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 尙洞 상동
今南米倉町一圓 古明宗朝 相臣尙震所居 故得名. 今人家櫛疲 未知何處 是公所居也.
지금의 남미창정 1) 일대는 옛날 명종조(明宗朝) 때 상 진(尙 震)정승이 2) 살던 곳이라서 얻은 이름이다. 지금은 인가(人家)가 빽빽하게 차서 어디인지는 알지 못하나 이는 그 어른[公]의 살던 곳이었다.
泛虛亭上泛虛遊
범허정에서는 범허 정승께서 노닐었었는데
古洞寥寥四百秋
그 옛날 동네 쓸쓸히 사백년이나 흘러왔네.
金盞能延奇壽短
금잔으로 짧은 수명 놀랍게 연장 시켰으니 3)
酒杯肴取樂心優
술잔과 안주에는 즐거운 마음 가장 좋다오.
力招遺逸盈朝着
숨은 인재를 힘써 불러서 조정가득 채웠고
義仗安危屹砥流
안위를 굳게 지켜 우뚝한 버팀돌이 되었네.
處世不言長短處
세상살이에서 장단점을 말을 아니 한 것은
一生工在問畊牛
일생의 재주는 밭가는 소를 묻는데 있었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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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남미창정(南米倉町): 선조(宣祖) 때 세운 선혜청(宣惠廳)의 창고가 있었기 때문에 그 남쪽을 남미창(南米倉)이라는 데서 유래하여 일제 때 그 북쪽을 북미창정(北米倉町), 남쪽을 남미창정(南米倉町)이라 했고, 1946년 각각 북창동(北倉洞)과 남창동(南倉洞)이 되었다.
2) 상 진(尙 震/ 1493-1564): 목천 상씨(木川 尙氏)로 벼슬은 영의정까지 지냈으며 그가 살던 곳으로 인하여 서울 중구의 상동(尙洞)이 바로 그의 성(姓)을 따서 유래된 이름이다.
3) 금잔능연기수단(金盞能延奇壽短): 상진 정승이 궁궐 수라간의 책임자가 임금의 금잔을 몰래 사용하려다가 분실한 것을 주워서 돌려주고도 문제 삼지 않았던 선행과 점쟁이가 50대에 죽을 운명이라 했으나 죽지 않아서 그 이유가 바로 그 선행을 한데 있다는 해석이었던 에피소드다.
4) 문 경우(問畊牛): 밭가는 소에 관하여 묻는다는 말인데, 이는 상진이 두 겨리로 밭을 가는 농부에게 물었다, “어느 소가 더 힘이 세오?” 농부가 말을 아니 하더니 일을 멈추고 와서는 귓속말을 했다, “이쪽이 힘이 세지만 짐승도 시샘을 하기에 소리 내서 말할 수가 없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