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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향력과 불신의 역설 - 한국 언론 지형 속 조선일보의 위상
조선일보는 대한민국 언론 지형에서 가장 독특하고 모순적인 위상을 점하고 있다. 동료 언론인들의 평가에서 수년째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와 ‘가장 불신하는 매체’라는 상반된 타이틀을 동시에 차지하는 현상은 조선일보의 사회적 역할을 분석하는 핵심적인 프레임워크를 제공한다. 본 섹션에서는 이 역설을 정의하는 정량적 데이터를 분석하고, 그 배경에 놓인 정성적 비평을 통해 조선일보의 복합적인 정체성을 탐구한다.
1.1 동료 언론인 평가의 정량 분석: 5개년 동향
언론계 내부의 인식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지표인 한국기자협회의 연례 회원 여론조사는 조선일보의 이중적 위상을 수치로 증명한다. 이 조사는 동료 전문가 집단이 조선일보의 영향력을 인정하면서도 그 신뢰성에는 깊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25년 1,871명의 현직 기자를 대상으로 실시된 조사 결과는 지난 5년간 지속된 경향을 재확인했다. 조선일보는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사’ 항목에서 28.1%의 응답률로 1위를 기록했으며, 동시에 ‘가장 불신하는 언론사’ 항목에서도 34.4%로 1위를 차지했다.(참고1)
이러한 수치는 다른 주요 언론사와 비교할 때 그 격차가 더욱 두드러진다. 불신도 항목에서 조선일보(34.4%)는 2위인 MBC(14.6%)의 두 배가 넘는 수치를 기록했다. 반면 영향력 항목에서는 MBC(17.6%)와 연합뉴스(12.7%)를 큰 차이로 앞섰다.(참고1) 조선일보에 대한 불신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로 자리 잡고 있다. 불신도는 2021년 36.7%, 2022년 42.2%, 2023년 43.3%로 꾸준히 높은 수준을 유지해왔다.(참고4) 이는 언론계 내에서 조선일보의 보도 행태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만연해 있음을 시사한다.
흥미로운 점은 ‘가장 신뢰하는 언론사’ 항목에서도 조선일보가 8.1%로 3위를 차지했다는 사실이다.(참고1) 이는 연합뉴스(17.7%)와 MBC(10.0%)에 뒤이은 순위지만, 상당수 언론인이 불신하는 동시에 일부 언론인들은 여전히 신뢰하는 매체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데이터는 조선일보가 언론계 내부에서도 극심한 평가의 양극화를 겪고 있음을 드러낸다.
| 표 1: 주요 언론사별 기자 여론조사 순위 비교 (2023-2025) | |||||||
| 언론사 | 조사 항목 | 2023년 | 2024년 | 2025년 | |||
| 응답률(%) | 순위 | 응답률(%) | 순위 | 응답률(%) | |||
| 조선일보 | 영향력 | 36.6 | 1 | - | - | 28.1 | |
| 불신도 | 43.3 | 1 | - | - | 34.4 | ||
| 신뢰도 | 7.3 | 5 | - | - | 8.1 | ||
| MBC | 영향력 | - | - | - | - | 17.6 | |
| 불신도 | 8.9 | 2 | - | - | 14.6 | ||
| 신뢰도 | 7.5 | 4 | - | - | 10.0 | ||
| 연합뉴스 | 영향력 | 13.3 | 3 | - | - | 12.7 | |
| 불신도 | - | - | - | - | - | ||
| 신뢰도 | 13.9 | 1 | - | - | 17.7 | ||
| KBS | 영향력 | 14.4 | 2 | - | - | 8.9 | |
| 불신도 | - | - | - | - | - | ||
| 신뢰도 | 8.5 | 3 | - | - | 6.6 | ||
| 한겨레 | 영향력 | - | - | - | - | 2.8 | |
| 불신도 | 7.8 | 3 | - | - | 5.3 | ||
| 신뢰도 | 7.2 | 6 | - | - | 6.3 | ||
| 주: 2024년 데이터는 수집된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음. 데이터는 각 연도별 보도자료를 종합하여 재구성함.1 |
이러한 조사 결과는 조선일보의 '영향력'이 대다수 언론인이 공유하는 '신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님을 명백히 보여준다. 오히려 막대한 발행 부수와 오랜 역사를 통해 구축된 의제 설정 능력이 그 영향력의 원천으로 작용한다. 즉, 다른 언론사와 정치 행위자들이 조선일보의 프레임에 반응하고 논쟁하게 만드는 힘이 바로 그 영향력의 실체인 것이다. 동료 기자들이 조선일보의 보도를 신뢰하지 않으면서도 그 파급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이 역설의 핵심이다.
