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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HIV/AIDS 예방과 지원을 위한 서울선언 1985년 한국에서 최초로 HIV(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이 확인된 이후 정부는 HIV/AIDS를 해외유입 전염병으로 간주하고 미군 기지촌이나 선원을 중심으로 검사를 실시하는 등 바이러스의 국내유입을 막기 위한 대책을 수립하는 데 주력해왔다. 한국정부는 HIV/AIDS가 외국인에 의해 전염되는 질병이라는 태도를 보이면서 HIV/AIDS 감염 외국인은 아예 입국을 허용하지 않거나 국내체류 중에 감염사실이 확인될 경우 강제퇴거 시키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HIV/AIDS는 외국인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전반의 문제이다. 1997년 124명이던 국내 신규 감염인의 수는 2002년 400명으로 증가하였으며, 2005년 3월말 현재 3,000명 이상이 HIV/AIDS에 감염된 것으로 공식 보고되고 있다. 매일 평균 1.7명씩의 새로운 감염자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이중 25%는 국내에서 또는 해외여행 중에 외국인과의 성적 접촉을 가짐으로 인하여 감염된 것으로 확인된 반면, 나머지 75%는 수혈, 모자감염, 내국인과의 성적 접촉 등 다양한 국내 경로를 통해 감염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실제 수치는 이 보다 훨씬 더 커서 유엔에이즈(UNAIDS)의 경우 국내 HIV 감염인이 적게는 8,300명에서 많게는 16,0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들은 HIV/AIDS가 해외에서만 유입되는 질병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더욱이 국제사회는 HIV/AIDS가 감염인과의 일반적인 접촉(공기, 음식, 물 등)으로 감염되는 전염병이 아니며, HIV/AIDS 감염인이 체류하는 것만으로 공공보건에 위협이 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지적해 왔다. 특히 입국 제한이나 추방 정책은 국민 건강 보호라는 정책목표 달성에 효과적이지 않다고 역설하여왔다. 일례로 2004년 유엔에이즈(UNAIDS)와 국제이주기구(IOM)는 HIV/AIDS 감염인의 국가 간 여행 규제에 관한 권고안 (UNAIDS/IOM Statement on HIV/AIDS-Related Travel Restrictions)1)을 발표하여 각 국가가 효과적인 이주민 에이즈 정책을 추진할 것을 권고하였다. 지난 20여 년간 국제사회는 HIV의 예방과 AIDS 환자들의 지원을 위한 경험을 축적해오면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이 HIV 감염 예방과 HIV/AIDS 감염인을 위한 효과적인 치료를 수행하는데 가장 큰 장애가 되고 있다. HIV 감염인들이 차별을 두려워한 나머지 자신이 감염인이라는 사실을 숨기거나, HIV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검사를 기피하여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또한 사회적으로는 HIV/AIDS 감염인의 존재 사실 자체조차 부정하는 등의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HIV/AIDS의 예방과 치료 그리고 지원체계를 위해서는, 정부의 제재일변도의 시책 보다는 감염인의 인권을 고려하고 그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하는 정책이 더욱 효과적이고 지속가능하다는 사실이 입증되어 왔다. 이제 한국사회에도 HIV/AIDS 감염인의 인권을 보호하고 감염을 효과적으로 예방하기 위한 총체적 접근방식이 한시라도 빨리 수립될 필요가 있다. 이에 선언에 동참하는 각계 기구 및 단체들은 한국정부의 외국인 HIV/AIDS 정책과 관련하여 정부관계자 뿐만 아니라 정치인, 사회지도층, 언론 및 모든 국민이 아래의 권고사항에 대해 검토할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첫째, 자발적이고 익명이 보장되는 HIV 검사 및 상담이 확대보급되어야 한다. HIV/AIDS 예방의 핵심정책은 안전한 성행위를 권장하고, 예방을 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의 미리 적절한 수단을 취함으로써 감염위험성을 줄이는 것이다. 또한 감염인에게 검사를 통하여 감염사실을 신속하게 통보하고,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며, 타인에게로의 감염을 막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감염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위해 자발적이고 익명이 보장되는 상담 및 검사(Voluntary and confidential counselling and testing, VCCT)가 확대 보급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알게 되고, 치료, 자기관리, HIV 전염 예방 등에 관한 필수정보를 얻을 수 있게 하여야 한다. 