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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위기 시대, 생존을 위한 실천적 사유
“아무것도 우리를 구원해주지 않아. 우리 힘으로 스스로를 구원하지 않으면 우린 죽은 목숨이야.” — 옥타비아 버틀러, 『씨앗을 뿌리는 사람의 우화』(비채, 2022) 102~103쪽
1. 2053년 우리의 미래
2018년 4부작으로 오픈한 웹드라마 「고래 먼지」는 2053년 가뭄으로 인한 극심한 사막화와 미세먼지로 뒤덮인 대한민국의 참담한 미래를 재현한다. 뛰어난 과학 문명의 발달에도 인류는 ‘가뭄’이라는 난제를 해결하지 못한 가운데, 감독은 깊어만 가는 인류의 상실감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이 글에서는 인류의 난제를 SF 드라마로 제작한 「고래 먼지」 이야기를 시작으로 인류가 마주한 환경 위기와 177 시선과 시선 시선과 시선 지구 위기 시대, 생존을 위한 실천적 사유 예술의 역할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드라마는 어릴 적 엄마와 보았던 바다를 떠올리는 소녀와 희망 없는 날씨 정보를 전하는 기상 캐스터, 그리고 AI 소년이 함께 바다로 떠나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인간의 말동무는 주로 AI다. 소녀의 금붕어도 기상캐스터 곁의 남자아이도 모두 AI다. 이들이 바다에 다다르자 비가 내리고 꿈에서 본 바다의 푸른 빛이 눈앞에 펼쳐지면서 드라마는 끝이 난다. 금붕어 AI가 바다로 가더니 커다란 고래의 홀로그램으로 전환되는 장면은 지구의 미래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 의도적 장치로 보인다.
‘미세먼지 폐허 속 AI 도움으로 희망의 상징 바다를 찾는 여정’을 그렸다는 주제적인 측면이 시사적이라는 점과 ‘AI가 사회·환경 문 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담은 테크노포비아를 그린 기존 SF물과 차별화되었다는 점, 이제 생활의 일부가 될 AI 로봇을 통해 미래 인류 의 일상을 그렸다는 점에서 이 웹드라마는 그 자체로 긍정적인 평가 178 를 받았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환상적인 분위기에 마냥 취해 있을 수만은 없다. 이것이 우리가 머지않아 마주할 미래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는 미세먼지 농도 ‘매우 나쁨’ 기준인 150㎍/m³ 의 10배가 넘는 1500㎍/m³가 일상이 되는 상황을 배경으로 깔고 있다. 기상청의 인공강우 실험은 매번 실패로 돌아가면서 외출조차 쉽지 않은 현실, 사람들은 지하에서 생활하고 외출시에는 방독면을 써야 하는 등 완전무장을 해야 한다. 이렇게 가뭄과 미세먼지로 폐허가 된 2053년의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사막화되어 참담하다. 「고래 먼지」는 지구의 마지막 희망이면서 상징인 고래와 인류 삶의 위협이 되는 미세먼지라는 소재를 결합하며 인류 생존의 위기를 더욱 극명하게 드러냈다. 여기에 AI와 인간이 공존하여 만들어내는 희망 품은 메시지는 애초 긍정적인 미래를 보여주고자 했던 신우석 감독 의의도와 만난다.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며 멸종을 부르는 지구 온난화와 기후 위기의 심각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코로나19 변이바이러스 출몰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미얀마의 군부독재, 아프가니스탄 등을 점령한 탈레반 정권 등,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난 전쟁 공포는 인류를 더욱더 불안으로 몰아가고 있다. 인류의 야욕이 만든 각종 재난은 사회·문화적인 혼돈을 야기하고 인류의 일상을 위협하며 급기야는 전 지구적 재앙을 빠르게 앞당기고 있다. 기후 위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자연생태계의 위기를 넘어 인류 생존을 위협하며 여러 방식으로 수없이 경고를 보내고 있다. 코로나19도 수많은 경고 중 하나라고 한다. 여러 재난의 위기 속에서 30여 년 뒤 미세먼지에 덮인 대한민국을 상상하며 그린 「고래 먼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2. 병든 지구 속, 상생과 공생의 삶이란
