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로슬로브 볼프는 강요하는 신앙을 “회귀 기능장애”의 한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기독교와 같은 예언자적 종교는 “상승”과 “회귀”라는 중요한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상승은 하나님과 만남으로 나타나고, 회귀는 다시 세상으로 돌아와 하나님의 메시지를 전파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두 지점에서 심각한 기능장애가 발생한다. 상승의 기능장애는 실제로 신을 만나지 못한 채 위장하는 것(기능 축소)과 하나님을 우상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회귀의 기능장애는 신앙의 “나태”와 “강요”라는 두 가지 양상으로 나타난다. 그는 현대사회에서 회귀 기능장애의 두 극단은 맞물려 돌아간다고 진단했다. 즉 신앙의 “나태함을 극복하고자 신앙을 강요하거나, 강요하지 않으려다 나태해진다”는 것이다.
종교적 전체주의자나 기독교 파시스트들이 사회 전면에서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면, 교회와 국가는 다시 하나로 통합하는 길로 갈 수밖에 없다. 그들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사회를 자신들이 믿는 신념체제로 통제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런 신앙은 궁극적으로 권력 지향적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교회와 국가의 분리를 외치면서 성경적 교회의 본질을 회복하려 했던 근원적 종교개혁자들의 외침은 오늘날 다시 울려 퍼질 필요가 있다.
[회중주체적 조직신학], 3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