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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취하지 말라 이는 방탕한 것이니 오직 성령으로 충만함을 받으라" (에베소서 5:18)
존 스토트는 원어(πληροῦσθε ἐν πνεύματι, plērousthe en pneumati)가 지닌 네 가지 중대한 문법적 특징을 통해 성령 충만의 본질을 규명합니다.
명령법 (Imperative): 성령 충만은 탁월한 소수만을 위한 선택적 권면이 아닙니다. 이는 살인하지 말라, 간음하지 말라는 십계명과 동일한 무게를 지닌 '하나님의 엄중한 명령'입니다. 충만하지 않은 것은 영적 나태를 넘어선 명백한 '불순종의 죄'입니다.
복수형 (Plural): "너희 모두는(You all)" 충만함을 받으라는 뜻입니다. 목회자나 특별한 직분자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교회의 가장 어린 성도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전 세대, 모든 회중에게 주어지는 보편적 명령입니다.
수동태 (Passive): "너희 스스로를 충만하게 하라"가 아니라 "충만하게 됨을 입으라(Let yourselves be filled)"입니다. 충만의 주체는 인간의 노력이 아니라 성령이십니다. 우리는 빈 그릇을 내어놓고 성령의 통치에 철저히 항복(Surrender)해야 합니다.
현재 진행형 (Present Continuous): 헬라어 현재형 시제는 '계속적인 상태'를 의미합니다. 정확한 번역은 "계속해서 성령으로 충만함을 받고 있으라(Keep on being filled)"입니다. 어제의 충만이 오늘의 승리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3. '소유(Possession)'가 아닌 '지배(Control)'의 역학
마틴 로이드 존스는 성령 충만을 '양(Volume)'의 개념으로 오해하는 기계론적 오류를 날카롭게 지적합니다. 성령은 물이나 가스 같은 비인격적 에너지가 아니므로 "성령을 몇 퍼센트 소유했는가?"라고 묻는 것은 비성경적입니다.
핵심은 '우리가 성령을 얼마나 많이 소유했는가'가 아니라, '성령께서 우리의 자아를 얼마나 온전히 소유하고 통치(Control)하시는가'에 있습니다. 바울이 '술 취함'과 '성령 충만'을 대조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술에 취한 사람은 알코올의 통제 아래 들어가 평소와 다른 말과 행동을 합니다. 이처럼 성령에 취한(충만한) 사람은 성령의 완벽한 지배와 통치 아래 들어가, 내 자아의 본성을 뛰어넘는 그리스도의 성품과 능력을 나타내게 됩니다. 단, 알코올은 인간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짐승처럼 방탕하게 만들지만, 성령은 우리의 지성을 가장 맑게 조명하시고 거룩한 절제력(Self-control)을 극대화하십니다.
4. 성령 충만의 절대적 표지(Evidence): 은사가 아닌 인격과 예배
많은 현상주의자들이 성령 충만의 유일한 증거를 방언이나 기적적인 은사(Charismata)에서 찾으려 합니다. 그러나 J.I. 패커와 존 스토트는 에베소서 5장 18절 직후에 이어지는 본문(19-21절)을 통해 성령 충만의 참된 결과를 세 가지로 확증합니다.
예배와 찬양 (19절): "시와 찬송과 신령한 노래들로 서로 화답하며... 주께 노래하며" - 성령이 충만할 때 가장 먼저 터져 나오는 것은 은사적 과시가 아니라, 그리스도를 향한 압도적인 찬양과 내면의 기쁨입니다.
절대적 감사 (20절): "범사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항상 아버지 하나님께 감사하며" - 환경을 초월하여 십자가의 은혜만으로 만족하며 쏟아내는 감사가 참된 충만의 표지입니다.
상호 복종과 겸손 (21절): "그리스도를 경외함으로 피차 복종하라" - 가장 확실한 증거입니다. 거짓된 영에 취한 자는 교만해져서 타인을 지배하려 하지만, 참된 성령 충만은 자아를 부인하고 형제자매의 발을 씻기는 지극한 겸손(상호 복종)으로 나타납니다.
5. 제22강 결론: 구멍 난 독(Leaky Vessels)과 매일의 은혜
유명한 부흥사 D.L. 무디는 "왜 매일 성령 충만을 받아야 합니까?"라는 질문에 "왜냐하면 나는 밑빠진 독(Leaky vessel)이기 때문입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목사님, 우리의 영혼은 죄악 된 세상과 끊임없이 마찰하며 부딪히는 과정에서, 내주하시는 성령의 은혜와 능력을 매 순간 소진하며 새어 나가게 하는 구멍 난 질그릇과 같습니다.
그러므로 성도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과거 어느 날의 화려한 은혜 체험을 추억하는 종교적 향수가 아닙니다. 오늘, 지금 이 순간 나의 지성과 감정과 의지의 보좌에서 내려와, 십자가의 영이신 성령 하나님께 내 존재의 주도권을 100% 내어드리는 철저한 자기 비움과 매일의 순종만이 성령 충만의 유일한 길입니다.
(제23강 예고: 그렇다면 이 충만함을 받기 위해 우리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충만의 전제 조건 - 철저한 회개, 자아 부인, 그리고 절대적 순종'으로 나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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