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섬에 도착하여
바다호수를 빠져나와 나룻배에서 다시 모터보트로 갈아타고 신나게 달렸다. 모터보트로 5분쯤 달려 도착한 곳은 또 다른 섬의 선착장. 일단 이곳에서 잠시 전열을 정비했다.
여행 도중 전열을 정비할 게 뭐가 있겠는가? 그렇다. 화장실을 들러주는 것이다. 중간중간 화장실이 보이면 일단, 무조건 화장실은 들렀다 오는 것이 상책이다. 섬에 도착하자마자 가이드가 일단 화장실을 갔다오란다. 화장실은 바로 코 앞에 있었다.
화장실은 가운데 벽 하나로 남녀 구분이 되어 있었다. 화장실에 들어섰는데 여자화장실 쪽에서 커다란 웃음소리가 벽을 타고 넘어 왔다.
"큭큭큭큭크크흐흐흐 푸하하하핫. 하하하, 호호호. 히히히. 킬킬킬 왁짜지껄 어쩌구저쩌구~~"
도저히 참지 못하겠다는 듯 웃음소리가 터져나오고 시끌벅쩍 난리들이다. 아니 도대체 화장실에서조차 무어가 그리도 즐거울까? 하여간 아줌마들이란... 얼마 후, 화장실을 다녀 온 양순녀, 박미란, 홍주연 여사들에게 물었다.
"아니 무슨... 교양없이 화장실에서 그리 떠들고 웃고 난리들이셔어~~??!!"
"푸하하하하하~~~"
대답 대신 모두들 또 한바탕 웃음보가 타졌다.
"저기 저기... 있잖아요 교수님... 여자화장실에... 칸막이는 있는데, 문이 없어요, 문이... 하하하 아이고 푸하하하!"
엥?
항 성 솟(Hang Sung Sot), 성 솟 동굴
우리가 도착한 섬이름은 '항 성 솟(Hang Sung Sot)'. 하롱베이에서 제일 큰 '깟바 섬(Cat Ba Island)' 앞에 있는 조그만 섬이다. 베트남 말로 '항(Hang)'이란 '물건' 또는 '거리 나 지명'을 나타내는 말이다. 그래서 베트남 거리에는 대부분 Hang(항)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하노이의 여행자거리 라고 하는 지역에 있는 Hang Bac, Hang Mang은 말 그대로 옷거리, 귀금속거리라는 뜻이다.
하롱베이는 석회암 카르스트 지형으로 종유석과 석순, 석주들로 이루어진 크고 작은 동굴이 있는 섬들이 많다. 길이가 2Km나 되는 '항 한(Hang Hanh)'과 같이 규모가 큰 동굴도 있고, 별명이 '하늘궁전'인 '항 티엔꿍(Hang Thien Cung, 天宮)'과 같이 아름답기 그지 없는 동굴도 있다.
여기가 바로 우리가 도착한 '항 성 솟'도 석회동굴로 유명한 곳이다.
화장실을 들렀으니 준비완료. 동굴로 들어가기 위한 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10분정도 오르니 동굴입구가 나타났다.
이곳 성 솟 동굴은 크게 3부분으로 나뉘어 지는데 그 규모가 상당히 크다. 실제로 전쟁 때에 수천명의 피난민이 이곳으로 대피하여 생활했다고 하니 그 규모를 대충 짐작할 수 있으리라.
좁은 입구를 통과하자 너른 방이 나타났다. 첫번째 방이다.
그 방을 지나자 이번엔 거대한 동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동굴 안은 계곡도 있고 그곳에 물도 흐른다.
곳곳이 거대한 종유석과 석순이다.
여러 가지 색깔의 조명을 해 놓았는데 환상적이라기 보다는 다소 촌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마치 누군가의 작품을 보는 듯하다.
너른 동굴 안은 또 다른 하나의 세상 같았다.
출구쪽에서 들어오는 햇빛과 조명이 어우러진 환상적인 모습
숨(Sum)
수천년의 세월동안 석회석이 녹아내리고, 그것이 다시 쌓여서 생긴 동굴은 그저 우연의 산물일까 아니면 신의 조화일까? 우연이든 신의 조화든 자연은 그저 무덤덤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 때로는 빼어난 그림도 그려넣고 때로는 노골적인 조각도 새겨 넣는다.
성솟 동굴에도 벽면과 천정 그리고 기둥에 갖가지 그림들이 숨어 있었다. 도깨비도 있고, 로미오와 줄리엣도 있다. 보면 볼수록 갖가지 모습과 형상들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한다. 마치 숨은 그림 찾기를 하는 기분이다.
그런데 한쪽 벽 앞에 우뚝 솟은 붉은 기둥(?)이 보인다. 붉은 색 조명 때문에 뚜렷하게 보이는 이 종유석의 이름이 바로 '숨(Sum)'이란다. '숨'은 남근을 뜻하는 베트남 말이다.
이 광경을 본 두 남자...
한분은 곧바로 기념촬영, 바로 이 분!
그리고 또 한 분(누굴까?)은 줌배율을 최대한 당겨 찰칵!
그렇게 동굴탐험을 마치고 모두들 빠져나왔다.
마지막으로 동굴을 빠져 나오는 정재민, 마혜란, 박종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