그럼에도 우리가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체감하는 이유는 산업경제 발달을 위해 자연을 파괴하고 여전히 성장만을 우선시하는 근대 자본주의 정신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까닭이다. 자연 속에 인간이 있고, 인간 역시 자연의 일부이므로 공생과 상생이 아니면 다 같이 공멸한다는 인식을 망각한 채, 인류는 여전히 자연을 지배와 착취의 대상으로 여김으로써 환경 위기의 문제를 키우고 있다. 눈에 보이는 성과만을 목표로 자행하는 지나친 자연 개발과 자원 착취는 오히려 인류가 만든 억압적 사회구조에 스스로를 가두거나 기계들에 지배당하는, 인과응보의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한 예로 석유·석탄 에너지의 지나친 사용은 대기 중 온실가스(이산화탄소)를 발생시켜 지구 온난화를 야기한다는 것을 들 수 있다. 그러면 극지방의 빙하와 빙산들이 녹으면서 바다의 수온과 해수면이 상승하게 되는데, 이렇게 바닷물의 온도가 올라가게 되면서 태풍에 수증기를 많이 제공하게 되어 태풍 발생 빈도 를 높이고, 태풍의 위력 또한 키우게 된다. 수온과 해수면이 상승하면 기후 재난이 올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저지대 국가나 남태평양의 여러 섬들이 언젠가는 수몰될 위기에 처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근시적인 예로 최근 유럽 일대에 지속된 폭염으로 산불이 빈번하게 발생한 것을 들 수 있다. 우기에 비가 내리지 않아 가뭄이 들고, 농사를 지을 수 없어 식량난에 허덕이는 국가의 사례도 빈번하다. 폭염뿐 아니라 기습 폭우 역시 인류가 무분별하게 석유·석탄 에너지 를 소비한 대가라고 할 수 있다. 화석 연료를 이용할 때 온실가스가 대기 중에 많이 발산되면 태양열을 바깥으로 방출하지 못하게 되어, 비닐하우스처럼 열을 품게 되기 때문에 지구 온난화는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산업화 과정에서 나무를 많이 베어내는 것도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된다. 경제적 이익과 제일 성장을 목적으로 한 개발 독재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발생하게 되는 지구의 자연환경 변화는 온난 화뿐 아니라 사막화, 산성비, 산림 파괴, 해양 오염, 생물 종의 감소, 토양 오염, 오존층 파괴 등의 환경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기후 환경 위기가 가속화되면서 인간 생존의 문제와 직결되자 1950 년대 이후 유럽에서는 생태윤리학, 생태철학, 생태예술 등의 이론이 태동했고, 1970년대 미국을 중심으로 문학생태학과 생태비평 등이 등장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1990년대 이후 생명 운동, 생태계 보호와 같은 사회운동이 대두되면서 생태주의 문학이나 환경문학이라는 이름으로 문학적 흐름이 형성되었다. 최근 이상기후의 심각성이 커지면서 자원을 재활용하여 자연으로 환원할 수 있는 친환경 재생에너지 생산에 대한 안건이 많이 상정되고 있다. 훼손된 자연을 복구하고 질서와 균형을 회복하면서 아름다운 생태환경을 지향하자는 생태주의는 문학과 접목하면서 인류에게 스스로의 행동을 각성·성찰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자연을 함부로 개발하고 남용하다가 그 대가를 되돌려 받는 것이 지금 인류가 맞닥뜨린 현실이라는 인식을 반성과 함께 실천적 행동으로 이끌어 낼 수 있는 언어의 힘이 문학에는 존재한다. 문학은 인간을 비롯한 동식물의 생태계가 처한 환경을 보여주면서 균형이 깨지고 공생과 상생을 잃어버린 이 시대의 문제가 자연을 착취의 대 상으로만 인식하는 기계론적 자연관에 있다는 것을 지각하게 한다. 오 문석의 말처럼, 생태학은 자연에 대한 이성적 지배와 역사(즉, 근대사)와 단절해야 한다는 절박한 위기의식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1) 181 시선과 시선 1) 오문석, 「서정시가 생태학을 만났을 때 : 1990년대를 회상하며」, 《시인수첩》(2022, 여름호) 131쪽.
