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를 흐르는 한강에서 돌고래의 일종인 상괭이가 몇 차례 발견되어 사람들이 깜짝 놀란 일이 있었다. 비록 죽은 채로 발견되었지만 먼 바다에서만 사는 줄 알았던 돌고래가 내가 사는 곳 가까이 오기도 한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한강은 하구가 바다와 연결되어 있고, 비무장지대라는 특성상 생태계 오염과 개발이 덜 되어 있어서 서해안에 사는 토종 돌고래 상괭이가 출몰할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한강 하구에서 안쪽으로 조금만 들어와도 이미 수중보가 만들어져 있어서 들고 나가기가 자유롭지 않고 도시가 만들어져 있어서 상괭이를 한강에서 보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바다에 사는 돌고래가 강 하구로 들어오는 것과는 달리 아예 민물인 강에서만 사는 돌고래도 있다. 민물에 사는 대형고래는 존재하지 않는데, 아마도 몸집이 작고 물고기를 직접 사냥해 먹을 수 있는 긴 부리와 이빨을 가진 돌고래류가 강의 생태계에서 생존에 더 적합했기 때문일 것이다. 민물 돌고래류는 아마존강, 갠지즈강, 양쯔강, 메콩강, 인더스강 등에서 몇 종류가 살아가고 있다.
더이상 볼 수 없는 '장강의 여신' 바이지
가끔 최근에도 양쯔강에서 돌고래를 보았다고 하는 뉴스가 보도되기도 하는데, 양쯔강에는 민물에 적응한 상괭이가 약 1천 마리 정도 살고 있으며 개체수가 급감하고 있다. 상괭이와는 달리 원래 양쯔강의 강돌고래로 알려졌던 ‘장강의 여신’ 바이지는 이제 더 이상 볼 수가 없다. 환경오염 등으로 인한 서식지 파괴와 인간에 의한 포획 그리고 잦은 선박 운행에 따른 스트레스, 대규모 싼샤댐 건설로 인간 생태계 단절로 인해 2007년 멸종이 선언된 것이다. 문제는 다른 강돌고래들도 바이지와 같은 위협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국가적 보호를 받고 있는 인도의 강돌고래들
중국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인도는 비하르 주 갠지즈강 유역 50km에 비크람쉴라 돌고래 보호구역을 만들었다. 인도의 강돌고래는 갠지즈강돌고래와 인더스강돌고래가 있는데, 개체수가 몇백 마리 정도밖에 남지 않은 것으로 추산된다.
갠지즈강돌고래 가운데도 절반이 비크람쉴라 보호구역에서 살아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장지대와 가정에서 나오는 폐수가 그대로 강으로 흘러가 오염을 일으키며 강돌고래들의 개체수가 줄어들자 인도 정부는 갠지즈강돌고래를 2009년부터 국가를 대표하는 수중동물로 지정하여 보호하기 시작했다.
메콩강의 숨겨진 보물, 이라와디 돌고래
인도차이나반도를 관통해 흐르는 메콩강에도 이라와디돌고래가 겨우 80마리 정도 살고 있다. 캄보디아의 크라티에에서 라오스와 국경을 이루는 콘폭포에 이르는약 190km의 메콩강 일대가 이라와디돌고래들의 주요 서식처이다. 이 일대에서만 강돌고래가 사는 이유는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민물이 지속적으로 공급되고 있으며, 비교적 먹이가 풍부하고, 난개발 등으로 인한 강의 생태계가 인위적으로 파괴되지 않은 곳이기 때문이다. 이 돌고래들을 보러 관광객들이 오기 시작하자 지역 주민들은 돌고래 생태관광을 통해 돌고래 보호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메콩강의 이라와디돌고래들은 자연 상태에서 종의 지속적인 유지가 불가능한 상태까지 가고 말았다.
병만족도 감탄한 전설의 돌고래 '보토'
아마존강 유역에 사는 강돌고래는 ‘보토’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데, 핑크돌고래로 널리 알려져 있다. 강돌고래 중에서는 가장 크기가 크고, 등의 푸른색과 몸통의 회색 그리고 배 부위의 분홍색이 신비롭게 조화를 이루고 있어서 많은 전설이 만들어진 돌고래다. 호기심이 많고 장난도 잘 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얼마 전 신종 아마존강돌고래가 발견되었는데, 모두 개체수가 많지 않아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그럼에도 2015년에만 볼리비아에선 아마존강돌고래 160마리가 밀렵으로 죽어갔고, 2016년에도 불법포획으로 45마리가 밀렵꾼에 희생됐다. 지역 어민들이 분홍돌고래를 잡아서 그 고기를 미끼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내륙국가인 볼리비아에서 돌고래를 볼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은데, 그럼에도 제대로 보호되지 못하는 듯하다.
바다에 살건 민물에 살건 대부분의 돌고래들이 생존의 위기에 놓여 있다. 그중에서도 민물돌고래들은 정말 얼마 안남아 있다. 오래전 육지에서 살다가 바다로 내려간 돌고래들 가운데, 다시 민물에 적응해 살아가는 이 소수의 친구들이 전설로만 남지 않고 계속해서 우리 옆에서 살아가면 참 좋겠다. 수문이나 보와 댐이 없어지고 강의 생태계가 살아난다면 우리 강에서도 상괭이 같은 돌고래들을 보다 자주 볼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