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다 보면, 어떤 상황에서 다르게 이야기를 한번 풀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지 않던가요...
본 영화를 보다가 생각이 떠 오르는 다른 이야기...
이번에는 영화가 아니고 드라마 입니다. 지금 mbc에서 방송 중인 조재현, 공효진, 오연수, 김래원 주연의 [눈사람]입니다.
전번 이야기들은 영화를 보고 생각난 이야기 인데, 이번 것은 제가 중2때 지었던 이야기에요.
A4지 양면으로 39장 분량의 이야기 인데요. 내용은 자기보다 착하고 공부 잘하는 친구를 질투하는 소녀가 고의적으로 자기 사촌을 소개 시켜 줘서, 착한 친구를 혼란에 빠트리게 한다는 내용이에요... 그러는 중에 좋은 선생님을 만나서 마음을 잡게 된다는...
공부 잘하는 소녀 미영과, 그녀를 질투하는 친구의 사촌인 민수의 이야기는 조금씩 보셨고, [눈사람]의 상황과 어울릴 만한 부분은 미영과 선생님 사이의 이야기가 될 거예요.
선생님과는 미영이 민수를 만나기 전으로, 불량배들에게 혼나고 있던 미영을 도와주면서 알게 되서 미영이가 언젠가 다시 만나면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어하던 인물인데,
제가 고딩 때 담담 국어샘한테 보여드렸더니, 학생과 선생님의 만남이 너무 작위적이고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을 들었어요.
[눈사람]의 형부와 처제 사이도 그렇지만, 그 때는 외국영화들을 많이 볼 때라 그런지 잘 모르겠던데, 다시 보니 학생과 선생님 사이의 이야기로는 올바르지(?!) 못해보이네요.^^;
밑에 글은 민수 때문에 공부 안하고 정신 못차리는 미영을 정신차리게 하기 위해 선생님인 지민이 미영의 공부를 도와주는 부분이에요.
89년도에서 93년 사이에 정리를 한 글인데, 지금보니깐, 유치하기도 하고 복고적인 분위기가 많이 나네요..^^'
그냥, 부담없이 보시고 웃으시길~^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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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영의 일기]
와우!~ 할렐루야. 석가모니 감사합니다. 일주일 정도 지민 오빠와 함께 지낼 수 있을 기회가 생겼다. 할렐루야. 큰 아버지와 큰 어머니께선 시골에 내려 가신다. 1주일 정도. 1주일 보다 더 빨리 올라 오실지도 모른다고 하셨지만 할렐루야다. 난 왜 안가냐구? 공부 해야지. 헤헤! 내일 큰 아버지 큰 어머니 께서 나가시면 나도 짐가지고 오빠네 아파트로 가야지.
무사 도착. 가방을 든 내 모습을 보자 오빠의 눈이 둥그래졌다. 큰 아버지와 큰 어머니께서 시골에 내려갔다는 말을 했더니, 있어도 좋다고 했다. 너무 좋다. 몇 발자욱 사이에 지민 오빠가 있다는 사실이.
오전 내내 혼자 지민 오빠의 집에 있다. 오빤 지금 학교에서 보충 수업을 하고 있을 거다.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는데 왜 금방 오지 않는걸까? 오빠가 보고 싶다. 날 만나러 빨리 오고 있을까? 예전에 오빠가 이런 말을 했었다. 내가 오빠의 애인이 아니냐고 묻던 학생이 있었다고. 애인? 난 오빠의 애인이 되고 싶다. 이왕 민수 오빠에게 오해를 받았으니 애인으로 밀고 나가는 것도 좋은 일일거도 같다. 속 좁은 민수 오빠 보다 날 편하게 대해주는 지민 오빠가 난 더 좋다. 지민 오빠도 날 좋아하고 나도 오빨 좋아 하니 이제 결혼만 하면 되겠다. 그렇다면 언제가 좋을까? 졸업하고 막바로 결혼 할까? 그래. 그게 좋겠다. 앞으로 1년 반 후면 난 지민 오빠의 부인이 되는 거야. 우와! 신나. 민수 오빤 우리들의 결혼식에 와 줄까? 그때 쯤 되면 나에게 잘 대해 주지 못한 것에 대해 후회를 하겠지. 히히 재미있어. 내 생각이 현실이면 얼마나 좋을까? 현실로 될거야. 지민 오빤 날 좋아하니까. 가만, 예전에 민수 오빠가 무슨 말을 했더라? 그래 그거. 내가 학교에서 징계 받았을 때 지민 오빠에 대해 말하면서, 선생은 선생일 뿐이라고 했던가? 그거야 민수 오빠 생각이지 내 생각은 아냐.
아침에 나간 지민이 들어온 시각은 밤 10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저녁을 혼자 차려 먹고 기다리고 있던 미영은 지민을 보자 혼자 있는 거 알면서 늦게 들어왔다며 화를 내었다.
"미안하다 미영아. 일이 있어서 늦었어. 늦었으니 너도 그만 자도록 해. 그럼 잘자라."
"어? 그냥 잘려는 거야? 나 공부도 안 시켜주구?"
"공부? 아참, 그래 그래. 미영아 우리 내일 부터 하자. 몸이 좋지 않아서."
지민이 일어서서 나가려 하자 미영이 지민을 밀어 책상에 앉혔다.
"너무해 오빠. 난 하루 종일 오빠만 기다렸는데. 어제도 오늘 하자고 미뤘잖아. 못가 안돼."
"미영아 내가 피곤해서 그러는데 좀 봐주면 안 되겠니?"
