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2일(월)~(19일째... Leon~ San Martin del Camino: 26.1km
순례자숙소: Ref. municipal, 공용 알베르게 4유로)
비내리는 '레온'의 새벽을 걷는다.
가로등 불빛 어슴프레 고즈넉한 아침풍경이 평온하게 다가온다.
언제 다시 이곳에 올수 있으랴...
오래 머물지 못하는 인연의 동선이 아쉽다.
'레온' 대성당을 배경으로...
그 화려했던 역사적 의미의 이야기는 각자의 몫으로 남겨 두기로 하고...
내부를 둘러보고 싶었으나 아직 성당문이 열려있지 않아 아쉬움을 뒤로한채
추억한올 사진속 인증샷을 남기고 떠난다.'
'Good-Bye' 레온...
무언가 모를 평온함이 전해져온다.
대성당의 예술의 미가 섬세한 극치를 이루었다.
'산 마르코스' 광장을 휘돌아서다 멋스럽고 고풍스런 광경에 저 건물 안으로 절로 들어가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감탄사의 연속이다...
아름다운 조각품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하다.
서쪽으로 올수록 해가 빨리 뜨는 이유를 이제야 알았다.
썸머타임이 지난달 10월 26일에 끝났단다.
난 그런줄도 모르고... 아침 8시가 되여도 어둑했던 수수께끼를^^...
'레온' 시내를 벗어날 즈음 지나는 다리의 고풍스러움이 아름답다.
부럽다...
그들의 천재성일까... 아니면...
한시간여를 걸어 (4.6km) 'Trobajo del Camino' 마을을 지난다.
길쭉한 건물과 가로등 모양이 특이하다.
아직도 낮설음의 생소한 풍경들...
빗방울이 떨어진다.
우의를 서둘러 둘러쓰고 수채화 그려진 그 길을 따라 걷노라니
사색의 창에 흩뿌려진 늦가을 향기가 작은 개울가 풀섶에 송송 맺혀있다.
영롱하다.
걸음을 재촉하여 30분여 후(2.7km) 'Virgen del Camino' 마을 어귀에 있는 어느 바(Bar)에 들렸는데
그곳에 와있던 동네 아저씨가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어깨를 두드려 주더니 악수를 청한다.
'꼬레아'라고 했더니 한번에 알아본다.
이럴때 느끼는 그 뿌듯함이란...
부엔 카미노!
소실점의 네모난 창이 근사하다.
쉬어가려고 했으나 앉을 벤치가 없어 아쉽다.
여전히 동네 사람들은 거의 보이지가 않는다.
마을을 지나 굴렁진 아랫쪽 길을 내려오다 어떤 형상의 조형물을 만났다.
그 뜻은 알 수 없으되 아마도 카미노들의 무탈을 기원하고 있으리라.
작은 연못가 물속 되비침이 정겨웁다.
조금전 사진을 찍어주었던 커플이다.
'베네수엘라'에서 왔다는데 연인인 줄 알았는데 그냥 학교 동창사이라며 활짝 웃는다^^
둘이 참 잘 어울린다.
'산티아고' 가는 길 노란 표지석 상단에 염원하는 소망의 마음들이 쌓여있다.
무슨 바램들을 안고 있을까...
그렇게 길이 이어진다.
빗물 살짝 머금은 '금잔화' 채색에 취하여 먼길가는 나그네 날 저무는 줄도 모르고^^...
허스름한 쉴 곳이어도... 안을 들였다 봤더니 의외로 깨끗하게 정돈이 되여있다.
비록 그냥 지나치긴 했어도 어느 길손들에게
지글거리는 태양볕, 세찬 비바람과 몰아치는 눈보라를 막아줄 고마운 정성에 감사드리며...
만추의 쓸쓸한 적막감이 밀려온다.
이 고독의 사색이 때론 마음을 한결 단순하게 만들기도 한다.
채움과 내려놓음의 버거운 생각들이 한결 가벼워지는...
이 순간의 단순함이 오래 지속 되였으면 좋겠다.
모두를 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한시간 반여를 걸어(6.7km) 'San Miguel del Camino 마을에 들어섰다.
조금 늦은 점심으로 나온 생맥주와 샐러드 어우러짐이 사뭇 푸짐하다.
행복하다. 무엇을 더 바래랴...
'비야당고스' 마을~ '산티아고' 298km, 아직도 꿈속인 듯 멀기만 한데...
허나 그리 서두를 것도 바쁠것도 없는 내 로망의 길인것을...
제주올레길에서 늘 꿈꾸었던 먼나라 머나먼 길을 한발자욱 두 발자욱...
다시 걸어걸어...
오가는 자동차 소리가 오히려 위안이 된다.
앞뒤로 아무도 없는...
오후 3시경 오늘의 종착지 'San Martin del Camino' 마을 알베르게에 도착하여 배낭을 내려놓았다.
좀 낡긴 했지만 다른 곳과는 달리 샤워장이 넓어서 좋다.
물도 아주 따뜻하다.
어제 함께 묵었던 서울총각과 경기도에서 왔다는 아가씨를 새로 만났다.
100m쯤 떨어진 바(Bar)에 들렀더니 저녁 7시에 식사가 된단다.
이곳 스페인은 어느 곳이든 시간 개념이 철저한 듯 하다.
동네 슈퍼마켓이든 약국이든 음식점이든 모든곳이 다 그렇다.
셋이서 생맥주를 마시며 한시간 여를 기다려 늦은 저녁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날이 다시 꾸물꾸꿀하다.
가랑비가 옷자락을 적신다.
늦가을의 우수가 짙게 깔려있다.
벌써 내일이면 20일째... 졸음이 몰려온다.
겨우 오늘 일기록을 마친것 같다.
눈꺼풀이 천근만근이다.
창너머로 빗줄기가 제법 굵게 내린다.
♤..♤..
첫댓글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 많이 걸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