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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리그
전창수 지음
등장인물
연망 – 주인공 1. 손과 발로 공을 차는 걸 정말 못한다
살링 – 주인공 2. 손으로 공을 차는 걸 정말 잘한다.
떠린 – 주인공 3. 발로 공을 차는 걸 정말 잘한다.
별른 – 주인공 4. 손과 발로 공을 차는 걸 정말 잘한다.
『잡다한 리그』
1. 공을 발로도 차고 손으로도 찰 수 있다면
여기는 서울이 아니다. 연망은 그렇게 마음으로 되뇌이며, 상대팀이 서브를 넣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연망의 팀은 서울이 연고이나, 연망은 서울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서울에서는 그다지 잘하지는 못하지만, 나름대로 서울을 제외한 시합장소에서는 공을 잘 찬다고 생각한다. 감독은 연망을 신뢰하지는 않지만, 연망의 쇼를 보는 재미로 연망의 팀을 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감독은 연망을 주전으로 고정시켰다. 문제는, 연망을 내보내면, 언제나 어려운 경기를 한다는 것이다. 연망을 주전으로 쓸 것이냐, 말 것이냐! 그것이 문제이긴 한데, 연망을 계속해서 주전으로 내보내자니, 팀이 어려워지고, 주전으로 쓰지 않으려 하니, 관중들이 줄어들고, 감독은 참 연망 때문에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 사실을 전혀 모르는 연망은 그저, 살려라 달려라 하면서 열심히 공을 받아서 차는 데 열중이다.
살링은 서브의 고수다. 감독은 살링도 주전으로 쓰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살링이 서브를 하면, 상대팀은 우왕좌왕하면서, 헤딩을 한다. 헤딩을 하면, 살링의 바톤을 이어 받은 떠린은 발로 스매싱을 먹여서 점수를 딴다. 점수를 따면 팀은 이길 확률이 높아진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떠린이 스매싱을 먹여서 점수를 따지 못하고 상대가 스매싱을 받아내면, 상대의 오픈 스파이크가 시작된다. 그렇게 되면, 그걸 받아내야 하는 연망이 간신히 무릎으로 받아내곤 하는데, 연망의 토스는 엉뚱한 곳으로 가서, 상대의 골망에 골을 넣어야 하는 별른으로서는 참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 연망은 그렇게 사람들에게 웃음을 준다. 한마디로 몸짓개그를 너무 잘하는 연망은 팀의 최고 인기인이다.
감독의 고민은 연망부터 시작되었고, 그 고민은 벌써 몇 달째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최고인기를 누리고 있는 팀은 성적은 최하위다. 감독은 연망을 주전에서 뺄 수가 없고 연망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 사람들은 연망이 실수를 하면 환호를 연발한다. 더 큰 문제는, 연망에게 이런이런 문제가 있다고 말을 해도 연망이 무슨 말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연망의 말은 한결같다. 나는 열심히 하고 있고, 팀도 어느 정도 성적을 내고 있으며, 나는 계속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는데, 왜 나 때문에 진다고 하느냐, 왜 내가 못한다고 하느냐, 내가 못하는 거면, 그냥 주전에서 빼고 후보로 넣으면 되지 않느냐, 그렇게 말하는 연망에게 감독은 아무 말 하지 못한다. 분명, 연망은 너무나 인기가 많기 떄문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별른은 우리 팀의 에이스다. 손으로 차는 것도 잘하고, 발로 차는 것도 잘한다. 스매싱도 잘하고 오픈스파이크도 잘할 뿐만 아니라, 골도 잘 넣는 골잡이다. 너무 지나치게 잘한다. 너무 지나치게 잘해서 그런가. 인기는 너무 없다. 사람들은 별른의 골에 별로 환호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별른의 오픈스파이크를 보고 시큰둥하다. 사람들은 별른이 스매싱을 넣으면 야유조차 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별른에게 아예 관심이 없다. 너무 인기가 없는 별른을 주전으로 하느냐 마느냐도 너무도 고민이 된다. 분명, 우리 팀의 에이스라서 주전으로 넣어야 하는데, 자주 넣을 수가 없다. 우리 팀의 에이스인데, 별른은 항상 후보로 밀려난다. 감독의 고민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감독의 고민은 살링과 떠린에게도 있다. 살링은 손으로 차는 핸들링을 잘한다. 떠린은 발로 공을 차는 클로즈 스파이크를 잘한다. 감독은 살링을 주전으로 쓰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살링은 인기도 있고 서브를 잘 넣어서 점수도 잘 따기 때문이다. 살링의 문제는 그 다음이다. 서브를 잘 넣어서 점수를 잘 따고, 인기도 있다. 그 다음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상대에게 넘어간 공이 다시 오면 받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떠린은 클로즈 스파이크를 잘한다. 떠린은 그렇기 때문에 리시브를 잘 받는다. 너무 잘 받아서 감독은 떠린도 주전을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진다. 문제는 떠린이 주전을 하는 걸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기가 받은 연봉만큼만 일하겠다고 떠린은 주전으로 쓰겠다고 하면, 반기부터 든다. 나 시합 안 나가요! 오늘은 반만 뛸게요! 그러면서 하는 말이, 감독님이 연봉 올려주실 거에요? 라면서 투정인지 아닌지 모를 불만을 토로한다. 그래서 떠린은 주전으로 잘 등장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가. 떠린이 등장하는 날, 좌석은 매진이 된다. 떠린이 출전하는 날은 항상 정해져 있다. 매주 토요일. 떠린은 이때가 아니면 등장하지 않는다. 시합은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있다. 무려 5일을 시합을 해야 하는데, 떠린은 토요일날 한번만 하겠다고 한다. 문제는 또 있다. 선수가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이다. 4명이 시합해야 하는데, 선수는 딱 4명뿐이다. 그래서 나머지 4일은 감독이 시합을 뛰고 있다.
오늘은 토요일이다. 감독이 쉬는 날이다. 떠린이 출전하기 때문이다. 떠린이 출전하기 때문에 오늘만큼은 승리를 하리라, 굳게 다짐하였건만, 상황은 지금 몹시 불리하다. 15대 0. 21점을 내야 하는 경기로서는 단 한점도 못 내야 한다는 사실이 몹시 못마땅하다. 시합은 21점을 내야 질 수 있다. 지기 위해서는 21점을 내야 하는데, 우리 팀은 아직까지 단 한 점도 못 내고 있다. 오늘도 시합에 이길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감독을 불안하게 한다. 우리 팀은 한번도 이겨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살링의 서브는 엉망이고, 떠린의 리시브가 통하지 않으며, 별른의 공격이 전혀 먹히지 않는다. 연망은 더더군다나 오늘따라 너무도 잘한다. 감독의 고민은 점점 깊어만 간다. 경기의 룰은 매번 다르다. 지는 게 이기는 것이 되기도 하고, 21점을 내야만 이길 수 있는 경기도 있다. 때로는 손만을 써야 할 때도 있고, 때로는 발만을 써야 할 때도 있다. 감독과 연망과 살링과 떠린과 별른이 살고 있는 이 도시에서는 반드시 정해진 규칙이란 게 없다. 이 도시는 서울을 등지고 있는 홍어시다. 홍어시에 산 지도 벌써 몇 개월째, 감독은 살링과 연망과 떠린과 별른을 데리고 언제까지 여기서 살아야 하는 걸까,를 고민하게 된다. 홍어시에서는 홍어만 먹을 수 있다는 사실도, 감독을 몹시 괴롭게 한다. 연망은 살링에게 환호하는 사람들이 있어 여기가 너무 좋다고 하고, 떠린은 1주일에 한번만 출전해도 되어서 너무 좋다고 하고, 살링과 별른은 그냥 좋다고 하고, 도대체 뭐가 좋은지 감독은 이유를 모르겠는데, 그냥 좋다고 하니, 감독도 그냥 이 도시, 홍어시에 순응하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드디어 연망의 환호성이 들렸다. 우리 팀이 또 진 것이다. 한번도 이겨본 적이 없는 우리 팀으로선, 이기는 게 오히려 불안했을 것이다. 15대 0을 뒤지고 있더니, 어느 새 21점을 폭풍처럼 얻으면서, 21점을 따냈고, 이기는 게 지는 이 게임에서 결국 져 버렸다. 오늘 패배의 공훈은 살링에게로 돌아갔다. 살링은 서브만으로 21점을 모두 따내, 오늘의 MVP로 선정되어, 홍어 한 접시를 받았다. 기뻐하는 살링을 보면서, 감독은 뭐가 저렇게 기쁜 것일까 하는 의아심이 들었지만, 살링의 웃는 모습을 보니, 자기도 모르게 절로 웃음이 나왔다. 푸풋…
이제 오늘 시합이 끝났으니, 집으로 돌아가는 일이 남았다. 집에 돌아가는 길은 참 험난하다. 일단, 오늘 졌으니, 시합한 공은 상대팀에서 가져가기 때문에 날아서 가는 것은 글렀다. 그렇다면, 걸어서 가야 하는데, 걸어서 가려면 최소한 3시간은 걸어가야 한다. 그래서 살링의 서브를 이용하여 축지법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날아가지 못한다는 사실에 시무룩하던 살링은 살링의 서브를 이용한다는 말에 다시 화색이 돈다.
“그러니까, 내 서브를 이용하여 날아가자는 거야?”
“가능하지 않을까?”
“그럼, 나는 어떻게 가지?”
“우리를 치라는 소리가 아니구!”
“그 소리가 아니야?”
“서브를 이용하자는 거지!”
“어떻게? 공도 없는데?”
“서브를 해봐!”
“공 없이?”
“하는 시늉!”
“했어!”
살링이 서브를 하는 시늉을 하자, 감독과 살링과 연망과 떠린과 별른이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2. 태블릿이 영상보내기 하는데 반기를 든다면…
살링의 서브는 꽤나 효과적이었다는 사실은 감독을 기쁘게 했다. 문제는 그 서브를 조절하지 못해서 살링과 떠린과 별른 그리고 연망을 포함한 감독이 모두 너무 멀리 날아왔다는 사실이다. 다행히도, 내일은 쉬는 날이다. 집으로 돌아와 쉬고 나서 시합을 하러 가야 하는데, 살링 덕분에 쉬는 건 이미 글러먹었다. 살링은 글러먹었다며 투덜거리며, 이제 어떻게 하냐고, 감독에게 질척거리고 있었다. 감독은 나도 모르겠다며, 우리 그냥 걸어가자고, 그게 더 편하겠다고 했다. 근데, 여기가 대체 어디냐고, 아는 사람 있냐고 물어봤더니, 연망이 손을 들었다.
“여기가 어디냐면 말이지!”
“어딘지 정말 알아?”
“여기는 우리가 사는 동네가 아니라서, 동서남북 중에 하나를 선택하면 집에 갈 수가 있지!”
“그게 정말 가능해?”
“확실해?”
연망은 경기를 하듯이, 다시 자세를 취했다. 감독이 말했다.
“그래, 연망은 가능하지!”
팀의 에이스인 별른은 연망을 우러러보긴 했지만, 그게 어떻게 연망만 가능하냐면서, 자기도 해보겠다고 자세를 취했다. 연망과 별른의 시합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감독은 이 기회에 1:1 시합을 해보자며 제안했고, 연망과 별른은 그렇게 해보자고 흔쾌히 승낙을 해주었다. 살링과 떠른은 편파심판을 보기로 했다. 살링은 연망을 위한 심판을 하고, 떠른은 별른을 위한 심판을 하기로 하였다.
시합이 시작되었고, 연망은 스매싱을 하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살링이 말했다.
“슛, 골인입니다. 연망이 1점을 추가했습니다.”
그러자 떠른이 별른에게 얼른 발차기를 시도해 보라고 했다. 발차기를 시도한 별른은 환호성을 내쉬면서, 나는 도대체 몇 점 슛을 성공시킨 거냐고 물었다.
“별른은 11점 슛을 성공했어. 스코어는 11대 1”
별른이 게임을 마무리 지으려 하자, 감독이 말했다.
“스코어는 21대 21, 이제 구원투수를 투입하지!”
별른은 도대체 누구를 구원투수로 낼 거냐고 물었다. 그러자 감독은 내가 구원투수로 나오고, 내가 승리할 거라고 장담하면서, 공을 던지는 시늉을 했다. 그리고 주심이 감독인 관계로, 그냥 자기의 승이라고 판정지으면서 시합은 끝이 났다. 살링과 떠른이 볼멘소리로 감독에게 항의하자, 감독은 살링과 떠른에게 퇴장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살링과 떠른은 못마땅하다는 듯이 감독을 노려보며, 저 멀리 보이는 하늘을 향해 한숨을 지으며 날아갈 준비를 했다. 감독은 연망과 별른도 시합이 끝났으니, 날아갈 준비를 하라고 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또 생겼다. 살링과 떠른, 연망과 별른이 여기까지 날아온 것은 살링의 서브 덕분이었는데, 다시 날려면 살링의 서브가 필요한데, 살링이 체력이 다해서 더 이상 서브를 날릴 수가 없다는 것이다. 감독은 그래서 자신이 공을 던질 테니, 날아갈 준비를 하라고 했다. 감독이 던지는 시늉을 하자, 다시 떨어진 곳. 왜 하필이면 이곳이냐!
