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태조 이성계는 고려는 부패하여 더이상 국가로서의 기능을 할 수 없다는 명분으로 역성혁명에 성공하자 국호도 정하기 전에 한양으로 천도한다(1393년).
천도에 대한 태조의 열망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2대 정종은 개경으로 환도한다(1399년).
제1차 왕자의 난과 경복궁 위에서 까마귀 떼가 빙빙 돌며 울어대는 등 여러 가지 불길한 징조가 잇따르자 환도하기로 한 것이다.
이때 상왕 이성계도
“내가 한양으로 수도를 옮기고 나서 아내와 아들을 잃었다”며 환도에 반대하지 않고, 태종 이방원도 찬성한다. 경복궁 터에 문제가 있다는데 공감한 것이다.
3대 태종은 즉위하자
개경도 왕기가 쇠한 땅으로 인식, 대신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새로이 도읍을 옮기고자 한다.
한양 옛 궁궐로 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하륜의 주장대로 무악으로 옮길 것인가?
이때 한양에 대한 풍수학인들의 의견도 갈린다.
-한양의 전후에 돌산이 험한데다가 명당에 물이 끊어지니 도읍할 수 없다 - (풍수학인 윤신달, 유한우)
-한양이 비록 명당에 물이 없다고 말하나, 광통교 위쪽에서 물이 흐르는 곳이 있습니다, 전면에는 물이 사방으로 빙 둘러싸고 있으므로 도읍지가 될 만합니다.(풍수학인 이양달)
-내가 어찌 한양의 이미 이루어진 궁실을 싫어하고 이 풀이 우거진 땅(무악)을 좋아하여 다시 토목공사를 일으키겠는가? 다만 한양이 돌 살이 험하고, 명당에 물이 끊어져 도읍하기가 불가한 까닭이다.
너희들이 모두 지리를 아는데 처음 태상왕을 따라 도읍을 세울 때, 어찌 이러한 까닭을 말하지 아니하였는가? (태종)
-태종은 하륜의 의견을 따라 새 도읍지를 무악 아래로 정한다. 그러나 재정난과 대신들의 반대로 이틀 후에 무악에서 한양으로 갑자기 도읍지가 바뀌게 된다.
-나는 무악에 수도를 정하지 못했지만 후세에 반드시 수도로 정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태종).- 현 연세대 터에 대한 태종의 미련.
이상은 조선왕조실록에 나와 있는 무악 아래 연세대 일원이 궁궐이 될 뻔했던 내용이다.
오랫만에 연세대 뒷산인 안산(鞍山)에 올랐다.
이번엔 안산에서 금화산, 그리고 홍익대 뒷산인 와우산(臥牛山)으로 이어지는 산자락의 비보지명을 살피면서...
풍수지리적으로 북한산 인수봉(負兒岳) 북쪽에 튀어나온 바위가 어린 아이를 업고 있는 형상이라 아이가 어미 등을 뛰쳐나가면 위험하므로, 이를 막기 위해 인수봉이 바라보이는 안산에서 목멱산에 이르는 산줄기에 지명으로 비보(裨補)를 했다는 것이다.
즉 안산을 무악(毋岳)이라 하여 뛰쳐나가지 말라(毋) 하고, 안산 동남쪽 끝자락에 있는 고개를 떡전고개(餠市峴)라 하여 떡으로 아이를 달래고, 목멱산 동쪽에 있는 고개를 벌아령(伐兒嶺)이라 하여 아이가 달아나면 혼내겠다고 얼렀던 것이다.
하지 말라(毋岳) 하고, 떡으로 꼬이고(餠市峴, 애오개), 혼내겠다고 얼러서(伐兒嶺) 어미의 등에서 뛰쳐나오지 못하게 했던 것이다.
안산(鞍山)은 동서의 두 봉우리로 이루어져 멀리서 보면 마치 소나 말의 안장같이 생겼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그래서 현저동에서 홍제동으로 넘어가는 고개를 예전에는 안현(鞍峴)이라 부르다 지금은 무악재(毋岳峴)라 부른다.
떡전고개라 불렸다는 아현동 고개(종근당 앞 애오개)를 지나니 아현삼거리에서 신촌로터리 쪽으로 굴레방(굴레放)다리가 있고, 홍익대 뒷산인 와우산이 나온다.
무거운 수레를 끌던 소가 안장도 내려놓고(鞍山), 굴레도 벗어(放)버리고, 편히 쉬는 형상(臥牛山) 아닌가?
하륜이 태조, 정종, 태종 3대에 걸쳐 끈질기게 궁궐터로 주장했고, 태종이 그토록 아쉬워했던 안산 밑에는 연세대와 이화여대가 자리 잡고 있다.

안산(鞍山)

안산 동봉의 봉수대

인수봉(負兒岳)

무악재(毋岳峴)

연세대 대학본부. 뒤로 안산 정상이 보인다.

인왕산 자락에 있는 장삼 입은 승려 형상의 선바위.

구세군 빌딩과 종근당이 있는 떡전고개(애오개)

아현삼거리에서 신촌로터리 쪽으로 꺽어지면 굴레방다리가 나온다.

안산에서 바라 본 북한산의 보현봉과 형제봉.
첫댓글 떡전고개, 벌아령 등 재미있는 지명입니다.
네. 전에는 건성으로 봤는데 이번에 다시 가보니 지명들이 재미있었습니다.
전국의 산하 모든지명이 의미가 담긴 지명 같습니다.
이번부터 도로명 주소로 바뀌어 많은 아쉬움이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