지민이 피곤하다고 말하는 데도 미영은 꼭 해달라며 고집을 부렸다. 잠시 망설이던 지민은 결국 미영의 고집에 넘어가고 말았다. 그리고 책상을 중앙에 두고 미영과 지민이 마주 앉았다. 지민은 미영에게 자세하게 가르쳐 주기 위해 열심이었지만 미영은 처음부터 책쪽에 눈길을 주지 않고 지민의 얼굴 만을 바라보았다.
"오빠 하나 물어볼게 있는데." 미영의 질문을 받은 지민이 고개를 들어 미영을 바라보았다.
"이해하기가 어렵니?"
"응. 오빠 좀 쉬어. 오빠, 나 어떡해 생각해?"
"어떡해라니?"
"정말 나 좋아해?"
미영은 눈으론 지민을 보고 한 손으론 책을 덮었다. 그러나 지민은 이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야 물론이지. 새삼스럽게."
"얼마 만큼?"
"얼마 만큼이라, 이거 어려운데 넌 날 얼마만큼 좋아하니?"
"무진장 많이. 그래서 오빠랑 결혼도 하고 싶어."
"뭐? 하하하." 지민은 미영의 말이 다소 황당했던지 크게 웃었다.
"미영아 장난 하지 말고, 자, 공부 하자." 지민은 미영의 말을 농담으로 받아넘겼다.
"장난 아냐. 난 정말 오빠랑 결혼도 하고 싶단 말야."
"미영아 너 결혼이 뭔지 알어?"
지민의 말에 미영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웃으며 지민과 결혼하겠다고 말한다.
"어린 것이 그런 말을 하면 귀엽기야 하지. 임마, 너 내 나이가 몇 인 줄 알어?"
"나랑 9살 차이자나. 내 나이가 18살이니깐, 오빠는 27살. 맞지?"
"알긴 아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데도 나랑 결혼하겠다는 거야?"
"피, 나이 차가 무슨 상관이야. 서로 좋아하면 됐지. 안 그래 오빠."
미영은 턱을 고으고 웃으며 지민을 바라보았다. 지민은 미영의 말에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미영아 난 네 선생님이야. 난 널 학생으로서 좋아하지 딴 뜻은 없어. 그리고 선생은 선생일 뿐이야. 그러니 나와 널 억지로 연결시키려고 하지마. 지금은 그런 생각도 가질 수 있지만, 넌 네 나이에 맞는 사람을 사귀고 나도 내 나이에 맞는 사람과 만나는 것이 순리야. 공부 하자고 지가 먼저 말해 놓고는 헛소리만 하고 있어. 너 자꾸 그러면 집에 보낸다"
"아니. 난 오빠 하나면 족해. 다른 어떤 사람들보다 난 오빨 좋아해. 정말이야."
"미영아, 날 좋아한다는 그 마음, 나도 알지만 넌 내 학생일 뿐이야. 귀여운 제자! 알겠어?"
"몰라. 난 오빠 귀여운 제자 안 할래. 오빠 부인 할거야."
계속 조르는 미영의 말에 지민은 피식 웃으며 시계를 쳐다보았다. 시계는 11시를 지나고 있었다.
"미영아 농담은 이제 그만 하고, 난 가서 좀 쉬어야 겠다."
"농담 아냐. 오빠 한테서 말 듣기 전엔 안 보내줄거야." 미영은 자기랑 결혼하겠다는 말을 해달라고 계속 졸랐다.
"결혼? 좋아 미영아, 그럼 우리 이렇게 하자. 네가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 들어가게 되면 결혼에 대한 걸 생각해 보기로 하자."
지민의 말에 미영은 당연한 이야기 아니냐며 웃었다.
"졸업은 누구나 하는 거지만 좋은 학교에 들어가는 건 누구나 하기는 힘들어. 그리고 넌 좋은 머리를 가지고 있으니 틀림없이 좋은 학교에 들어갈 수 있을거야."
"그러니까 이제 부터라도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학교에 들어가면 나랑 결혼 하겠다는 말이네."
미영은 지민의 말을 자기 식으로 해석하며 좋아했다.
"그때까지도 날 좋아한다면 생각해 보겠다는 거지."
"생각은 무슨 생각. 결혼한다 하면 되는 거지. 좋아. 나 이제 부터 오빠랑 결혼하기 위해 공부 열심히 할거야. 그러니까 오빠도 반칙하지마."
"반칙이라니?" 지민은 미영의 말에 눈을 깜빡거렸다.
"내가 졸업하기 전에 다른 여자랑 사귀지 말라는 거야. 알았지."
"으이그, 귀여운 악마 같은 녀석 같으니라고. 그래. 너 열심히 공부 해야 된다."
"응. 오빠 저쪽 방에서 자는 거야?" 지민이 고개를 끄덕이며 미영을 바라보았다.
"나랑 같이 자면 안돼?"
미영이 장난스럽게 지민에게 묻자, 장난이 과하다고 느낀 지민, 화를 낸다.
"임마, 너 자꾸 헛소리 하면 큰 아버님 한테 전화 할거다. 공부 안하고 헛소리나 한다고. 다신 그런말 하지 마 알았어?"
"알았어. 장난한 거 가지고 오빤 왜 그렇게 무섭게 해."
화를 잘 안내는 지민이 화를 낼 듯 하자 얼른 장난이라고 무마하는 미영.
"좋아. 이제 정신 차렸군. 미영아 그럼 내일 보자. 잘 자라."
지민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미영에게 잘자라고 말하자 미영은 문을 나서는 지민의 뒷통수에 대고 모기 소리 만하게 '자기도 잘자' 라는 말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