다시 아까의 그 경기장이다. 우리에게 이긴 상대팀 녀석들은 아직 퇴장을 할 준비조차 하지 않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고, 우리는 그녀석들의 성황에 못 이겨, 또다시 시합을 뛰어야 할 판이다. 도대체, 우리는 언제쯤 집으로 갈 수 있는 것일까. 체력이 다한 살링 대신, 감독이 선수로 뛰기로 하고, 연망과 떠른과 별른은 시합출전 준비를 했다. 무승 21패의 설움을 떨쳐버리기 위해, 이번엔 우리 팀이 뭉친다. 감독은 힘주어 말하여, 이번에야말로 이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말한다. 연망이 그 이유를 물었더니, 이번에는 내가 출전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살링이 어제도 감독님이 출전해서 지지 않았느냐고 따져 물었더니, 어제는 떠른이 출전하지 않았고, 이번에는 떠른이 출전해서 같이 시합을 뛰지 않느냐는 반문이 연망에게 돌아왔다. 생각해보니, 연망은 이렇게 해서 뛴 적이 한번도 없네, 라며 감독의 승리 가능성에 ‘인정’이라는 한마디를 남기고 몸을 풀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시합에 상품이 걸렸다는 사실이 감독의 의욕을 고취시켰다. 고품격 태블릿 PC다. 만약, 우리가 이긴다면 상대팀에서 고품격 태블릿PC를 1인당 1개씩 제공해 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가 지면 자신들한테 줄 것을 말하라고 해서, 우리는 가진 게 없다고 했더니, 그럼 우리 팀의 서브권과 리시브권을 모두 달라고 했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시합을 뛸 수 있는 거냐고 물었더니, 서브권과 리시브권을 모두 양도하고, 오로지 골잡이만으로 시합을 뛰라고 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우리 팀이 지면, 연망은 더 이상 출전하지 않고 골잡이인 별른만 출전하는 것이 조건이라고 했다. 연망은 그 말에 열심히 지기 위해서 뛰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드디어, 시합에서 안 뛸 수 있는 조건이 생겼구나, 라면서 신나게 뛰기로 했다. 감독은 연망에게 지면 후보 선수가 없어져서, 감독이 계속 뛰어야 한다고, 꼭 이겨야 된다고 했다. 그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시큰둥한 연망은 대충 시합을 뛰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감독은 안심했다.
연망이 대충 시합을 하기 시작하자, 팀이 너무 앞서나가고 있다. 이번에는 100점 골을 넣어야 이기는 시합에서 연망은 전혀 슛 시도를 안 하고, 오로지 별른과 떠른만이 슛을 시도하고 있었다. 벌써 99대 0이다. 불안한 연망은 기합을 하고, 얍! 져라! 하고 주문을 외고 있었는데, 이때 상대팀의 감독이 연망에게 퇴장을 명령했다. 연망이 왜 그러냐고 물었길래, 넌 너무 잘해, 그래서 우리 팀은 하나도 골을 못 넣고 있잖아! 라고 말하면서, 상대팀의 심판이자 감독 자격으로 퇴장을 명령했고, 연망은 못마땅했지만, 자신의 자리를 지쳐 이는 살링에게 넘겨주어야 했다. 살링은 몹시 지친 채로 시합에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의자를 갖다 놓고 앉아만 있기로 했다. 드디어, 다시 시작된 시합. 연망이 퇴장하자, 상대팀이 골을 넣기 시작했고, 결국은 99대 99, 듀스 상황이 되었다. 이때, 우리 팀의 감독이 다시 상대 팀 감독에게 연망을 다시 불러올릴 것을 명령하였고, 상대 팀 감독은 우리 팀 감독의 요청에 의해 심판진에서 물러났고, 연망이 다시 시합에 나서게 되었다. 이제 1점만 더 하면 이길 수 있다는 사실이 연망을 몹시 불안하게 했고, 그 1점을 연망이 자기도 모르게 넣어버려서, 드디어 우리 팀은 1승을 따냈다. 그래서, 상대 팀이 고품격 태블릿 PC를 하나씩 건네주었고, 신이 난 살링과 떠른과 별른은 영상보내기 버튼을 클릭했다. 그러자, 그 영상에서는 연망을 연호하는 사람들만이 가득했다. 시무룩해진 셋은 태블릿에게 반기 좀 들라고 명령하였고, 태블릿은 영상을 보내지 않기로 결정하였다며, 갑자기 태블릿이 먹통이 되어 버렸다. 그러자 연망은 다시 신이 나서 먹통이 된 태블릿을 이리저리 돌려보며, 이거 진짜 좋은 태블릿이네, 라며 환호를 연발하였다. 살링과 떠른과 별른은 그런 연망을 보며, 얘는 대체 뭐하는 애지, 라는 생각을 하며, 이 고장난 태블릿을 모두 연망에게 주기로 했다. 신이 난 연망이 태블릿을 가져갔고 연망은 태블릿에게 다시 살아나라, 라고 명령했다. 그러자 어디서 나타났는지, 아직 불빛이 켜져 있는 경기장엔 연망을 연호하는 사람들로 가득찼다. 살링과 떠른과 별른은 연망을 환호하는 소리에 놀라긴 했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오로지 연망만 환호하는 사람들만 있다는 게 못마땅하다는 것이다. 감독은 그런 그들을 바라만 보고 있을뿐, 달리 뾰족한 수가 생각나지 않았고, 살링과 떠른과 별른은 연망을 따돌릴 계획을 세웠다.
“살링, 무슨 수 있어?”
“떠른, 저 바다 건너편에 전기로 된 로봇들이 있어!”
“별른, 그걸로 뭐하게?”
“연망이 경기에 못 나가도록 해야지!”
“어떻게?”
“내일은 쉬는 날이지? 감독님한테 우리 휴가 간다고 하고, 저 바다 건너편에 가서 전기로봇을 구해와서, 연망의 힘을 약화시키는 거야.”
“어떻게?”
“그 방법은 이제부터 연구해 봐야지!”
“그럼, 우리 셋이 같이 가는 거야?”
“그렇지, 같이 갔다 오자. 1주일이면 될 거야.”
살링과 떠른과 별른은 감독에게 1주일 휴가를 내겠다고 했다. 감독은 마침 쉬고 싶었는데, 잘 되었다고 하면서, 그럼 연망도 같이 가는 거냐고 물었다. 셋은 연망은 아마도 우리랑 같이 가는 걸 원하지 않을 거라고 하고, 감독에게 연망에게는 나중에 말하라고 하며, 먼저 떠나겠다고 했다. 감독은 알겠다고 했다. 연망과 별른과 떠른은 서브, 리시브, 스파이크를 데리고 즉시 바다 건너로 출발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연망은 아직도 태블릿 살리기에 신이 나 있다. 감독은 그런 연망을 걱정스런 눈빛으로 바라보았으나, 역시 이번에도 별달리 뾰족한 수를 낼 수가 없었다. 그래서 감독은 결심했다. 상대팀에게 말하고 그냥 자신도 어딘가로 떠나갔다 오기로. 연망을 그냥 혼자 내버려두기로. 감독은 1주일간 우리는 시합을 안 한다고 하고, 나중에 연망한테도 말해달라고 상대팀에게 말하더니, 어딘가로 훌쩍 떠나버렸다. 연망은 감독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까마득히 몰랐다.
3. 진짜 연망의 발차기는 언제 시작되는 걸까
떠른과 살링, 별른 그리고 감독까지 떠났다는 사실을 까마득히 모르는 연망은 자신을 위해 환호하는 사람들에게 손으로 보답했다. 연망의 눈에는 살링과 떠른과 별른이 비행기를 타고 가는 장면까지 보였다. 그들도 연망을 항해 손을 흔들며 환호하는 듯이 보였다. 연망은 그들에게도 손짓을 해대며,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데, 어딘가에서 하늘을 나는 감독의 모습까지 보였다. 연망은 그때서야 주변을 둘러보았고,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연망은 상대팀한테 가서 우리 팀은 어떻게 되는 거냐고 물어보았고, 그러자 그들은 연망에게 감독이 1주일 정도 시합을 쉬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연망은 대체 그게 무슨 말이냐고 했지만, 영문을 모르는 상대팀은 연망에게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었다. 연망은 자신에게 말도 하지 않고 떠난 이유가 궁금했지만,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어서 물어볼 수가 없었다. 연망도 떠나기로 했다. 감독이든, 살링이든, 떠린이든 별른이든 찾아서 자기를 두고 떠난 이유를 물어보리라. 연망은 상대팀에게 혹시, 그들이 어디로 갔는지를 물어보기로 했다. 아무도 몰랐다.
연망은 상대팀에게 살링과 별른과 떠른이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연망의 발차기기 시작되면 알 수 있을 거라고 시합을 한번 뛰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연망은 혼자서 하라고? 하는 말을 삼키며, 그냥 하자고 했다. 그럼, 1 대 4로 하는 거냐고 연망이 상대팀에게 물었더니, 상대팀은 1대 4는 너무 하지! 1대 2로 하자! 고 하는 거였다. 그래서 연망은 그럼 내가 이기면 선물도 몇 배로 받는 거냐고 물었더니, 이번에는 선물 같은 건 없다고 하는 거였다. 그럼? 시합은 왜 해? 하고 물었더니, 네가 이기면, 떠린과 살링과 별른이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생겨나겠지, 하는 거였다. 그래서 연망은 시합을 뛰기로 했다.
연망이 코트 앞에 서 있었고, 상대팀은 골대 앞에 있었다. 연망은 상대팀을 향해 슛을 날렸는데, 상대팀은 연망의 공을 가로채서 골대를 향해 발차기를 하면서 나아갔다. 그러자 연망은 상대팀을 향해 돌진, 또 돌진했다. 돌진하는 연망의 옆에서 상대 수비수가 나타나서 연망의 발을 걸었고, 상대팀은 어느 덧 골을 성공시켜 스코어는 1대 0이 되었다. 넘어진 연망은 툭툭 털고 일어나 상대팀 감독에게 심판이 가만 있어도 되는 거냐고 항의를 했다. 그러자 상대팀 감독이자 이 경기의 심판은 이건 반칙이 아니라, 정당한 태클이라며 편파판정을 했다. 연망은 심판에게 계속 항의하면 퇴장을 당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항의를 하지 못하고 그냥 경기에 열중했다. 상대팀이 골을 넣었기 때문에, 이번엔 연망이 공을 갖고 있었다. 공을 갖고 있는 연망을 향해, 상대팀의 공격수가 돌진해왔다. 연망은 공격수를 피해, 이리저리 패쓰하는 시늉을 하며, 던졌다 받았다를 혼자서 반복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골대 앞에서 덩크슛을 할 준비를 했다. 연망이 점프를 하자, 상대팀의 수비수가 연망의 밑에서 다리를 잡았다. 그러나 연망은 그 상황의 어려움을 물리치고 덩크슛을 성공시켰다. 그러자 다리를 잡았던 수비수가 나동그라졌다. 상대팀 감독이자 심판은 연망의 골을 업사이드라며, 반칙 선언을 했고, 연망은 상대팀 심판진에게 이건 분명 불공정한 심판이라고 항의를 했지만, 상대팀 감독이자 심판은 연망에게 팀반칙 선언을 했다. 연망은 팀반칙을 당해서, 상대팀이 패널티킥을 하는 것을 그냥 바라보아야만 했다. 어느 덧 점수는 2대 0이 되었다.
