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스터가 떠나네
우울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지 마 오랜 동안 고마웠었어 나를 키워줘서 고맙다고 해야 하지만, 그런 말 차마 할 수 없어 나를 보면서 당신은 당신의 마음에 위안을 얻고 나를 만지면서 당신은 혼자라는 외로움을 달래고 있지 그런 속마음 때로는 역겹다고 느끼면서도 내게 먹이를 주고 내가 잘 수 있는 톱밥을 깔아주는 당신이기에 참을 수 있었어애 많이 썼어 그래 그건 나도 알지 당신은 내가 살 수 있게 해주는 대신 나는 당신에게 위안을 주었지 아주 적절한 관계야 때로는 내가 당신을 위한 재롱을 피우기도 했지 그러면 당신은 달콤한 해바라기 씨를 던져주거나 입에 물려주었지 나는 달콤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더 얻기 위해서 더 많은 재롱을 당신에게 선물해 주었지 선물에 약한 당신이야사탕발림에 약한 나이기도 하지 당신은 저 멀리서 나를 내려다 보면서 웃기도 하지만 너무 써. 너무 써서 내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미소지 나는 그런 당신을 뚫어지게 바라보면서 이 울타리를 언제쯤 벗어날까 하는 생각을 했지 담벼락은 너무 높고 미끄러워서 올라갈 수 없었어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는 그저 당신이 주는 밥을 먹고 당신이 주는 물을 먹고 당신에게 재롱을 보이는 것 뿐 내가 살기 위해 어쩔 수가 없었네
나를 버리는 네가 고마워 나는 원래 야생의 동물이니까 나는 야생으로 돌아가야 하니까 나는 야생에서 덩치 큰 야생동물의 눈치를 보면서치열하게 생존경쟁을 하면서 사는 그런 나약한 동물이기에 당신의 우울한 눈빛 그건 당신의 지나친 근심이란 거 이제 그만 알아줘 내가 야생으로 돌아가 잡혀먹힐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먹히는 건 순식간이라 나는 그 아픔조차 느끼지 못할 거니까 그러나 나는 잠시라도 자유로웠으므로 그것으로 행복해 할거야 그게 나니까. 그게 나. 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