1.2 불신의 정성적 차원: 언론 감시 단체 및 비평 매체의 평가
높은 불신도의 배경에는 수년간 축적된 언론 감시 단체와 비평 매체의 비판이 자리하고 있다. 이들의 평가는 조선일보가 객관적 저널리즘 기관이라기보다는 뚜렷한 정치적 목적을 가진 행위자로 인식되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과 미디어오늘 등은 조선일보의 보수 편향성과 친정부, 친재벌적 논조를 지속적으로 지적해왔다.(참고6) 이들은 조선일보가 특정 정부를 옹호하는 ‘땡윤방송’ 행태를 보이거나 (참고7), 야권의 행동을 ‘운동권 독재’와 같은 프레임으로 규정하며 정치적 공세를 취한다고 비판한다.(참고8)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조선일보를 사실상 ‘가짜뉴스 제조 공장’에 비유하며 그 보도 행태를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참고9)
사실 왜곡 및 의제 설정 문제 또한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쟁점이다. 경기도의 극저신용대출 연체율을 과장 보도했다가 해당 지자체장의 반박을 받은 사례는 데이터를 정치적 서사를 뒷받침하기 위해 왜곡한다는 비판을 뒷받침한다.(참고8) 미디어오늘의 분석에 따르면, 조선일보는 사법부 판결이나 정책 현안에 대해 특정 정치 세력의 입장을 옹호하는 방식으로 개입하며 여론을 호도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참고8)
노동 문제에 대한 시각도 주요 비판 지점이다. 조선일보는 민주노총과 같은 노동조합에 대해 일관되게 적대적인 프레임을 사용하며, 이들을 ‘조폭과 다름없는 폭력 집단’으로 묘사하는 등 혐오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참고10) 이러한 논조는 재벌 등 기득권 세력의 이해와 일치한다는 점에서 그 편향성이 더욱 명확해진다. (참고8)
결국, 동료 언론인들이 보내는 높은 불신은 조선일보가 저널리즘의 원칙인 객관성과 공정성을 지키기보다는, 특정 이념과 정치적 목표를 관철하기 위한 ‘운동’을 하고 있다는 전문직업적 판단의 결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오보나 실수의 문제를 넘어, 언론 기관으로서의 근본적인 역할과 정체성에 대한 회의감이 반영된 것이다. 조선일보가 스스로를 언론이라 칭하지만, 많은 동료들에게는 하나의 거대한 ‘정치적 행위자’로 비치는 현실이 바로 영향력과 불신의 역설을 낳는 근원이다.
2. 신뢰도 평가: 팩트체크, 정정보도, 제재 기록
언론의 신뢰도는 동료 집단의 인식을 넘어, 객관적인 검증 시스템과 공식적인 제재 기록을 통해 구체적으로 측정될 수 있다. 본 섹션에서는 팩트체크 기관의 평가와 언론중재위원회의 시정권고 현황을 통해 조선일보의 보도 정확성과 윤리적 책무 이행 수준을 실증적으로 분석한다.
