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세입자협회 칼럼 9]
- 박근혜 정부의 주택정책에서 부족한 세입자의 주거 안정 정책을 생각하며
전국세입자협회 운영위원 박동수
정부는 지난 7. 30 국회의원 보궐선거의 승리, 그리고 최경환 기획경제부 장관 취임과 동시에 주택경기활성화 정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의 주택정책에는 ‘집 값 올리기 정책(빚내서 집 사라)’은 있어도, 무주택 세입자의 주거안정을 위한 정책은 부실하다. 이 글은 균형적이지 않고 오히려 세입자를 희생양으로 삼아 전개되는 정부의 주택정책을 비판하며, 세입자 주거안정 정책을 긴급, 단기, 중기, 장기로 나누어 제시하려고 한다.
긴급한 정책으로, 전세가 폭등에 대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 전국아파트의 매매가격대비 전세가율이 70%를 넘어서고 있다. 화성시나 광주광역시 그리고 울산광역시의 일부 아파트는 90%선에 근접한다. 정부는 후에 매매가격 하락에 따른 세입자의 전세금을 보호하기 위해서, 전세가격 등(전세가+임대인의 융자)이 주택가격의 70%를 초과하는 임대차계약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긴급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지역의 특수성 혹은 임대인과 임차인의 자유계약이라는 시장논리로 방임해서는 안 된다. 배추 가격 등이 폭등할 때 정부에서 물가안정을 위해 개입하지 않는가? 그리고 재건축의 시기를 최대한 분산하여 이사 시기의 집중을 막음으로써 전세가 폭등을 미연에 방지하도록 해야 한다.
단기적인 정책으로는, 전세 월세가의 폭등을 막고 오랜 기간 한 주택에 거주할 하도록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야 한다. 전국세입자협회를 비롯한 주거단체에서 주장하는 주택임대차 개정의 핵심내용은 첫째로, 현재 2년에서 6년으로 거주기간의 보장이다. 첫 임대차 계약 때 3년 임대차계약을 하고, 1회에 한해 임차인에게 ‘계약갱신청구권’을 보장하여 6년간 한 주택에서 거주할 수 있도록 한다. 둘째로, ‘전월세상한제’ 실시이다.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대료 인상폭에 대해 계약기간 중 1년이 지나면 연 5%로 제한하고 있지만, 2년 계약기간이 끝난 후 새로운 임대차계약에는 인상폭에 대한 규정이 없어, 요즘처럼 전세공급에 비해 전세수요가 많은 경우 상한선에 대한 제한이 없기 때문에, 임대인이 전세금액을 많이 올리고 있다. 전세협 등 주거단체에서는 첫 계약기간 3년 동안 전월세인상 상한선을 10%(년 3.3%)로 주장하고 있다. 계약을 갱신하더라도 마찬가지로 기존 전세월세 금액에서 3년간 10% 상한을 주장한다.
중기적인 정책으로는, 지방자치단체 (서울특별시 등 광역단체 혹은 구 단위)에서 임대인대표와 임차인대표 그리고 지방자치단체가 참여하여, 민간 임대 주택에 대해 적정한 전세 월세 가격 기준 안을 마련해야 한다. 해당지역 임대인과 임차인이 민간주택을 계약할 때 ‘기준임대료’를 고려하여 주택의 전세가나 월세가를 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기준임대료’는 정부에서 확보한 실거래가, 공시지가, 기준시가 등의 자료를 기초로 건축물(건축 년도와 냉난방, 채광, 방음 등)의 상태를 고려하여 평방미터당 제시하는 일정범위의 임대료를 말하며, 임대인과 임차인은 첫 계약 시 이 기준임대료의 범위 내에서 쌍방합의로 임대료를 결정한다.
