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대사 해탈시: 휴정 서산대사의 해탈시로 알려진 (인생)은 1604년 서산대사가 입적을 하면서 마지막으로 읊은 시라고 합니다.
인생
서산대사
근심 걱정 없는 사람 누구인가
출세하기 싫은 사람 누구인가
시기 질투 없는 사람 누구인가
흉허물 없는 사람 어디 있겠소
가난하다 서러워 말고
장애를 가졌다 기죽지 말고
못배웠다 주녹 들지 마소
세상살이 거기서 거기외다
가진것 많다 유세 떨지 말고
건강하다 큰소리 치지 말고
명예 얻었다 목에 힘주지 마소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더이다
잠시 잠깐 다니러 온 이세상
있고 없음을 편가르지 말고
잘나고 못남을 평가하지 말고
얼기설기 어우러져 살다가 가세
다 바람 같은 거라오
멀 그렇게 고민하오
만남의 기쁨이건 이별의 슬픔이건
다 한 순간이라오
사랑이 아무리 길어도 산들 바람이고
외로움이 아무리 지독해도 눈보라일 뿐이요
폭풍이 아무리 세도 지난 뒤엔 고요하듯
아무리 지극한 사연도 지난뒤엔 쓸쓸한 바람만 맴돈다오
다 바람 이라오
버릴것은 버려야지
내것이 아닌것을 가지고 있으면 무엇하리오
줄게 있으면 줘야지 가지고 있으면 뭐 하겠소
내것도 아닌데 삶도 내것이라 하지 마소
잠시 머물다 가는 것일뿐 묶어둔다고 그냥 있겠소
흐르는 세월 잡는다고 아니가겠소
그저 부질없는 욕심일뿐
삶에 억눌러 허리 한번 못펴고
인생 계급장 이마에 붙이고
뭐그리 잘났다고 남의 것 탐내시오
환한 대낮이 있으면
까만 밤하늘도 있지 않소
낮과 밤이 바뀐다고 뭐 다른게 있소
살다보면 기쁜일도 슬픈일도 있다마는
잠시 대역 연기하는 것일뿐
슬픈표정 짓는다 하여 뭐 달라지는게 있소
기쁜 표정 짓는다 하여 모든게 기쁜 것만은 아니오
내 인생 네 인생 뭐 별거랍니까
바람처럼 구름처럼 흐르고 불다보면
멈추기도 하지 않소
그냥 그렇게 사는겁니다
삶이란 한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오
죽음이란 한조각 구름이 스러짐이니
구름은 본시 실체가 없는 것
죽고 살고 오고 감이 모두 그와 같도다