이번에도 심판이 반칙을 쓴다면, 연망은 심판을 머리로 받아버리기로 했다. 상대팀이 또 골을 넣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연망의 볼이 되었고, 연망은 다시 드리블을 준비했다. 상대의 골대를 향해 나아가는데, 연망을 제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왜일까 싶었는데, 상대의 감독이자 심판이 그만, 전반전 타임아웃을 불렀던 것이다. 그래서 전반전은 이렇게 끝이 났고, 전반전 시작할 때에는 연망이 공을 먼저 갖고 있었기 때문에, 후반전에는 상대팀이 공을 먼저 갖고 있는 너무도 불리한 상황이 되었다. 후반전을 시작하자마자, 상대팀은 연망팀의 골문을 향해 볼을 몰고 오기 시작했고, 1대 2라는 불리한 상황에 직면해 있는 연망은 더 이상 수비를 할 수가 없었다. 점수는 어느 덧 3대 0이 되었고, 연망은 처참한 기분으로 이 상황을 맞이해 야 했다. 그럼 나는 도대체 그들을 어디 가서 찾아야 하는 거냐고 묻자, 상대팀의 감독이자 심판이 연망에게 오더니, 우리 팀으로 오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다. 우리 팀에 오면 바로 주전이고, 매일 경기를 뛰게 해줄게, 라며 연망을 꼬시는데, 연망은 너무도 귀가 얇아서 그냥 그 소리에 넘어가서 상대팀의 소속이 되기로 했다. 그래서, 연망이 간 상대팀에 드디어, 연못팀이라는 팀이름이 생겨났다. 그래서, 감독은 연망과 함께, 연못팀이라는 팀 이름을 구성하였으며, 팀원은 이렇다. 연망 1, 연망 2, 연망 3, 연망 4, 연망 5 그리고 감독은 연망 6이다. 연못팀은 지금까지 단 한번도 패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패할 일이 없을 거라며 자신감을 가졌다. 자신감이 있는 순서는 연망6, 연망5, 연망4, 연망3, 연망2, 연망1이며, 연망1이 지금 방금 스카웃트된 원래 연망으로 연망이 연못팀이 되자마자, 갖고 있던 연망의 자신감은 땅으로 떨어졌다. 연망이 연못팀이 되자, 연망은 더 이상 인기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무도 연망을 환호하지 않았으며, 아무도 연망이 시합을 뛰는 걸 바라지 않았다. 감독은 그래서 연망에게 후보가 될 것을 제안했고, 연망은 다시 원래 팀으로 돌아갈 수는 없는 거냐고 물었다. 감독이 그렇게 할려거던, 5대 1의 시합에서 이기면 가능할 거라고 했다. 연망은 반드시 원래 팀으로 돌아가리라 다짐하고, 반드시 5대 1의 시합에서 이기리라 다짐했고, 그때부터 혼자만의 지옥훈련에 돌입했다. 연못팀의 감독은 도와주지 않았고, 연못팀의 동료들도 연망을 도와주려 하지 않았다. 연망은 외로웠고 힘들었다. 낙오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연망은 그러나 반드시 5대 1의 시합에서 이겨야 한다는 각오로 혼자만의 지옥훈련을 묵묵히 견뎠다. 아직도 팀 이름이 없는 원래의 동료들과 다시 함께할 날을 꿈꾸며 그들이 돌아오지 않기를 바랐다. 그들이 돌아오면, 그들에게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연망이 그들을 배신했다는 사실을 그들은 아직 모르기 때문이다. 이 팀에서 이길 때까지 그들은 돌아오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다. 연망은 그래서 그들이 돌아오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에, 비장의 무기를 쓰기로 했다. 그들이 어디서 무얼 하는지는 모르지만, 그들이 돌아오지 않게 하기 위한 공의 환상을 이용하기로 했다. 그들이 무슨 짓을 하는지는 느낌으로 들어오게 하는 환상. 그 환상을 통해서 그들에게 사고가 나게 하는 것이다. 그들이 돌아오지 않는 한, 연망은 그들에게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거고, 이 지옥훈련에서 살아남을 거다. 연망은 그렇게 환상의 나라에 자신을 내던지고 있었다.
4. 살링과 떠른과 별른은?
살링과 떠른과 별른은 비행물체에 몸을 실었다. 그 비행물체는 야구공 모양으로 생겨서 아주 높이높이까지 날아오를 수가 있었다. 살링의 서브로 하늘을 향해 날아갈 수 있었고, 아주 먼 바다 건너편까지 갈 수 있었다. 높이높이 날아오른 어느 순간, 하얀 뭉게구름이 양떼처럼 몰려다니고 있었다. 그 양떼를 길잡이 삼아, 살링과 떠른과 별른은 바다 건너편을 향해 가고 있었다.
“근데, 우리 바다 건너편까지 왜 가는 거야?”
“연망의 독주를 막아야지!”
“연망의 독주?”
“연망이 혼자서만 인기 있잖아!”
“그래서, 막아야 한다고?”
“그렇지!”
“그건 그런데, 살링, 떠린?”
“왜?”
“왜?”
“우리 가서 뭘 해야 하는 거야?”
“가서 뭘 하긴! 전기로봇을 구해 와야지!”
“근데 무슨 전기로봇?”
“연망의 힘을 약화시킬 수 있는 전기로봇!”
“그런 게 있을까?”
“분명, 있어!”
“어떻게 하면, 구할 수 있을까, 살링?”
“우선, 우리 서브와 리시브와 스파이크, 그리고 골능력을 이용하면 돼!”
“어떻게?”
“별른, 나한테 한번 공격하는 시늉을 해봐. 진짜 공격하면 안 되고!”
“떠린, 너한테?”
“그래, 나한테 공격을 하는 시늉을 해봐!”
별른은 떠린에게 골을 차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어디선가 뭉게구름이 된 양이 날아와 떠린에게 “음메”하며, 자신의 길을 인도해 달라는 듯 아부를 떨었다. 떠린은 그런 뭉게구름 양에게 먹이를 주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뭉게구름이 된 양이 어느 덧 토끼모양의 구름으로 바뀌어 펄쩍펄쩍 뛰는 시늉을 했다. 토끼모양의 구름은 떠린을 태우더니, 어느 덧 유니콘 모양이 되어 있었다. 유니콘 모양이 된 구름은 떠린을 태우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이 너무도 푸른 색이었다. 푸른 색 너머에 일곱 색깔 무지개가 보이고 그 너머에 태양이 지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상을 바라보고 있는 태양은 별른에게 얘기를 건네는 듯 했고, 별른은 태양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옆에 있던 살링이 별른에게 말했다.
“별른, 저 태양을 따라가보자”
“태양이 가만히 있는데?”
“그러니까, 따라가 보자구!”
“가만히 있는 태양을?”
유니콘 모양의 구름에 탄 떠린이 그들을 재촉했다.
“빨리 이리로 옮겨 타, 전기로봇 구하러 가게!”
살링과 떠린과 별른이 한 구름에 모두 탔다. 셋은 이렇게 미지의 세계로 출발했다. 너무도 화창한 날이었다.
5. 감독의 빛
한편, 감독은 자신의 주무기인 너클볼을 가지고 바닷길로 향했다. 바다에서 띄울 수 있는 너클볼은 공인구가 아닌, 개인적으로 애호하는 볼만 가능하기 때문에, 감독은 개인적으로 애호하는 공을 가지고, 바닷길을 건널 예정이다. 감독은 너클볼을 던지는 시늉을 하기 위해 자기의 머리만한 공을 어려운 자세로 잡았다. 감독은 공을 두 손으로 잡고 한 쪽 손은 손바닥으로 한쪽 손은 주먹으로 쥐고 던질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감독은 두 손으로 공을 바다로 향해 날리기 시작했고, 바다를 향해 공을 날리자, 감독의 몸이 바다로 붕 뛰어올랐다. 바다로 뛰어든 감독은 바다의 푸른 색을 바라보며, 이 바다에는 도대체 얼마만큼의 홍어가 살고 있을까를 생각해 보면서, 홍어회를 생각하며 입맛을 쩍쩍 다셨다.
감독의 고민은 또 있었다. 이 곳에서 홍어회를 건진다면, 감독은 홍어를 얼마만큼 견뎌냈을까 하는 것이었다. 홍어를 많이 먹어본 사람은 홍어를 견뎌내겠지만, 이제 홍어회에 맛을 들인지 얼마 안 된 감독으로서는 홍어를 견딘다는 게 쉽지 않은 듯 보였다. 그래서 감독은 바다를 건너면서 홍어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만약, 홍어를 견뎌내지 않아도 될 정도로 홍어가 없다면, 감독은 그다지 걱정 없이 이 바다를 건널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바다의 물결이 출렁이고 있었다. 파도는 그다지 거세지는 않았지만, 일렁이는 물결이 감독의 숨결을 거칠게 하고 있었다. 이 바다를 건넌다는 것이 그다지 쉬워 보이지는 않았다. 이 바다를 건너도 뚜렷이 뭐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해보지 않고 무작정 떠난 길. 감독은 앞으로의 이 길이 정말로 힘든 길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살링과 떠린과 별른은 대체 무슨 생각들을 하고 바다를 건너가려고 하는 걸까. 연망은 지금쯤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걱정들도 하는 감독은 바다 어딘가에서 나오는 상어떼들을 목격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이 상어떼들은 이빨이 하나도 없었다. 이빨이 있어야 할 자리에 껌이 몇 개씩 붙어 있었고, 이 상어떼들은 그 껌을 질겅질겅 씹으면서 감독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이 상어떼들 대체 뭐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상어떼들이 감독에게 말을 걸었다.
“이봐, 사람?”
“나, 나 말이오”
“그래, 사람!”
“왜, 왜 그러시오?”
“있잖아, 내가 저기…”
“말씀하시오…”
“길을 몰라서 그러는데, 길 좀 가르쳐 주지?”
“어, 어디 말이오?”
“그러니까, 바다 건너편으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지금 바다 건너편으로 가고 있는 거 아니오?”
“지금 가고 있는 건가?”
“지금, 그냥 가던 길 가시면 되지 않소?”
“그럼 되는 건가? 사람이라 머리가 좋군. 그럼 이만!”
그러더니, 상어떼들은 가던 길을 계속 갔다. 감독은 어처구니없어하면서 그들을 바라보았지만, 이미 상어떼들은 저 멀리 가던 길을 재촉하고 있었고, 감독도 가던 길을 재촉했다. 자신이 견딜 수 있을 만한 홍어떼들이 나타나지 않을까 하고 노심초사하고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홍어 몇 마리가 감독의 옆을 절레절레 지나가고 있었다. 그러더니, 홍어 중 한 마리가 역시 감독한테 말을 걸었다.
“이봐, 사람?”
“왜, 왜 그러시오?”
“길 좀 묻겠는데?”
“무, 물으시오!”
“바다 건너편으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지, 지금 가던 대로 가면 되지 않소?”
“그런가? 사람이라 머리가 좋군!”
그러더니, 홍어 몇 마리가 가던 길을 재촉했고, 감독도 또 가던 길을 계속 재촉하기로 했다.
바다 건너편까지 가는 길은 멀고 험한 길 같았다. 상어떼와 홍어 몇 마리를 지나갔는데, 아직도 육지는 보이지 않았다. 이번에는 무슨 물고기가 말을 걸까 궁금했다. 그런 생각을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는 연어 한 마리가 나타나 말을 걸었다.
“이봐, 사람?”
“왜, 왜 그러시오?”
“육지에서 걸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오?”
“육지에서 걸어가려면?”
“그러하오, 난 육지로 걸어서 저 건너편 바다로 가야 하는데?”
“그, 그건, 나도 잘…”
“모르면 기분이 안 좋을 텐데?”
“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면 나의 살갗이 그대에게 닿을 텐데…”
“아, 생각 좀 해보겠소. 잠시 기다리시오…”
“모르면 생각나게 해 주지!”
“아, 잠깐만, 이보시오!”
연어 한 마리가 펄쩍 뛰어올라, 감독의 품에 안겼다. 감독은 아이쿠야, 하면서 연어를 이리저리 피해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다. 연어는 팔딱팔딱 뛰면서, 감독의 품에 안기려 했고, 감독은 이리저리 피해다니다가, 그만 바다에 풍덩 빠져들고 말았다. 감독은 연어의 손아귀에서 이제 벗어날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는 순간, 어디선가, 연망의 목소리가 들렸다.
‘너희들, 그놈은 내 감독이다! 손 놔라!’
그러자, 감독을 희롱했던 연어가 물가에서 풀썩 주저앉더니, 하늘로 빛이 되어 올라갔다. 그 하늘의 어딘가에서 태양이 감독에게 손짓하고 있었다. 감독은 하늘을 쳐다보았다. 그 빛의 어딘가에 더 큰 빛이 있을 것만 같았다. 감독은 그 빛을 향해 마구를 구사하기로 했다. 이번엔 스플리터다. 감독은 두 손의 손바닥을 펴 공을 잡았고, 태양을 향해 마구를 날렸다. 감독의 몸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 오름은 연어가 빛이 되어 날아간 길을 따라가는 길이었다. 감독은 이 여행이 어떻게 끝날지 알 수 없었지만, 끝까지 가보기로 했다. 이 밝은 빛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6. 연망의 슬픔은 저 너머까지 있다
연망은 살링과 떠른과 별른이 왜 자기만 남겨두고 떠난 건지 이해하지 못했다. 감독도 연망을 남겨두고 떠났다는 사실은 연망을 더욱 힘들게 했다. 연망은 살링과 떠른과 별른이 그리웠다. 그러나 그들이 자기를 버리고 떠났다는 사실에 몹시도 화가 나기도 했다. 연망은 연못팀에 와서 결국 주전으로 뛰지도 못하게 되었고 아예 낙오되었다. 연못팀의 감독은 연망을 아예 출전시키지 않았다. 그 사실이 연망을 힘들게 했고, 연망은 살링과 떠른과 별른을 찾아, 다시 복귀하기 위해 오늘도 연습 중이다. 그러나 그들이 돌아오지 못하게 해야 했고, 또한 연습도 해야 했기에, 연망은 너무도 몸과 마음 모두 힘들었다. 그 힘든 시간들이 가고 나면, 연망은 어쩌면 자기가 알지 못하는 이 세상 모든 슬픔이 자기에게로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연망은 연못팀에 와서, 왜 자신이 인기 없는 사람이 되어 버렸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사람들은 전에 있던 팀에 있을 때는 연망을 환호하더니, 왜 연못팀에 오게 된 연망을 더 이상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는지 이해하지 못했고, 화도 났다. 연망은 마법을 부리고 싶었다. 그러나 자신에게는 특별한 재주가 없었다. 마법을 부릴 만한 어떤 재주도 연망에게는 가지고 있지 않았다. 연망에게는 공의 환상을 이용해, 그들이 돌아오지 못하게 할 방법만 생각날 뿐이었다.
