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도시 모이는 도시』 서평 / 이동학
철학과 석사과정 이지수
이 책은 세계 여러 도시의 현황을 기행담 형식으로 풀어낸 글이다. 저자 이동학은 도시의 흥망성쇠를 인간의 생로병사에 비유하여, 세계 도시는 이제 확대, 증가, 팽창, 성장의 시대에서 축소, 감소, 수축, 저성장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고 설명한다. 과거 물과 길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던 문명의 시대(인더스, 메소포타미아, 황하, 나일)를 지나 2025년의 세계도시들은 초고령화와 초저출산, 난민 이주 및 빈부격차 등의 문제를 겪고 있다고 진단한다.
저자에 따르면 사람들은 매력도가 높은 지역으로 몰리며, 인구 수가 줄어들수록 사회 인프라 구축이 어려워져 기존 사회의 지속이 어려워진다고 말한다. 한마디로 도시의 흥망성쇠에서도 부익부빈익빈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대한민국에서도 흔하게 나타난다. 청년은 대도시인 서울 경기권에 머물려고 하고, 도서산간 등에는 노인들만이 도시를 지키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G2, 세계인구수 1위로 불렸던 중국 역시도 출산율이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으며 젊은 사람들은 도시에 몰리고 있다고 말한다.
저출산 현상은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라 세계 도시 대부분에서 이뤄진다.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만혼의 시기가 늦춰지고 이에 첫 출산 시기 역시도 늦어진다. 출산율 감소는 자연스레 고령화 현상과 이어지며 도시가 점점 늙게 되는 것이다.
유럽의 나라들은 출산율에 대한 묘책으로 난민을 수용하고자 했다. 난민을 유입하여 인도주의적 가치와 노동시장 활성화를 함께 꾀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난민 유입 역시 순탄치는 않다.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는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복지국가인데도 난민 문제로 몸살을 앓는다. 덴마크의 경우 난민 유입을 막는 정책을 펼치기도 하며, 노르웨이와 스웨덴의 경우 파키스탄 난민들의 비율이 높아지다 보니 이들의 언어 습득 등을 위한 사회 적응에 비용이 꽤 들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은 아직까진 난민에 대해 우호적이진 않다. 2018년 제주도에 예멘 난민이 유입되면서 사회 갈등이 격화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제주시의 무사증 입국 제도로 예멘 사람들 500여 명이 제주도로 몰렸고, 이들은 한국에 난민 신청을 했지만 대부분 승인받지 못했다. 이후 한국에서도 난민 수용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지만, 지금까지도 대한민국의 난민 수용율은 2023년 기준 1.5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 정책 입안자들은 외국인들을 적극 수용하여 한국의 노동시장과 인구 증가를 위해 힘써야 한다고들 하지만 여전히 팽배해 있는 다문화 및 외국인에 대한 차별은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2024년 12월, 대한민국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면서 초고령사회에 돌입했다. 5명 중 1명인 노인인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반면 지난해 출산율은 0.7을 기록하며 초저출산 초고령화에 가속이 붙은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이런 사회를 보며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을 어떤 나라로 만들고 싶은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어떤 미래를 만들지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협력과 공존의 삶을 이루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미래를 대한민국에서 꿈꿀 수 있을까. 그리고 어떤 나라의 사회 모델을 차용하여 우리나라에 적용할 수 있을까. 도시의 흥망성쇠는 과연 그 나라만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