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산책길에 도둑놈의 지팡이, 일명 고삼이라고 부르는 반가운 풀을 만났습니다.
이 산책길은 아파트가 빼곡한 아파트숲사이의 도로.
분명 이곳은 물금평야였고, 많은 풀들로 무성했었고, 겨울이면 철새들이 많이 왔던 바로 그곳이렸다.
도둑놈의 지팡이를 보자마자, "네가 여기 원주민이지?" 하고 말걸었지요.
기분이 어떨까? 나는 여기 원주민인데, 주변에는 온통 왕벚나무와 잔디밖에 없고.
나의 운명은 언제 뽑힐 지 모르고....
며칠 전 쇠톱날이 훑고 지나갔는데도 누군가 뜻이 있었는지 도둑놈의 지팡이를 남겨두었네요.
덕분에 도시에서는 절대 만나기 어려운 이 친구와 조우하게 되었습니다.
열매줄기를 옆으로 저렇게 뻗고 있자니 얼마나 힘이 들까 싶어서 왠지 들어주고 싶네요.
꽃이 통통한 것이 정말 앙증맞습니다.
자세히 보려고 한 송이 꺾어 왔는데, 지금 코앞에서 꽂아두고 고문당하는 것 같습니다.
쓴 인삼이라는 뜻으로 고삼(苦蔘)이라고 불린다는데, 냄새는 농약같습니다.
꽃은, 줄기에 달린 쪽에서부터 가지끝을 향해 피어납니다.
꽃은 고상하니... 예쁘지요. 꽃통이나 꽃잎이나 연두색인데 농담을 달리한 이 고귀한 자태.
곤충이 다녀가면 왼쪽처럼 암술과 수술이 나온다지요.
도둑놈의 지팡이도 콩과의 식물이기에 맛을 보았는데, 너무 쓰네요.
목구멍을 넘어가서 지금은 심장까지 콕콕 찌르는데... 괜찮겠지요? ^^;;
물기가 차단되면 이렇게 양쪼깊을 포개고 잠이 들어버립니다.
밤에 엉뚱하게 수분이 날아가지 않도록, 콩이 열리는 식물들은 잎을 닫고 잔답니다.
꽃이 무척 쓴데 잎은 어떨까 싶어 맛을 보았는데 잎은 뭐 그럭저럭 씁니다.
잎과 함께 꽃을 단 줄기가 함께 나오구요,
밖에서 찍은 사진을 보니 참 잎이 얌전하네요.
꽃에다가 방어벽을 그렇게 세게 쳐 놓았으니, 잎은 얌전해도 되지요 뭐.
줄기에는 왁스가루가 묻어 있어요. 손가락으로 쓰윽 문지르니 닦입니다.
식물들이 애용하는 방어물질중에 왁스도 한 몫을 하지요.
쓸모없는 지방성분이라 곤충들의 몸에 들어가면 덩어리져서 순환을 방해한다고 해요.
뿌리가 괴기하게 생겨서 도둑놈의 지팡이, 뿌리가 지팡이같이 생겨서 도둑놈의 지팡이...
라는데, 아직 뿌리를 못 보았네요. 달랑 한포기인 도시의 원주민을 캐볼 수도 없고, 일단 남의 정보만 입력합니다.
이렇게 쓴 고삼을 가지고 밭에 해충퇴치용으로도 썼고요, 좀 끔직하지만, 낙태하려는 아낙들이 예전에 이것을 먹었다고 해요. 그만큼 센 독을 가지고 있네요.
장마철에 꽃피는 아주 귀여운, 그러나 강한 쓴맛을 가진 고삼꽃도 만나면 인사해주세요.
첫댓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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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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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을 달리한 연두빛 연한 천으로 하늘 거리는 원피스를 해 입으면 정말 예쁘겠네요.
고삼이 잘 살아주기를 염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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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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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고삼이 도둑놈의 지팡이군요.
자주 보았던 꽃입니다.
뿌리를 함 캐보아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