연망은 공을 들었다. 그리고 공에 있는 날개가 그려진 그림을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태블릿에서 전에 있던 팀의 관중들이 자신을 환호했던 장면을 떠올렸다. 그 장면들이 공의 날개그림으로 투입되면서, 저 너머에 있는 살링과 떠른과 별른이 구름을 타고 있는 것이 보였다. 연망은 그들을 공 너머로 바라보았다. 그들이 유니콘 모양의 구름을 타고 있었다. 연망은 그들이 태양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을 보았다.
연망은 그렇게 보이는 공의 환상을 태양을 향해 집어 던졌다. 태양이 어리둥절해했다. 유니콘을 타고 있는 세 명의 사람과, 공의 환상이 태양을 향해 나아가자, 태양은 어느 쪽을 향해 길을 알려주어야 할지 헷갈렸다. 공은 태양을 향해 쭉쭉 뻗어나갔다. 연망은 그런 공을 보면서, 아무도 모르는 눈물을 지었다. 이 지옥훈련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그 사실이 연망을 몹시도 불안하게 했다. 공은 유니콘 모양의 구름을 타고 있는 살링과 떠른과 별른보다 더 빨리 태양을 향해 나아갔다. 태양이 공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공은 연망에게 길을 알려주었다. 연망은 그 길이 어디인지 알았다. 태양의 빛은 이제 사그라들었다. 공의 환상에 비춰져 있는 살링과 떠른과 별른이 보이지 않았다. 연망은 이제 그들은 쉽게 돌아오지 못할 거라며 안심했다. 공의 환상이 태양의 빛을 통해 어딘가로 나아갔고, 연망은 아무에게도 그 길을 알려주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7. 연못팀
연못팀의 연망2, 연망3, 연망4, 연망5, 연망6번이 모여 있다. 연못팀의 선수는 다섯명이고 연망6은 감독이자 선수이자 심판이다. 연망 2번이 연망6에게 물었다.
“감독, 우리 언제까지 이겨야 되는 거야?”
“우리? 이길 때까진 이겨야지. 지금 지면 우리 다시 숭어시로 못 돌아가”
“우리 숭어시로 돌아갈 수 있긴 있는 거야?”
“꼭 돌아갈 수 있을 거야”
“감독, 연망 3이랑 4랑도 얘기해서 알겠는데, 나 연망 5는 도저히 못 돌아갈 것 같단 말야!”
“연망 5, 우리가 이길 때까지 이기다 보면, 분명 길이 나올 거애. 연망도 우리 팀을 왔잖아”
“근데 궁금한 게 있는데, 감독?”
“왜, 연망 4?”
“연망은 왜 출전 안 시켜?”
“못 해서”
“못 해? 인기 많잖아?”
“저쪽 팀에 있을 때나 인기가 많았지. 거긴 못해야 인기가 많은 데잖아?”
“아, 그렇지. 거긴 못해야 인기가 많은 데지. 우리는 잘해야 인기 있지.”
“그래서, 연망은 출전 안 시키는 거야?”
“우리 지면 안 되잖아, 그래서!”
“그럼, 우리 다섯명이서만 돌아가면서 계속 출전해야 되는 거야? 난, 힘든데”
“연망 5, 네 맘 알아. 그래도 어쩔 수 없잖아. 우리가 질 순 없어. 지는 순간, 우리는 숭어시로 돌아가는 걸 포기해야 할지도 몰라”
“그렇다고 해도…”
“연망 5, 나 연망 2가 말하는데, 힘들면, 그냥 쉬면 돼. 연망 6이 출전하면 되잖아?”
“그럼, 심판은 누가 보고? 우리 심판 있어야 이기는데!”
“그러네?”
“그러니까, 연망 좀 출전시키면 안 돼? 나 대신?”
“연망이 출전하면, 나 심판이 힘이 없어져서 질 지도 모르는데?”
“아… 해결이 안 되는구나…”
“좋은 방법이 생각났어!”
“뭔데?”
“별른을 스카웃하는 거야!”
“아, 환상이다. 근데, 별른은 어디갔어?”
“그쪽 못하는 팀은 다 어디론가 갔다 온다고 갔는데?”
“언제 온대?”
“글쎄…”
“별른이 오면 바로 스카웃이 가능할까?”
“가능할 거야. 안 그래도 별른이 자신의 팀에 대해서 불만이 많다고 들었어.”
“어떤 불만?”
“자신의 팀이 자신을 인정해 주지 않는대. 인기도 별로 안 오르고.”
“아 그렇지! 거긴 잘하면 인기 없지!”
“그럼, 별른이 돌아오길 기다려야 하나? 연망6, 생각나는 거 없어?”
“일단, 못하는 팀이 팀이름을 만들도록 놔두면 안돼.”
“그리고?”
“그리고, 별른만이 먼저 돌아올 수 있도록 뭔가 수를 내야돼!”
“어떻게?”
“우리, 연망을 이용하자!”
“응, 연망?”
“무슨 수로?”
“연망이 못하기 때문에 인기를 얻었잖아. 분명, 연망에게 우리가 모르는 능력이 많이 들어가 있어. 연망에게 미끼를 던져보자.”
“아, 좋은 방법이야. 연망에게 내일 하루는 한번 출전하라고 미끼를 던져 봐. 그리고 오늘 우리의 목표를 이루는 거야.”
“내일 출전시킨다고 하고, 오늘 목표를 이루면?”
“흐흐흐흐… 내일은 별른이 출전하는 거지!”
“아, 그렇구나!”
“성공시킬 수 있겠다!”
“오케이…”
“연망에게 가자!”
“가자!”
연망에게 온 연못팀들이 연망의 앞에 서 있다. 그들은 연망을 바라보며 무슨 말인가를 하려 하고 있다.
“연망, 할 말이 있는데?”
연망 2가 연망에게 말했다.
“왜?”
“혹시, 경기 출전하고 싶으면 내일 출전해도 되는데?”
“아, 정말이야?”
“그래, 정말이야. 근데, 우리가 원하는 것 한가지만 해줘.”
“뭔데?”
“공의 환상을 쓸 수 있는지 보여줘”
“아, 그거라면…”
“쓸 수 있다면, 우리 팀에서 주전으로 써 줄게!”
“아, 쓸 수는 있는데…”
“근데 뭐가 부족한 게 있어?”
“이미 오늘은 써서 내일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뭐라고?”
“내일, 주전으로 뛸 때, 그때 보여주면 안 될까?”
“그건 안 되지! 만약, 네가 못 쓰면 우린 지는데?”
“그래? 그럼, 그냥 주전으로 안 뛸게!”
“아니, 아니 이게 아니잖아.”
“왜? 뭐가 문제가 있어?”
“너, 정말로 공의 환상 쓸 수 있어?”
“방금 썼다니까!”
“어떻게 썼는데?”
“살링과 떠린과 별른이 일찍 돌아오는 걸 막았어.”
“어? 왜?”
“왜냐하면, 내가 다시 돌아가야 하니까. 그래서 나 너네 이길려고!”
“응? 응?”
“이건 아닌데?”
“그러게, 이건 아닌데?”
“감독, 어떻게 좀 해봐!”
“우리 어떡하지?”
연망이 그들을 이상하게 쳐다보다가 말을 걸었다.
“무슨 문제가 있는 거야? 너희들한테?”
“음… 무슨 문제라기보다는, 우리는 숭어시로 돌아가야 하는데, 갈 방법을 못 찾아서…”
“그러면 이겨야 되거든!”
“그래서, 내가 필요한 거야?”
“아니, 너를 이용할 필요가 있어!”
“나를 이용해? 그럼, 내가 필요한 게 아니라, 나의 공의 환상이 필요한 거야?”
“말하자면, 그렇지!”
화가 난 연망이 연못팀 한명 한명을 쏘아보기 시작했다.
“그렇다 이거지?”
“응, 그래!”
“좋아, 맛 좀 봐라!”
연망이 공을 들더니, 공을 공중으로 띄워 올렸다. 그리고, 그들을 날카롭게 쳐다보더니, 공에다 스매싱을 했다. 연못팀은 그 자리에서 연망이 하는 모양을 그냥 바라만 보고 있었다. 스매싱을 한 공이 연못 2를 향해 날아왔다. 연망6이 꽥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연망2가 어디론가 사라졌다. 날아간 공은 다시 연망3으로 향했고, 이번에도 연망6이 소리를 지르자, 연망 3도 어디론가 사라졌다. 연망 3을 향했던 공은 연망 4로 향했고, 또 감독의 소리에 연망 4가 사라졌고, 연망 4를 향했던 공이 연망 5로 향해 날아갔다. 연망6이 소리지르자 연망 5도 어디론가 사라졌다. 이번엔, 연망 5를 향했던 공이 연망6으로 향해 가고 있었다. 연망6은 소리를 계속 지르고 있었다. 그러자, 연망 6을 향했던 공이 연망을 향해 방향을 바꾸었다. 연망은 자신에게 공이 날아오르는 걸 보고, 깜짝 놀랐고, 연망6이 또 소리를 질렀다. 연망도 사라졌다. 그리고 공은 연망이 사라진 곳을 지나가더니, 벽에 막고 어디론가 튕겨나갔고, 공도 어디론가 사라졌다. 연망6은 그 자리에 얼어붙어서 모두 사라진 그 자리를 바라보았다. 거기엔 아무도 없었고, 다들 어디로 갔는지 알지 못했다. 연망6은 혼자서만 덩그러니 남았고, 모두 어떻게 된 건지 이해하지 못했다. 연망이 연망6을 향해 웃음을 웃는 것 같았고, 그 웃음소리는 별로 좋아 보이지 않은 듯했다. 연못6도 어디론가 사라지고 싶었다.
8. 태양이 길을 제대로 알려준 건가?
유니콘 모양의 구름에 딴 살링과 떠른과 별른은 태양에게 길을 묻기 위해 태양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살링은 신나게 소리질렀다.
“우리, 정말 날고 있어!”
“살링, 우리가 전기로봇을 구하게 되면, 우리가 뭘 할 수 있는 거지?”
“떠린, 우린 전기로봇을 구하게 되면 뭐든 할 수 있어! 연망의 힘을 약화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원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살링, 그게 정말이야?”
“그래, 별른. 우리는 그 전기로봇을 이용하면, 뭐든지 할 수 있어. 무적이 될 수도 있어! 우리 팀이 모든 팀을 이길 수 있어서, 올해는 우승을 바라볼 수도 있어. 다만, 연망의 힘만 약화시키면 돼! 그래서, 연망이 우리 팀에서 출전을 못하게 해야 돼!”
“살링, 그렇다면, 우리는 정말 그 전기로봇을 구해내서, 무적의 팀을 만들 수 있는 거네? 그럼, 우리가 하고 싶은 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거야?”
“그래, 떠린. 너는 아예 출전을 안 하고 지금의 몇 배에 해당하는 연봉을 받을 수도 있어!”
“아, 그렇다고? 정말, 기가 막히네!”
“그리고, 우리는 그냥, 앉아서 놀면서 이길 수가 있는 거지!”
“정말, 대단한 전기로봇이네!”
“맞아, 정말 중요한 로봇이지!”
“근데, 살링, 저게 뭐야?”
어디선가 둥근 공 같은 것이 날아오고 있었다. 둥근 공은 태양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거기엔 살링과 떠른과 별른의 형상이 보였다.
“살링, 저건 우린데?”
“어, 이상하다. 우리가 왜 저기 있어?”
“뭔가 이상해!”
“살링, 저거 뭔지 알아?”
“아니!”
“별른은 알아?”
“그게 아마도…”
“뭔데?”
“감독이 쏘아보낸 거 아닐까? 우리더러 따라오라고!”
“음?”
“감독님이?”
“그래, 감독이.”
“그럼, 저걸 따라가면, 전기로봇을 찾을 수 있는 거야?”
“그럴지도 모르지”
“그래?”
공 같은 것이 태양을 향해 빠르게 날아들었다. 공 같은 것은 태양을 향해 돌진하더니, 태양에 닿는 순간, 빛이 되어 어디론가 흩어졌다. 그 빛은 몇 갈래 길로 갈라졌으며, 몇 갈래의 길이 살링과 떠린과 별른의 앞에 있었다.
“살링, 저게 길이야?”
“맞는 거 같은데?”
“근데, 어떤 길이 맞는 길이야?”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살링을 믿고 있는 내가 잘못된 거야?”
“별른, 살링을 믿고 있는 네가 잘못된 거야”
“그래?”
“난, 저기 있는 파란 길로 갈게”
“파란 길로? 어떻게?”
“살링, 넌 알 거 아니야, 가는 방법?”
“정말, 파란 길로 갈거야?”
“그래!”
“그럼, 내가 서브한 걸 받아서 날아가”
“어떤 걸 서브할 건데?”
살링은 주머니에서 말랑말랑한 인형을 꺼냈다. 이건 땅콩인형.
“음?”
“땅콩인형을 서브할 테니, 잘 받아서 저 파란색 길을 따라가봐. 뭐가 나올지는 나는 알 수 없어.”
“그래, 나 먼저 간다.”
