 만족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것이 사실이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와이프는 따뜻해 보이는 롱패딩을 하나 샀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서 이 옷을 계속 입을 것 같지 않다......물론 이번 여행에서는 입겠지만.....여행이 끝나고.......평창올림픽 바람에 롱패딩이 유행이라서 좋아 보이는 것이지......다음 겨울에 이 옷을 입을지 의문이 든다......
같이 롱패딩을 사자고 했지만 난 거절했다.......그런데 아크테릭스 잠바를 사자고 한다.....솔직히 좋은 것은 알겠다.....하지만 너무 비싸다......백화점에서 봤을 때는 세일을 해서 130만원대......여기 아울렛에서 보니 세일해서 80만원대.....한국에 비하면 싼 것은 사실이지만......내게 꼭 필요한가 생각하니.....뮌헨에 있는 아울렛에 가서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하나 사겠다고 말하고 일단 보류시켜 놓았다.
쇼핑 시간이 길어지면서 아이들이 배가 고프고 다리가 아픈지 계속해서 떼를 쓴다....이를 무마하기 위해 유튜브 동영상을 보여준다.....내가 가장 싫어하는 상황이다......
쇼핑을 주도적으로 필요한 것만 빨리 장만하고 쇼핑을 마무리하던지.....아이들에게 먹을 것을 사서 주거나 다른 놀이 방법을 제시해 주던지.......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계속해서 시간만 허비하는 것 같다.......그냥 이곳도 좋고 저것도 좋고......결정을 하지도 못하고.....진짜 필요해서 쇼핑을 하는지........이 가게 저 가게 둘러보다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살려고 하는 것인지......부다페스트까지 교통량도 많은 구간인데.....이번에도 야간 운전을 해야 한다.....운전은 고스란히 나만의 몫이니.....배려하고 신경쓰지 않는 것 같은 행동을 한다.....점심도 못 먹고 벌써 5시가 되어간다.....짜증이 계속해서 올라온다.....어찌되었든 쇼핑은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