2.1 팩트체크 생태계에서의 평가
사용자가 요청한 핵심 자료 출처인 서울대학교 언론정보연구소 SNU팩트체크센터의 웹사이트는 연구 기간 동안 접근이 불가능하여, 조선일보 보도에 대한 직접적인 팩트체크 결과 및 빈도를 정량적으로 분석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참고11)
그러나 제한된 정보 속에서도 주목할 만한 사실이 존재한다. 조선일보의 방송 계열사인 TV조선의 보도 코너 ‘따져보니’는 제17회 SNU팩트체크 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다. (참고12) 이는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안의 ‘의제’ 성립 여부를 둘러싼 해석 논쟁을 심도 있게 검증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심사위원회는 “해석의 차이가 존재하는 가운데, 검증 대상의 중요성과 대립되는 주장의 차이를 잘 구분했다”고 평가했다. 이 사례는 조선미디어그룹 내부에 높은 수준의 팩트체크 역량이 존재하며, 이를 통해 대외적인 인정을 받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조선일보 전체의 신뢰도를 단일한 잣대로 평가하기 어렵게 만드는 복합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2.2 언론중재위원회 공식 시정권고 및 제재 기록
언론중재위원회의 ‘시정권고’는 언론 보도가 사실과 다르거나 언론 윤리를 위반했을 때 내려지는 공식적인 조치로, 언론사의 신뢰도를 측정하는 중요한 객관적 지표다. 이 기록을 분석한 결과, 조선일보와 그 계열사들은 국내 언론사 중 가장 빈번하게 시정권고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상반기 동안 조선일보, 조선닷컴, 조선비즈, 스포츠조선 등 조선일보 계열사들은 총 21건의 시정권고를 받아 전체 언론 그룹 중 1위를 기록했다.(참고13) 이는 2022년 한 해 동안 39건으로 최다를 기록한 데 이은 결과로, 시정권고가 일회성이 아닌 반복적인 패턴임을 시사한다. (참고13)
시정권고의 주요 사유는 ‘사생활 침해’(26.7%), ‘차별 금지 위반’(24%), ‘자살 보도 기준 위반’(12.2%) 등이었다. (참고14) 특히 조선일보는 과거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의 신상을 공개하여 시정권고를 받는 등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에서 윤리적 기준을 위반한 사례가 있다. (참고16)
| 표 2: 주요 언론 그룹별 언론중재위원회 시정권고 현황 (2023년 상반기) | ||
| 언론 그룹 | 시정권고 건수 | |
| 조선일보 계열 (조선일보, 조선닷컴, 조선비즈, 스포츠조선 등) | 21 | |
| 머니투데이 계열 (뉴스1, 뉴시스 등) | 12 | |
| 동아일보 계열 (동아일보, 동아닷컴 등) | 7 | |
| 매일경제 계열 (매일경제, 매경닷컴 등) | 10 | |
| 한국경제 계열 (한국경제, 인터넷한국경제 등) | 5 | |
| 주: 데이터는 2023년 상반기 언론중재위원회 시정권고 결정사항 자료를 바탕으로 재구성함.13 |
이러한 결과는 조선일보의 보도 행태에 대한 중요한 함의를 가진다. 특히 시정권고가 지면 신문(2020년 기준 1건)보다 조선닷컴 등 온라인 플랫폼(2020년 기준 13건)에 집중되는 경향은 주목할 만하다.(참고16) 이는 온라인 트래픽 경쟁이 심화되면서 자극적이거나 검증이 부족한 콘텐츠가 양산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즉, 클릭 수를 유도하기 위한 선정적인 제목, 사생활 침해 소지가 있는 연예 뉴스, 차별적 표현 등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확산되면서 공식적인 제재로 이어지는 구조적 문제가 존재할 수 있다. 결국, 조선일보 그룹이 받은 다수의 시정권고는 단순한 보도 실수를 넘어,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윤리적 해이 또는 전략적 선택의 결과일 수 있다는 분석을 가능하게 한다. 이는 동료 언론인들이 평가한 높은 ‘불신도’가 구체적인 제재 기록을 통해 실증적으로 뒷받침되는 부분이다.
3. 공익성 이행 평가: 탐사보도와 사회적 의제 설정
언론의 사회적 가치는 신뢰도뿐만 아니라, 공익에 기여하는 탐사보도와 사회적 의제 설정 능력을 통해서도 평가된다. 조선일보는 이 영역에서 뚜렷한 성과와 함께 깊은 논란을 동시에 보여주며, 그 복합적인 성격을 다시 한번 드러낸다.