살링은 땅콩인형으로 떠린에게 강서브를 날렸다. 리시브를 받고 휘청이던 떠린은 떠린의 리시브를 통해 날아가고 있는 땅콩인형에 빨려들어가고 있었다. 땅콩인형은 파란색으로 난 빛의 길을 통해 날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떠린은 그 파란색 길이 어떤 길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너무도 마음에 들었다. 아주 조금만 길이 펼쳐져 있던 파란색 길이 떠린이 날아가자 날개를 펴고 길을 안내하는 듯, 길게 펼쳐지고 있었다. 그 길의 끝엔 무엇이 있을지 몰랐지만, 떠린의 마음은 이미 들떠 있었다. 비록, 혼자서 재촉해야 하는 길이지만, 떠린은 길게 뻗은 그 파린 빛줄기를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떠린을 보낸 살링과 별른은 떠린을 보내고 아차 싶었다.
“살링, 떠린을 보냈어. 우리 둘만으로 이제 어떡하지?”
“아, 맞다. 생각해 보니, 우리 둘만으로는 전기로봇을 구할 수가 없는데…”
“떠린을 따라갈 수 있어?”
“아니, 이미 한번 갔기 때문에 우리는 그 길을 따라갈 수 없어.”
“그럼, 우린 어떡해야 되지?”
“둘이서 떠린을 찾아보는 수밖에.”
“어떻게?”
“우리, 이 구름모양의 유니콘을 타고 좀더 돌아다니자.”
“우리도 저기 있는 저 빛들을 따라가야 하는 거 아니야?”
“아니야. 저기 저 빛을 따라가면, 분명 우리는 전기로봇을 못 구할 거고, 떠린도 못 찾을 거야”
“어떻게 알아?”
“떠린이 가는 그 길을 봤는데, 거기엔 전기로봇이 없는 듯 했어.”
“아, 그럼?”
“분명, 다른 길이 있을 거야.”
“그럼, 우리는 이 유니콘 모양의 구름을 계속 타고 가야 해?”
“빛의 색깔을 따라가서 엉뚱한 곳에서 고생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아?”
“그건 그렇지!”
“너도 빛 따라서 갈려고 하는 건 아니지?”
“아니지, 난 빛 따라서 가고 싶지 않아.”
“그렇지, 그러니, 이 유니콘 모양의 구름을 타고 좀더 돌아다니자고!”
“근데 이 유니콘 모양의 구름은 태양까지만 가는 것 아니었어?”
“아닐걸!”
“한번 알아보자!”
살링과 별른이 유니콘 모양을 살짝 쓰다듬었다. 그러자, 유니콘 모양의 구름이 울음소리를 내는 시늉을 했다. 울음소리는 들리지 않았으니, 살링과 별른에게는 그게 자신들에게 대답하는 웃음소리로 들렸다. 살링은 유니콘 모양의 구름에게 말했다.
“유니구름아, 우리랑 같이 즐거운 여행을 하자. 우리를 어디론가 데려다줘. 그곳이 우리가 가야할 곳이지. 그러니, 우리를 데려가줘!”
“그래, 유니구름아, 우리랑 같이 여행을 하는 거야”
별른의 말을 들은 유니구름이 날개를 펼쳤다. 살링과 별른의 말을 알아들은 듯 했다. 살링이 행선지를 알려주었다.
“유니구름아, 우리를 전기로봇이 있는 곳으로 데려다 줘! 빨리 가자!”
“그래, 유니구름아, 넌 알고 있지? 가자!”
그러자, 유니구름의 날개가 다시 접혔고, 유니구름의 얼굴표정도 일그러지는 듯했다. 유니구름의 고개가 풀썩 주저앉았다. 유니구름은 기운이 없는 듯 했다.
“얘가 왜 이래?”
“그러게, 살링, 얘, 길을 모르나 본데?”
“그럼, 어떡하지?”
“안 되겠다. 저기 저 빛을 통해 가야 하나 보다.”
“그래, 어떤 빛이 맞아?”
“그건 나도 모르고, 어떤 빛이 맞는 거 같아?”
“나는… 보랏빛”
“그래, 보랏빛으로 가자”
“뭐? 너 알고 가는 거야?”
“아니, 네가 보랏빛이라고 해서, 그냥 그렇게 가자고!”
“응?”
“어차피, 나도 모르고, 너도 모르고, 떠른도 모르고 가는 길이야. 한번 그냥 가보는 거야. 전기로봇을 찾기 위해서지.”
“응… 근데, 저 빛으로 어떻게 가?”
“그건… 잠깐.”
“왜?”
살링이 유니구름을 쓰다듬으며 다시 말했다.
“유니구름아, 넌 저 빛으로 가는 길을 알고 있지? 우리를 안내좀 하지!”
그러자, 유니구름이 고개를 들더니, 날개를 펼쳐들었다. 다시, 기운을 차린 유니구름은 빛을 향해 고개를 더 높이 쳐들었다.
“그래, 유니구름아, 저 보랏빛을 향해 나아가는 거야! 우리의 바람이 이루어지길 바라면서 말이지.”
유니구름이 보랏빛을 향해 날개를 젓고 있었다. 살링과 별른이 유니구름을 타고 있었고, 유니구름은 살리와 별른을 빛으로 데려다 놓았다. 살링과 별른은 빛으로 향해 가고 있었고, 그들을 태운 유니구름은 차츰차츰 사라지고 있었다. 유니의 일부들이 서서히 하늘의 푸름 속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살링과 별른은 그렇게 사라지고 있는 유니구름을 의식하지 못하고, 보랏빛만 바라보고 있었다. 보랏빛이 살링과 별른을 받아들였다. 보랏빛 길이 어디론가 쭈욱 펼쳐져 있었다. 살링과 별른이 그 보랏빛으로 흡수되었다. 길이 있었고, 살링과 별른이 있었고, 보랏빛이 있었다. 유니구름은 그들이 사라진 거기에서 어디론가 완전히 사라졌다. 보랏빛과 파란빛이 사라진 푸른 하늘에 아직도 많은 빛 갈래가 있었다.
9. 나는 못하는 팀의 감독이지만…
감독은 하늘로 올라간 빛을 보았다. 감독의 몸이 저절로 그 빛을 따라가고 있었다. 그 빛은 어디로 나아가는지 알 수 없었다. 감독은 맞은 편에서 오는 빛이 있는 것을 보았다. 그제서야 감독은 자신이 따라가고 있는 빛이 파란 빛임을 인식하게 되었다. 감독은 맞은 편에서 오는 빛도 파란 빛인 것을 알았고, 그 빛을 따라 누군가 타고 오는 것이 보였다. 그 누군가가 점점 더 가까워졌고, 거기에 떠린이 있었다. 감독은 떠린의 얼굴을 바라보았고, 떠린을 크게 불러보았다. 떠린은 대답하지 않았다. 떠린은 파란 빛이 따라간 길을 계속 따라가고 있을 뿐이었고, 그게 너무 신나는지 계속해서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맞은 편에서 오던 파란 빛은 감독의 파란 빛을 살짝 비켜나서 감독의 파란 빛 오른쪽으로 비껴갔다. 감독은 떠린을 따라가고 싶었으나, 빛의 길은 마음대로 조종을 할 수 없었다. 감독은 지금 자신이 가고 있는 이 길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가야만 했다. 떠린이 위험해 보였다. 위험한 떠린을 구해내야만 할 것 같았다. 그러나 자신이 더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상황에 감독은 떠린이 위험해 보였다는 상황을 잊어버려야 했다. 빛은 이리저리 출렁이면서 감독을 어디론가 데려갔다. 감독은 더 큰 문제가 생겼음을 감지했다. 이 파란 빛이 태양의 정면을 향해서 돌진하고 있는 것이었다. 태양을 바라볼 수 없어서, 눈을 감고 있어야만 했다. 눈을 감으니, 빛이 감독을 데려가고 있는 속도가 너무 빨라 감독은 울렁증을 느꼈다. 속이 메스꺼웠으며, 먹은 것도 없지만, 속에 있는 모든 것을 토할 것만 같았다. 감독은 이 울렁증 때문에 눈을 뜰 수밖에 없었다. 태양의 빛이 감독의 눈을 너무 부시게 해서, 감독은 고개를 돌렸다. 저기 떠린이 가는 파란 빛이 보였다. 파란 빛이 떠린을 어디론가 데려가고 있었다. 그런데, 파란 빛의 길이가 점점 더 줄어들었다. 너비도 점점 더 줄어들었다. 떠린이 타고 있는 그 빛의 뒤로 빛은 점점 더 사라져갔다. 떠린은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소리를 질러대며, 그 상황을 너무나 즐기고 있었다. 파란 빛은 이제 떠린의 엉덩이만 떠받치고 모두 사라졌다. 이제, 그 빛마저 사라지면, 떠린은 어디론가 떨어져 죽을지도 모른다. 감독은 이 순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러나 떠린을 구해야 하는 열망만은 구했다. 지금 가고 있는 이 빛이 떠린을 받쳐준다면? 하지만, 감독은 이 빛을 움직일 수 없었다. 감독의 마음대로 가라고 할 수 없었다. 감독은 결국 선택했다. 감독은 자신의 주머니에서 조그마한 공을 하나 꺼냈다. 그 공은 물렁물렁했으며, 너무도 조그마해서 감독의 한 손으로 잡을 수 있었다. 감독은 그 공을 떠린을 향해 던지는 시늉을 했다. 그리고, 두 발을 허공으로 내디뎠다. 감독은 떠린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 동안에 떠린을 받치고 있는 파란 빛이 완전히 사라지고 있었다. 떠린이 당황해하는 것이 보였다. 감독은 떠린을 향해 소리질렀다.
“여기야, 여기, 여기라구!”
“어, 감독님?”
떠린의 목소리가 크게 요동쳤다. 감독은 떠린을 받치고 있는 파란 빛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떠린이 저 아픈 지상을 향해 추락을 시작하는 것이 보였다. 감독은 잡고 있던 공을 떠린을 향해 날렸다. 공은 떠린을 향해 날아가더니, 떠린의 엉덩이에 맞았다. 엉덩이에 맞은 공은 철퍼덕 주저앉는 모양으로 천으로 펼쳐졌다. 떠린은 그 천의 보자기에 털썩 주저앉았다. 천은 떠린을 자신의 보금자리에 앉히고 천천히 지상을 향해 내려앉기 시작했다. 떠린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감독을 바라보았다. 감독이 지상으로 추락하는 것이 보였다. 떠린은 너무도 당황해서 소리조차 지르지 못했다. 떠린을 받치고 있는 천의 보자기는 떠린이 감독님한테 가, 라고 하는 말을 듣지 않았다. 천의 보자기는 그저 천천히 지상을 향해 갈 뿐이었다. 감독이 떨어지면서, 떠린을 보았고, 떠린이 안전하다는 것을 안 감독은 자신이 추락하는 것은 별로 신경쓰이지 않는다는 듯이, 그대로 눈을 감고 추락을 받아들였다. 떠린이 지상을 바라보았다. 너무도 까마득히 보이는 지상에선 새떼들이 지상의 형상을 가로막고 있었다. 그 새떼들이 혹시, 하는 마음에, 떠린은 새떼들에게 소리를 질렀다.
“야, 이 새떼들아! 너희가 우리 감독 좀 구해라! 이 착한 새떼들아!”
새떼들이 떠린이 소리지르는 곳을 바라보며, 꽥꽥 소리질렀다. 어떤 새들은 꾸에엑 하고 소리를 질러댔고, 어떤 새들은 끄윽, 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 새떼들이 떠린을 발견하더니, 공격하는 태세를 취하는 듯 했다. 새떼들의 수장인 듯한 새 한 마리가 떠린을 뚫어지게 바라보자, 떠린은 한번 더 소리를 질렀다.
“야, 이 새떼들아! 너희가 우리 감독 구하라고! 이 착한 새떼들아!”
그러자, 새의 우두머리가 떠린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새의 우두머리들이 모두 새의 우두머리를 따라 우루루 떠린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새떼들이 우루루 몰려서 떠린을 향했다, 떠린은 자신에게 달려드는 새떼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새떼들이 우루루 몰려가자, 떨어지고 있던 감독의 몸이 새떼들에게 눕혀졌다. 새떼들이 우루루 몰려가자, 새떼들의 위에 감독이 몸이 놓인 것이다. 떠린이 다시 한번 소리질렀다.
“야, 이 새떼들아! 우리 감독을 살려줘서 정말로 고맙다! 너흰, 정말 착한 새들이다!”
그러자, 감독을 태운 새떼들이 떠린을 향해 계속 돌진했다. 떠린은 그 새떼들을 바라보며, 쟤들이 왜 저러지, 라며 의아해했으나, 감독이 자신을 도와주리라 믿었다. 떠린의 예상은 빗나갔다. 감독을 태운 새떼들은 떠린의 천의 보자기까지 빠른 속도로 날라왔다. 그리고 새떼들은 떠린의 천의 보자기를 쪼아대기 시작했고, 정신을 차린 감독은 그 광경을 보고, 떠린의 손을 잡았다.
“떠린, 나 좀 도와줘!”
“감독, 내가 어떻게 감독님을 도와줘? 감독이 나를 도와야지!”
“내가 도와줬잖아!”
“그러니까, 내가 어떻게 도와주냐고!”
“새들에게 서브를 날려봐!”
“나, 서브할 줄 모른다고!”
“그래도 한번 날려봐!”
“그럼 어떻게 되는데?”
