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밤을 머무를 예정이었던 객잔의 상태가 기대 이하라 결국 숙소를 옮기기로 결정했다.
중국 여행 중에는 숙소 상태에 대해 어느 정도 기대치를 낮추고 보는 편이지만,
이 객잔은 도저히 묵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기본적으로 제공되어야 할 물조차 제공되지 않았고, 보안 상태는 허술했으며,
직원은 찾아보기조차 힘들어 서비스는 기대할 수 없었다.
이런 기본적인 부분에서조차 문제가 드러나니, 여행자의 입장에서 불안감과 불편함이 커졌다.
객잔 건물을 찬찬히 살펴보니, 객잔 고유의 분위기를 재현한 듯
외형이나 규모는 상당히 크고 설계와 인테리어에도 나름 신경을 쓴 흔적이 있었다.
건설비도 꽤 많이 들어갔을 것 같아 처음엔 기대감을 갖게 했지만,
막상 내부로 들어와 보니 관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 방치된 상태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좋은 건물이 애물단지가 되어버린 현실이 안타까웠다.
여행지에서 숙소는 단순히 잠만 자는 공간이 아니라 하루의 피로를 풀고 새로운 여정을 준비하는 중요한 기반이다.
하지만 이 객잔은 그 역할을 전혀 해내지 못하고 있었기에,
불편함을 참고 머무르기보다는 하루빨리 옮기기로 한 것이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느낀다.
짐을 챙겨 옮긴 숙소는 레지던스 호텔 형식의 깔끔한 공간이었다.
무엇보다 주변이 관광 상가가 아닌 현지인들이 살아가는 동네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그 덕분에 더욱 조용하고, 일상에 한 발 가까워진 느낌이었다.
오늘은 특별히 빡빡한 일정이 없었기에, 오후에는 오랜만에 느긋한 망중한을 즐겼다.
자유롭게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난 뒤에는 느긋하게 휴식을 취했다.
몇몇 일행들과 함께 호텔 주변을 둘러보고 발안마집을 찾아 발안마를 하고
나는 발안마 대신 이번 여행에서 꼭 해보고 싶었던 “귀따개”를 시도했다.
안마침상에 누워 귀를 맡기는 순간, 처음에는 약간의 긴장감이 들었지만,
이내 세심하고 부드러운 손길이 편안함으로 바뀌었다.
작은 도구들이 귀를 따라 움직일 때마다 쏘는 듯한 간질거림과 청명하게 들려오는 소리가 묘하게 중독적이었다.
귀 깊은 곳까지 깨끗해지는 듯한 기분과 함께, 소리로 가득 찬 작은 세상을 경험하는 듯한 특별한 시간이 되었다.
돌아오는 길에 꼬치집을 들러 일행과 담소를 나누고 늦은 시간에 호텔로.
,,,
낮게 드리운 구름이 오늘 날씨도 그리 좋지는 않을 듯하다.
비만 오지 않아도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어제 미리 봐둔 강가로 발걸음을 옮긴다.
리수이강.
회색빛 하늘 아래, 강은 고요하게 흐르고 있었다. 구름이 내려앉은 풍경은 맑은 날과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습기를 머금은 공기가 가슴 깊숙이 스며들고, 가볍게 스치는 강바람이 오히려 산뜻하게 느껴졌다.
흐릿한 새벽 여명 아래에서도 강은 나름대로의 은은한 빛을 띠며 잔잔하게 흐르고 있었다.
바쁘지 않은 흐름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구름에 덮인 날씨도 나쁘지만은 않다고 생각했다.
며칠째 이어진 비 속에서 강행한 일정 탓에 몸도 무겁고 마음도 한결 가라앉았다.
습기와 추위가 스며드는 듯한 날씨 속에서 기운이 점점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함께하는 일행들도 비슷한 상태일 것이다.
표정이 밝지 않은 모습들을 볼 때마다 그들의 컨디션이 걱정되었다.
일정마다 예상치 못한 불편함이 쌓여 피로가 가중되는 듯했다.
모두들 여행을 즐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궂은 날씨는 생각보다 마음에 큰 영향을 주는 법인데.
화.장.실
급한 분이 계셨나보다.
반갑게 만나는 한글.
...
아침 식사를 마치고 토사성으로 출발했다.
오랜 역사를 간직한 토사성은 이번 여행에서 기대했던 장소 중 하나였기에 발걸음이 가벼웠다.
하지만 도착하자마자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이내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비에 젖으며 성을 둘러보기에는 무리가 있을 듯하여, 먼저 점심식사를 하기로 했다.
성 근처의 소박한 국수집으로 들어가 자유롭게 주문을 했다.
조용하던 국수집이 부산스러워지며 활기를 띤다.
며칠간 이어지는 궃은 날씨에 일행들의 쳐진 분위기가 좀 나아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우중충한 분위기를 바꿀 만한 무언가가 없을까 싶어 국수집 근처를 둘러보았다.
그러다 식당 옆에서 작은 중국식 피자라고 할 수 있는 지엔빙가게를 발견했다.
작은 가게 안에서는 후덕하게 생긴 주인장이 즉석에서 지엔빙을 만들어 구워내고 있었다.
준비된 여러 개의 반죽과 다양한 속 재료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고, 주인장은 능숙한 손길로 지엔빙을 완성하고 있었다.
얇게 펴진 반죽 위에 계란물을 바르고, 각종 재료를 넣어 오븐에 바로 구워준다.
인원수에 맞춰 지엔빙을 주문했다.
막 구운 지엔빙의 따뜻하고 고소한 향으로 기분 전환아 되기를 바라면서.
주문한 지엔빙이 만들어지기를 기다리는 동안, 옆 가게에서 마작을 즐기는 현지인들의 모습을 구경하게 되었다.
시끌벅적한 웃음소리와 마작 패가 부딪히는 경쾌한 소리가 거리로 퍼져 나와 그 자체로 생생한 풍경을 만들어냈다.
마작은 중국의 전통적인 놀이이자 오랜 문화의 한 부분으로,
도시나 농촌을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여가 시간에 즐기는 대표적인 게임이다.
길거리에서 마작을 둘러앉아 열띤 대결을 펼치는 장면은
특히 중국의 일상적인 삶과 공동체 문화를 엿볼 수 있는 매력적인 모습 중 하나다.
사람들은 패를 맞추며 진지하면서도 즐거운 분위기를 이어갔다.
이런 소박한 풍경 속에서, 단순한 놀이 이상의 교류와 연대가 느껴졌다.
이 순간은 단순히 기다리는 시간이 아니라,
현지인의 일상과 문화를 가까이서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로 다가왔다.
중국 여행 중 만나는 이런 풍경들이야말로 책이나 사진으로는
결코 전해지지 않는 찰라적으로 현지의 숨결을 느끼게 해준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비는 오히려 더 거세졌다.
미리 장가계에서 구입해둔 비닐 비옷을 꺼내 입고 출발하기로 한다.
이 비닐우비는 이번 여행에 최애품이다.
비옷 특유의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거리로 나섰다.
뭐 있냐. 비오면 비오는데로 즐기면 되지.
빗줄기가 거세졌지만, 덕분에 주변 풍경은 더욱 생동감 있게 느껴졌다.
여행 중 마주하는 이런 날씨도 결국은 추억이 되겠지.
마실정회동
첫댓글 여행에서 날씨 참 중요하죠.
물론 비 오는 날도 나름 즐기면 되지만 3일? 비가 오니 다운되는 기분은 어쩔 수 없나 봐요.
그래도 현지인의 속살을 조금 더 가까이 느껴봤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