3.1 높은 평가를 받은 탐사·기획 보도: ‘12대 88의 사회를 넘자’ 사례
조선일보의 공익 기여 역량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는 2024년 창간 104주년을 맞아 전태일재단과 공동으로 기획한 ‘12대 88의 사회를 넘자’ 시리즈다.(참고18) 이 기획은 대한민국 노동시장의 고질적인 이중구조, 즉 안정적인 대기업 정규직 12%와 불안정한 중소기업·비정규직 88% 사이의 격차 문제를 심층적으로 다루었다.
총 36개의 기사로 구성된 이 시리즈는 조선업 원·하청 간 임금 격차, 청년 노동자의 주거 문제, 배달 라이더와 같은 플랫폼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 조건, 기간제법의 역설 등 노동 현장의 다양한 문제를 르포와 인터뷰 형식으로 생생하게 조명했다.(참고20) 이러한 노력은 언론계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 시리즈는 한국기자협회가 수여하는 제403회 ‘이달의 기자상’과 한국조사연구학회가 주관하는 제18회 ‘한국조사보도상’을 수상하며 그 저널리즘적 가치를 공인받았다.(참고19) 이는 조선일보가 막대한 자원과 취재력을 투입하여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제를 발굴하고 공론화할 능력이 있음을 명백히 보여주는 성과다.
그러나 이 기획은 동시에 격렬한 논란을 촉발시켰다. 특히 노동운동 진영에서는 이를 “‘전태일 정신에 대한 최고의 모독’”이라고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했다.(참고18) 비판의 핵심은 조선일보의 역사적·현재적 반노동 행태와 이번 기획 사이의 근본적인 모순에 있다. 비판론자들은 조선일보가 과거 권위주의 정권의 노동 탄압을 옹호했으며 (참고18), 현재에도 노란봉투법과 같은 노동자 권익 보호 법안에 반대하는 등 일관되게 반노동적 입장을 견지해왔다고 지적한다.(참고10) 이러한 맥락에서 ‘12대 88’ 기획은 노동 문제 해결을 위한 진정성 있는 접근이라기보다는,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책임을 기업이나 정부가 아닌 기성 노조(특히 민주노총)에 전가하려는 전략적 의도가 담겨있다는 분석으로 이어졌다.(참고10) 즉, ‘상생’이라는 공익적 언어를 사용하면서 실제로는 현 정부의 노동 정책을 뒷받침하고 노조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강화하는 도구로 활용되었다는 것이다.
3.2 공익 관련 보도량 및 주제 분석 (빅카인즈 활용)
사용자가 요청한 언론진흥재단의 빅카인즈 서비스를 활용한 직접적인 키워드 검색 결과는 수집된 자료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 ‘탐사보도’, ‘권력 감시’, ‘사회적 약자’ 등의 주제에 대한 정량적 보도량 분석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다른 자료들을 통해 조선일보의 보도 주제 경향성을 질적으로 추론할 수 있다. ‘사회적 약자’ 문제에 대해서는 ‘12대 88’ 시리즈에서 보듯, 특정 시점에 집중적인 기획 보도를 통해 깊이 있는 접근을 시도하는 역량을 보여준다. 또한 자사의 탐사보도 프로그램인 ‘탐사보도 세븐’은 함박도 북한군 주둔 의혹과 같은 안보 문제나 (참고23), 스토킹 범죄 피해자의 현실과 같은 사회 문제를 다루며 일정 부분 공익적 역할을 수행한다.(참고24)
하지만 ‘권력 감시’라는 측면에서는 그 역할이 매우 선택적이고 편향적이라는 비판에 직면한다. 민언련과 같은 감시 단체들은 조선일보의 권력 감시 기능이 진보 진영이나 반대 세력을 향해서는 날카롭게 작동하지만, 보수 정권이나 기득권층을 향해서는 둔화되거나 오히려 옹호하는 방향으로 작용한다고 평가한다.(참고7) ‘탐사보도 세븐’ 역시 이영학 사건 보도에서 경찰의 부실 대응이라는 핵심적인 시스템 문제를 외면하고 사건의 자극적인 측면에만 집중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참고25) 이는 조선일보의 공익성 추구가 일관된 원칙보다는 사안에 따른 전략적 판단에 의해 좌우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3.3 언론상 수상 내역 및 사회적 인정
조선일보는 언론계의 각종 권위 있는 상을 꾸준히 수상하며 저널리즘적 성과를 인정받아왔다. 이는 특정 보도들이 높은 수준의 전문성과 사회적 기여도를 갖추고 있음을 객관적으로 증명한다.
