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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김동하 기자 dhkim@kookje.co.kr |
- 신도가 원하는 말만 들려주는
- 개신교 세속화 신랄한 비판
"우리나라에 좋은 교회, 좋은 목회자들 참 많습니다. 하지만 일부 대형 교회는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 성경을 왜곡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산 동래구 온천동 한 작은 교회의 목사가 주류 개신교 사회에 도전장을 던졌다. 주인공은 박남훈(58) 목사. 그가 최근 펴낸 책 '여호야김 왕의 면도칼(도서출판 세컨리폼·1만3000원)'은 주류 개신교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이를 위해 책에 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의 이름을 적었다. 성경 예레미야 36장에 나오는 여호야김 왕은 하나님의 말씀이 기록된 두루마리를 면도칼로 베어 불에 던진 인물이다. 박 목사는 여호야김 왕의 이러한 오만방자한 모습이 우리 시대 설교자들의 모습에도 나타난다고 지적한다.
그가 쓴 책은 특이하다. 일반적으로 주류 개신교를 비판하기 위해 쓰이는 사회적, 법리적 접근을 버렸다. 대신, 성경 그 자체에 집중한다. 박 목사는 대형 교회를 위시한 한국 개신교는 이미 성경을 왜곡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한다. 성경의 왜곡. 무서운 말이다. 박 목사는 "그들이 성경을 왜곡하는 방식은 신도들이 원하는 말만 들려주는 방식입니다. 성경에 있는 수많은 말 중에서 신도들에게 쓴소리가 될 말은 아예 하지 않습니다. 결국, 성경이 편집되고 왜곡됩니다"라고 강조한다.
듣고 싶은 말만 해주는 교회는 그 본연의 가치를 상실하게 마련이다. 박 목사는 한국 일부 교회는 그 본연의 역할을 잃어가고 있다고 꼬집는다.
"달콤한 말만 해주는 행위는 일종의 마케팅입니다. 결국, 성경이 중심이 아니라, 소비자(교인)들이 중심이 됩니다. 교회의 역할은 인간의 욕망을 제어하고, 윤리적인 삶으로 이끄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기독교 일부는 오히려 사람들의 욕망을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마치 연가시(곤충 등을 숙주로 하는 기생충)처럼 교계에 파고들고 있습니다. 조용기 목사의 '삼박자 축복'과 '오중 복음'이 대표적입니다. 삼박자 축복과 오중 복음은 믿음으로 인해 세속적인 부분에서 성공을 가져올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성경적으로 (세속적)축복은 절대로 복음일 수 없습니다."
박 목사는 이런 자신의 철학을 지키려고 교인들에게도 자주 쓴소리를 한다. 교회법에 따라 교인들을 '치리(교회법에 따라 처벌하는 것)'하기도 한다. 최근에도 성경적 가치를 무시하는 교인을 견책했다. 그 때문에 교인을 한 명 잃었지만, 박 목사는 자신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다고 믿는다. 성경적 가치를 따른 행동이기 때문이다.
"죄를 짓고 주일에 기도만 하면 천국 갈 수 있다는 안일한 생각.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박 목사는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영문학도로 시작된 그의 대학 생활은 국문학과 대학원으로 이어진다. 대학교수 자리를 소개받은 그는 교수 임용 직전에 실패의 쓴맛을 보게 되고, 뜬금없이 고신대 신학대학원으로 진학한다. 이때 그의 나이 39세였다.
박 목사는 '세컨리폼'이라는 작은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다. 자신의 책을 내주는 곳이 없었기 때문에 스스로 출판사를 만들었다. '세컨리폼'은 '두 번째 종교개혁'이라는 뜻이다. 마르틴 루터의 종교 개혁이 첫 번째였다면, 한국 교회의 혁신을 가져오고 싶다는 뜻이다.
"앞으로 교계 내부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책을 계속 낼 생각입니다. 한국 교회 세속화에 근본적인 비판과 성찰을 가져오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