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책을 읽을 때, 다 읽기가 아쉬워서 마지막 장 읽기를 미루고 미루고 하면서 읽는 일이 있다. 다 읽어버리기가 아까운 책이랄까. 마치 다 먹기가 아까워서 마지막 한 숟가락을 아껴먹는 것같은 느낌이다.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 이책이 그랬다. 작가는 이 시대 화두가 공정과 불평등이라고 생각하는 우리들에게 MZ들을 관통하고 있는 선함을 보여준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 작가 김민섭의 삶이 또한 그러함을 본다. 선함을 통한 연대, 작가 김민섭을 책을 통해 제안하는 지혜다.
이 책은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로 이름을 알린 작가의 네 번째 책이다. 이전의 책이 그러했듯 작가는 연약한 우리, 그리고 연약했던 우리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듯 흔연하게 우리와 연결된 삶을 보여준다. 연약한 나를 발견한다는 것은 어쩌면 쓸쓸한 일일 수도 있으련만, 이책은 그 연역한 나가 보이지는 않지만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음을 말해주는 것 같다. 그래서 참 따숩다. 책을 읽는 동안 느낀 마음을 표현하다라면 "따숩다' 라고 바로 말할 것이다.
대학원시절 시작한 헌혈부터 달리기까지 어찌보면 이 책의 내용은 작가의 소소한 일상을 적은 글이라고 할 수도 있다. 헌혈을 하고 얻은 소녀시대 브로마이드와 관련한 일은 우리가 살면서 겪는 많은 일들이 소소한 나의 선택에서 비롯함임을 다시 느끼게 한다. 이 책의 추천사를 원더걸스의 예은(핫펠트)이 썼다는 것 또한 무관하지 않은 일이다. 해외여행을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는 그가 시도한 '김민섭 찾기 프로젝트'는 적막한 이 시대에 울리는 종소리처럼 신선하다. 읽으면서도 놀라웠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지? 작가의 내면을 관통하고 있는 그 무엇이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선함'일까? 어쩌면 작가는 천성적으로 따뜻한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고독한 자신과의 싸움이라도 하는 달리기도 작가는 조용한 연대로 풀어낸다. 심지어 거리두기가 사회적 이슈로 주목받던 코로나 시기를 함께 지나왔다. 조용한 달리기로 모임같지 않은 모임으로...
이 책은 작가가 에필로그에서 제시한 것처럼 연약한 시절을 기억하는 우리들에게 건네는 작가의 따뜻한 연결의식을 담고 있다. 이것은 연대라기 보다 연결이라고 표현하고 싶은 제언이다. 그는 자신의 삶을 드러내며 우리에게 말한다.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 그는 구절구절 한 문장 한 문장마다 그의 따뜻하고 깊은 마음을 담아 전한다. 다 읽고 덮어버리기가 아쉬워서 질질 끌어왔던 책장을 덮으면서 작가에게 한 마디 전하고 싶다.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