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얼금초탄에서 관람차를 타고 파미르관광구관광센터로 온 우리는 타스쿠르간을 떠나 파미르고원을 따라 옛 동서 실크로드 교차점이자 오아시스인 카슈가르(kashgar, 카스)까지 이동한다. 가도 가도 버스 차창엔 천산산맥 줄기가 머리를 백발을 한 채 우릴 따라온다. 가끔 유순한 계곡도 만들어냈지만 거친 계곡을 더 많이 만들어냈다. 만년설산의 천산산맥은 이곳 신장웨이우얼자치구 중부를 가로지르며 중앙아시아, 키르키스탄, 우즈베키스탄 그리고 카자흐스탄 등 4개국에 걸쳐 있는 큰 산줄기다. 고선지 장군의 정벌대가 이 길을 따라 말을 달렸을 것이다. 신장 동부지역에서 서쪽으로 달리는 천산산맥의 산줄기는 거대하고 웅대했다. 평균해발 4,000m가 넘는 이 산줄기가 남북으로 폭이 300여km가 된다고 하니 상상을 초월하는 장대함이다. 이 거대한 산줄기는 가는 곳마다 깊은 계곡과 비록 황무지 벌판이지만 드넓은 평야를 만들어낸다. 신장에선 아름다운 파미르 고원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특히 앞으로 우리가 갈 키르키스탄은 국토의 약 90%가 텐산산맥과 그 지맥으로 이루어졌다. 이번 여행에서처럼 만년설을 이처럼 가깝게 만나보는 일은 드물 것이다. 카스는 1,200km 카라코람 하이웨이 종점이다. 일단 학창시절 한 번쯤 들어봤던 파미르고원엘 간다니 조금 흥분된다. 내가 말로나 글로만 알고 있던 것들이 현실에서 직접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작은 꿈을 실현한 듯 내게 행복감을 준다. 도심을 벗어나 풀 한 포기 없는 거대한 민둥산 앞에 붉은색 글씨의 대형 간판을 보면서 북한 뉴스시간에 봤던 공산국가의 모습이 바로 떠오른다. 무슨 사상인지 이념인지, 일반인들을 세뇌하려면 저런 강한 포인트가 필요한 것인가!
카슈가르로 출발하자 곧바로 파미르고원 아래에 있는 타흐만(塔合蔓) 고원습지가 나타난다. 타흐만 고원습지는 해발 3천m 설산으로 둘러싸인 분지로 눈 녹은 물들이 모여 생긴 습지라고 한다. 달리는 차창으로 초원습지를 바라본다. 황량한 너른 들판 너머 저 건너편에 푸른 숲과 함께 옹기종기 작은 마을을 형성하고 있다. 황량한 곳에서 이런 습지를 보는 것은 초록색이 인간에게 얼마나 마음을 푸근하게 하는지 다시 한 번 경험하게 된다. 경이롭기도 하고.
타흐만 전망대를 지나서 조금 더 가면 ‘설산의 아버지’ 혹은 ‘빙하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만년설의 무스타커산(募士搭客山, 7546M) 이 보이기 시작한다.
우리 일행을 태운 차는 드디어 파미르고원 전망대에서 차가 멈춘다. 페르시아어로 태양신의 자리(Pa-imihr)가 어원인 파미르고원은 세계의 지붕이라 일컫는다. 내가 길잡이에게 우리 일정 중 파미르고원에 가는 일정이 있냐 물으니 지금 보는 이게 전부라니 아쉽다. 전망 중 왼쪽 민둥산 부분이 중국의 파미르고원이고, 정면 설산은 파키스탄의 카라코람산맥이란다. 하지만, 파미르고원은 거의 타지키스탄 쪽에 있다. 고도가 3,200m인데 훈자에서 고산증 경험 후 아직 고산증엔 문제가 없다. 텐산 또는 쿤륜산맥은 아직은 눈에 보이지 않고 앞 설산들은 카라코람산맥이란다.
