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MG 크라브 마가
셀프 디펜스 수업 노트
[2016.3.9]
신속하게 이동하기
이곳을 중심으로 cross해서 지나간다. 군중 속이다. 그러나 걸어서, 그리고 신속하게, 이동한다. 무례하게 굴지 않는다.
● 접촉 순간에만 몸을 옆으로 돌린다. 내 몸을 좁게 만드는 것이다.
● 정면인 채로 어깨를 움츠려 몸을 좁게 만들려고 하지 말라. 본인 기분만 그럴 뿐 실제로 별로 작아지지 않는다.
● 손을 사용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무례하거나, 위협이 되거나, 불편을 주지 말라.
거슬러 뚫고 가기
이번에는 군중의 이동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뚫고 가야 한다. 마치 거센 물살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 한 마리가 되는 셈이다. 왜냐하면 내게 중요한 것을 저 편에 두고 왔다, 또는 놓고 왔다, 또는 놓치고 왔기 때문이다. 그것은 물건이 아니라 사람일 수도 있다. 내 가족 또는 어린이나 부상자처럼 보호해야할 대상.
그럴 때 내가 이쪽으로 몰려오는 군중을 튕겨내서 뚫고 갈 수는 없다. 130kg의 거구도 맨몸으로는 (남을 해치지 않고) 그렇게 못 할 것이다. 지금 여러분 앞에는 한 겹의 사람들 뿐이지만, 실제로는 겹겹이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좌우로 팔을 휘저으며 헤쳐 나가려고 하기 쉽다. 일반적인 반응이 그런 편인데, 사실 물에 빠진 사람도 그렇게 한다. 비효율적이다. 물고기가 헤엄치는 방식으로 꿈틀대며 뚫고 가는 것이 낫다. 즉 슬라이드해서 빠져나가야 한다. 최대한 자신을 보호하며. 남을 해치지 않으면서.
두 편으로 갈라 (3m를 두고) 서로 마주 선다. 반대편으로 뚫고 갈 것이다. 안전하게!
● 업라이트 스탠스에 양팔을 좁고 높은 11자 가드 형태로 취한다.
● 옆으로 서서 몸을 얇게 만들어 앞 팔로 리드한다.
● 물고기 같은 움직임으로 헤쳐 나간다.
동서남북 네 방향에서 (3m를 두고) 서로 마주 선다. 반대편으로 뚫고 갈 것이다. 안전하게!
● 이번에는 여성들이 글러브를 낀다.
● 반대편으로 달려가기.
● 등뒤에 한 사람을 보호하며 이동해 본다.
만약 사람이 더 많고 촘촘하다면 매우 다른 느낌이 들 것이다. 지금 한 것들은 가장 기초, 기본이다.
코리도 corridor 게임
● 쉴드 10개를 가져온다.
● 쉴더 10명이 꽁꽁 막아버리면 “방어자”는 통과할 수 없다. 아예 틀어막지는 말고 스트레스풀하게 코리도를 형성하라.
●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함께 "방어자"를 응원한다.
타임 라인
KMG에는 "타임 라인"이라 부르는 컨셉이 있다. 늘 상황의 진행 정도에 맞게 대응하기 위해서다. 우리는 "타임 라인"에 맞게 대응하는 것을 시뮬레이션 훈련한다.
그러나 이보다 먼저 강조될 활동이 있다. 미리 주의하기, 경계하기다. 실제 삶에서 주의하고 경계하는 것이 옳긴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아무런 위험 상황도 벌어지지 않는 경우들을 훨씬 더 많이 겪을 것이다. 실제 위험 상황은 평생 한번도 겪지 않을 수도 있다.
리스크
그렇다면, 당연히 좋은 일이다. 우리는 싸우려고 셀프 디펜스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싸우지 않으려고 배우는 것 아닌가.