필자는 가장 먼저 오염되는 곳, 바다에 더 주목하고자 한다. 온난 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과 빈번히 발생하는 엘니뇨·라니냐 현상, 기 름 유출, 각종 쓰레기를 비롯한 핵폐기물 방출 등은 인류가 해결해 야 할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바다가 지구의 온도를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존재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바다가 있음으로써 밤 낮의 온도차, 일교차, 연교차를 최대한으로 줄일 수 있다. 현재 바다는 심각한 오염으로 자연의 리듬이 깨져 태풍의 위력과 기상 이변이 발생하여 생물이 살아갈 수 없는 환경이 되어가고 있다. 파도의 힘과 밀물과 썰물에 의해 많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바다는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인류에게 혜택을 주는데, 그 항상성이 깨지면 지구는 더 이상 생명체가 살 수 없는 행성이 되고 만다.
생태학이 이러한 인간중심주의에서 자연을 구해내는 담론2)이라는 문제의식은 기후 위기 현상의 원인인 인간의 만행을 각성·성찰 하고, 지금 인류가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문제라는 경각심을 갖게 한다. 무엇보다 기후 변화에 민감한 바다는 지구의 뭇 생물들이 살게 하는 생명의 뿌리라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지구를 숨 쉬게 하고 생기를 돌게 하는 바다, 우리는 바닷가에서 있기만 해도 바다의 숨소리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바다는 생물과 무생물의 정교한 맞물림으로 구조화되어 있는 완벽한 자연 생태계다. 그런데 지구 환경의 최후의 보루이자 최후의 환경지킴이여야 할 이 바다조차도 심각한 오염에 직면하여 이제 자정능력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오늘의 바다에서는 건강한 생성, 생장과 건강한 소멸이 담보되지 않는다. 갯비린내가 살아있는 싱싱하고 건강한 바다를 지켜내는 일이야말로 오늘날 인류의 지상과제가 아닐 수 없다.
2) 오문석, 위의 글, 132쪽.
특히 바다에 떠도는 플라스틱 제품은 태양과 파도에 의해 점점 작은 알갱이로 변하여 해양 생물들에게 갖가지 위험을 가져온다. 미국 알갈리타해양연구재단은 태평양 쓰레기 섬 주위에서 발견되는 미세 플라스틱의 무게가 플랑크톤보다 무려 6배가 높다고 발표했다. 주변 지역에서 잡힌 어류를 조사한 결과 35%의 물고기 뱃속에 미세 플라스틱이 있음을 확인했다. 문제는 플라스틱이 각종 유해물질과 잘 흡착한다는 데 있다. 유해물질은 생태계의 먹이사슬을 거쳐 상위계층의 포식자인 인간에게로 고스란히 전달된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연구팀은 우리나라 남해안에서 채취한 미세 플라스틱에서는 유해물질 인 DDT(살충제의 하나)와 PCB(다가 염소 화합물로 변압기, 축전기 등에 존재하는 맹독성 물질)가 부착돼 있음을 확인했다고 한다. 범고래가 먹잇감으로 착각하여 플라스틱을 삼킨 상황을 묘사하며 플라스틱 사랑이 깊은 인류의 만행을 지적한 박화남의 「플라스틱 러브」의 일부를 인용해 본다.
3. 지구는 지금,
바다에 떠다니며
파도에 부딪쳐서 가루가 될 때까지
아득한 우리의 사랑 범고래가 삼켰어
—박화남, 「플라스틱 러브」 부분, 《다층》(2022, 겨울호)
우리가 가볍게 버린 플라스틱이 “바다에 떠다니며” “파도에 부딪 쳐서 가루가” 되고, 그것을 결국 “범고래가 삼”키게 되는 먹이사슬 의 형태를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일회용 플라스틱이 썩는 시간은 50~80년 정도인데, 이런 미세 플라스틱은 바다의 동물들이 먹이로 착각하기 쉽다. 플라스틱은 동물들의 뱃속에서 소화가 되지 않고 몸에 계속 쌓이면서 바닷속 생물을 죽이는 것이다. 그 피해를 가장 많 이 받은 동물이 범고래다. 범고래는 해양 오염물질을 그대로 흡수하기 때문에 연구에 있어 최우선 종이라 한다. 광부들이 카나리아라는 새를 데리고 지하 갱도로 들어가 맹독성 가스(일산화탄소 등) 농도를 점검하는 것처럼 해양 오염의 측정 대상이 되는 바다 생물은 범고래다. 2020년 1월, 범고래의 위胃에서 커다란 플라스틱 쓰레기가 덩어리째 발견됐다는 기사를 보더라도 인간의 플라스틱 사랑이 가져온 불행이 얼마나 큰지를 짐작할 수 있다.
