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몰지60% 주민 지하수 먹는다… 구제역 침출수 유입 땐 재앙
국민일보 | 입력 2011.02.22 18:52 | 노용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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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149곳 중 53곳에만 상수도 보급… 식수 오염 비상
구제역 매몰지 가운데 60%가 넘는 지역의 주민들이 식수로 지하수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한나라당 손숙미 의원이 22일 구제역 매몰지와 환경부의 2009년 상수도 설치현황을 비교·분석한 결과,
전체 149개 매몰지역(군 단위 이상)의 상수도 보급률은 36%(53개 지역)에 불과했다.
89개 지역(60%)은 식수 등으로 지하수를 이용하고 있었고, 자가급수와 계곡수를 이용하는 지역도 각각 5곳과 2곳이었다.
본보 확인 결과, 경기, 강원, 경북, 충남 등 1000마리 이상 대규모 매몰이 진행된 지역 대부분이 지하수 사용 지역이었다.
가장 많은 가축이 매몰된 강원도 횡성군 안흥면 소사리(3만 3900마리) 주민들은 지하수를 식수와 생활용수로 이용하고 있었다.
1만 3000마리를 매몰한 경북 영주시 장수면 갈산리와 1만 2000마리를 매몰한 경북 안동시 서후면 성곡리 등에서도
지하수와 계곡수가 식수로 사용되고 있었다. 또한, 경기도 이천시 설성면 장능리, 충남 홍성군 광천읍 대평리에서도
각각 5000마리와 3700마리를 매몰 처리했지만, 상수도 시설은 구비돼 있지 않았다.
이에 따라, 날씨가 따뜻해지고 매몰된 동물 사체가 부패하면서 발생한 침출수가 지하수로 흘러들어갈 경우,
대규모 식수오염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손 의원은 "오염된 지하수가 지하 암반 대수층을 따라 이동하면 오염 피해가 주변지역까지 널리 확산된다"며,
"정부가 서둘러 대책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손 의원은 2008년 가축 매몰 지역에 대해 국가가 상수도 설치비용을 전액 부담하는 내용을 담은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당시 조류인플루엔자, 소 브루셀라에 따른 가축 매몰로 식수오염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법안은 2년 넘게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가축 매몰지가 증가하면서 상수도 설치에 필요한 비용은 급증하고 있다.
경기도가 1월 집계한 '구제역 매몰지 상수도 공급 추가 수요량'에 따르면,
관로와 급수 공사를 위해 필요한 비용이 2658억원에 달했고, 충북도 1292억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