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봄의 향연 (시화전 출품 시)
장 규순
해가 중천인
아주 밝은 대낮
꿀벌 녀석들이
대담하게도 매화 짧은 치마 속으로
유유히 날아들어 가는구나.
그만 깜짝 놀란 야생화꽃들은
골짝을 쩡쩡이게 소리를 지르고
가뜩이나 눈이 큰 개구리 눈
호 동그라니 해지거늘
오호라!
부끄럼쟁이 사슴마저
봄바람과 정분나버리는구나.
긴 겨울 동안
굴속에서 웅크리고 있던 오소리는
굴 밖으로 나와 가슴을 쫙쫙 펴고
종달새 노랫소리가
마치 신호처럼 들려오더니
하늘이 자신의 파란 강을
대지에 살짝 엎누나.
(2) 요양병원에서
장 규순
생각의 폭탄이 들어 있는 듯한
황혼 노을이 붉게 물들어 오는
요양병원 창가 침대
애련한 여기에
피킨슨 합병증으로 누워 계신
어머니 모습이 보이신다.
홀몸으로 육 남매를 키우기 위해
손가락이 휘어지도록, 허리가 굽어지도록
안 해 보신 일이 없다 하시는데
자식들이 죄스럽게 빨아먹던
성령의 젖은 무너져 내리고
꼭지만 남아 있다.
몸의 움직임은
손가락 움직임이 전부이시고
말을 하지 못하시어
속의 말을 눈물로 전하신다.
이 모습에 망연한 자식들은
망치로 머리를 때린 듯하다더니
밖으로 나가고
“똑, 똑, 똑”
링거액 떨어지는 소리가
요양 보호사 마음에 높다.
(3) 찬바람이
장 규순
2월 입문서를
연초록색으로 쓰려 하니
어허, 찬바람이
아직 아니라 하는데
솔새들이
한 무리를 이루어
담장을 넘나들더니
뒤뜰 매화나무의 꽃눈이
도돌도돌하구나
밭에 냉이는
눈 틈 사이에서
싹 틔우고
마음이 근질근질한지
염손 괜히 가만히 있는
강아지를 들이받고
어찌할꼬
어찌할꼬
찬바람이
아직 연초록색을
쓰지 말라 하는데.
카페 게시글
♥ 장규순 시인방
덕향 통권 제 12호 및 시화전 시
장규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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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07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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