거대한 고래들이 녹고 있다
그린란드와 남극의 고래가 모두 녹으면
고래가 내뿜는 물기둥처럼
바다의 해수면은 인간의 해수면을 넘칠 것이다
인간의 문명이란 고작 몇 미터의 방파제와 같다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다
태양 너머를 꿈꾸려는 듯 불을 허물어 쓴 인류는
대기 중에 누적되는 온실 기체를 방출했다
그 기체는 신기하게 햇빛을 투과시킨다
차양 없이 달려온 햇빛은 지구를 달구고 있다
—박무웅, 「고래들이 녹고 있다」 부분, 《시산맥》(2022, 여름호)
이 시는 지구가 지금 6차 대멸종 중에 있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지구에는 다섯 번의 대멸종이 있었다고 한다. 지금까지 발생했던 다섯 번의 대멸종은 운석 충돌, 빙하기, 지각판의 대변동 등으로 일어난 184 자연적 대멸종이지만, 6차 대멸종은 인류의 탐욕과 무지로 발생한 인재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6차 대멸종에는 우리 인류 또한 예외일 수 없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 시는 우리 생태계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지표로 고래의 이미지를 활용한다. 고래는 녹아서 바다의 일부가 되는 것으로 보아 거대한 빙하나 빙산 같은 형태를 띤다. 1979년 북극해의 모습과 2019년도 북극해는 다르다. 이전에 는 북극해의 3/4이 빙하로 덮여 있었는데 지금은 절반도 남아 있지 않다. 40년 사이 빙하가 절반 가까이 녹아내렸다. 북극곰의 서식지도 줄어들고 있다. 수온 상승이 해수면 높이를 상승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툰드라 지방에 영구 동토층이 있는데 이것이 녹아내리면서 몇 십만 년 전 있었던 세균과 바이러스가 퍼질 우려가 있어 전염병이 예견되고 있다. 우리 인간이 경험하지 못한 또 다른 바이러스일 가능성으로 인류에게 무척 치명적일 수 있다.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은 이렇게 문학 작품 속에서도 극명하게 표현되며 인간 중심적인 인류의 만행에 일침을 가하고 있다.
기다리는 것은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기다리고, 기다리다 지치는 게 삶이라고
알면서도 기다렸지요
고래를 기다리는 동안
해변의 젖꼭지를 빠는 파도를 보았지요
숨을 한 번 내쉴 때마다
어깨를 들썩이는 그 바다가 바로
한 마리 고래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요
—안도현, 「고래를 기다리며」 부분, 『고래를 기다리며』(문학과지성사, 1998)
고래를 기다리는 주체에게 사람들은 이제 고래는 오지 않으니 단념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기다림을 포기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고래는 바로 생명성의 표상이기 때문이다. 새끼를 낳아 젖을 빨리는 생명계의 원리는 우리가 숨 쉬며 살고 있는 이 세계를 지탱하게 하는 힘이다. 하나의 생명 개체란 우주 만물과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서로의 영향권에 있는 의존적 관계 속에서만 존립의 근거가 확보되는 존재이다. 고래도 인간도 그중 하나이므로 이들은 정상적인 생태계의 구성인자로서 생명성의 상징이다. 그래서 주체는, 우리는 「고래 먼지」 속 마지막 장면에 고래를 등장시키며 희망을 전달하고 있는 것이 다. 고래가 오지 않는 것은 그러한 정상적 관계망 속의 결핍이고 상실이다. 주체는 이 결핍과 상실이 슬프다. 그래서 기다리는 것이고, 그 기다림 끝에 결국 저 바다가 바로 한 번의 숨을 쉴 때마다 크게 어깨를 들썩이는 한 마리 고래일지도 모른다는 기이한 상상력에 이름으로써 생명계에 대한 보다 더 큰 인식의 지평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마침내, 절룩거리던
자전이 멈추었다
이미 녹은 빙하가 탁한 피로 엉기어
적도까지 내려와 신음으로 굳어버린
캄캄한 궤도 밖으로
곧 실려 나갈 푸른 별
—서숙희, 「지구는 지금」 부분, 《서정과 현실》(2022, 상반기호)
버려진 지구본을 보며 지구의 환경을 걱정하는 시적 주체의 상징적 발상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한편 환경위기와 지구 온난화에 대한 우려를 주제로 끌어 오기 위한 시적 장치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인류의 미래가 암담하기만 한 현실이 씁쓸하기만 하다.