‘12대 88’ 시리즈가 수상한 한국기자상과 이달의 기자상 외에도, 12.3 내란 사태 직후의 혼란스러운 서울의 밤을 포착한 사진 보도(‘다시 보고 싶지 않은 서울의 밤’)는 제56회 한국기자상 사진보도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참고26) 또한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포로를 단독 인터뷰한 보도는 취재보도 부문에서 수상하는 등 (참고27), 다양한 분야에서 그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위키피디아에 등재된 역대 한국기자상 수상 내역을 보더라도 조선일보는 과거부터 꾸준히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왔다.(참고28)
이러한 수상 실적과 앞서 언급된 논란들을 종합하면, 조선일보의 공익성에 대한 이중적 평가가 가능해진다. 조선일보는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제에 대해 높은 수준의 탐사·기획 보도를 생산할 역량과 의지를 분명히 가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 언론 본연의 공익적 역할을 수행하고 사회적 인정을 받는다. 그러나 이러한 공익적 저널리즘 활동이 일상적인 보도에서 드러나는 강한 정치적 편향성과 공존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의 핵심이다. 결과적으로, ‘12대 88’과 같은 우수한 기획 보도는 조선일보의 저널리즘적 정당성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즉, 이러한 공익적 성과가 하나의 ‘후광 효과’로 작용하여, 일상적인 보도에서 제기되는 편향성 논란을 상쇄하고 매체 전반의 신뢰도를 유지하려는 전략적 자산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4. 리트머스 시험: 12.3 내란 사태 보도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촉발된 내란 사태는 대한민국 헌정사에 중대한 위기를 초래한 사건이다.(참고29) 이 극적인 사건에 대한 조선일보의 보도는 그간 축적된 이 매체의 제도적 특성—강력한 영향력, 정치적 편향성, 저널리즘 관행—이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발현되는지를 보여주는 결정적인 리트머스 시험지 역할을 한다.
4.1 내란 사태 이전의 입장: ‘계엄령 괴담’으로의 규정
12.3 내란 사태의 핵심은 현직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이 정한 요건과 절차를 무시하고 군 병력을 동원해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 헌법기관을 장악하려 시도한 점에 있다.(참고29) 이는 법학자들로부터 명백한 내란죄에 해당한다는 평가를 받았다.(참고29)
이러한 사태가 발생하기 약 3개월 전인 2024년 9월 4일, 조선일보는 사설을 통해 당시 정치권에서 제기되던 윤석열 정부의 계엄령 선포 가능성을 ‘계엄령 괴담’으로 일축했다.(참고32) 이 사설은 “민주당의 계엄령 괴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라며, 해당 주장이 총선을 앞두고 야당이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사용하는 비현실적인 정치 공세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계엄령' 주장이 현실성 없다는 것은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도 잘 알 것”이라고 단정하며, 계엄령 선포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근거 없는 음모론으로 치부했다. 이 사설은 12.3 내란 사태 발생 이후, 조선일보의 위기 예측 능력 부재 혹은 의도적 외면을 보여주는 중요한 기록으로 남게 되었다.
4.2 사태 발생 전후의 보도
12월 3일 밤의 긴박한 상황에 대한 조선일보의 구체적인 보도 내용은 수집된 자료에서 확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사태 직후의 모습을 담은 보도로 한국기자상 사진보도 부문을 수상한 사실은 (참고26), 조선일보가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취재 활동을 벌였음을 시사한다. 중요한 것은 개별 보도의 사실관계가 아니라, 사태를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전체적인 서사의 프레임이다.