강제적인 검사는 사회적 차별과 낙인, 공포심등을 재생산하며, 이주외국인들에게 실시될 경우 그들에 대한 차별이 확대될 우려가 있다. 국내에서 본인의 사전인지 또는 동의 없이 HIV 검사가 실시되는 사례가 언론에 보도된 바가 있었다. HIV 검사는 반드시 본인의 동의 아래 이루어져야 하며 검사에 앞서 적절한 상담이 있어야 한다. 검사결과는 본인이 수용할 준비가 되었을 때 의료관계자에 의하여 완전히 비밀이 보장된 상태에서 본인에게 직접 전달되어야 하며, 의료관계자는 검사 후 상담 가이드라인에 따라 상담을 실시하여야 한다. 또한 검사결과는 본인의 허락 없이 공개되거나 타인에게 유출되지 않도록 제도를 보완, 강화하여야 한다. 적절한 상담과 자발적 익명 HIV 검사는 HIV/AIDS 예방과 감염인에 대한 적절한 치료를 위한 가장 효과적 방법이다. 둘째, HIV/AIDS 감염 외국인의 강제퇴거정책은 반드시 재고되어야 한다. 국가 차원의 HIV/AIDS 예방정책을 효과적으로 전개하기 위해서는 내?외국인에 관계없이 HIV/AIDS 감염 사실로 인하여 차별이나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현재 외국인의 경우 HIV/AIDS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되면 예외 없이 강제퇴거 당하는 것이 현실이다. 감염 외국인 강제퇴거 정책은 에이즈에 대한 사회적 오해 및 편견을 확대재생산하는 조치이며, 감염 여부 확인검사를 꺼리게 하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또한 외국인 HIV/AIDS 감염인에 대한 강제퇴거 정책과 강제적 실명 HIV 검사는 국민들에게 HIV가 외부에서 전염되는 질병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 주고 스스로의 안전을 위한 경계심을 게을리 하거나 외국인에 대한 차별 의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 더욱이 대부분의 HIV감염인들은 AIDS의 징후를 가지고 있지 않으며 정상적인 경제적 및 사회적 활동을 통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 실제로 적절한 HIV 관련 상담, 지원그룹, 의료서비스 등만 지원된다면 안전하고 발전적으로 사회생활을 영위 할 수 있다. 보건서비스와 사회적 지원을 제공하기 위한 재정적 및 국가인력의 부족을 이유로 HIV/AIDS 감염인을 사회에서 배제하는 정책을 고수할 경우 감염인은 본인의 치료에 소요되는 경비를 마련하기 어렵게 될 뿐 아니라 생산활동 및 납세를 통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앗아갈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 셋째, HIV/AIDS 감염 외국인들을 위한 적절한 상담, 응급치료를 포함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여야 한다. 건강권은 가장 근원적인 인권이며, HIV/AIDS 감염 이주외국인들에 대한 의료접근권 역시 가장 중요한 기본권이다. 이 같은 차원에서, 한국정부는 보다 저렴한 HIV/AIDS 치료제 (generic drug)를 국내 이주외국인에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제안한다. 넷째, 외국인을 포함하여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HIV/AIDS 예방 홍보 및 교육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HIV/AIDS와 관련하여 사회에 만연된 오해와 편견을 없애기 위하여 에이즈에 관한 기본 정보 및 예방법에 대한 캠페인이 필요하며, 이에 관한 지속적인 홍보가 국가적 차원에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또한 앞으로도 외국인의 지속적인 유입 현상을 고려하여 다양한 문화적 및 종교적 배경을 고려한 에이즈 관련 정보가 자국어로 제공되어야 할 것이며, 또한 이와 같은 정보가 해외여행을 하는 자국민을 위해서도 제공 되어야 할 것이다. 다섯째, 내?외국인 HIV/AIDS 감염인 및 환자들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없애기 위해 정부, 언론, 시민사회 등 각계각층이 관심을 갖고 협조해 주기를 요청한다. 대한민국 정부가 위의 제언들을 긍정적으로 검토함으로써 전 세계적인 HIV/AIDS 방지 관련 정책에 공헌하기를 기대한다. 또한 HIV/AIDS 감염인에 대해 인도적이고도 윤리적으로 대처하기를 바란다. 선언에 동참한 기관 및 단체들은 이러한 당국의 노력에 최선의 협력을 제공할 것이다. 2005. 5. 20. 외국인에이즈대책협의회 공동 대표 : 문옥륜 (한국에이즈퇴치연맹 회장) 앤 이사벨 디블라토 (UNDP Korea 대표) 고현웅 (국제이주기구(IOM) 서울사무소 소장) 김훈수 (KUISC 소장) 참여 단체 : 외국인노동자 대책협의회 이주인권연대 에이즈 관련 단체 (현재 접촉중) 시민사회단체 (현재 접촉중) 각 국 대사관 (현재 접촉중) 국제기구 (현재 접촉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