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치니의 작품들 중 가장 임팩트 있는 작품은 적어도 내게는 라 보엠이다.
젊은 예술가들의 시적이면서도 해학적인 대화와 연인들의 만남과 헤어짐 속에서 오고 가는 많은 감정의 교차들을 보면,
예나 지금이나 사람과 사람의 관계 속에서 인간의 기본 성정은 마치 색깔만 바뀌는 판화의 틀처럼 있는 그대로 보존되는 것이 아닌가 하다.
음악적으로나 문학적으로 고전이란 바로 이런 이유에서 존재하는 것이다.
지극히 단순한 스토리라인이지만 푸치니(+대본가)는 당시의 사람들에게 가장 잘 먹히는 철저한 정공법(마치 오늘날의 웰메이드 상업영화처럼)을 택했고, 가장 보편적이고 대중적인 것이 고전이 되는 것처럼 오늘날에 와서도 끊임없이 공연되고 사랑받는 작품이 된 것이다.
이 작품 역시 수많은 명반들이 있지만 최근 구입한 2010년대 이후 공연된 2개 영상물을 소개하고자 한다.
많은 쟁쟁한 명반들에 비해 이런저런 점에서 아쉬운 점도 많지만 음질, 화질 좋고 지나치지 않은 연출(푸치니는 전위적 연출 안 어울림)로서 감상할만한 꽤 괜찮은 영상물이기에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 영국 로열 오페라하우스 프로덕션(매년 많은 영상물을 쏟아내는 것 보면 무슨 공장같음;;;)
Rodolfo - Micheal Fabiano
Mimi - Nicole Car
Musetta - Simona Mihai
Marcello - Mariusz Kwiecien
지휘 - Antonio Pappano
1, 3, 4막의 연출은 심플하긴 한데 취향에 따라서 좀 심심할 수 있을 것 같지만
2막의 연출은 로열 오페라하우스답게 말 그래도 시선강탈.
전위적이거나 상징적인 구조물이 들어가지 않지만 화려하면서도 지극히 직관적이고 일상적인 길거리와 식당의 모습들이다.
로열 오페라하우스가 지향하는 연출이 무엇인지는 2막을 보면 알 수 있다.
무제타도 연기, 노래, 비주얼 정말 매력적이어서 2막만 따로 놓고 보면 영상물 중에서는 이게 가장 베스트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뒤에 서술하겠지만 스페인 발렌시아 연출 2막의 어수선함과 비교됨)
가수들의 비주얼도 좋고 성악도 무난무난.
미미 역의 Nicole Car가 1막에서 정말 청순하게 나와서 '이것이 바로 비주얼 미미인가!' 했는데 4막 드러눕는 장면에서 생각보다 피지컬이 크다는 것을 보고 역시 노래 잘 부르는 소프라노는 어쩔 수가 없군 했다.
다만 너무 아쉬운 점은 Antonio Pappano 지휘의 오케스트라.
다른 이탈리아 오페라와는 달리 푸치니의 오페라는 관현악을 좀더 농밀하고 섬세하게, 때로는 압도적으로 연주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파파노가 지휘하는 오케스트라는 너무 쉽게쉽게 흘러가는 느낌이어서 많이 아쉽다.
(그래서 파파노가 지휘하는 바그너도 계속 실망 중)
▶ 스페인 발렌시아나 프로덕션
Rodolfo - Aquiles Machado
Mimi - Gal James
Musetta - Carmen Romeu
Marcello - Massimo Cavalletti
지휘 - Riccardo Chailly
이 영상물을 구입하게 된 계기는 위의 로열오페라하우스 영상물에서 오케스트라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서였다.
역시나 가장 큰 장점은 샤이 지휘의 오케스트라.
넘실대며 휘몰아치는 관현악과 섬세한 표현력, 요소마다 순간 훅 들어오는 목관 등 천재 지휘자 샤이는 이전에도 그랬지만 이탈리아 오페라에서는 완전 내 취향이다.
특히 성악 부분도 주목할만 한데, Aquiles Machado의 음색이 너무나 아름답다. 요즘 테너들한테 아쉬웠던 파바로티스러운 음색인데 음량이 조금만 더 컸으면 파바로티의 재현이라 할 뻔 했다.
미미 역의 Gal James은 리릭이 아닌 조금은 거친 스핀토 소프라노여서 약간 내 취향은 아닌 듯 했지만 워낙 가창력이 뛰어나 조금은 다른 캐릭터로서의 미미로 충분하다.
배우들의 비주얼은 아쉽...지만 모든 것을 연기력으로 커버. (4막 마지막 장면에서는 눈물날 뻔함)
연출은 과하지는 않지만 약간은 재밌는 요소도 집어 넣으면서 '일단은 예술적으로(특히 미술과 연결) 만들자'라는 발렌시아나 연출이 지향하는 것 답게 눈은 2시간 내내 즐거웠다.
다만 2막 너무 아쉬움. 많은 인원이 등장하고 아이들 비중 높여서 재밌게 만드는 것 까지는 좋았는데 너무 어수선하고 주요 캐릭터 집중이 안 됐다.
둘을 비교하자면
성악 : 로열오페라하우스 < 발렌시아
오케스트라 : 로열오페라하우스 << 발렌시아
연출 : 로열오페라하우스 =< 발렌시아
가수 비주얼+연기 : 로열오페라하우스 > 발렌시아
https://youtu.be/-Dtouh3p0qc?si=rNfeWaTDefe-76sR
https://youtu.be/7mXrbjNncbQ?si=qhH-Tws6bA5d3Wwc
https://youtu.be/_wjIRBX5qKQ?si=Zp12GkUQJhTr0UqV
첫댓글 저도 발렌시아에 한표!임돠!^^
제 개인적인 푸치니의 원픽은 토스카인데ㅎㅎ정말 푸치니 작품들은 거를게 없쥬~~ㅋ
그나저나 늘 느끼는거지만.. 빵장님 글은 어느 책에서 발췌했거나 복붙한 것처럼 진짜 넘넘 잘 쓰심...!👍👍
토스카고 조만간 한번 봐야쥬. 원래 이걸로 하기로 했는데
@앞산과나코 이것도 궁금하네요. 사서 들어봐야 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