주의와 예방의 과정이 성가실 수도 있지만, 이것은 리스크가 작은 투자다. 다수의 공격자들과 맞서거나 흉기와 킥과 펀치가 난무한다면 감수해야하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 만약 실패하거나 지나치게 대응할 경우 아주 치명적이다.
셀프 디펜스는 일종의 리스크 관리 전략이다.
공격자
어떻게 해서든 다툼이나 싸움에 들지 않도록 해야함은 제1의 의무다.(우리는 urban fighting을 지도하지 않는다) 말, 제스처, 물리력, 어떤 것으로든 상황 악화를 주도하는 쪽이 “공격자”다. 그는 불과 1초라도 먼저 생각하고 행동하는 쪽이다. “공격자”가 아니라는 점 때문에 “방어자”인 우리는 주로 상황을 맞이하는 쪽이다. 그런 의미에서 “방어자”가 대비하거나 상황을 리드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즉 “방어자”가 잘 처신을 해도 상황은 악화될 수 있다. 모범 운전자도 모든 사고를 다 피할 수는 없는 것처럼.
그러므로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는 준비 역시 필요하다.
운동
최악의 상황에서는 크라브 마가의 여러 방어 테크닉과 반격의 요소(내 몸을 무기로 사용하는 능력)가 다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킥, 펀치 등을 배우고고 후방낙법과 회전낙법도 연습한다.
방어 기술들, 타격 기술들은 (원래 목적은 그렇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좋은 운동들이다. 고대 레슬링이나 복싱의 목적은 ‘적당한 승부’를 내는 것이었고, 동양 무술들의 목적은 ‘전투와 호위’였다. 하지만 레슬링과 복싱을 장려한 국가든 (고대 올림픽 5종 경기는 뛰기, 달리기, 두 종류의 던지기, 레슬링이었다) 무술의 창시자든 심신 단련의 효과를 기대했을 것이다. 만약 수련자들이 훈련이나 시합 중에 이미 장애인이 된다면, 아마 심각한 전력 손실 문제로 여겼을 것이다. (그래서 판크라치온은 레슬링이나 복싱보다 불안정했다)
회전낙법도 셀프 디펜스 테크닉들도 좋은 운동들이다. 킥, 펀치도 훌륭한 운동들이다.
‘풀기’
그렇지만, 계속 “똥힘을 써서” 어떻게든 해낸다거나 단지 사나움만 벼리는 것은 별로다.
● 이곳에서는 어차피 단기 연수가 아니니까 기왕 할 거 제대로 하자는 뜻이다.
● 쉴드를 차고 미트를 때리는 운동은 아주 활력적이지만, 늙어가는 성인은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오래 즐길 수가 없다. 실패지점의 누적 효과처럼 오히려 뇌는 고급한 킥/펀치에는 제한을 걸어버릴 것이다. 그러니 '풀기'를 하면서 차근차근 나아가야 한다.
자주 말한 것처럼 셀프 디펜스는 무술과 다르다. 특히, 크라브 마가는 놀랄 만큼 쉬운 방식으로 풀어나간 셀프 디펜스다. 그래도 궁극에는 고급 움직임들과 종이 한 장을 사이에 두고 있긴 하다. 그래서 사람에 따라서 장기적으로 서서히 그런 경계에 눈 떠 갈 수 있다.
확장
나는 이 수업을 준비하고 가르치면서 예전에는 관심도 없던 영역으로 이끌려왔다. 즉 호신능력에 멈추지 않고 (꼭 그래야했던 것은 아니었겠지만) 그 구성요소들을 살펴봤던 나는 성향상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요컨대 크라브 마가는 내게 육상(track and field)과 구기종목 들처럼 인체의 고급 움직임들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게 만든 계기였다.
크라브 마가가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우리가, 계속 크라브 마가를 그렇게 내놓고 있다. 복합 움직임을 경험, 확인, 확장하는 장으로서 내놓고 있다. 한 여성 회원은 엊그제 내게 "그래서, 이 수업을 꼭 듣는다."라고 얘기했다. 정말 기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