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7.7 성평등 주간. 강북구에는 여성단체가 없어 그동안 성평등 주간이라 해도 별다른 행사가 열리지 않았습니다. 구청의 기념식과 도서관의 여성주의 영화 상영 정도가 진행됐다고 해요.
강북여성주의모임 문은 작은 모임이지만 지역에서 여성주의를 확산하기 위해 책읽기, 영화보기, 페미니즘 교육, 여성주의 수다 모임, 성평등 정책 제안 활동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올해는 여성인권영화제 찾아가는 이동상영회를 알게 돼 성평등 주간 우리 동네 여성주의 영화 상영회를 처음으로 열어보았습니다. 작은 커뮤니티 공간에서 우리 모임 참여자들끼리 영화를 본 적은 있지만 이렇게 삼각산 시민청처럼 큰 공간에서 누구나 올 수 있는 여성주의 영화제를 열기는 처음입니다. 어렵게~ ㅠ 시민청 활짝라운지를 빌렸습니다.
사회적으로 미투 운동이 활발하지만 아직 지역에서는 이에 대한 이야기가 많지 않아요. 정작 여성주의모임 문에서도 별도로 깊게 이야기 나누지 못했지요. 브라질 미투를 담은 영화 ‘말하기의 힘’를 상영한 이유에요. 정말 다양한 계층, 인종, 연령의 여성들이 너무나 흔하게 집, 학교, 직장, 길거리, 친구의 집, 술집, 경찰서 등 어디에서나 폭력을 경험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알 수 있었어요. 40년이 넘어도 그 때를 떠올리면 감정이 북 받힌다며 다른 사람은 이런 일 안 겪었으면 좋겠다는 85살 할머니의 담담한 말하기가 기억에 남아요.
영화의 마지막 자막은 이 영화에 담긴 26개의 말하기는 전체 140개 말하기 중 일부라고 밝히고 있어요. 말하기의 힘 영화 상영 후 한국의 말하기 대회 영상을 함께 봤어요. 성폭력 피해 생존자들이 10년 동안 진행해온 말하기 대회와 2017년 말하기 대회에 참여한 생존자들의 말이 잔잔하지만 힘 있게 담겨져 있었어요.
끝나고 관람객들이 소감을 나누는 시간이 이어졌어요. 우리들의 말하기였어요.
“브라질의 이야기고 우리 한국과 다르다고 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했다, 다르지 않다”는 말하기. “여기 어느 누구라도 한 번도 이런 폭력을 겪지 않은 사람이 있냐”고 해 모두를 울컥하게 했던 말하기. “태어나 기억이 나는 어린 시절부터 억압, 폭력의 기억이 존재한다”는 말하기. “그 수많은 폭력 가운데 무엇을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영화의 말하기에 공감했다”는 말하기. “아무에게도 말 못하고 남편에게 처음 말하고 치유됐다”는 말하기부터 “남편에게도 말하지 못했고 아들을 성교육하며 처음으로 미투했다”는 말하기. “안전하다고 생각되지 않는 공간에서 여성들에게 말하기를 요구하는 것도 폭력”이라며 “말하지 않아도 된다”, “준비될 때 말하고 싶을 때 말하자”는 말하기까지.
우리 여성들이 너무나 일상적으로 겪어온 폭력에 대해 말하기, 이제 겨우 그 시작인 것 같아요.
우리 여성들은 알아요. 다시 #미투 이전의 세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