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여자 좀 봐, 아니 저 남자..."
어제는 우리 한인 캘거리 성당 성탄파티가 있는 날이었다.
예전에는 이 곳 케네디언들처럼 어른들만 모여서 춤추고 마시면서 하루밤을 즐기곤하였는데...
새로오신 신부님의 뜻에 따라 올해부터는 온 가족이 참여하는 가족잔치로 바뀐 것이다.
우리 구역에서는 남자는 여장을 하고, 여자는 남장을 하는 일명 "트랜스 잰더 댄스"를 하게 되었다.
순서를 기다리면서 서로 분장도 해주고, 잘 안되는 동작들을 연습하고 있을 때 어떤 남자아이가 들어와서
남편 베드로를 보고 이렇게 외친 것이었다.
"수염 난 여자네..."
남편은 수염 기르는 것이 취미인 데 주일에 독서 차례가 될 때만 수염을 깍고 그 후부터 다음 독서 차례
가 올때까지는 다시 기르곤 한다.
우리 구역은 입장을 할 때부터 대단한 환호 세례를 받았다.
여자 자매들은 검은 모자에 검은 썬글라스, 검은 옷에 붉은 넥타이...
남자 형제들이 나름대로 차려입은 여자 의상들은 아주 다양하여서...
아내의 원피스를 입으신 분, 산타 치마, 인디안 의상, 배꼽 티에 하와이안 치마등..
남편 베드로는 색컨드 스토아에서 산 아주 큰 사이즈의 박스 티인데 보기에는 짧은 미니스커트처럼
보였다.
머리에는 내가 잘 쓰지않던 반짝이 하늘색 스카프를 두르니 마치 신밧드의 모험에 나오는 인물이 되어버
렸다.
우리가 무대에 나가서 댄스를 한 시간은 단 5분.
"사람 망가지는 거 순간이네..."
무대를 내려오며 어느 형제님이 이렇게 말했다.
그 분 말대로 우리는 무대 위에서 모두 망가졌는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행복하게 아주 즐겁게 망가져버린 것이다.
매 주말 모여서 연습을 하면서 그 동안 서로 느끼지 못했던 끈끈한 정을 갖게 되었고 서로가 한 공동체라
는 의식을 하게 되었다.
눈이라도 내리는 밤에는 어린 시절 성가대 연습을 가던 추억이 떠오르고 초등부 주일학교 교사를 할 때
연극 연습을 시키던 기억도 하면서...
일 속에 묻혀서 여유가 없는 남편 베드로가 늦게라도 참석하여 연습을 할 때면 왠지 가슴이 뭉클해지기
도 하면서...
이번 성탄 파티는 주님 보시기에 좋은 모습의 파티가 되었을 것이다.
아들 안드래아는 청년팀에서 노래를 하고 딸 안젤라는 고등부 연극에 출연하고...
우리 부부도 당신 앞에서 재롱을 부렸으니...
돌아오는 길 겨울 나무 가지 사이로 보이는 초승달이 우리를 향하여 화안이 웃어 주는 달 그림자 드리운
기쁜 밤.
야훼, 나의 하느님,
우리를 위하여 놀라운 일을 많이도 하셨사오니
당신과 비길 자 아무도 없사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