무스타커산 뷰포인트를 떠나 20여분 정도를 더 가자 칼라쿨(Kala Kule Lake)호수가 나오는데 카라쿨 호수 입구 돌에는 카라쿨 호수를 '플래티우 호수'라 적어 놓았다. 2,500만년전 유성과의 충돌로 인해 직경 52km의 크레이터에 무스타커산의 빙하가 녹아 흘러내려 생성된 호수로 유성으로 인해 생긴 호수 중 세계에서 가장 큰 호수라고 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빙하호수 중에 하나로 손꼽히는 호수 주변은 7,500m가 넘는 무스타커 산(7,546M)과 콩구르튜베 산(7,630M), 콩거얼 산(7,649M) 등3 개의 만년 설산들로 에워 싸여있다. 해발 3,600M에 있어 파미르 고원에서 가장 높은 곳에 이런 호수가 생성되다니 놀랍다. 카라쿨은 '검은 바다'란 뜻을 가진 호수지만, 푸른 하늘이 투영되어 푸른 호수 같이 보인다. 만년설 녹은 물이 모여 된 호수로 ‘파미르의 눈물’이란 별명을 가진 이 호수의 물은 검푸른 색에서부터 하늘색까지 날씨와 계절에 따라 다양하게 변해 더 없이 아름답다고 한다. 물론 단 한 번 방문으로 그런 완벽한 아름다움을 만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갔을 때도 계속되는 바람과 가스로 인해 그저 코발트색 물빛을 확인하는 정도였다. 맑은 날을 어떨까?
중국인들이 자신들이 모델인 양 멋진 옷들을 입고 온갖 포즈를 잡으며 인생 샷을 찍고 있다. 호수 앞 모래사장에는 잘 단장한 야크와 말이 있는데 사진을 찍기 위한 모델용으로 주인들의 호객 행위가 심하다. 5분 정도 이용하는데 50위안이지만 여행객들이 심심치 않게 이용한다.
긴 데크로 이어지는 호수 변의 산책길 따라 걷는다. 주위의 푸른 초원과 무스타거 봉의 빙설과 호수 안에 비친 또 하나의 거대한 봉우리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한다. 이 호수 안에 거대한 물고기가 살고 있는데 정오가 되면 심술을 부리는데, 물고기가 심술로 몸을 한 번 뒤집으면 호수엔 거센 물결이 일어 배를 띄울 수 없어 이 호수를 `神湖'라 부른다고 한다. 아름다운 호수 카라쿨에도 슬픈 전설이 있다. 옛날 아름다운 선녀가 이곳을 지나다가 멋진 청년을 보았다. 선녀는 그 청년에게 반했고, 청년 역시 선녀에게 반해 둘의 사랑은 깊어갔다. 그러나 선녀와 청년의 피끓는 사랑도 천신의 반대로 이룰 수 없는 사랑 때문에 선녀는 마음의 병을 얻고 하루하루를 눈물로 보냈다. 끝내 선녀는 죽어 무스타커산이 됐다. 그리고 계속되는 그녀의 눈물에 눈이 녹아 흘러내린 물이 카라쿨이 됐다. 호수가 생겨나게 된 전설을 알고 나면 호수의 색깔이 신비하게도 슬프게 보인다.
호수 구경을 마치고 화장실을 다녀오는데 건물 앞에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서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다. 가까이 가 보니 사람들이 신분증을 제시하고 파미르 고원 용사증서(勇士证书)를 받는다. 나도 줄 서서 기다리다 여권을 제시하니 용사증서를 만들어 준다. 종이 한 장에 불과하지만, 파미르고원을 다녀 온 증서랄까? 점심 약속이 된 게르로 와 점심을 먹으며 일행들에게 증서를 내보이며 자랑한다.
카라쿨 호수를 지나면 만나는 강시와 강(康西瓦河, Kangxiwa River)은 물도 많아지고 폭도 넓어 강 건너의 동네가 잘 안보일 정도인데 강을 따라 도열해 있는 절벽 같은 바위산이 수십 폭의 평풍그림 같다. 이물은 아랫쪽에 있는 백사호를 흘러간다.