“그건 나도 몰라!”
떠린은 툴툴대면서, 서브를 날리는 시늉을 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감독, 서브 못한다고 했잖아. 아무 일도 안 생기는데?”
“새들의 머리를 향해서 하지 말고, 저 푸른 빛을 향해 날려봐”
“응? 푸른 빛?”
“하늘의 푸른 빛도 있고, 바닥의 푸른 빛도 있고”
떠린이 다시 툴툴대면서, 바닥의 푸른 빛을 향해 서브를 날리는 시늉을 했다. 새들이 쪼아대는 천의 보자기는 점점 더 너덜너덜해지는데, 그 안의 어떤 실조각이 바닥을 향해 날아갔다. 바닥을 향해 날아간 실조각이 바닥에 풍덩 빠졌다. 빠진 실조각에서 상어떼들이 바닥 위로 몸을 드러냈다. 상어떼들은 하늘을 향해 우우웅 하고 소리를 질렀다. 새떼들이 아래를 바라보았다. 상어떼들이 우우우우우웅 하며 새떼들에게 계속 소리를 질러댔다. 그러자 새떼들은 쪼고 있던 천에 대한 공격을 멈췄다. 새떼들은 감독의 몸을 천의 보자기에 올려다놓았다. 새떼들이 천의 보자기에 올려놓는 것을 본 떠린은 감독에게 무슨 힘이 있길래 그런 것인가 궁금해했다. 감독을 천의 보자기에 올린 새떼들은 천의 보자기가 흐물흐물거리며 지상을 향해 천천히 내려가는 것을 보고 저 멀리 있는 다른 푸른 빛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감독,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새떼들한테?”
“왜?”
“왜, 저것들은 나를 공격하고, 감독은 살려주지?”
“왜일까?”
“지금 나한테 묻는 거야”
“그러니까 명심하라고!”
“뭘?”
“길을 묻는 사람한테는 반드시 길의 힌트를 알려줘야 돼. 길을 묻는 사람한테 아무 힌트도 알려주지 않으면, 그 사람은 얼마나 어렵게 길을 가는지 알게 되면, 아마 떠린도 길을 묻는 사람한테 아무 말도 해주지 않지는 않을 걸.”
“감독, 무슨 헛소리야?”
“내가 지금 헛소리한 거야?”
“응, 헛소리하지 말고, 저것들이 왜 감독을 살려줬는지 얘기나 해봐.”
“방금 얘기했잖아!”
“방금 헛소리했잖아!”
“아니, 방금 얘기한 게 나를 구해준 이유라니까!”
“아니, 자꾸 헛소리할래?”
“아니, 너는 선수고 나는 감독이다. 감독의 말을 믿지 않으면?”
“나는 선수고 댁은 감독이다. 시합에 나가 뛰는 건 선수다. 선수를 중요시하지 않는 감독 말은 들을 필요가 없다.”
“그래서 선수가 중요하니까, 방금 나를 구해 준 이유를 말해줬잖아!”
“길을 묻는 사람한테 왜 길을 알려줘야 해? 내가 길을 모르는데?”
“길을 몰라도 힌트는 줄 수 있잖아!”
“내가 길을 모르는데, 어떻게 힌트를 줄 수 있지?”
“아니야, 길을 몰라도 길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줄 수는 있지!”
“아니, 길을 모르는데, 어떻게 길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줄 수가 있는 거지?”
“아니야, 방법은 있어. 길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길을 몰라도 할 수 있어.”
“어떻게?”
“바로 이렇게!”
감독은 새들이 쪼아대서 숭숭 구멍나고 너덜너덜해진 천의 구멍 중 하나를 가리켰다.
“떠린, 공 있으면 좀 줘 봐. 난 써서.”
“나 딱 하나 있는 건데?”
“그러니까, 줘 봐!”
“내 공인데…”
떠린이 자신의 머리만한 공을 가슴팍에서 꺼내서 감독에게 건네주었다. 감독은 그 공으로 너덜너덜해진 천의 보자기의 구멍을 막았다. 그러자 천의 보자기는 감독과 떠린이 있는 곳을 두 개의 안락한 의자모양으로 변신시켰다. 그리고 둘은 안락한 의자모양의 보자기의 천에 앉아서 서서히 추락하는 천에 앉았다. 감독은 떠린에게 말했다.
“자, 이제 행선지가 어디인지 말해 봐!”
“전기로봇이 있는 곳을 알려줘!”
“전기로봇?”
“우린 전기로봇을 찾으러 왔어!”
“전기로봇은 너무 많은데…”
“그게 무슨 소리야, 감독?”
“그냥, 전기로봇 하면 어디로 갈지 모르게 돼! 아주 자세히 어떤 곳에 쓸 전기로봇인지 얘기를 해야 돼.”
떠린이 머뭇거렸다.
“왜? 정확히 뭐에 쓸지 모르고 그냥 간 거야?”
“감독, 그건 그냥 안 물으면 안 돼?”
“왜 전기로봇을 구하려는지 알아”
“알아?”
“알아. 그런데 정말 그 전기로봇을 구하려고?”
“그래. 그래야겠어.”
감독이 천의 보자기의 의자에 앉아서 짧은 한숨을 내쉬더니, 천의 보자기를 향해 한마디를 했다.
“떠린을 위한 전기로봇이 있는 곳을 알고 있지? 그곳으로 데려다 줘.”
천의 보자기는 의자모양의 발 아래 있는 구멍으로 떠린의 발목을 꽉 감쌌다. 감독이 말했다.
“떠린, 난 같이 못가.”
“왜”
“떠린을 위한 전기로봇이니까.”
천의 보자기가 떠린만을 태우고 어디론가 떠났고, 감독은 천의 보자기를 놓고 그대루 추락했다. 저 멀리 날아가던 새떼들이 감독을 향해 날아왔고, 감독은 새떼들의 위로 다시 눕혀졌다. 새떼들은 감독을 태우고, 서서히 지상을 향해 날아갔다. 감독이 피곤한 듯이 눈을 감았다. 감독의 온몸이 나른거렸고, 피곤이 몰려오자, 감독은 그 위에서 스르르 잠이 들었다.
10. 그래, 빛은 누구에게나 있지
연망은 자신에게 날아오는 공을 바라보았다. 저 공이 나를 해꼬지 하려는 건가, 하는 순간, 연망의 눈에 밝은 햇살이 보였다. 그 햇살이 연망을 비추자, 연망은 그 햇살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그 햇살이 어디로 이어져 있는 길인지 알 수 없었으나, 연망은 그 햇살이 마음에 들었다. 연망은 그 빛의 어딘가에 있는 길을 찾았다. 햇살이 연망을 데려가고 있었다. 그 길에는 여러갈래의 빛이 갖은 색깔로 길을 만들고 있었다. 연망은 그 빛을 바라보았다. 거기 어딘가에 떠린이 빛을 타고 가는 모습이 보였다. 떠린은 신이 난 듯한 모습으로 빛을 타고 어딘가로 내려가고 있었다. 연망은 떠린을 크게 외쳐 불러 보았으나, 떠린은 듣지 못하는 듯 했다. 연망은 이 햇살이 어디까지 이어져 있는지 궁금했다. 누구한테 물어볼 길은 없었지만, 연망은 분명 이 햇살이 살링과 떠른과 별른이 있는 곳으로 데려다 줄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이미, 떠린은 보았으니, 살링과 떠른이 있는 곳으로 갈 거다, 라는 확신이 들었다. 연망은 다시 떠린이 간 곳을 바라보았다. 거기 파란 빛의 길이 길게 나 있었다. 그러나 그 빛은 조금 후에 조금씩 짧아지더니, 아예 사라져 버렸다. 떠린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연망은 떠린이 어딘가로 갔을까 궁금했다. 그러나 연망을 태운 햇살은 떠린의 행방지에 대한 궁금증을 알려주지 않았다. 연망의 햇살은 자꾸만 어딘가로 향해 계속 나아갔다. 연망은 이 햇살을 멈출 수가 없었다. 멈추지 않는 햇살은 앞에서 오는 초록빛과 맞닿았다. 초록빛이 햇살을 마중나와서, 초록빛과 햇살은 하나로 되었다. 초록빛의 햇살이 연망이 가는 길을 밝혔다. 위로만 향해 가던 햇살은 초록빛을 만다더니, 가는 방향을 바꾸었다. 연망은 이 초록빛의 햇살을 어떻게 조종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고, 누구한테 물어볼 수도 없었다. 그냥, 초록빛의 햇살이 나아가는 방향으로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연망은 앞을 바라보았다. 저 멀리 망망대해가 펼쳐졌다. 그리고 거기 기계 같은 것이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전기로봇 같았다. 저 멀리 보이는 전기로봇 같은 것은 움직임에 절도가 있었다. 전기로봇 같은 것은 하나가 아닌 수백 대는 되는 것 같았고, 그 절도 있는 움직임은 질서가 있었다. 그 전기로봇 같은 것들이 고정적인 줄간격으로 모두 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 방향에 뭐가 있는지, 모두 힘차게 앞으로 나아갔다. 연망은 그들이 나아가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 방향에 또다른 전기로봇 같은 무리들이 있었다. 그 쪽의 무리들도 고정간격으로 이쪽에 있는 전기로봇 같은 곳이 있는 곳으로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두 무리간의 사이가 점점 좁혀졌다. 연망은 그곳을 계속 바라보았다. 그들이 서로 뒤엉켰다. 어떤 건 쓰러지고, 어떤 건 뒤집혀졌다. 연망은 그곳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살링과 떠린과 별른을 찾으려면 그곳에 들어가야 했다. 연망은 그러다가 아차, 싶었다. 내가 왜 여기 있는 거지? 내가 왜 살링과 떠린과 별른을 찾으러 온 거지? 난, 시합에 뛰어야 하고, 살링과 떠른과 별른이 빨리 오는 것을 막아야 하는데. 왜, 내가 살링과 떠린과 별른을 찾는 거지? 연망은 이해 못하는 이 상황들이 몹시 당황스러웠다. 초록빛의 햇살이 연망을 데려다 주었다. 그런데, 하필… 전기로봇 같은 곳이 싸우고 있는 곳의 한가운데로 향하고 있었다. 연망은 초록빛의 햇살에게 통사정을 하기 시작했다. 얘들아, 얘들아, 제발 저리로는 데려가지 말아줘. 왜 하필 저기니? 제발, 다른 데로 데려다줘! 그러나 초록빛의 햇살은 연망의 말을 듣지 못하는 듯 했다. 초록빛의 햇살은 연망의 말을 무시하고 엉켜 쓰러지고 있는 그 지점으로 연망을 데려다놓았다. 연망이 전기로봇 같은 곳이 있는 곳의 한가운데에 놓여졌다. 서로 뒤엉켰던 전기로봇 같은 것들의 움직임이 멈췄다.
“야, 너 뭐야?”
“저, 저, 그러니까…”
“야, 너 뭔데, 거기서 버팅기고 있어? 너 어느 쪽 사람이야?”
“저, 저는 연못팀인데요?”
“연못팀? 그게 뭐하는 팀인데?”
“그냥, 운동하는 팀이요!”
“야, 너 죽고 싶지 않으면 빨리 꺼져!”
“죽고는 싶지 않은데, 꺼질 수가 없어요. 제 맘대로 온 게 아니라서!”
“아참, 쟤 저기 어떻게 왔어?”
“그러게? 어떻게 왔지?”
“저, 초록빛의 햇살을 타고 왔는데요?”
“야, 너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고 빨리 꺼져! 너 몇 살이야?”
“열 여덟살인데요?”
“야, 어린애잖아. 빨리 안 꺼져! 다친다!”
“저, 너도 꺼지고 싶은데요, 그게 저도 어떻게 꺼져야 하는지를 몰라서.”
“아, 쟤 때문에 미치겠네.”
“저기, 로봇님들이신가요?”
“우리가 왜 로봇이야? 우리 사람이야!”
“사람이 뭐에요?”
“너, 사람이 뭔지 몰라? 어디서 왔어?”
“숭어시에서요”
“숭어시는 또 어디야?”
“숭어시 모르세요?”
“야, 쟤 미친 앤가 보다. 우리 이동!”
“로봇님들, 어디 가세요?”
“야, 우리 로봇 아니라니까!”
“사람님들, 어디 가세요? 저를 다시 빛에 태워주서야죠!”
“야, 너 자꾸 헷소리하지 말고, 우리 하는 거 방해하지 마!”
“사람님들, 저 좀 빛에 태워다 주세요!”
“야,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저리 좀 꺼져!”
“저, 어디로요?”
“비키라고!”
