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조성희
발끝에 인생의 짐을 실으며 걷고 있다
적막한 어둠이
마음의 슬픔으로 깔려
늧가을 바스러져 가는 낙엽이 차가운 바람으로 날리고
미더운 고통의 몸짓을 할 때
너덜 어진 신발에 묻은 기억을
쓴 눈물로 지우고
마음이 허물어진 틈새로 빛이 찾아와
소망이 나의 발위에 살며시 내려앉았다
꽃길
눈물 한 방울 가슴 한편에 넣어두고
고여있는 눈물 보고 싶을 때
꽃 핀 길을 접어
주머니에 넣고
봄볕 바람 간지러워 떨어진
눈 꽃잎
먼 길 떠나는 그대
즈려 밟는 그 걸음걸음마다
꽃길 되게 하소서
어머니
꽃 피는 봄이 오면 어머니 향기도 이슬 빛줄기 타고
착한 바람이 되어
그 집에서 머무르고 있다
미국으로 이민 간 딸
진한 그리움
가슴에 묻은 채
수년이 흐른 후
바다 건너 전화로
들리는 마지막 음성
내남없이 먼저 손해를 봐라
봄
꽃샘
바람으로 흘려가는 그리움
구름이 햇빛으로 이어지는 산기슭
가풀막진 길 위에
꽃씨 흩트려 놓은
향기의 새벽이슬 적시고
봉우리가 봉긋하게 트여지는
봄 내음을 휘날리며
천년으로 이어지는
생명의 신비를
사랑하며 기억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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