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갑네기 친구 그녀는 야무딱스러웠다
앞집 사는 그녀와 어린 시절을 보냈는데
늘 그녀를 따라갈 수 없어
나는 허둥지둥했다
삔치기라는 실 핀을 엄지와 검지로
튕겨 상대 편 핀 맞추는 놀이를 하면
내 핀이 거의 그녀 것이 되었고
그네 하나에 둘이 타는 쌍그네를
함께 타면 겁도없이 높이 날아올라
무서우니 그만하라고 애원하다
울음을 터트려야 멈추었다
여름밤 빈 집에서 숨바꼭질하는데
술래가 우리를 잡으러 오는 소리에
놀라 도망가다가
내가 앞서 가던 그녀를 잡는다는 것이
입고 있는 여름 셔츠 등판을 잡아
통째로 찢어져 버렸다
두려운 순간 야무진 그녀에게
내가 의지하고 싶었나보다
피라미 잡겠다고 고무신에 물 담아
개천에 가면
비결이라도 있는 것처럼
늘 그녀의 고무신에만
물고기가 담기고 달팽이까지 잡았다
구경만 하게 되는 나는 애가 달았다
고향에서 결혼한 그녀는
남편이 재력있는 집 외아들였는데
귀하게만 키워 생활능럭은 없고
노름으로 물려받은 가산을 탕진하며
세윌을 보내는 사람이었다
그러니 그녀가 늘 생활 전선에 나가
가족을 부양해야 했다
단벌 옷에 종업원 밥해서 나르던 그녀
지하 노래방할때는 피부 발진으로 아프면서
명절에 만나면 밤 늦게까지 장사하고
외며느리라 새벽 세시까지 차례상 준비 했다며
나물 먹음직스럽게 무친 이야기를
맛깔스럽게 해 준다
힘들었을텐데 내색하지 않고
도리어 밝은 목소리는
걱정 하나 없는 사람같았다
어느날 새벽 전화 벨 소리가
심상치 않더니
그녀가 고속도로라면서
섧게 울고 있다
남편이 노름판에서 흥분해
뇌혈관이 터진 상태인데 위중해서
서울 큰 병원으로 이송 중인데
불안해서 연락했다고.한다
나는 그녀믜 약한 모습을 처음 보았다
날이 밝아 병윈에 갔더니
수술 실 앞에 초췌한 그녀가 있었다
응급 상황이라 경황없어 그제서야
남편 주머니를 살펴 보니
카드 대금 청구서에 사백만원 가까이
나와 있었다 노름빚 같아보여
내가 뭐라고 핀잔이라도 할까봐
미리 겸연쩍게 웃으며 아무 일 아니라는듯
도리어 남편을 감싸는 눈치였다
평생 백수로 재산만 탕진한 남편을 두고
불평하거나 흉보는것을 본 적이 없다
어떻게 그럴수 있나 알수가 없다
평생 고생 만 시키는그녀 남편이 나도 미운데
그후 뇌졸증 후유증으로 반신 불수 상태가 되었다
병시중을 잘해 아무개는 장가를 잘 갔다고
주위에서 칭찬이 자자하다고 한다
며칠 전 고향에서 친구들이 모였는데
그때도 그녀는 우리들을 웃겨주다
남편이 팔을 못 써서
염색해 주러 가야 한다며 일어난다
하늘은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짐만 주신다 하던데
그녀가 누구보다 야무져서 감당할 수 있나보다
나는 그녀가 허물이 있다 해도 눈 감아 주고 싶다
그냥 봐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