사람들의 소리에 연망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렇게 크게 낸 소리를 들어 본 적이 없었다. 분명, 그들은 연망에게 안 좋은 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연망은 그들의 말대로 비킬 공간이 있는지 둘러보았다. 연망이 살짝 옆으로 이동했다. 그러자, 전기로봇 같은 것들은 다시 엉키기 시작했다. 연망은 옆으로 계속 이동했다. 그들은 엉켜서 쓰러지기도 하고, 정신을 잃기도 했다. 연망은 그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왜 서로 치고박고 싸우는지. 연망은 여기 있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 연망을 태운 초록빛의 햇살은 어디론가 사라졌고, 연망은 길을 몰랐다. 그저, 그들 싸움의 한복판에서 벗어날 길을 찾아야만 했다. 연망이 계속 옆으로 이동했고, 드디어 전기로봇 같은 사람들의 싸움터에서 벗어났다. 그곳에 바다 같은 곳이 있었으나, 바다는 아니었다. 연망은 그 넓은 바다 같은 곳을 바라보았다. 그 바다 같은 곳에 은빛 물결이 출렁이고 있었다. 은빛 물결 사이로 하늘의 구름이 떠나니는 것도 보였다. 연망은 그 구름을 바라보며, 자신에게 길을 알려주기를 청했다. 초록빛의 햇살이 연망을 데려다놓았다면, 이 바다 같은 곳에 비춘 구름이 길을 알려줄 것만 같았다. 연망이 한참을 바라보며 청하자, 바다 같은 곳에 비춘 구름이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11. 연못팀
연망6이 연망들이 사라진 자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연망2, 연망3, 연망4, 연망5, 연망까지도 사라졌다. 연망6은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때, 하늘에서 노란 빛이 내려와 연망6을 비추었다. 연망6은 그 노란 빛을 바라보았다. 그 노란 빛의 사이사이로 연망들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다. 노란 빛은 물줄기 같은 모양을 내더니, 연망6에게로 점점 더 다가왔다. 그 노란빛은 너무도 가늘어서 빛인지 실인지 구분하기가 어려웠다. 연망6은 그 노란 빛줄기에 손을 갖다 대어 보았다. 그러자 그 노란 빛이 넓게 넓게 퍼졌다. 넓게 넓게 퍼진 사이로 연망2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니, 연망2, 거기 있었어?”
“나, 계속 여기 있었는데?”
“그럼, 그냥 모습이 안 보인 거였어?”
“무슨 소리야, 감독?”
“연망2, 내 눈에는 네가 안 보였어.”
“잠깐…”
연망2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들 어디 갔어?”
“다른 연망들도 이렇게 안 보이는 거 아니야?”
“그런 거야?”
“한번 해보고”
“뭘?”
연망6이 퍼진 노란 빛줄기에 손을 또 갖다 대었다. 그러나 노란 빛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연망2, 안 되는데?”
“어떻게 했는데?”
“아까 가느다란 노란빛에 손을 대었더니, 빛이 퍼져서 연망2가 보인 건데?”
“그래?”
“우리 어떻게 하지?”
“잠깐 기다려 봐”
“왜?”
연망2가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움직였다.
“나 계속 보여?”
“안 보여!”
“응? 안 보여?”
“어디로 갔어?”
“이제 알았다”
“뭘?”
“우린 공 때문에 안 보이게 된 거야. 여기 어딘가 다 있어!”
“응?”
“연망3, 연망4, 연망5! 있으면 대답해봐!”
연망2가 크게 연망들을 불렀으나, 연망들은 대답하지 않았다.
“연망3, 연망4, 연망5! 왜 대답이 없어?”
“연망2, 어디 있어? 빛으로 들어와!”
“나 정말 안 보여? 어떻게 빛 속에만 머물러서 계속 있어? 나 가야겠어!”
“어디로?”
“다른 빛이 있으면 그 빛을 따라…”
“연망2, 연망2?”
연망2가 더 이상 대답을 하지 않았다. 연망6은 대답이 없는 연망2를 부르는 대신, 노란빛으로 들어가 보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연망6은 노란빛에 비친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손이 보이지 않았다. 연망6은 자신의 발도 바라보았다. 역시 보이지 않았다. 자신의 몸이 보이지 않았다. 연망6은 노란빛에서 나오려고 했다. 그러나, 노란빛은 연망6을 가두었다. 단단한 것이 연망6을 노란빛에서 나가려는 것을 막고 있었다. 연망6은 꼼짝없이 이 노란빛 안에 있어야만 했다. 그리고 노란빛은 거기서 보았다. 연망3과 연망4와 연망5가 연망2와 함께 어디론가 나가는 것을. 연망2와 연망3과 연망4와 연망5는 연망6을 쳐다보지 않았다. 연망6이 그들을 불렀으나, 그들은 대답하지 않았다. 연망2와 연망3과 연망4와 연망6은 그저 나가는 길을 무심한 듯 걸어나갔다. 연망6은 이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몹시도 두려웠다. 연망6은 연망2, 연망3, 연망4, 연망5를 더욱 더 크게 불러 보았다. 목이 타도록. 연망5가 연망6을 돌아보는 것이 보였다. 쳐다보는 연망5의 뒤로 연망2가 뭐라고 하는 소리가 들렸다. 연망5는 연망2를 쳐다보더니, 감독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것인지, 그냥 갈 길을 갔다. 그들이 어디로 가는지 몰랐지만, 연망6은 이 상황이 몹시도 두려웠다. 연망6은 어디로도 갈 수가 없었고, 자신의 몸의 모습이 서서히 사라져가는 것을 바라보아야만 했다. 연망6을 가둔 노란빛은 전혀 사라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12. 살링과 별른
보랏빛이 살링과 별른이 가는 길을 밝혔다. 살링과 별른의 앞에 전기로봇 같은 것이 보였다.
“살링, 저게 전기로봇이야? 뭐 이렇게 많아?”
“맞아, 저것들이 전기로봇이야. 저 전기로봇들을 데려가면, 연망을 망하게 할 수 있어!”
“근데, 저렇게 많은데 어떤 전기로봇을 데려가야 되는 거지?”
“나한테 방법이 있어!”
“어떤 방법?”
살링은 주머니에서 커다란 공을 꺼내서, 서브를 했다. 공은 전기로봇 같은 것의 머리로 향해 나아갔다. 전기로봇 같은 것은 공이 날아오는 것을 보고, 자신이 갖고 있는 쇳덩어리를 들었다. 쇳덩어리는 살링이 서브를 날린 공을 반토막 내버렸다. 사링이 당황했다.
“살링, 저게 뭐야?”
“그, 그러게? 저, 저게 뭐야?”
“살링, 저거 전기로봇 맞아? 왜 이렇게 무섭게 생겼어?”
“그게, 그 그러니까…”
보랏빛이 살링과 별른을 전기로봇 같은 곳이 있는 곳을 향해 나아갔다. 살링과 별른은 어쩔 수 없이 그 보랏빛이 가는 대로 가야 했다.
“살링, 우리 이제 어떡하지?”
“나, 나도 몰라…”
보랏빛은 전기로봇 같은 곳이 있는 곳으로 살링과 별른을 내려다 놓았다. 그 중의 한 전기로봇 같은 것이 말했다.
“너희가, 이 공을 던졌냐?”
“그, 그게…”
살링이 당황해서 말을 하자, 전기로봇 같은 곳은 더욱 더 살링을 윽박질렀다.
“어디서 온 첩자냐?”
“그게 아니라, 저, 저희는 도움이 필요해서…”
“도움이 필요한데, 공격을 하느냐?”
“공격한 게 아니라, 도움이 필요해서, 도움이 필요하다는 표시를…”
“이것들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구나!”
살링은 어찌해야 될지 몰라, 당황했는데, 그때 별른이 어디선가 날아오는 공을 받아 쳐냈다.
“저 공은 또 뭐야?”
“대장, 아무래도 이 부근에 수상한 자들이 많이 잠복해 있는 듯 합니다.”
“그런가, 이 놈들이 어디 간 거야?”
전기로봇 같은 것들이 주변을 둘러보자, 살링과 별른이 공을 타고 날아가고 있었다.
“아, 아니, 저것들 뭐야? 어떻게 된 거야? 날라다니는 사람이 있어?”
“그러게요, 대장님, 뭔가 이상합니다.”
“아무래도 안 되겠군. 수색을 강화하게”
“알겠습니다. 대장님”
살링과 별른을 태운 공은 저 멀리 물결이 비추는 곳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우리 대체 어디로 가는 거야?”
“그러게, 어디로 가는 거지?”
“저기 누가 있는데?”
살링과 별른은 물결이 비추는 곳을 바라보는 누군가에게 향했다. 거기 연망이 있었다. 연망은 살링과 별른이 날아오는 것을 바라보았다. 살링과 별른의 연망의 앞에서 멈춰섰고, 공은 어디론가 또 날아갔다.
“연망, 어떻게 된 거야?”
“살링, 별른, 여긴 어떻게 왔어?”
“우린 빛을 타고 왔는데… 이 공, 네가 던진 거 아니야?”
“무슨 소리야?”
“공이 우리를 구해줬는데?”
“공이? 그럼, 누군가 구해주는 숭어가 있었겠지!”
“그런가? 누구지?”
“모르지!”
“근데, 연망 여기서 뭐해? 여긴 어떻게 왔고?”
“나도 몰라,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고, 내가 왜 여기 있는지 그것도 모르겠어!”
“그럼, 그냥 여기 물끄러미 있었던 거야”
“맞아, 어딜 가야 할지 몰라서!”
“그렇구나!”
“근데?”
“연망, 왜?”
“왜 나를 버리고 떠났어?”
“응? 왜 버리고 떠났냐고? 그, 그게…”
“살링, 연망, 그보다 우리 이제 어떡하지?”
“그러게, 우리 어떡하지”
“여기서부터 어떻게 길을 가야 돼, 알고 있어?”
“아니, 모르지. 전기로봇은 무섭기만 해서, 못 데려가겠어.”
“저기 있는 저 사람들이 전기로봇이야?”
“사람이래?”
“사람이라던데?”
“전기로봇인데?”
“아뭏든, 무서워서 피했어.”
“연망도?”
“우리도 무서워서 어떻게 해야 고민했는데, 공이 구해줬어.”
“아, 그렇게 된 거구나.”
“우리 저기로 가 보자.”
“어디로?”
“이 물결이 비추는 어딘가로…”
물결이 비추는 어딘가에 푸른 숲의 나무들이 들어차 있었다. 그 나무들은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면서 하늘을 가리고 있었고, 하늘을 가린 잎들로 숲이 무성해져 있었다. 물결에 비춘 하늘과 물결에 비친 푸른 숲을 보니, 연망도 그 길을 걷고 싶었다.
“살링, 별른, 우리 이 숲으로 들어가 보자. 다들, 우리를 찾고 있을지도 모르잖아.”
“누가?”
“감독과 떠린이.”
“그럴까?”
“그래, 가보자.”
“그런데, 살링, 별른, 왜 나를 버렸어?”
“연망, 그, 그게, 버린 게 아니고… 우린 그냥 여행이 하고 싶었을 뿐이야…”
“그래?”
“응, 그, 그래, 살링의 말이 맞아. 우린 그냥 여행이 하고 싶었을 뿐이야…”
물결에 비춘 하늘에서 하얀 구름이 흩날리고 있었고, 푸른 숲의 잎들이 바람결에 살랑이고 있었다. 살링과 별른과 연망은 그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13. 연망들
연망 2가 연망3을 바라보았다. 저기 어딘가에서 연망6이 소리치는 소리가 들렸지만, 연망2는 연망2는 연망6의 말이 신경쓰이지 않았다. 한줄기 하얀 빛이 연망2의 앞에 있었기 때문이다. 연망2는 그 빛을 따라가기로 했다. 그 빛 안에 연망 3과 연망4, 연망5가 있었다. 연망2는 연망6이 있는 노란빛을 흘낏 쳐다보았다. 연망6이 움직이지 못하는 것 같았다. 연망2는 신경을 쓰지 않기로 했다. 연망2가 연망3에게 뭐하고 있느냐고 묻자, 연망3은 그제서야 정신이 든 듯, 연망2를 바라보았다.
“연망2, 우리 여기서 뭐하고 있었던 거야?”
“뭐하고 있었는지 기억 안 나?”
“우리, 뭐하고 있었지? 저 노란빛에 있는 저것은 누구야?”
“연망6, 몰라?”
“글세, 모르겠는데?”
“연망3, 연망4를 찾아보자”
“연망4도 있어?”
“연망5도 있어”
“아, 어디 있지?”
“연망 2, 일단 그 빛에서 나와 봐”
“나갈 수가 없는데?”
“어, 그래?”
“네가 들어와 봐”
“그래, 내가 들어갈게”
연망2가 연망3이 있는 빛이 있는 곳으로 주저하지 않고 들어왔다. 하얀 빛은 연망2가 들어오자, 주변으로 빛을 퍼뜨리기 시작했다. 하얀 빛이 점점 넓어지더니, 연망6이 있는 노란 빛을 침범했다. 연망2의 눈에서 노란 빛이 점점 사라졌다. 연망 2는 연망3에게 이 빛이 넓어졌으니, 우리가 갈 수 있는 범위가 넓어졌을 거라고 말했다. 연망3이 넓어진 빛을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연망2가 연망3이 움직일 때마다 하얀 빛은 점점 더 넓어지기 시작했다. 넓어진 빛의 어딘가에서 연망4가 나타났다.
“연망4!”
“어떻게 된 거지?”
“연망5는?”
“넌, 연망3이지? 연망2는 어딨어?”
“나, 여기!”
“연망5는 몰라. 그런데, 또 누군가 있었던 거 같은데?”
“연망6이 있는데?”
“연망6은 누구야?”
모두들 연망6을 모르는 듯했다. 연망2는 이 상황이 참 난감했다.