카라쿨 호수를 지나서 30여분을 더 가자 백사산(白沙山)과 백사호(白沙湖)가 나오는데 가장 먼저 시선을 압도하는 것은 호수 뒤편으로 끝없이 이어진 하얀 모래산이다. 오랜 세월 동안 파미르의 강한 바람이 고원의 미세한 모래를 실어 나르고, 그것이 산에 쌓이고 쌓여 거대한 모래로 이룬 은빛 장벽을 만들어 백사산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햇살을 받은 모래산은 마치 순백의 실크를 겹겹이 겹쳐놓은 듯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빛나고 있는데, 둔황의 밍샤산(鳴沙山)처럼 바람이 불 때 모래에서 아름다운 소리가 난다고 한다. 그리고 백사호는그 하얀 품에 에메랄드빛을 띠다가도, 깊은 곳은 청연한 터키석의 빛깔을 품고 있다고 한다.
버스에서 내려 백사호로 통하는 터널을 지나 데크를 통해 호수로 내려가니 이곳에도 사진 모델로 야크를 데리고 온 칼팍 모자를 쓴 키르기스인들이 호객행위릏 하고 있고 호수 안으로 연결된 데크 안에서는 관광객들이 자신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느라 왁자지껄하다. 호수의 잔잔한 수면 위로는 구름 한 점 없는 파미르의 하늘이 그대로 내려앉아 있다. 白沙山 한가운데에는 사막에 빛나는 두 개의 거울과 같은 두 개의 천연 모래호수 백사호가 야생 사막식물로 둘러싸여 있는데, 초록색의 물 색깔이 너무 조화롭게 어울린다. 호수는 주위의 눈 녹은 물과 강시와 강 본 지류는 산 뒤를 돌아가고, 일부는 호수로 흘러들어 오는데 이 호수를 사산호(沙山湖)라고도 하며, 발전을 위해 만든 인공호수라 한다. 중국 당국에서 이곳에 대규모 수자원보존시설이 건설될 예정이라 다음에는 백사산과 백사호를 볼 수 없을 것이라 한다. 호숫가로 걸어가 난간을 잡고 서서 가만히 그 풍경을 바라보니 3천m가 넘는 고원의 희박한 공기 때문인지, 백사호가 뿜어내는 압도적인 정막함 때문인지 순간 숨이 턱 막혀온다.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사막의 바람소리와 호수의 잔잔한 물결소리가 기묘한 화음을 이룬다. 수천년 전, 거칠고 험난한 고원을 넘던 실크로드 상인들도, 현장법사도 나와 같은 자리에 멈춰 서서 이 호수를 바라보았을 것이다. 흐르는 모래의 위협 속에서 숨을 고르고, 눈이 시리도록 푸른 물빛을 보며 고향에 두고 온 이들을 그리워했으리라. 시공간을 초월하여 그들이 느꼈을 안도감과 경외감이 잔잔한 파도를 타고 오늘의 나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백사산을 출발하여 큰 산맥을 하나 지나는데 파미르고원인지 곤륜 산맥인지 잘 알 수는 없지만 그 산맥을 지나자 또 검문소가 나온다. 차에 탄 사람이 중간에 내렸을까봐 계속 체크를 한다고 한다. 백사산을 출발해 한 시간 정도 지나면 터널이 나오고 터널을 지나면 검문을 하는 동안 잠깐 화장실을 들른다. 휴게소 건너편 도로 가에 어미 낙타와 새끼 낙타가 풀을 뜯고 있다.
붉은 산들이 연이어 나타나고 극주빙천공원(克州冰川公園) 풍경구 주차장에 정차한다. 산과 산 사이 하천을 제외하고는 다 붉다. 무슨 홍산(紅山)인가 했는데 입구에 극주빙천공원(克州冰川公园)이라고 써있어 주위를 둘러봐도 빙하(冰川)은 보이지 않는다. 주차장 옆 데크를 따라가면 온통 자갈로 뒤덮힌 하천이 나오는데 이곳이 빙하가 흐르던 곳으로 이 빙하는 2,804m로 세계에서 제일 낮은 곳에 있던 빙하란다.
극주빙천공원을 지나면서부터는 스탭(Steppe)지역으로 사막의 모습과 초원의 모습이 번갈아 나타나며 마을과 도시들이 지나간다. 길가에 가로수들이 포플러처럼 생겼는데 자세히 보니 포플러는 아니고 은사시나무로 가로수가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