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랑밭
효원 / 진은정
사랑은 또 하나의
사랑을 낳는다
논밭에 씨앗을 심고 가꾸는
농부의 가슴이 두레박질한다
성근 씨앗이 밭에 묻히고
파종의 윤리가 빛이 되는 계절이 오면
사랑은 또 하나의 빛이 되리라.
하늘의 태양빛
모진 비바람
이슬 먹고 자란 알곡이 춤을 춘다
비배 없는 성장의 무위
고맙기만 하다
나의 아버지 어머니가
가꾸어 놓은 사랑밭
내가 태어나서 자라난 고향
그곳에서 나의 아이들이 자라고
성가하여 자녀를 낳아 키우고 있다
하늘나라 별이 된
나의 아버지 어머니의
웃음소리 끊이지 않던 곳
기쁨과 행복이 가득한
이곳이 나의 가족의 사랑밭이다
2. 꽃잎 연가
효원 / 진은정
꽃바람이 분다
봄이 왔다
무심히 걷고 있는 나그네
콧등에 앉아 미소 짓는다
소풍 나왔어
다가온 봄이 살며시 속삭인다
나랑 같이 가면 안돼?
향긋한 꽃내음
산과 들 꽃을 찾아
사람과 꽃이 하나 됐다
수줍은 신부 연지곤지 닮은
붉은 동백 초록빛 치마 입었다
꽁꽁 얼었던 냇물
돌 틈 사이로 졸졸 흐르며
봄마중 노래한다
두 살배기 아기 엄마 손 잡고
아장아장 걸어 나와
두 팔 벌려 봄맞이한다
생명이 움트는 봄
보슬보슬 내리는 봄비
대지를 흔들어 깨우고 호령한다
이제 그만 잠에서 깨어 일어나라
그 소리에 놀란 작은 잎
싹을 틔우고 기지개를 켠다
생명의 찬가를 부르는 봄
산천초목이 저마다의 소리로
봄을 노래한다
농부는 밭을 갈고 씨를 뿌린다
참 아름다움 산야(山野)
일곱 색깔 무지개 꿈을 꾸고
약속받은 소망
축복받은 계절이다
나뭇가지에 앉은 작은 새의 합창
내 마음에 잉태한 미소
너에게 보낸다
아이야
움츠린 가슴 활짝 펴고
봄을 맞이하자
너와 나의 꿈은 이루어진다
저 꽃처럼
너도 웃을 날 올 거야
참 아름다운 세상
꽃 중에 꽃은 인(人) 꽃이다
이 세상의 주인공은 바로 나야
모두가 행복한 봄에 꿈을 꾸자
님이여
봄이 가기 전에
봄을 노래하자
3. 만선(滿船)
효원 / 진은정
사람이 사람 노릇하기 어렵다고 하더니
이렇게 어려울 줄 몰랐다
자식을 낳아 품에 안고
긴 밤을 하얗게 새우며 키웠다
아침 일찍 일어나
밥을 지어 먹이고 학교에 보낸다
빈집에 혼자 남았다
소파에 앉아 차 한잔 마시고 빈 방을 둘러본다
텅 빈 방에
남은 건 아이들의 사진뿐
설거지와 청소
빨래가 나를 재촉한다
그러던 어느 날 조용히 앉아
내가 살아온 성적표를 들여다봤다
진주처럼 반짝이는 눈물도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와 발자국도
그 안에 가득 차 있었다
내가 꿈꾸던 만선(滿船)
이제 조금씩 채우고 있다
사랑과 행복이란 무엇인가?
텅 빈 배 안에 하나하나
차곡차곡 채우다 보니
나도 모르게 가득 채워 만선이 됐다
나 혼자 이루지 않았다
너와 내가 하나 되고
우리가 모여 함께 있을 때
드디어 맛볼 수 있는 행복(幸福)
봄 여름 가을 겨울
모두 지나고 느지막한 가을
이 거리를 몇 바퀴 돌았을까?
봄 여름도
조용히 왔다 소문 없이 떠났다
요즘엔 모든 것이 불확실한 시대다
비 내리면
소금 장수가 한숨 쉬고
해가 뜨면 우산장수 눈물짓는다
이른 아침 어부는 만선의 꿈을 꾸고
배를 타고 먼바다에 나간다
세상에 태어날 때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데
어디 어부뿐이랴
모두가 꿈꾸는 만선
우리의 삶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살아오면서 배운 인생철학
만선이 되려면 먼저 배를 비워놓아야 한다
나의 빈 배에 채워진
사랑 기쁨 행복을 마음껏 누렸다
이제 푸른 바다에 누워
파란 하늘을 보고
마음껏 노를 저어 물결 춤추고
갈매기 노래하는 바다로 나가
만선의 기쁨을 노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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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향문학 14호 원고방
덕향 14호 원고 / 진은정 시인 - 3편 -
영원 김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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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4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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