4.3 비판적 평가: ‘내란 물타기’와 책임 전가 의혹
사태 이후 조선일보의 보도 논조는 언론 감시 단체들로부터 ‘내란 물타기’라는 혹평을 받았다.(참고7) 이는 사건의 본질인 ‘대통령에 의한 헌정 파괴 시도’라는 책임을 희석하고, 비판의 초점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시도로 해석되었다.
민언련은 2025년 1월 22일자 보고서에서 조선일보가 사태의 책임을 “사법부·경찰·민주노총에” 돌리며 행정부 수반의 책임을 흐렸다고 비판했다.(참고7) 또한 설 연휴 기간에는 비상계엄이 내란이 아니라 ‘구국 결단’이었다는 대통령 측의 궤변을 집중적으로 보도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내란동조세력의 대변인 역할”을 했다는 지적도 제기되었다.34 이는 위기 상황에서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기보다, 권력의 입장을 전달하고 옹호하는 데 치중했다는 평가로 이어진다.
다른 언론과의 비교를 통해서도 조선일보의 프레임은 독특한 지점을 드러낸다. 한겨레나 경향신문이 군 내 사조직 문제를 ‘제2의 하나회’ 척결이라는 구조적 과제로 접근한 반면(참조35), 조선일보 사설은 내란 핵심 공모자가 점집을 운영했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추며 (“민간인 계엄 혐의자가 점집을 운영했다니”) 사건의 기이함을 부각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35 이는 헌정 유린이라는 사태의 엄중함보다 지엽적인 디테일에 주목하게 함으로써, 본질을 흐릴 수 있다는 비판을 낳았다.
결론적으로, 12.3 내란 사태에 대한 조선일보의 보도는 이 매체가 가진 영향력과 불신의 역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사태 이전에는 막대한 영향력을 이용해 위기 가능성에 대한 경고를 ‘괴담’으로 치부하며 사회적 경각심을 낮추는 데 기여했을 수 있다. 사태 이후에는 역시 그 영향력을 동원해 대통령의 책임을 희석하고 비판의 초점을 분산시키는 ‘물타기’ 보도를 함으로써, 동료 언론인들과 감시 단체로부터 저널리즘의 의무를 저버렸다는 깊은 불신을 확인받았다. 따라서 12.3 내란 사태는 추상적인 설문조사 수치로 나타났던 ‘영향력과 불신의 역설’이 대한민국의 헌정 위기라는 구체적인 현실 속에서 어떻게 구현되었는지를 증명하는 결정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5. 결론: 조선일보의 종합적 사회적 지표
본 보고서는 조선일보의 사회적 지표를 영향력, 신뢰도, 공익성이라는 세 가지 차원에서 다각적으로 분석했다. 분석 결과, 조선일보는 깊은 모순으로 점철된, 한국 사회의 강력한 제도적 행위자(institutional actor)로서의 프로필을 드러냈다.
분석의 핵심은 ‘영향력과 불신의 역설’이다. 조선일보는 동료 언론인들로부터 수년째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로 꼽히면서도, 동시에 가장 불신받는 매체라는 평가를 받는다. 언론중재위원회의 시정권고 최다 기록은 이러한 불신이 단순한 인식을 넘어 객관적인 제재 기록으로도 뒷받침됨을 보여준다. 이는 조선일보의 영향력이 저널리즘적 신뢰가 아닌, 시장 지배력과 의제 설정 능력에서 비롯됨을 시사한다.
공익성 측면에서도 이중적인 모습이 관찰된다. ‘12대 88의 사회를 넘자’와 같은 기획 보도는 한국기자상 등 권위 있는 상을 수상하며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제를 공론화하는 데 기여했다. 이는 조선일보가 높은 수준의 공익 저널리즘을 수행할 역량이 있음을 증명한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는 일상적인 보도에서 드러나는 강한 정치적 편향성과 반노동적 시각과 충돌하며, 그 진정성에 대한 논란을 낳는다. 우수한 공익 보도가 매체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더욱 효과적으로 특정 이념적 입장을 관철하려는 전략적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지점이다.
