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환(64). 그는 골프 고수다. 공식 기록상 최저타는 69타(3언더파)다.
1999년 설록차배 전국사회인골프대회(태평양·스포츠조선·조선일보 공동 주최)에서 기록한 것이다. 그는 그 대회에서 2위에 올랐다. 그의 비공식
베스트 스코어는 63타다.
그는 “OK(컨시드)를 받고 한 것이라서...”라며 말을 흐렸지만 분명 그렇게
쳤을 실력이다. 그는 지금까지 6000라운드에 가깝게 필드에서 플레이를 했다. 워낙 골프를 좋아하는 데다 한동안 골프장을 경영하기도 했다. 그
때는 거의 매일 라운드를 한 적도 있다고 한다. 그는 리베라CC 클럽 챔피언에 오르기도 했다. 2002년 5월 31일이었다. 이 골프장의
사장으로 있을 때다. 골프장의 사장이 그 곳 클럽 챔피언에 오른 특이한 경우다.
“골프공이 클럽 헤드 페이스에 맞는 임팩트 순간은 스윙할 때의 파워와 리듬은 물론
몸의 균형이 가장 최적으로 조합이 돼야 한다. 그래야 방향도 좋고 거리도 많이 난다”
36년째 골프를 쳐 온 그의 지론이다. 아마추어 골퍼들이 흔히 거리에만 신경 써
힘을 과도하게 주는 것은 잘못됐다는 얘기다. 그는 “골프를 잘 치기 위해선 반드시 멘토가 필요하다. 혼자서만 치다보면 자신의 잘못된 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골프 티칭과 골프장 경영에도 탁월한 실력과 경험을 갖고
있다.
취재 김대진 편집국장 사진 조도현 기자
그는 “인생의 모든 분야에서 마찬가지다. 자신이 잘 모르는 것은 잘 아는
사람들한테 배워야 한다. 그게 효율적이다. 골프도 마찬가지다. 혼자서만 하려고 하면 어렵다. 그래서 스승이, 멘트가 필요한 법이다. 무엇이
잘못됐는지 주기적으로 점검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오래 간다”
올바른 원리를 모른 채 혼자서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연습을 계속하면 악습을
습관화하여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고 건강을 해치고 시간적으로나 금전적으로 낭비를 가져오게 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멘토를 왜 찾는가, 혼자서 깨닫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깨닫는다고 해도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그의 주장은 명쾌하다.
그가 오늘날 골프의 고수가 된 데는 풍부한 실전경험이 바탕이
됐다.
“늘 나보다 잘 치는 사람 또는 프로들과 상대하려고 했다. 내기를 해서 돈을
잃어도 그만큼 많이 배울 수 있었으니까”
그는 내기에서 지고 집에 오면 반드시 복기를 했다. 바둑에서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몇 번 홀에서 보기를 안했다면, 몇 번 그린에서 퍼팅을 잘했다면...식으로 복기를 했다. 그렇게 20년을 하고 나니까 말 그대로
도(道)가 터졌다”
“프로들은
‘힘을 빼라, 머리를 들지마라’고 했지만 그 이유에 대해선 얘기를 하지 않는다”
그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지금 생각해보면 즐거우면서도 고통스러운 세월이었죠”
그는 서울 명동에 있는 인도어 연습장에 딱 1주일을 배워 필드에
나갔다.
1980년 3월 1일이었다.그는 속칭 ‘머리를 올린 날’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당시 골프장이 (전국에) 3, 40개 있을 때죠. 1년만에 싱글을 쳤는데 10번
중에 한 번 싱글을 쳤다는 의미죠”
그는 당시 서울 용산에 있던 미8군 골프장에 자주 갔다. 그는 원래 테니스를 즐겨
쳤다. 그때는 테니스가 유행이었다. 토요일이 되면 서울 근교 일산이나 송추쪽으로 가서 테니스도 치고 수영도 하고 그랬다. 80년대 접어들면서
테니스가 골프로 바뀌었다. 골프를 배우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났다. 그도 그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골프를)어떻게 가르치면 되겠다는 확신이 서요” 오랫동안 골프를 쳐온 자신이 직접 겪어본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이다. “골프는 거리와 방향입니다” 거리는 파워, 즉
스피드에서 나오고 방향은 균형에서 나온다. 따라서 파워와 균형이 적절하게 조화돼야 멋진 샷이 된다. 이게 그가 오랫동안 골프를 치며 깨달은
결론이다. 그래서 그는 스윙을 할 때 과도하게 힘을 줘서는 안된다고 가르친다.
가급적 과잉동작을 줄이고 움직임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잉동작은 거리를 내겠다는 욕심 때문에 생깁니다. 그렇게 되면 설사 거리는 많이
날 지 몰라도 정확성은 크게 떨어집니다. 균형이 무너지기 때문이죠. 예컨대 사격을 할 때나 활 시위를 당길 때 전혀 움직이지 안찮아요. 움직이면
타깃을 맞출 수가 없으니까요. 골프를 정확하게 치려면 움직임이 적어야 합니다”
그는 마침 올해 미국 LPGA 투어 메이저 대회인 ANA인스퍼레션에서 우승한
리디아 고를 언급했다.