“연망4, 우리 연망6을 찾아보자”
빛은 점점 더 퍼졌다. 연망2, 연망3, 연망4는 활동의 범위를 넓혔다. 빛이 넓어지자, 연망5도 모습을 드러냈다.
“연망5다!”
“나, 연망5야?”
“이름도 까먹었네”
“너희들은 누구야?”
“난, 연망2”
“난, 연망3”
“난, 연망4”
“아, 기억난다. 그런데, 누군가 또 있었던 거 같은데?”
“연망… 연망…”
연망2가 말을 머뭇거렸다.
“연망2, 왜?”
“누군가 더 없는 거 같은데?”
연망2가 더 없는 거 같다고 말을 하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더 없는 게 맞지?”
“그런 거 같아. 그런데, 우리 이 빛이…”
“저기 문이 있다. 저기로 나가자…”
연망들이 하얀 빛의 어딘가로 향해 나아갔다. 그곳에 하얀 빛이 줄기로 나 있었다. 거기에 하얀 문을 비추는 하얀 문이 있었다. 연망들은 그 문을 열었다. 누군가 그들을 부르는 것 같아서 연망5가 돌아보았으나, 연망2가 빨리 나가자고 큰 소리로 연망5를 불렀다. 연망들은 문 너머 어딘가로 사라졌다.
14. 연망은?
살링과 별른이 물결에 비춘 하늘에서 하얀 구름이 흩날리는 것을 바라보았다. 여망은 푸른 숲의 잎들이 바람결에 살랑이고 있는 것을 바라보았다. 길을 걷는 어딘가에선 누군가가 꼭 나타날 것만 같았던 연망이었지만, 아무도 나타나지는 않았다. 살링이 드디어 말을 꺼냈다.
“날씨도 너무 좋은데, 우리 도대체 어디로 가야 하는 거야?”
“글세, 살링. 연망이 가는 대로 따라 가면 되지 않을까?”
“왜 나한테 그래? 살링과 별른이 모르는 길을 내가 어떻게 알아?”
“연망이 모르면 우리도 모르지”
“살링, 너도 정말 몰라?”
“나도 모르지. 근데, 전기로봇들이 내 말을 안 듣네!”
“전기로봇은 왜 이렇게 무섭지?”
“별른, 원래 전기로봇은 우리들의 말을 듣게 되어 있는데, 저것들은 분명 변이가 된 게 분명해. 뭔가 잘못된 거 같긴 한데, 아, 어떡하지?”
“살링, 연망이 듣고 있어!”
“아차차!”
“뭐야, 너네들, 분명 날 버린 이유가 있지?”
“연망, 근데, 너 여기 왜 온 거야?”
“나? 나도 모르겠는데, 어쩌다 보니… 원래 오려던 거는 아니었어.”
“어떻게 왔는데?”
“빛을 타고”
“그래? 빛을 탔어? 우리랑 똑같네.”
“그래, 빛을 탔어”
“잠깐만, 저기 저 빛이?”
“왜 노란빛이 보이지?”
“노란빛이 꽤 길게 나 있네?”
살링과 별른과 연망의 앞에 길게길게 노란빛이 이어져 있었다. 그 빛은 숲의 어딘가로 향해 있었다. 그 노란빛이 어쩌면, 살링과 별른과 연망을 안내해 줄 것도 같았다. 그때, 어딘가에서 애타게 무엇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연망2, 연망2?”
그것은 연망6의 목소리였다. 연못팀의 감독이자 심판이 연망들을 부른 소리가 들려왔다.
“연망, 왜?”
“저 소리 들려?”
“무슨 소리?”
“연망들을 부르는 소리?”
“개가 짖는 소리?”
“개가 짖는 소리라니? 연망2, 연망2를 계속 부르는데?”
“개 짖는 소리밖에 안 들리는데?”
연망은 조금 더 귀를 기울여 보았다. 소리는 더욱 더 또렷해졌다
“연망3, 연망3?”
“연망4, 연망4?”
“연망5, 연망5?”
연망은 별른에게 다시 물어 보았다.
“저 말소리 정말 안 들려?”
“개 짖는 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어. 우리 다른 곳으로 가자. 저기 불길하다.”
“그래, 다른 곳으로 가자. 연망, 방향 바꿔”
“아, 아닌데, 저건…”
“연망, 잘못 들은 거겠지. 혼자 저리로 가려면 가고! 우린 다른 곳으로 갈 테니까.”
연망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연망2, 연망3, 연망4, 연망5”
그 소리가 점점 더 커졌고, 너무도 애처로왔다. 연망6이자 감독이자 심판인 연망6의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다.
“연망, 연망, 연망!”
연망의 귀에 연망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연망, 왜 그래?”
“너희끼리 가, 나 저기로 가야겠어!”
“그래? 개가 짖는데도?”
“개 아니야, 저기로 가야 돼!”
“그래, 알았어. 우리 여기서 갈라지자.”
“그래!”
연망이 노란빛이 있는 곳을 향해 나아갔다. 그 나아감은 연망의 평소 행동과는 조금 달랐다. 살링과 별른은 연망이 너무도 씩씩하게 걸어나가서 조금 놀랐다.
“살링, 쟤 갑자기 왜 이렇게 자신감이 생겼지?”
“그러게, 연망이 갑자기 왜 저래?”
“평소의 연망답지 않아!”
“그러네!”
“살링, 나 아무래도 연망을 따라가야겠어.”
“응? 연망을? 나는?”
“넌 혼자 가!”
“아니, 날 버리고 연망한테 가겠다고?”
“그래, 그게 좋겠어! 아무래도 연망이 더 안심돼!”
“음… 그래, 후회하지 않을 거지?”
“그래, 후회하지 않아. 연망을 따라갈게”
“그럼, 나 혼자서 전기로봇을 데리고 와서 연망을 어떻게 해도 신경 안 쓰는 거지?”
“나한테만 못되게 안 굴면 돼!”
“그건 걱정 마. 연망한테 간다고 해서 연망편 들기 없기다?”
“그래, 우리는 여기서 갈라지자. 난 연망을 따라갈게”
“그래, 난 다른 곳으로 가지!”
“그래, 그러자”
별른은 연망이 간 길을 뒤쫓아가기 시작했다. 살링은 우두커니 서서, 별른이 간 길을 바라보았다. 별른이 간 길 옆으로 갈색 빛이 내려왔다. 갈색 빛은 물결 너머 어딘가로 이어졌다. 갈색빛을 타고 가면 이 물결 너머 어딘가로 가서 말 잘 듣는 전기로봇을 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살링은 갈색빛을 향하여 한 걸음을 내딛었다. 별른이 없는 이 걸음이 너무도 무거웠지만, 이 무거움은 스스로 감당해야 할 몫이었다. 그 감당의 무게는 무겁지만, 그래도 전기로봇은 꼭 구해야만 했다. 불길한 예감이 안에서 사라지고 있었다. 갈색빛이 살링은 자신이 가야 할 길이라고 여겼다. 그 갈색빛이 살링에게는 너무도 아름답고 멋져 보였다. 살링은 마음의 무게를 덜기 위해, 갈색빛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갈색빛이 살링을 집어삼켰다. 갈색의 회오리가 살링을 몰고 어딘가로 달려가기기 시작했다. 살링에게서 사라졌던 두려움이 다시 떠오르기 시작했다.
15. 떠린과 연망
연망이 노란빛을 향해 나아갔고 별른이 그 뒤를 따라갔다. 별른은 살링이 갈색 회오리에 휩싸여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 연망은 별른이 뒤따라오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노란빛을 향해서 나아가기만 했다. 노란빛에서 나오는 연망6의 목소리가 연망의 귀에는 또렷이 들려왔다. 그러나 별른의 귀에는 그저 개가 짖는 소리가 들릴 뿐이었다. 연망은 노란빛이 길게 쭈욱 뻗어 있는 사이에 있는 커다란 나무 하나를 발견했다. 그 나무의 이파리는 파랗고 둥근 모양이었다. 그 파랑고 둥근 모양의 한 잎에 연망6이 들어 있었다. 연망은 나뭇잎에 들어있는 연망6을 바라보며 연망6에게 말을 걸어 보았다.
“연망6, 나 연망이야. 내 말 들려?”
그러나 연망6은 대답하지 않았다. 연망은 연망6이 들어있는 잎을 땄다. 그리고 손바닥에 올려놓았다. 연망을 따라오던 별른이 연망 가까이에 다가섰다. 연망은 별른을 올려다보았다.
“어, 여기 왜 있어?”
“너 따라왔어!”
“나? 살링하고 같이 간 게 아니고?”
“네가 더 안심돼서”
“내가?”
“응”
“왜?”
“그나저나, 그 나뭇잎은 뭐야?”
“연망6이 여기 있어!”
“연망6은 누군데?”
“그게… 그러니까… 그냥, 있어…”
“그래? 너 우리 몰래 뭔가 했지?”
“아니야, 그런 거!”
“아니야, 너 말을 못하는 걸 보면 뭔가 안 좋은 일을 꾸미고 있어”
“그게 아니라…”
“그럼 뭔데?”
“나 때문에 연못팀이 생겼어”
“뭐, 그럼 너, 우리 팀에서 나갔단 소리야?”
“그게, 그렇게 됐는데, 다시 돌아가고 싶어서”
“그래?”
“그래… 그런데, 돌아갈 수가 없어서, 이렇게 된 거야!”
“그래?”
그때 하늘의 구름들이 갑자기 연망과 별른이 있는 곳으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구름은 하얀 줄기를 이루더니, 하얀 빛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그 빛의 어딘가에서 초록빛과 노란빛, 보랏빛이 합쳐져 있었다.
“연망, 저거 뭐지?”
“응? 저 빛은?”
“저기 갈색빛도 있네?”
그때 어디선가, 휘잉 뭔가 날아오는 소리가 들리더니, 꺄아악, 하는 소리가 들렸다.
“어?”
“연망, 왜?”
“떠린이야”
“떠린?”
별른이 하얀 구름빛이 내려오는 줄기를 바라보자, 거기서 떠린이 웃음 가득한 모습으로 구름빛을 타고 있었다.
“떠린?”
연망이 크게 떠린을 불렀다.
“떠린?”
“아, 연망이구나! 연망, 나 구름 타고 있어!”
“떠린, 어떻게 된 거야?”
“여기, 왜 이렇게 신나? 나 여기서 살고 싶어!”
“여기서 어떻게 살려고?”
“여기, 너무 신나! 어, 별른도 있네? 다들 여기 와서 이걸 타 봐! 너무 신나!”
떠린은 별른과 연망에게 그저 타보라고만 할 뿐, 구름타기에 열중하고 있었다. 떠린이 타고 있는 어딘가에 갈색구름이 합쳐지고 있었고, 갈색빛은 노란빛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16. 빛들이 있었다
연망은 손에 올려놓은 나뭇잎의 연망6을 바라보았다. 연망6이 연망을 알아보는 것 같았다. 연망6의 목소리가 널리 퍼졌다.
“연망, 연망2, 연망3, 연망4, 연망5!”
나뭇잎의 목소리가 널리 퍼져 하늘의 빛에게 전달되는 것 같았다. 연망은 하늘을 쳐다보았다. 갈색빛에는 살링이 구름빛에는 떠린이 푸른빛에는 연망2, 연망3, 연망4, 연망5가, 그리고 노란빛에는 연망6이 있었고 그리고 저기 어딘가에서 떠오는 새들의 빛에는 연망의 진짜 감독이 누워 있었다. 연망은 별른을 바라보았다. 별른의 빛은 무지개색이었다. 다양한 색깔들이 별른을 비추고 있었다. 별른은 연망을 바라보며 말했다.
“연망, 우리 모두 모인 거 같아.”
“어, 그렇네?”
“우리는 빛으로 모여들었어”
“그래, 그랬어. 빛으로 모였어”
“우리, 저 길을 갈까?”
“그래, 그럼 같이 가도 되는 거야?”
“그래, 우리 같이 저 길을 가자.”
“빛이 너무 아름답네”
“그렇지? 우리 다 같이 저 길을 가면 되는 거야.”
“그래, 별른, 우리 모두를 불러보자. 다 들리겠지?”
“그래!”
“살링, 떠른, 별른, 감독, 연망2, 연망3, 연망4, 연망5, 연망6”
“그리고 연망!”
그러자 하늘에서 그들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연망! 별른! 너희들도 올라와! 우리 너무 신나!”
하늘의 무지개빛이 구름을 타고 연망과 별른을 향해 내려오고 있었다. 연망은 별른에게 말했다.
“별른, 우리 다시 시작하자!”
“그래, 우리 다시 할 수 있어!”
연망과 별른이 무지개빛의 구름을 향해 뛰어올랐다. 무지개빛의 구름도 펄쩍펄쩍 뛰고 있었고, 감독이 연못의 감독이자 심판인 연망6을 향해 소리쳤다.
“거기 심판, 이번엔 우리 편 해야 돼! 그래야, 너희가 이길 수 있는 룰이다!”
구름이 무지개빛을 감싸더니, 감독들을 향해 나아갔다. 감독들의 선수들이 모두들 깔깔대고 웃기 시작했다. 무지개빛 구름은 모두 맑음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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