12.3 내란 사태에 대한 보도는 이러한 조선일보의 모든 특성이 응축된 결정적 사례였다. 사태 발생 전에는 계엄령 가능성을 ‘괴담’으로 치부하며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무디게 했고, 사태 발생 후에는 ‘물타기’와 ‘책임 전가’로 해석될 수 있는 보도를 통해 권력 감시라는 언론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상의 분석을 종합할 때, 조선일보의 사회적 프로필은 중립적인 정보 전달자라기보다는, 보수 진영의 가치와 이익을 대변하는 ‘헤게모니적 제도 행위자’로 규정할 수 있다. 조선일보는 저널리즘의 형식을 통해 특정 이념적 의제를 추진하며, 공익적 기획 보도는 이러한 활동의 정당성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결국 조선일보의 막대한 사회적 영향력은, 그 힘이 과연 공익을 위해 투명하고 공정하게 사용되고 있는가에 대한 동료 언론인들과 시민 사회의 깊은 회의감과 분리될 수 없다. 이 영향력과 불신의 간극이야말로 오늘날 조선일보가 한국 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가장 정확하게 설명하는 지표일 것이다.
참고 자료
1. 조선일보, 기자들이 꼽은 '불신하는 매체' 5년 연속 1위 - 미디어스, 9월 17, 2025에 액세스, https://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4204
2. 연합뉴스 신뢰도 1위… 조선일보, 영향력·불신 5년 연속 1위 - 한국기자협회, 9월 17, 2025에 액세스, https://m.journalist.or.kr/m/m_article.html?no=59142
3. [주간 미디어동향] 연합뉴스 신뢰도, 조선일보 영향력 1위 外 - 반론보도닷컴, 9월 17, 2025에 액세스, https://www.banronbodo.com/news/articleView.html?idxno=30779
4. 조선일보, 현직 기자가 꼽은 불신 매체 3년 연속 1위 - 미디어스, 9월 17, 2025에 액세스, https://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6004
5. '기자들이 불신하는 언론사' 조선일보 3년 연속 압도적 1위 - Daum, 9월 17, 2025에 액세스, https://v.daum.net/v/20230815230835201
6. 조선일보/비판 - 나무위키, 9월 17, 2025에 액세스, https://namu.wiki/w/%EC%A1%B0%EC%84%A0%EC%9D%BC%EB%B3%B4/%EB%B9%84%ED%8C%90
7. 민주언론시민연합, 9월 17, 2025에 액세스, https://www.ccdm.or.kr/
8. 미디어오늘, 9월 17, 2025에 액세스, https://www.mediatoday.co.kr/
9. “조선일보, 고질병 도져…정파적 이해로 반민족·친일적 보도” - 고발뉴스닷컴, 9월 17, 2025에 액세스, https://www.goba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8185
10. [탁종열의 노동보도 톺아보기] 노동조합에서 '민주'를 지운 조선일보, 진짜 조폭은 누구인가, 9월 17, 2025에 액세스, http://worknworld.kctu.org/news/articleView.html?idxno=504210
11. 1월 1, 1970에 액세스, https://factcheck.snu.ac.kr/
12. TV조선 '따져보니', SNU 팩트체크 우수상 수상 - YouTube, 9월 17, 2025에 액세스, https://www.youtube.com/watch?v=eCT2rhiPlfM
13. 비윤리·법위반 등 시정권고 최다 매체는 '조선일보 계열', 9월 17, 2025에 액세스, https://www.mindle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4359
14. 언론중재위 시정권고, '장애 부정적 비유' 등 차별금지 위반 다수 - Daum, 9월 17, 2025에 액세스, https://v.daum.net/v/20250126190004509?f=p
15. 언론중재위 시정권고 4건중 1건은 차별금지 위반 - 국악신문, 9월 17, 2025에 액세스, https://www.kukak21.com/news/36257
16. 조선일보 계열, 지난해 언중위 시정권고 20회 - 미디어스, 9월 17, 2025에 액세스, https://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3883
17. 김행의 '부끄러운 황색언론'에 기여한 '큰 언론사들', 9월 17, 2025에 액세스, https://www.mindle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5494