“리디아 고의 스윙 동작을 보면 아주
부드럽고도 간결합니다. 군더더기가 없어요. 그러니 언제나 공은 똑바로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날아갑니다”
스윙에는 정답이 없다. 체형에 맞는 스윙을
해야 한다. 이를 무시하면 아무리 연습량이 많아도 기대한만큼 효과가 나지 않는다 그는 “스윙에는 정답이 없다. 체형에 맞는 스윙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프로들은 자기 기준으로 레슨을 한다. 모두가 체형도 다른데...그러니
연습량은 많아도 실력은 크게 늘지 않는다. 골프는 체형에 따라 가장 적합한 스윙을 찾아야 한다. 이를 무시하면 아무리 연습량이 많아도 기대한만큼
효과가 나지 않는다”
그에 따르면 ‘연습장 프로’란 말도 그래서 나온다. 연습장에서 잘 맞던 볼이
필드에 나가면 맞지 않는다. 연습장과 실제 필드와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 연습장엔 인조 매트리스가 깔려 있어 임팩트 때 웬만큼 잘못 맞아도 볼이
어느 정도 나가지만 실제 필드에선 전혀 다르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성심성의껏 가르쳐주는 프로도 드물고, 프로들의 지적 능력이 부족한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교습을 받는 시간에 비해 진도가 안나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오랫동안 데리고
교습을 시키기 위해서란다. 그는 필드에서 라운드를 하며 ‘원 포인트 레슨’도 한다.
“필드에 나가서 원 포인트 레슨을 해 보면 ‘오늘은 예전 방식대로 그대로 치고
오늘 배운 것을 익힌 후에 다음부터는 그렇게 치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그러나 이런 사고방식은 잘못된 것이다. 배우는 순간 바로
바꿔야 한다. 그리고 의심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골프장 경영에도 남다른 경험과 식견을 갖고 있다.
2000년대 초반 리베라CC 사장을 맡았을 때는 36홀 골프장 코스 리뉴얼 설계와
시공, 감리를 총괄해 성공적으로 마쳤다.
500억원의 예산을 책정, 연못 15개를 새로 팠고 티잉 그라운드 확장, 아일랜드
홀과 실개천 조성 등으로 단조롭던 코스를 아기자기하고 도전적인 코스로 탈바꿈시켰다. 코스 곳곳에 물이 고여 질퍽하던 문제도 해결하고 골프장에
필요한 물도 대량으로 확보했다.
클럽하우스도 새로 준공했다. 국내 최초로 골프장 기존 회원을 대상으로 기여회원을
모집, 성공적인 자금조달을 통해 투자비를 전액 회수한 것이다. 또 ‘끼워넣기식’ 부킹 시스템도 개선했고, 회원들의 편의를 위해 5, 6인 플레이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이어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에 있는 경기CC(현 블루버드) 대표이사를 지낼 때는 주주분쟁을 ‘올 해피(All
happy)’ 슬로건으로 극복하며 명문 골프장으로 거듭나도록 했다.
‘올 해피’는 회원도 주주도 모두 행복해지자는 경영 목표다. 그는 리베라CC
리노베이션 경험을 살려 경기CC 전면 개·보수 작업을 추진했다. 클럽하우스를 신축하고 코스 리뉴얼을 단행했다. 기여회원들로부터 13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해 차입금도 상환하고 투자금도 회수했다.
2010년대 초반에는 그랜드프라자호텔(하노이) 사장을 지내며 객실 점유율을
40%에서 90%로 두 배 이상 끌어올렸다. 회계 관련 시스템 구축으로 원가도 절감했다.그는 앞서 1973년 벽산건설(주)에 입사해 15년간
근무하며 자금조달, 운영 및 금융지원과 회계업무를 익혔다. 후에는 자금부장으로서 기업의 자금부문에 깊숙이 관여했다.
1980년대 후반 그는 증권회사에서 기업의 M&A 등을
경험했다.
그는 이런 여러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지금 (주)GMI 컨설팅그룹 경영사장으로
있다.
골프장 경영 진단과 이익 증대 방안, 부도골프장 기업 회생과 정상화 방안 등에
대해서 자문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골프장 패러독스 경영(싸고, 좋고, 빠르고) 연구와 교육, 골프장 위탁경영 연구도
한다.
그는 “골프는 경영이다. 골프도 기업도 무한추구다. 고 이병철 회장도
‘합리추구’를 ‘사업보국’ ‘인재제일’과 함께 경영철학으로 삼았다. 골프도 기업도 부족한 부분은 계속 채워 나가야 한다. 그런 면에서 골프와
기업 경영은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요즘 인문학에 푹 빠져 있다.
강의를 할 때도 인문학을 빼놓지 않는다. 최근의 트렌드와도 맞닿아 있다. 그는
그만큼 깨어 있다.
“‘나는 누구인가?’로 강의를 시작할 때가 많다. 나 자신을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내가 세상의 주인이라는 인식을 분명하게 가져야 한다. 주인은 행동을 잘 해야 한다.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 잘 하고 행복하게 해줘야 한다.
그게 주인의 역할이고 주인 의식이다. 내가 주인이니까 그들도 주인공으로 만들어줘야 한다”
그래서 그는 ‘STL’을 중시한다.
‘Sorry, Thank you, Love’다.
이 세 가지 말을 일상화하면 사회는 좀 더 밝아진다는
것이다.
그는 요즘 인생 3막을 살고 있다고 스스로 얘기한다. “인생 3막은 ‘봉사’다.
이에 걸맞게 살아야 한다. 그래서 후진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그래서 욕심도 없다. 욕심은 공짜를 바라는 것이다. 욕심은 곧 죽음과도 같다.
욕심이 있으면 만족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