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이 가까워지자 미국에서는 "스웰 시즌(Swell Season)이 왔다!"며 서핑 매니아들을 해안가로 불러 내는 광고들이 속속 나오고 있네요.
이렇게 날이 추워지는데 뭔 소린가 하실지 모르지만 우리나라처럼 북반구에 동서쪽에 큰 바다와 접한 있는 나라들은 강한 북서 혹은 북동풍이 만들어 내는 큰 해안 파도가 빈번하게 형성되는 계절이 바로 겨울이기 때문이고, 겨울의 바닷물 수온이 대기 기온보다 높아 바닷물에 몸을 담그고 있는 모습을 보면 금방 얼어죽지나 않을까 싶어 보여도 실제로는 손을 물 속에 담궈보면 미지근하게 느껴질 정도라서 웻 슈트나 드라이 슈트를 입어도 신나게 파도를 타고 놀만 하기 때문입니다.
되례 여름 바다가 더 차갑게 느껴지죠.
아래 사진은 2011년 11월 말에 양양 기사문해수욕장에서 카약 서핑을 즐기는 장면입니다.
굉장하죠?
그렇습니다.
오늘 이야기는 바로 '서핑 카약 이야기'를 하려는 겁니다.
최근 국내에 부산을 기점으로 동해안을 따라 북상해보면 언제 저렇게 서퍼들이 많아졌을까 싶을 정도로 엄청난 수의 서퍼들이 동해안 곳곳에 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사실 5~6년 전만 해도 서프 보드(Surf Board) 위에 두 발을 딛고 서서 라이딩을 즐기는 서퍼(Surfer)의 수가 워낙 미미해서 카약을 타고 파도를 타는 카약 서퍼(Kayak Surfer)가 더 많았다고 할 수 있었는데요.
이것은 카약 서퍼들이 강에 물이 마르고 얼어 붙게 되는 겨울이나 되야 바다로 나가는데 반해 서퍼들은 더운 여름에도 바다에서 타는데다 최근 케이블 TV 방송에 서핑을 배우는 과정이 시리즈로 방영되다 보니 젊은이들에게 크게 어필한 탓에 마치 파도가 좀 만들어진다고 하는 해안마다 서퍼들이 완전히 점령한 듯 보입니다.
저 역시 카약 서핑을 엄청 좋아하는데요.
제가 사는 인제에서 딱 1시간만 가면 기사문해수욕장이라는 정말 멋진 서핑 포인트가 있어 시즌 내내 타던 프리스타일 카약이나 서프 카약을 들고 가면 완전 날아다니는 스릴 만점의 서핑을 즐길 수 있고 카약 서핑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속초에 들러 회나 물회까지 먹고 돌아오는 즐거움이란 정말 최곱니다.
① 카약 서핑의 장점과 단점
카약 서핑의 장점은 보드 서핑과 다른 점을 찾아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 카약커는 전복되지 않는다면 서퍼처럼 내내 물 속에 몸을 담그고 있지 않아도 됩니다.
따라서 체온 손실이 그만큼 적습니다.
체온 손실은 곧 경기력의 저하를 가져오니까요.
물론 어떻게 입었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 손으로 노를 저어 이동하는 보드 서퍼와 달리 훨씬 넓은(3~4배) 면적의 패들로 저어 이동하므로 훨씬 빠르게 이동할 수 있으며 체력 손실도 적습니다.
● 좌석에 앉아 있는 카약커의 무게 중심은 대략 수면에서 30 cm 내외로 낮기 때문에 일어선 자세로 타는 보드 서퍼에 비해 안정적이라 넘어질 확률이 그만큼 적습니다.
이것은 곧 성공 확률을 의미하죠.
● 카약 롤을 제대로 구사할 수 있다면 보드 서퍼에 비해 순식간에 복구할 수 있어 1차 라이딩에서 실패했다 하더라도 곧바로 2차 라이딩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이건 정말 엄청난 장점이죠.
● 카약 서퍼들이 구명조끼, 헬멧, 후드, 장갑, 드라이슈트로 무장하고 단단한 카약과 패들을 들고 해안에 나가면 방호력에선 특수부대원에 가까운 수준의 완전 무장 군인에 가깝습니다.
라이딩만 잘하면 되는데...
이런 장점들 때문에 카약 서핑은 보드 서핑에 비해 늦게 시작되었음에도 전세계 유명 서핑장에서 위협적인 존재가 될 정도로 급성장을 한 종목이 되었죠.
하지만 이렇게 카약 서핑이 아무리 급성장을 했다하더라도 여전히 서핑장을 점령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치명적(?) 단점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궁금하시죠?
구명조끼와 헬멧까지 착용하고 앉은 자세로 타기 때문에 보드 서퍼처럼 보드 위에 엎드리거나 일어섰을 때 드러날 수 있는 멋진 몸매를 자랑하기가 어렵습니다.
이게 가장 치명적인 단점이 아닐까 싶은데, 2012년 미국에서 개최된 Whitewater Symposium에서 Stand Up Paddle Board 교육으로 엄청난 성공을 이룩한 Dan Gavere가 진행하는 SUP 교육에서 말하길 'SUP가 단기간에 미국에서 성공을 한 가장 큰 이유'로 꼽은 것이 바로 이것이었으며, 가장 큰 난제는 수상안전을 관장하는 USCG(미국해안경비대)가 SUP 패들러들도 구명조끼를 입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는 것을 꼽았는데요.
바로 몸매를 드러낼 수 없다는 사실!