장기적인 정책으로는, 주거안정에 가장 효과가 있는 정책으로, 공공임대주택의 공급이다. 그런데 정부와 집권당은 선거에서 공약만 제시했을 뿐, 어려움에 처한 국가와 LH공사의 어려운 재정을 이유로 실질적으로 공공임대주택공급에 나서지 않고 있다. 일부 취약 계층에 주택 바우쳐 제도만 시행하고 있을 뿐, 사실상 공공임대주택공급 디폴트(default) 이다. 부동산리츠나 다주택자보유자들이 시세보다 낮은 월세를 받는 경우 10년 동안 세제혜택을 준다는 ‘준 공공임대주택’제도를 만들어, 이를 중심으로 소형주택 (1인가구, 2인가구, 3인가구)을 공급하려 하고 있다. 위의 ‘준 공공임대주택’은 소유권이 민간리츠나 다주택자에게 있고 최대임대수익이 목적이다. 이런 주택에 ‘준’을 넣더라도 공공임대주택이란 이름을 붙여서는 안 된다. 공공임대주택은 소유권이 정부나 지자체등 공공에 있어야 공공임대주택이다. 주거안정을 위해, 원칙적으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소유권을 갖고 주변임대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장기 임대하는 공공임대주택건설과 매입을 촉구한다. 그리고 정부나 지자체의 재정이 취약하다면, 소유권을 정부나 지자체가 갖되, 당장 건축비나 땅 값 등 목돈이 나가지 않고, 분할 상환하면서 은행이자에 약간의 수익을 보장에 동의하는 국민연금 등에서, ‘공익펀드’를 유치해 주택공급에 나서게 해야 한다. (비슷한 예로, 소유권은 국가가 가진 채 초중등학교 건축을 건설사에서 하고, 정부가 건설사의 건축비를 장기분할 상환함). 그리고 정부는 공공임대주택 입주자에게 받는 전세금액과 월세금액을 입주자의 소득 정도에 따라 부분적으로 현실화하는 방법도 연구해 볼 수 있다. 정부가 공공임대주택공급에 소극적이라면,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위의 공익펀드와 같은 대안을 포함한 공공임대주택공급에 대한 대안 마련을 요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주택거품 붕괴에 대한 대안도 고민해야 한다. 정부의 ‘집 값 올리기 정책(빚내서 집 사라)’은 그야말로 주택구입자의 빚과 세입자의 빚으로 유지되는 일시적인 정책이지, 오래 갈 수 없는 정책이다. 정부가 이 주택정책을 실시하는 동안, 무주택세입자를 비롯한 국민들의 실질가계소득을 올려 주택구매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올라간 집값은 거품이 되어 꺼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이런 사태까지 가지 않도록, 경제위기관리를 잘 하기를 바란다. 그러면서도 집 값 거품이 꺼져, 집값 하락과 대출연체 은행권부실로 야기될 사태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에서 보는 것처럼, 핵심은 “부실 금융기관 부채해결을 위해 공적 자금이 들어간다면, 부실금융기관에 채무를 진 주택들에 대해 어떤 정책을 실시하는가?” 이다. 크게 보면 3가지이다.
첫째, 정부가 주택채무를 포함한 부실채권을 민간투자자에 매각하는 방법이다. 이 경우, 민간투자자는 즉시 경매를 통해 투자금액을 회수하든지 아니면 주택경기활성화 시점까지 기다려 경매를 넣거나 상호 협상을 통해 소유권을 넘겨받을 수 있다. 이런 경우 빚에 몰린 주택소유자를 집에서 내보냄으로써 ‘약탈적’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고, 투자자는 최대한의 임대수익을 얻으려고 하여 또 다시 임대가(전세, 월세)의 인상을 낳아 주거불안정을 일으킨다.
둘째, 정부가 주택에 대한 부실채권을 보유하면서 해당주택의 소유권을 정부가 가져 공공임대주택으로 만드는 것이다. 정부가 해당 주택의 소유자와 협상을 통해 소유자가 채무에 대해 상환능력이 있으면 상환을 받으면 되고, 채무와 이자에 대해 상환능력이 없으면 협상을 통해 소유권을 넘겨받고 소유자가 원하면 우선적으로 전세 월세로 입주할 기회를 주고, 이를 공공임대주택으로 확보함으로써 전세 월세가격 안정을 통해 주거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
셋째, 전세가 비율이 높았던 주택의 전세 세입자가 매매가격의 하락에 따른 전세가 하락으로, 전세금액을 임대인으로부터 일부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에 대한 대책이 있어야 한다.
현재 정부의 주택정책은 브레이크 없는 기관차이다. 정부와 집권당의 정책을 견제할 야당의 힘이 약화되어 있고, 가장 피해자인 세입자 또한 조직화되어 있지 않다. 그리고 상당수 국민들은 ‘부동산 불패신화’를 믿고 있다. 아니 믿고 싶어 한다. 재건축지역 아파트 소유자, 금융기관, 투자자, 건설사, 언론사, 정부와 집권당의 홍보력은 강하다. 주택정책이라는 기관차에다 위의 ‘주거안정’이란 브레이크를 달도록 정부에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