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일보] 요즘 ‘힐링(Healing)' 열풍이 불고 있다. 힐링 열풍이 불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의 삶이 고단하고 팍팍하다는 방증이다. 무한경쟁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각종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모두가 겉으로는 멀쩡하게 보이지만, 사실 내면적으로는 저마다의 상처를 안고 살고 있다. 단지 겉으로 표현 하지 않을 뿐이다.
힐링 열풍 이전에 한 때 웰빙(심신의 안녕과 행복 추구)이 한창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왜 웰빙에서 힐링으로 넘어가게 되었을까. 자못 궁금해진다. 힐링이란 몸과 마음을 치유한다는 뜻으로 몸과 마음의 상처나 스트레스 등으로 손상된 감정과 마음을 치유함으로써 온전한 심신상태로 회복하는 것보다는 전반적인 삶을 치유한다는 의미로 더 이해되고 있다.
그동안 대다수 사람들은 웰빙을 추구해 왔다. 하지만 사람들의 바람과는 달리 웰빙이 제대로 되질 않았다. 그러다가 최근 들어 힐링이 먼저 되어있지 않으면 웰빙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자각한 것이다. 한 마디로 힐링이 되어있지 않으면 웰빙도 없다는 것이다.
누구나 웰빙적 삶을 원한다. 하지만 먼저 힐링이 되어 있지 않고서는 온전한 웰빙적 삶이란 사상누각에 불과할 뿐이다. 그렇다면 진정한 힐링이란 무엇일까? 서점가에서는 소위 힐링서적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고 한다. 한 때 웰빙이 지배하던 세상에서 이젠 힐링이 대세인 세상으로 변하고 있다. 그만큼 세상살이가 팍팍하기 때문이다.
진정한 힐링이 되려면 일시적인 위로나 자기 위안적인 차원을 넘어서 뿌리까지 근원적으로 치유되어야 한다. 몸과 마음의 치유를 넘어, 의식의 정화, 의식의 성장(확장)이어야 한다. 즉 진정한 힐링은 나는 도대체 누구인가, 왜 이 지구에 왔는가, 삶이란 무엇인가를 스스로에게 묻는 길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물질만능주의, 권위주의, 경쟁 제일주의 등으로 인해 사람들의 심신이 지칠 대로 지쳐 있다고 흔히들 말 한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경쟁이다. 말도 배우기 전에 영어를 배워야 한다. 유치원에서 초등학교 과목을 떼야 하고, 중학교 가서는 특목고에 진학하기 위해 심야학원을 다녀야 한다. 아이의 인생에 다른 선택지가 있을 수 없다. 오로지 좋은 대학을 가야한다는 절대 절명의 목표만 있을 뿐이다. 명문대를 가지 못하면 경쟁사회에서 탈락한 잉여인간이 될 뿐이다. 대학을 진학해도 졸업은 막막하다. 비싼 등록금에 생활비, 그리고 취업걱정에 꿈과 희망이라는 단어를 가슴에 품기 전에 좌절과 절망을 먼저 경험한다. 운 좋게 취업을 해도 또 다른 경쟁이 기다린다. 승진을 하지 못하면 정리해고나 명예퇴직이라는 저승사자가 숨통을 조여 온다.
길어진 수명과 준비되지 않은 노후는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우리나라의 암울한 그림자다. 하루에 43명이 넘게 자살하는 OECD 자살률 1위를 자랑하는 불명예를 가지고 있는 것은 우리 사회가 건강하지 않다는 방증이다. 경쟁에서 패한 사람들이 다시 설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는, 그래서 경쟁을 완화할 수 있는 시스템과 사회안전망이 없다면 자살률과 세상을 향한 분노 범죄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단순히 경제적 원조나 인적 지원 및 프로그램 지원 등에서 벗어나 한 인간이 행복하고 인간다운 삶을 실현할 수 있도록 깊이 있는 심리치료 등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가족활동 프로그램 등 단순한 지원 프로그램에서 벗어나 심리상담 및 치료 등 가족상담 기능의 강화와 개인상담 프로그램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제는 힐링의 시대다. 국민들의 행복한 삶을 위해 좀 더 깊이 있는 힐링 치료에 더욱 힘쓰고 지원하자.
(한남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