4. 일상의 실천을 넘어 예술적 실천으로
계간 《시산맥》은 기후환경 실천 방안을 내걸고 기후환경문학상도 만들어 제1회 수상자를 발표했다. 이러한 실천은 “지구의 환경을 살리고 지키는 일은 선택이 아닌 후손들을 위한 의무”라는 슬로건으로 시작되었다. 우리는 작가로서 “기후와 환경으로 인한 한 인류의 고통을 위기의식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취지에 동의한다. 기후 위기를 담은 문학적 실천은 다른 장르에 비해 활발하지만, 기후 위기를 정면으로 다룬 작품들은 아직 많지 않다. 「고래 먼지」와 상황은 다르지만 모래폭풍으로 사막화된 땅을 버리고 길을 떠나는 가족들을 그린 존 스타인벡의 소설 「분노의 포도」가 있고, ‘환경 위기와 인류의 미래’를 소재로 하여 10명의 작가들이 쓴 『곰과 함께』라는 소설집 등이 있다. 우리나라 작품으로는 김기창의 「기후 변화 시대의 사랑」 이 기후 변화로 인해 무너지는 일상을 담고 있다.
예술계의 레지던시는 2020년 ‘화천에서 환경을 말하다’에 이어 2021년 ‘관점의 전환, 세상을 보는 시선들’을 주제로 연극, 무용, 시 각, 영화, 그림책 작가와 연구자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기획자 등 과 기후 위기 시대의 변화된 일상을 표현했다. 또한 ‘우정 생태계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2022년 10월부터 대학생들이 광주천을 답사 하며 만든 회화와 영상, 조형 작품들을 전시하며, 광주천의 생태와 기후위기 등을 젊은 감각과 감성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서울프린지 페스티벌 2021의 기획프로그램 ‘독립예술집담회 11th with 독립예 술웹진 인디언밥’에서는 기후위기에 대한 두 이야기를 다룬 바 있 다. ‘기후위기와 생활인으로서의 예술가’와 ‘기후위기 시대의 축제 만들기 : 미래를 향해’가 그것이다. 지구를 보호하는 예술활동과 실천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그러나 기후위기는 우리 모두의 문제다. 일상의 실천은 물론 예술과 관계 맺어지는 각각의 영역에서 언어로, 몸과 목소리로, 색과 빛과 선으로 지구의 위기를 알리고 지구를 보호하는 실천을 도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영화 「투모로우(The Day After Tomorrow)」에 등장하는 부통령의 연설 중 일부를 공유하고자 한다. 현대 문명의 대표적 도시들이 빙하에 뒤덮여 무너져 가는 상황을 지켜보며 부통령이 한 독백이지만 이미 영화는 현실이 되고 있다. 우리는 과연 지구를 대체할 또 다른 행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이러한 의문이 판타지가 아니라는 것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영화다. 가뭄과 폭우, 폭설과 폭염으로 병들어 가는 지구의 미래는 인류가 더 이상 꿈을 꿀 수 없는 곳이 되어가고 있다. 인류가 지구 환경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이나 실천 의지가 없다면 인류는 집단자살에 동조하는 것과 같다.
“우리는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인류는 착각하고 있었습니다. 지구의 자원을 마음대로 쓸 수 있다고……. 하지만 오만이었습니다.”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영화 「투모로우(The Day After Tomorrow)」에서 부통령의 마지막 연설 중
이송희 200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열린시학》 등에 글을 쓰며 평론 활동. 고산문학대상, 가람시조문학상 신인상 등 수상. 시집 『수많은 당신들 앞에 또 다른 당신이 되어』 외 4권, 평론집 『유목의 서사』 외 4권, 연구서 『현대시와 인지시학』, 그 외 저서로 『눈물로 읽는 사서함』 등이 있음. 전남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