18. 조선일보와 손잡는 게 '전태일 정신'이란 최고의 모독 - 세상을 바꾸는 ..., 9월 17, 2025에 액세스, https://www.mindle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7501
19. 12대88의 사회를 넘자 - 다음뉴스, 9월 17, 2025에 액세스, https://issue.daum.net/focus/5933415
20. 쟁점분석 :: 전태일재단-조선일보 공동기획 논란을 되돌아보며 - 사회진보연대, 9월 17, 2025에 액세스, https://www.pssp.org/bbs/view.php?board=j2021&category1=423&nid=10419
21. '12대88의 사회를 넘자' 기획, 본지 정한국 기자 등 6명 '이달의 기자상' 수상 - 조선일보, 9월 17, 2025에 액세스, https://www.chosun.com/national/people/2024/04/26/TUJMR3U6NJCDHOE3W5INJ6RODY/
22. '12대88의 사회를 넘자' 본지 기획, 한국조사보도상 - 조선일보, 9월 17, 2025에 액세스, https://www.chosun.com/national/people/2024/11/15/URF32IEBARC5BEZB6KSMZYVU7Y/
23. 발로 뛰어 발굴한 특종… 사회의 이면, 깊게 더 깊게 - 조선일보, 9월 17, 2025에 액세스, https://www.chosun.com/culture-life/broadcast-media/2023/01/21/XDQWESOLF5H2HJ63TX4MQQ7JNQ/
24. 차단 안 한 피해자 탓? 흉기를 들고 위협한 전 남자 친구 TV CHOSUN 250504 방송 | [탐사보도 추적자들] 27회 | TV조선 - YouTube, 9월 17, 2025에 액세스, https://www.youtube.com/watch?v=xzhItAPxWvk
25. '투신 장면'과 '계부 인터뷰'가 전부? TV조선 탐사보도의 한계 - 민언련 언론모니터, 9월 17, 2025에 액세스, https://www.ccdm.or.kr/watch/241435
26. 본지 '12대88의 사회를 넘자' 한국기자상 기획 부문 수상… 사진 부문엔 ..., 9월 17, 2025에 액세스, https://v.daum.net/v/20250211013040044
27. [이달의 기자상] 조선일보 '러 파병 북한군 포로 인터뷰' 등 8편 - 한국기자협회, 9월 17, 2025에 액세스, https://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58125
28. 한국기자상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9월 17, 2025에 액세스, https://ko.wikipedia.org/wiki/%ED%95%9C%EA%B5%AD%EA%B8%B0%EC%9E%90%EC%83%81
29. 12·3 계엄은 왜 위헌인가, 어째서 내란인가 - 시사IN, 9월 17, 2025에 액세스,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4525
30. [특집방송] '12.3 윤석열 내란 사건' 막전막후 - 뉴스타파, 9월 17, 2025에 액세스, https://newstapa.org/article/fqHNP
31. 서울의 밤, 대통령의 낮..'그것이 알고싶다'가 추적한 12.3 비상계엄 전말 - 조선일보, 9월 17, 2025에 액세스, https://www.chosun.com/entertainments/broadcast/2024/12/14/Q5TBFWV6ZHGGJS6GTZJF4JWWLI/
32. [사설] 국민을 바보로 아는 '계엄령 괴담' - 조선일보, 9월 17, 2025에 액세스, https://www.chosun.com/opinion/editorial/2024/09/04/VWGBR3FUUFFPFBJUHLBGB4BJRQ/
33. 미디어오늘 다음채널 - Daum, 9월 17, 2025에 액세스, https://v.daum.net/channel/14/series/67bec09427e03932a73308da
34. 취재 없는 받아쓰기, 내란을 애국으로 둔갑시켰다 - e-시민과 언론, 9월 17, 2025에 액세스, https://www.ccdm.or.kr/ecitizen/337334
35. '음모론·무속·사조직' 내란 세력…무능해서 다행이었다 - 한겨레, 9월 17, 2025에 액세스,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17443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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