하지만 몸매 자랑 이전에 안전이 최고가 아니겠습니까?
② 카약 서핑을 즐길 수 있는 카약들
● 서프 카약(Surf Kayaks)
급류 카약의 프리 러닝 카약(Free Running Kayak)과 거의 비슷한 스펙의 카약에 핀(pins)이 달린 싯인 타입의 카약으로 프리 러닝 카약보다 좀더 날카로운 레일(Rail; 바닥과 측면부의 경계선)을 갖고 있어 카약을 측면으로 기울여 물을 가르고 질주하기 좋게 만든 것입니다.
바닥에는 보통 3개 정도의 핀(pins)을 장착해서 트래킹을 확보하고 있는데 거의 보드 서퍼가 구사하는 라이딩을 대부분 구사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 타보면 좌석 위치가 후미쪽으로 약간 치우쳐 있어 균형을 잡기가 쉽지 않게 느껴지기 때문에 처음에는 먼저 프리 러닝 카약을 타면서 적응하거나 아예 프리 러닝 카약으로 즐겨도 괜찮다고 봅니다.
국제경기에 참가하려면 특정 규격의 카약을 사용해야 합니다.
● 웨이브 스키(Wave Skis)
거의 서프 보드(Surf Boards)와 비슷한 형태로 데크 위에 좌석과 무릎이나 발을 고정시킬 수 있는 밴드를 장착한 싯온탑 타입의 카약입니다. 역시 핀(pins)이 장착되어 있습니다.
길이가 짧은 것은 균형을 유지하기는 가장 힘들지만 다양하고 다이나믹한 무브(Moves)를 구사하기 좋으며, 조금 긴 것은 작은 파도에도 잘 올라타고 스피드도 좋은 점이 있습니다.
이 카약도 국제경기용은 특정 규격이 있습니다.
국내에 판매되고 있는 카오스(Kaos)10.2라는 모델이 대표적입니다.
● 프리스타일 카약(Freestyle Kayaks)
국내외 급류 카약커들 중 상당수가 이것으로 해안에서 서핑을 하는데요.
스피드가 워낙 느린 탓에 테이크 오프(Take Off)를 위한 활주 반응이 느리고 핀이 없어 날카로운 턴은 구사하기 힘들지만 비교적 날카로운 레일(에지)를 갖고 있는데다 재빠르고 다이나믹한 에어 무브(Air Moves)를 구사할 수 있어 강물이 마르고 얼어붙는 동계에 프리스타일 무브 연습을 계속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카약커들이 즐겨 사용합니다.
● 리버 러닝 카약(River Running Kayaks)
급류 카약커라면 누구나 한 척씩 갖고 있을 법한 리버 러닝 카약은 부력도 좋고 카약 롤을 하기도 좋은데다 스피드도 빨라 처음 카약 서핑을 시작한다면 역시 리버 러닝 카약도 아주 좋습니다.
덩치가 제법 커서 재빠르고 다양한 무브를 구사하기는 거의 불가능 할지 몰라도 60 cm 정도의 파도에도 쉽게 올라타고 해안을 향해 시원하게 질주하는 기분을 만끽하기엔 전혀 나무랄데가 없습니다.
● 투어링 ·씨 카약(Touring · Sea Kayaks)
국내에는 이미 적지 않은 수의 씨 카약커 사용자들이 있죠?
이것은 스피드가 좋아 파고가 그리 높지 않더라도 파장이 카약 길이 정도만 된다면 서핑을 즐기기 참 좋습니다.
주로 조류의 이동으로 스탠딩 웨이브가 빈번하게 발생되는 수역에서 가장 많이 탑니다.
다만 로커(Rocker)가 큰 것일수록 컨트롤하기 좋지만, 로커가 거의 없는 디자인은 선수(Bow)가 물 속으로 파고 들어가면서 비틀리기 쉬워 컨트롤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는 점은 기억하세요.
● 서프 스키(Surf Skis)
주로 호주, 미국 서부 해안, 하와이, 남아공의 해안에 빈번하게 발생하는 거대한 스웰(Swell)을 타고 질주하는 용도로 개발된 것이니만큼, 그런 파도가 형성될 때 출항 허가만 받을 수 있고 좁은 폭의 카약에서 균형을 유지할 수 있고 그만한 기술과 파워를 갖췄다면 최고의 카약 서핑을 즐길 수 있는 카약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부산 송정해수욕장에 가면 많이 볼 수 있습니다.
● 싯온탑 카약(Sit-on-Top Kayaks)
위에 언급한 카약이 아니더라도 레크리에이셔널 싯온탑 카약으로도 서핑을 할만 합니다.
간단하게 멜빵 형태의 무릎 지지대만 설치하면 아주 쓸만하며, 선체가 육중하다보니 너무 큰 파도만 아니라면 꽤 재미있게 탈 수 있습니다.
좌석이 낮은 피싱 카약도 괜찮지만 파손 가능성이 큰 부착물들은 제거하고 타면 괜찮겠죠?
③ 카약 서핑 어디서 어떻게 즐길 수 있나?
서프 보드를 타는 서퍼들 입장에선 별 반갑지 않은 소식일 수도 있겠지만 서퍼들이 노는 포인트는 어김없이 카약 서핑을 즐길 수 있습니다.
국내에는 제주도를 제외하고는 동해안에 대부분 집중되어 있는데요.
아래에 링크한 사이트에서는 실시간으로 CCTV를 통해 바다 파도를 볼 수 있는 SURF CAM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어 참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